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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34화 (234/294)

# 234

234화. 샤우그너 판 (2)

진통을 호소하기 시작한 여성을 본 아스클레피오스가 놀라서 물었다.

“대, 대규…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이 인간들은 도대체?”

대규는 침착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아스클레피오스 님, 제발 이 여성들을 구해 주십시오.”

그녀들의 배는 아까보다 더욱 불어난 것 같았다. 그리고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배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이었다.

아스클레피오스가 그녀들의 배를 본 뒤 물었다.

“이게 대체 뭐요? 이 여자들은 임신한 상태인 것 같은데… 그녀들의 배에 있는 게 대체 뭡니까? 일반적인 생명체 같지는 않은데…….”

대규는 그에게 대답했다.

“그녀들은 현재 외계인의 아기를 임신한 상태입니다. 그녀들이 죽지 않고 출산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당신은 의술의 신이니까 가능하지요? 제가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그 말을 들은 아스클레피오스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외계인의 아기를 임신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이…….”

“자초지종을 설명할 시간은 없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당황하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반짝이고 있었다. 외계인을 임신한 인간 여자의 출산을 구경하는 게 어디 흔한 일이겠는가?

의술의 신이 충분히 호기심을 가질 만한 주제였다.

투투툭! 철퍼덕!

그때 한 여자의 가랑이 사이로 거무튀튀하고 질퍽한 액체가 흘러나와 땅을 적셨다. 그건 젤리 같기도 했고, 진흙 같기도 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양수가 터졌군! 시간이 없소. 빨리 그녀들을 수술대로 올리시오.”

그는 능숙한 동작으로 손에 의료용 장갑을 꼈다.

대규는 바닥에 흩어진 거무튀튀한 액체를 바라보며 물었다.

“양수는 투명한 액체 아닙니까? 하지만 이건…….”

“그대가 말했잖소! 이 여자들은 외계인을 임신하고 있다고! 그녀들을 평범한 임신부라고 생각하지 마시오.”

“아, 알겠습니다.”

“빨리 수술대로 그녀들을 올리시오!”

심상치 않은 분만 과정이 될 것 같았다.

대규는 아홉 명의 인간 여자를 수술대에 차례대로 올렸다.

여자들은 일렬로 누운 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가장 먼저 진통을 호소했고, 방금 막 양수가 터졌던 여자의 다리 사이로 다가갔다.

대규는 별로 그 광경을 보고 싶지 않았다.

왠지 민망하기도 했고, 그래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아스클레피오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키이이익!

벌려진 여자의 다리 사이에서 이상한 소리가 새어 나왔다.

곧 여자의 얼굴은 더욱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대규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이리 와서 좀 도와주시오!”

“뭐라구요?”

대규가 당황한 채 반문했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손짓하며 말했다.

“시간 없습니다, 빨리!”

결국 대규는 여자의 다리 사이로 다가갔다. 다리 사이로 아이가 나오는 길이 보였다. 하지만 너무 당황스러워서 부끄럽다는 감정조차 들지 않았다.

곧 다리 사이로 이상한 생물체가 꿈틀대면서 나오기 시작했다.

검붉은 민둥 머리! 아기 쵸쵸였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만 더 아랫배에 힘을 주시오!”

“꺄아악!”

여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아스클레피오스는 날카로운 메스를 집어 든 뒤 능숙한 솜씨로 여자의 다리 사이에 가져가 빠르게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대규가 놀라서 외쳤다.

“지금 뭘 하는 겁니까?”

아스클레피오스는 빠르게 대답했다.

“이 외계인 아기들은 일반적인 태아보다 훨씬 몸집이 큽니다. 이런 녀석들이 배 속에 있는데 여태껏 인간 여자들이 살아 있는 게 용할 정도군.”

“그렇다고 칼을 휘두르다니! 제정신입니까?”

“여성들에게 해를 입히려 한 게 아닙니다. 이대로 분만을 지속하면 이 여성들의 육체는 견디지 못하고 파열될 것이오. 그래서 이 메스로 아기가 나오는 입구 쪽을 살짝 가른 것이오. 수월하고 안전하게 분만하기 위함입니다.”

“생살을 갈랐단 말입니까?”

“그래요. 하지만 분만의 고통이 더욱 커서 생살을 가르는 고통은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출산이란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들고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다리 사이를 들여다본 뒤 말했다.

