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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38화 (23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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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화 샤우그너 판 (6)

콰지지직!

사방에서 화염 벼락들이 샤우그너 판을 향해 마구잡이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벼락들의 개수는 적어도 백 개가 넘었다.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email protected]”

샤우그너 판은 자신을 향해 무자비하게 날아오는 벼락들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물론 벼락검으로 이 검법을 처음 시전해 본 대규 역시 당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당황스러움을 애써 무시했다.

당황스러운 기분을 의식하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이 섬세한 플로우 상태는 깨질 위험이 있었다.

대규는 다시 한 번 참파를 휘둘렀다.

휘릭! 휘리릭!

그러자 샤우그너 판을 향해 날아가던 백여 개의 화염 벼락은 이제 일제히 뭉쳐져서 커다란 화염 벼락파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파아앙!

샤우그너 판은 날아오는 화염 벼락파를 향해 자신의 몸에 돋아난 빛줄기 촉수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촉수들은 화염벼락파를 없애 버리려는 듯 맹렬하게 날아왔다.

하지만 촉수들은 벼락파에 닿자마자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꼭 벼락파에 흡수되는 것처럼 보였다.

“@#$%#!”

당황스러움을 넘어서 이제 샤우그너 판의 눈동자엔 공포가 엿보였다.

대규의 귓가에 녀석의 속마음이 울려 퍼졌다.

‘대, 대체 뭐냐! 저 녀석은… 그 어떤 외계인들보다도 더 심한 녀석이다. 심지어 우리를 그 지하 감옥에 가둔 크로노스보다도…….’

파아아앙!

화염벼락파가 샤우그너 판의 몸을 꿰뚫었다.

굉음과 함께 녀석의 속마음은 더이상 들리지 않았다.

엄청난 충격파가 흘러나왔고, 행성의 표면은 다시 한번 극심하게 흔들렸다.

“@#[email protected]”

“우와아악!”

쵸쵸 족들과 대규 부대 영웅들의 몸이 균형을 잃고 흔들리기 시작했다.

“저, 저기……!”

영웅들이 하늘 한구석을 가리키며 외쳤다.

코끼리 괴물 샤우그너 판의 거대한 몸뚱이가 행성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쿠구궁!

녀석의 몸이 바닥에 완전히 떨어졌다.

행성 표면은 커다란 폭탄을 맞은 것처럼 반경 100미터 정도가 원형 형태로 파여 버렸다.

파여 버린 바닥에서 흙먼지가 뭉게뭉게 일어나고 있었다.

곧 대규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보스 몬스터 샤우그너 판을 해치웠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나를 3,000 흡수하였습니다.]

[레벨이 두 단계 상승했습니다.]

대규의 몸에서 레벨 업을 알리는 섬광이 일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다른 판테온의 신들보다 제일 먼저 할당된 외계인 부대를 해치웠습니다.]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가 그대의 부대에 감탄해 축복을 내립니다.]

그 순간 컴컴한 하늘 위에서 빛이 번쩍였다.

하늘을 수놓은 별 중 하나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곧 그 빛은 수백 갈래로 갈라져 하강해 대규 부대의 영웅들 몸속으로 각각 흡수됐다.

[제우스의 별이 그대의 부대에 축복을 내렸습니다. 모든 부대의 영웅들의 전투 감각이 100 추가 상승합니다.]

쏴아아-

빛이 가시자 여기저기서 영웅들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우와, 아까보다 시야가 더욱 선명해졌어!”

“나는 움직임이 가벼워졌다.”

제우스가 내린 전투 감각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규는 그보다도 좀 전에 나온 메시지창의 내용에 주목했다.

[다른 판테온의 신들보다 제일 먼저 할당된 외계인 부대를 해치웠습니다.]

그 말인즉슨, 대규가 다음 외계인 부대도 빠르게 해치우면 나머지 하나 남은 외계인 부대를 해치울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엔 전쟁의 신 칭호를 내가 갖게 되겠지.’

판테온의 전쟁의 신 김대규!

전쟁의 신이란 칭호가 자신의 이름 앞에 붙는다고 생각하니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그때 샤우그너 판이 좀 전까지 있던 허공에 이상한 물건이 하나 떠 있었다.

하얀색의 기다란 갈고리 모양의 어금니였는데, 샤우그너 판의 상아였다.

대규는 그것을 손으로 집었다.

찌릿!

저번에 카르케르에서 처음으로 거인의 강철 귀아스페룸을 집었을 때처럼 찌릿한 전기가 손에 올랐다.

