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0
230화. 부대 창설과 훈련 (6)
대규는 놀라서 헤파이스토스에게 물었다.
“대체 이 강철의 정체가 뭐길래 무기들이 이 정도로 강화되는 겁니까?”
그러자 헤파이스토스는 대답했다.
“이 강철의 구성 요소나 자세한 정체는 거인족들만이 알고 있네. 우린 엄청난 재료라는 것만 알고 있고. 자, 그럼 이제 하이라이트인 자네의 검을 볼 차례야.”
헤파이스토스가 검은 벨벳 천이 덮인 사슬검을 가리켰고, 대규는 벨벳 천을 들어 올렸다.
쏴아아-
은은한 황금빛이 사슬검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꼭 자신이 지닌 신의 육체처럼 말이다.
대규는 검의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다.
찌릿!
전기가 오른 것처럼 손이 강렬하게 따끔거렸다.
“으읏!”
그 순간 검의 손잡이가 손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대규의 오른손이 손잡이에 착 달라붙었다.
마치 검과 손이 혼연일체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전보다 검이 훨씬 더 가벼워진 것 같은데… 나만의 착각인가?’
대규는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사슬검을 바라보았다. 사슬 검날 역시 방패와 갑옷처럼 짙은 회색을 띠고 있었다.
곧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불카누스의 벼락검(초월자)]
[화염의 신 불카누스의 화염 벼락을 소환할 수 있는 사슬검. 귀아스페룸의 강화 효과로 칼날이 단단해져 공격력이 999 추가 상승했다. 검이 본래 품고 있던 악마의 화염과 귀아스페룸의 시너지 효과로 화염 마법 공격력 역시 999 추가 상승했다. 공격할 때마다 위협적인 화염 벼락이 허공에서 적을 내리친다.]
[화염의 신 불카누스의 가호가 항상 검에 서려 있어 검의 소유자를 보호한다. 화염 계열 마법이나 공격에 대해 100% 완벽한 방어력을 지니게 된다.]
방어 효과까지 갖게 됐다.
그야말로 궁극의 무기였다. 특히 화염 쪽에서는 최상의 무기였다.
대규는 신기하다는 듯 자신의 오른손 안에서 황금빛을 발하고 있는 불카누스의 사슬검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헤파이스토스가 이렇게 말했다.
“그 검날에서 발하는 황금빛이 바로 불카누스의 가호일세. 불카누스의 가호를 검 안에 내가 불어넣었지. 만족스러운가?”
“네! 만족스럽습니다!”
대규는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헤파이스토스는 아련하게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이걸로 두 번째 초월자 등급 무기를 무사히 완성시켰군. 화염 계열 초월자 무기라니. 만들면서도 흥미로웠어. 제우스 님의 벼락은 뇌염 계열 무기라서 그건 또 그거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대규는 헤파이스토스의 손을 바라보았다.
재미있게 만들었다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그의 손은 온갖 물집에 상처투성이였다.
‘저 상처들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를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단 건가? 역시 대장장이의 신답군.’
대규는 헤파이스토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헤파이스토스 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닐세. 이 무기로 자네가 티탄 신족들을 무찔러 준다면 나는 더할 나위가 없어. 참, 그리고 그 무기를 소중히 여겨 주게.”
“네?”
헤파이스토스는 사슬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일반적인 무기들은 분명 생명이 없는 사물이지만 초월자 등급, 특히 신의 가호가 들어간 무기들은 다르네. 그 무기들은 사물이지만 어느 정도 수준의 의식을 지니고 있지. 그래서 사용자와 공명으로 하기도 하네. 자네도 처음 칼자루를 쥐었을 때 느꼈을 걸세.”
대규는 자신의 손을 확 끌어당겼던 검의 손잡이를 기억하며 물었다.
“사용자와의 공명, 말입니까?”
“그래, 그 때문에 본격적으로 무기와 신이 호흡을 맞춰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호흡을 맞추면 맞출수록 초월자 등급 무기는 숨겨진 잠재력을 발휘할 걸세. 그 잠재력이 무엇인진 나도 잘 몰라. 자네가 찾아가야겠지.”
“그렇군요.”
“참, 부대원들은 무사히 잘 모았는가?”
“잘 모았습니다.”