“외계인 아기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잘 받으시오.”

아기 쵸쵸의 머리가 완전히 여자의 몸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녀석의 몸집은 아기가 아니라 거의 세네 살 먹은 어린이 크기였다.

하지만 인간 신생아들과 달리 녀석들의 몸은 종이처럼 아주 꾹꾹 접혀 있었다.

촤아악-

검은색 젤리 같은 체액과 함께 녀석이 태어났다.

“@@#$!…….”

아기쵸쵸가 신생아의 울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건 울음소리보다 이상한 굉음에 가까웠다.

녀석은 검붉은 피부로 온몸이 둘러싸여 있었으며, 눈은 꾹 감고 있었다.

대규는 녀석을 안아 든 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스클레피오스는 다음 분만을 할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일단 저 옆 수술대에 올려 두시오.”

그때 대규가 안고 있는 아기 쵸쵸가 눈을 떴다.

번쩍!

녀석의 눈동자엔 흰자가 없었고, 칠흑같이 검은 동공뿐이었다. 동공이 모든 눈동자를 구성하고 있었다.

아기 쵸쵸가 대규를 빤히 바라보았다. 더 이상 기괴한 울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 자식, 왜 이래?’

대규는 녀석과 눈을 마주친 뒤 아스클레피오스가 지시한 옆 수술대에 녀석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음 아기 외계인을 받기 위해 아스클레피오스 근처로 다가갔다.

그런데 무언가가 자신의 등을 주시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고개를 홱 돌렸다.

방금 수술대에 올려놓은 아기 쵸쵸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대규는 신경 쓰지 않고 다음 산모의 아기를 받기 시작했다.

아기를 받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차라리 외계인 몬스터와 전투를 몇 번 벌이는 게 더 쉬울 것 같군.’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는 몹시 능숙하게 출산과 분만의 진행을 돕고 애를 받아 냈다. 역시 의술의 신다웠다.

대규는 그를 도와 차례차례 아기 쵸쵸들을 받아 옆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녀석들은 태어날 땐 눈을 감고 이상한 굉음을 내며 울어젖혔는데, 이상하게 대규의 품에 안긴 뒤엔 눈을 뜨고 그를 빤히 바라보며 울음을 그쳤다.

첫 번째 녀석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녀석이 다 그랬다.

‘왜 이러지. 좀 불안한데…….’

얼마 후 그들은 마지막 아홉 번째 여자의 출산까지 무사히 마쳤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출산을 마친 아홉 명의 여자는 완전히 진이 빠져 녹초가 된 상태였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수술실의 선반에서 하급 생명력 포션들을 꺼내 그녀들에게 건넸다.

그녀들은 일반 인간이라 그런지 생명력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하급 생명력 포션만으로도 본래 지니고 있던 생명력과 체력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다.

포션을 먹자 그녀들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녀들을 본 뒤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말했다.

“다행입니다. 다들 무사해서요.”

그러자 아스클레피오스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그녀들은 외계인을 출산한 몸. 분명 무리가 올 겁니다. 충분한 휴식과 산후조리를 취해야겠지요.”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정중하게 부탁했다.

“아스클레피오스 님, 당신이 그녀들을 좀 맡아 주실 수 있겠습니까? 저는 외계인들과 전투를 벌이러 가야 합니다. 그녀들이 회복되면 현실 세계로 돌려보내 주시오.”

“알겠소. 최후의 결전은 중요한 전투이니… 그리고 그녀들은 인간. 인간이 언제까지 판테온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아스클레피오스가 허공에 박수를 짝짝 쳤고, 얼마 후 수술실로 그의 부하들이 들어왔다. 부하들은 아홉 명의 여자를 안락한 방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여자들이 수술실을 나갔고, 이제 수술실엔 아스클레피오스와 대규, 그리고 아홉 마리의 가기 쵸쵸가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수술대 위에 놓여 있는 아기 쵸쵸들을 보며 대규에게 물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좀 이상한 게… 왜 저 녀석들이 당신만 저렇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소?”

“나도 그게 궁급합니다. 처음 녀석들을 안아서 저쪽 수술대로 옮길 때부터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합디다.”

“설마…….”

아스클레피오스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대규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나도 이만 병영으로 가 보겠습니다. 저 외계인 녀석들로 실험하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지요. 어차피 내 부하들도 아니고 적들이니 상관없습니다.”