그리고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대규의 팔을 타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근육에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지만 귀아스페룸을 만졌을 때만큼 강렬하진 않았다.

‘어딜 감히!’

대규는 눈을 부릅뜨고 자신의 팔을 통해 올라오는 이상한 기운을 억누르기 시작했다.

결국 그 기운은 대규의 기세에 눌려 사그라졌고, 곧 자유자재로 상아를 들 수 있게 됐다.

‘이 상아는 공략집의 내용에 따르면, 초월자 등급 무기를 만들 수 있는 강력한 재료라고 했다. 그래서 귀아스페룸처럼 사용자를 테스트해 본 건가?’

곧 아이템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샤우그너 판의 상아(초월자)]

[단단하고 막강한 어금니. 샤우그너 판이 몇천 년 동안이나 갈고닦아 외계인의 마력이 깃들어 있다. 물론 이 어금니 자체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지만, 초월자 등급 장비나 무기의 재료로 가공하면 아주 위협적인 장비, 무기를 완성시킬 수 있다.]

이것으로 두 번째 초월자 등급 무기 재료를 얻었다.

‘이걸로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 볼까? 그런데 뭘 만들어야 하지?’

이 상아로 어떤 장비를 만들지 고민해봤지만 지금 당장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보관함에 넣어두자.’

한편, 샤우그너 판의 부하들인 쵸쵸 족은 자신들의 상관이 죽자 우왕좌왕하며 마구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 모습을 보고 하늘에서 영웅들에게 소리쳤다.

“한 녀석도 빼놓지 말고 모두 해치우세요!”

그 말을 들은 영웅들은 신속하게 쵸쵸들을 쫓아가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지영의 모습이 가장 돋보였다.

그녀가 쌍검을 휘두를 때마다 예의 공기 파장이 팡팡 터져 나왔고, 쵸쵸들은 무자비하게 죽어 나갔다.

확실히 그 모습은 여태까지 대규가 봐왔던 지영의 모습과 다른 점이 있었다.

평소 지영의 전투는 차분하면서도 냉정한 느낌이었는데, 지금 그녀의 전투는 잔인하면서도 격정적이었다.

‘저것이 빙의 스킬 위력인가.’

얼마 후 전투는 끝났다. 완벽히 대규 부대의 승리였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지영의 눈빛은 다시 본래의 검은 눈동자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는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있었고,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숨을 헉헉 내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 빙의 스킬은 마나 소모량이 엄청난 것 같았다.

‘하긴, 저 위력을 보면 그럴 만도 하다.’

대규는 플렉서블 바디 스킬을 사용해 몸을 본래 사이즈로 줄인 뒤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가 승리했습니다.”

와아아아-!

부대의 영웅들은 승리의 함성을 내질렀다.

대규는 아직도 숨을 헉헉거리며 바닥에 앉아 있는 지영에게 다가가 손을 건넸다.

“아, 대규 님… 헉헉… 저 혼자 일어날 수…….”

휘청.

대규는 일어나려다 다시 쓰러지는 그녀의 몸을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잘 싸웠습니다. 대장군 님, 당신의 실력은 아주 잘 보았습니다.”

그러자 지영은 고개를 숙인 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저기, 대규 님…….”

“예?”

지영은 얼굴을 붉히며 이렇게 말을 이었다.

“저는 이 빙의 스킬을 쓰게 되면 스킬이 발휘되는 동안 기억을 잃게 됩니다. 혹시 제가 대규 님 앞에서 불경한 행동을 하진 않았나요?”

대규는 샤우그너 판의 발 구르기로부터 영웅들을 아라크네의 거미줄로 구해 낸 뒤 보았던 지영의 표정을 기억했다.

도발적인 표정을 지으며 붉은 입술 사이로 혀를 살짝 내밀었던…….

너무 강렬한 모습이라 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말하지 않는 게 좋겠지.’

대규는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은 없었으니까요.”

“휴… 다행입니다.”

대규는 이제 323명의 영웅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그럼 우리가 이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대규의 목소리가 행성 표면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다.

“바로 적진에 들어가 붙잡혀 있는 인간들을 구해 내야 합니다. 다들 적진으로 갑시다!”

와아아아-!

동의의 뜻으로 영웅들은 다시 한 번 함성을 내질렀다.

대규는 옵티뭄을 몰고 제일 먼저 적진을 향해 달려갔다.

곧 적진인 검붉은 땅이 보였다.