그러자 헤파이스토스가 은근한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신들의 소식통에 의하면 부대원들 머릿수가 좀 많이 모자란 것 같던데?”
그게 다 소문이 났구나.
“…그렇습니다.”
대규가 대답하지 헤파이스토스는 별일 아니라는 듯 유쾌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자네는 분명 다 생각해 놓은 수가 있겠지. 나는 자네의 부대를 아주 기대하고 있어. 나뿐만 아니라 판테온의 다른 신들도 그렇게 기대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는 목소리를 낮춰 이렇게 덧붙였다.
“그리고 제우스 님이 자네를 아주 눈여겨보고 있는 것 같더군.”
“그게 정말입니까?”
대규가 놀라서 묻자 헤파이스토스가 끌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디오니소스와 결투를 붙게 만든 일만 봐도 그래. 신들끼리의 결투는 이곳 판테온에선 꽤 이례적인 일이거든. 게다가 아테나 역시 자네를 아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고 말이야. 내가 그녀에게 만들어 준 아이기스 방패를 자네에게 나눠 주다니, 그것참…….”
아테나와 아이기스 방패를 언급하는 그의 목소리엔 살짝 날이 서 있는 것 같았다.
확실히 아테나를 짝사랑하는 건가.
대규는 냉큼 이렇게 말했다.
“아테나 여신과 저는 아무런 사이도 아닙니다.”
“안 물어봤네. 그런데 왜 갑자기 그렇게 반응하지?”
“…….”
할 말이 없군.
대규가 당황해서 가만히 있자 그는 다시 목소리를 유쾌하게 바꾸며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무기와 장비는 잘 쓰도록 하게. 그럼 다음번에 판테온의 중앙 신전에서 신들끼리 다 모일 때 또 만나도록 하지.”
말을 마친 헤파이스토스는 다시 대장간의 작업대로 향했다. 그 작업대에서 또 새로운 장비나 무기를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았다.
‘지치지도 않나?’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눈빛은 별처럼 초롱초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어느새 그는 대규의 인기척도 못 알아듣는 초집중의 상태에 돌입해 버렸다.
대규는 그런 헤파이스토스를 내버려 두고 그의 작업장을 나섰다.
앞으로 최후의 결전까지 남은 기간은 두 달.
그동안 열심히 영웅들을 훈련시켜 자신의 부대를 판테온 최정예 부대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신들이 깜짝 놀랄 만한 부대를 선보이겠다!’
대규는 이렇게 다짐하며 현실로 돌아왔다.
현실로 돌아와 다음 날 영등포 사무실로 출근하니 준섭이 곧 들어왔다.
대규는 준섭에게 물었다.
“부사장님, 미국 시장에 대한 조사는 잘돼 가고 있나요?”
그러자 준섭이 자신감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그럭저럭 잘돼 가고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부사장님, 탕수육 치킨이 미국에서도 먹힐 만한 음식일까요?”
사실 대규는 미국 진출에 대해 기대감도 컸지만, 걱정도 컸다.
솔직히 아시아권에서야 탕수육 치킨 탕꼬는 나름 친숙한 음식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미국에서도 먹힐까?
미국에는 이미 국민적인 메뉴인 프라이드치킨이라는 닭튀김이 존재했다.
대규는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준섭에게 물었다.
“그런데 탕수육 치킨이란 메뉴가 미국인들에게 생소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준섭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미국에는 미국 본토식 중화요리라는 게 존재합니다. 심지어 미국식 중화요리는 인기가 엄청 많답니다. 그런데 그 요리 메뉴 중 탕수육과 아주 비슷한 오렌지 치킨(Orange chicken)이라는 메뉴가 있답니다.”
“오렌지 치킨이요?”
“네. 실제로 오렌지가 들어가는 건 아니고 달콤한 칠리소스에 탕수육 치킨을 버무린 음식이지요.”
“오,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그때 준섭이 얼굴에 환하게 미소를 띠며 이렇게 덧붙였다.
“게다가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답니다. 현재 미국의 유명한 미국식 중화요리 전문 프랜차이즈인 ‘드래곤 익스프레스(Dragon express)’의 오너와 연줄이 닿게 됐습니다.”
드래곤 익스프레스!