그런데 대규가 신전 밖으로 나가려 하자 아기 쵸쵸들은 수술대에서 바닥으로 점프를 했다. 그리고 아장아장 걸어오면서 대규의 꽁무니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녀석들이…….”

대규는 당황해서 자신을 쫓아오는 아기 쵸쵸들을 바라보았다.

아홉 마리의 아기 쵸쵸는 일렬로 줄을 맞춰 대규를 여전히 쫓아왔다.

심지어 검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제단에서 인간을 잔인하게 잡아먹었던 그 식인귀들이란 말인가?’

이렇게 보니까 그 식인귀들하고는 전혀 다른 종인 것 같았다. 자신을 아장아장 따라오는 게 꼭 충실한 애완동물 같았다.

대규는 당황해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물었다.

“이 녀석들, 왜 이러는 겁니까?”

그러자 아스클레피오스가 난처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아무래도… 각인 현상 같소만.”

“각인 현상이요?”

“그렇습니다. 동물이 태어난 직후 배우는 행동 양식 말이오. 눈앞에 움직이는 특정의 존재에 대해 접근과 추종의 행동을 보이는 걸 뜻하지요. 인간 세상에 있는 새끼 동물들도 어미만을 따라다니며 그 곁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고 하는 것 같던데…….”

이럴 수가.

각인 현상(imprinting)이라면 대규도 잘 알고 있었다. 주로 어미오리들을 종종종 쫓아다니는 새끼오리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각인 현상이었다. 책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각인은 학습과 달라서, 생후 초기의 한정된 시기에만 발생한다고 했다.

‘태어나자마자 나를 봐서 바로 각인이 된 건가?’

대규는 당황한 목소리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이 나를 어미로 인식하고 따르게 됐단 말입니까?”

“그렇소. 아무래도 당신을 어버이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긴, 본래의 출산 의식으로 태어난 아기 쵸쵸들이 처음에 보는 건 다른 쵸쵸들일 것이다. 그를 낳은 어미인 여자들은 이미 다른 쵸쵸들에게 잡아먹혔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새로 태어난 쵸쵸들은 제단 주변에 있는 다른 쵸쵸들을 보고 각인 현상이 일어나 그들을 따랐을 것이다.

아무래도 쵸쵸들은 그런 식으로 서로의 단결력을 키우고 전투를 할 수 있는 부대를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홉 마리의 쵸쵸들은 좀 특수한 경우로 태어났다.

이제 대규는 이 쵸쵸들을 부하로 둘 수 있게 됐다.

‘외계인을 부하로 두다니… 좀 찜찜하다. 아니지, 나는 딥원 부대도 부하로 두고 있잖아.’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녀석들은 내가 책임지고 갖고 다녀야겠군요. 이리로 들어와라.”

대규는 인피니투스를 열고 아홉 마리의 쵸쵸를 그 안에 잘 넣었다.

녀석들은 얌전히 가방 안에 들어갔다.

“그럼 나는 전투를 하러 돌아가겠습니다. 인간 여성들을 잘 보살펴 주시오. 부탁드립니다.”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고개 숙여 부탁한 뒤 인피니투스를 보관함에 넣고 다시 행성에 있는 자신의 병영으로 돌아갔다.

병영에 돌아온 대규는 다른 영웅들과 함께 전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대규는 이번 전투에서 절대로 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전투는 생각보다 심각한 전투였다. 아홉 명의 여자는 말한 대로 적진의 본거지에 갇혀 있다는 다른 죄 없는 인간들도 구해야 했다.

‘본거지엔 얼마나 많은 인간이 갇혀 있는 걸까?’

대규는 지영과 라이펑이 짜 놓은 팀별 대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결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꼭 이겨야 합니다.”

말을 마친 그는 플렉서블 보디 스킬을 써서 몸을 키우기 시작했다.

쑤우욱-

곧 대규의 몸이 거대해졌고, 영웅들은 아테나 부대의 영웅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무기들을 쾅쾅, 땅에 내리치며 함성을 질러 댔다.

와아아-

하지만 그들이 지르는 함성의 내용은 그때와 달랐다.

“대규 신의 승리의 영광을 위하여!”

“대규 신의 승리의 영광을 위하여!”

항상 아테나의 이름이 들어가 있던 저 대사에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 기분이 좀 오묘했다.

하지만 이제야 정말 한 부대를 꾸리고 있는 신이란 사실이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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