땅끝에는 대규가 파괴했던 제단이 있던 곳이 보였다. 그곳은 완전 새카맣게 타 버렸는데, 그 안쪽으로 달려가니 이상하게 생긴 요새 하나가 있었다.

기괴한 뼈들로 이뤄진 성처럼 생긴 요새였다.

‘뼈들이 성벽을 이루고 있잖아.’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그 뼈들은 인간들의 뼈였다.

아무래도 쵸쵸 족이 식인으로 잡아먹은 인간들의 뼈로 만든 요새인 것 같았다.

‘끝까지 구역질 나는 녀석들이군.’

대규는 옵티뭄을 몰아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요새 안은 캄캄했으며, 지독한 냄새마저 풍겼다.

“우웃, 이게 무슨 냄새야.”

코를 부여잡고 공략집의 지도창을 켰다.

지도창을 살펴보니 요새 안쪽에 우글우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 그곳이 아마 사람들이 갇혀 있는 곳 같았다.

대규는 옵티뭄을 몰고 요새 안쪽으로 향했다.

얼마 후 감옥이 나타났다.

감옥들의 창살은 역시 인간의 뼈들로 만들어져 있었다.

대규는 불카누스의 벼락검을 휘둘러 화염 불길을 만든 후 감옥 내부를 살펴봤다.

“히이익!”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옥 안쪽에는 겁에 질린 인간 여자들이 빼곡히 갇혀 있었다.

그녀들의 몰골은 모두 말이 아니었다.

그녀들의 얼굴에 떠오른 극심한 공포를 본 대규가 차분하게 말했다.

“안심하세요. 나는 여러분을 구해 주러 왔습니다.”

하지만 여자들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바깥의 쵸쵸 족과 샤우그너 판은 다 죽었습니다. 잠깐만 뒤로 물러나 주세요. 제가 들고 있는 이 검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갈 테니까요.”

대규의 말을 들은 여자들은 여전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뼈 창살에서 뒤로 물러났다.

서걱!

대규는 벼락검의 사슬날 끝으로 감옥의 뼈 창살을 부쉈다.

사슬검의 화염이 창살을 손쉽게 부수고 태웠다.

“다, 당신은 누구시죠?”

여자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중년 여자의 물음에 대규가 대답했다.

“나는 김대규입니다. 판테온의 신이지만 예전엔 여러분과 같은 인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을 안전한 곳으로 모시려고 왔습니다.”

그때 마침 라이펑과 지영도 대규가 있는 감옥에 도착했다.

대규는 라이펑과 지영에게 말했다.

“내 아공간 인피니투스 가방에 이 여성분들을 담아 현실로 데려다주려고 합니다.”

그때 지영이 앞으로 뛰어나오며 외쳤다.

“대규 님, 잠시만요.”

그녀는 여자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여러분, 솔직하게 대답해 주세요. 여러분 중 외계인의 아기를 배에 품은 여성분은 얼마나 있으십니까?”

여자들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한다. 그러자 지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괜찮습니다. 솔직하게 말해 주세요. 저도 같은 여성으로서 그것을 밝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꼭 말해 주세요. 여러분의 생사가 걸린 문제입니다.”

생사가 걸려 있다는 말에 여성들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대규는 아차 싶었다.

먼저 외계인의 아이를 갖고 있는 여자들의 신원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었다. 그녀들을 임신한 채로 현실에 돌려보낼 순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손을 든 여성들은 제단에 끌려 나왔던 여성들처럼 배가 남산만 하게 부르지 않았다.

육안으론 일반인들과 구별이 안 될 정도였다.

‘역시 지영 대장군은 같은 여자라서 이런 일에 대해 잘 대처할 줄 아는구나.’

지영은 손든 여자들을 따로 모은 뒤 대규에게 말했다.

“이분들 말고 나머지 여성들은 기억을 지운 뒤 현실세계에 돌려보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분들은 뱃속의 외계인을 지우든, 출산을 하든 한 뒤에 현실로 되돌려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대장군 말이 옳아요. 그런데 기억을 어떻게 지워야 할지…”

그때 라이펑이 말했다.

“대규 님! 저에겐 저보다 하위 존재의 기억을 지울 수 있는 스킬이 있습니다. 그녀들은 세미데우스도, 인간 영웅도 아닌 일반 인간이니 제가 기억을 지울 수 있을 겁니다.”

정말 별의별 스킬을 다 갖고 있군.

대규는 라이펑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장군에게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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