그 상호명을 들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우리나라엔 아직 들어오지 않은 미국의 프랜차이즈 중화요리 전문점이었지만 그 위상은 엄청난 곳이었다.
드래곤 익스프레스는 1980년대 세워진 미국의 중화요리 프랜차이즈 식당으로 미국식 중화요리를 미국에 처음으로 전파한 곳이기도 했다.
미국 현지에선 맥도날드나 KFC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
처음엔 한 쇼핑몰의 푸드 코트에서 시작했는데 빠른 시간 안에 연이어 사업에 성공하고 확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게다가 모든 메뉴를 주문하면 꼭 포춘 쿠키를 하나씩 서비스로 넣어 주는 거로 유명했다.
준섭은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이었다.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오너가 탕수육 치킨 탕꼬에 아주 흥미를 보였습니다. 심지어 탕꼬의 미국 상륙을 돕고 싶다고도 말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저의 회사 소개와 사장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깜짝 놀라더군요.”
“왜죠?”
“그 이유는 모르겠는데… 왠지 사장님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태도였습니다.”
“그래요?”
“네. 사장님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갑자기 그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보이며 탕꼬와 대규식품의 미국 진출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했습니다. 거의 맹세 수준이었습니다. 사장님은 대체 언제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오너와 친분을 쌓으신 겁니까?”
대규는 그 오너와 전혀 안면이 없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 걸까.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준섭에게 물었다.
“부사장님, 혹시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오너에 대한 정보가 있습니까?”
그러자 준섭이 들고 있는 태블릿 PC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 오너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는 페이지입니다. 아주 평범한 백인이죠. 이름도 평범합니다. 존이라고……. 하지만 푸드 코트 음식점을 국제적인 프랜차이즈로 만든 입지전적인 인물이지요.”
‘존이라고? 설마…….’
대규는 준섭이 내민 태블릿 PC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자신의 영웅 부대에서 훈련에 열심히 임했던 백인 남자 존의 얼굴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정장 차림에 짧은 머리를 단정하게 넘기고 있으니 판테온의 세계에 있을 때와 달리 CEO다운 풍채가 돋보였다.
“사장님은 대체 어떻게 이분과 만나신 겁니까? 정말 대단한 인맥이십니다.”
“아, 네.”
존이 드래곤 익스프레스의 오너였다니!
‘하긴, 괜히 푸드 코트 식당을 국제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게 아니겠지. 판테온에서 받은 보상들이 있었으니 그런 입지전적인 일이 가능했을 거다.’
대규는 준섭에게 태블릿 PC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이거 운이 좋군요. 미국 진출에 대한 자세한 얘기는 내가 존과 한번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준섭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사장님이 직접 그렇게 해주시면 정말 좋죠! 이거 탕꼬가 정말로 미국에 진출하게 됐군요.”
미국 진출이라.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긴, 신이 된 것과 내 부대를 꾸리고 훈련하는 것도 가끔 실감이 나지 않는데, 뭐…….’
대규는 오늘 밤 훈련을 하러 주둔지로 가서 존과 탕꼬의 미국 진출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결심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존과 미국 진출에 대한 사업 이야기를 나눠 탕꼬의 미국 진출 사업은 순조롭게 이뤄졌다.
그리고 오늘은 운명의 날이었다.
“무사히 돌아오길 빕니다. 나는 그대들이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대규가 말하자 40여 명의 영웅이 고개를 숙인 채 이렇게 말했다.
“응원 감사합니다, 대규 님. 꼭 판테온의 시련을 이겨내고 세미데우스가 돼서 돌아오겠습니다.”
대규는 40여 명의 영웅을 배웅했다.
영웅들이 포탈 속으로 사라졌고, 대규는 뒤를 돌아 주둔지에 남아 있는 나머지 280여명의 영웅을 바라보았다.
고오오-
그들의 몸에선 일제히 은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모두 세미데우스가 됐다는 증거였다.
이제 지금 포탈 속으로 사라진 40여 명이 판테온의 시련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다면 대규 부대의 모든 영웅은 다 세미데우스만으로 구성이 된다.
원랜 판테온의 시련을 거치면 망자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대규의 부대에선 단 한 명의 망자도 없이 성공적으로 세미데우스가 됐다.
판테온의 신들은 이것이 몹시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하며 대규와 대규의 부대에 주목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