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7
227화 부대 창설과 훈련 (3)
녀석들을 보자 곧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아기 바사탄(baby basatan)
보상: 바사탄의 모래주머니
특징: 4층의 외계인 보스 바사탄이 낳은 알들에서 부화된 아기들이다. 집게발로 상대를 물면 웬만해선 놔주지 않고 엄청난 악력을 지니고 있다. 입에선 독거품이 발사된다.
<아기 바사탄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아기 바사탄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아기 바사탄으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아기 바사탄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조무래기 몬스터라 그런지 치명적인 스킬이나 뭐 그런 건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집게발과 독거품은 유의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공략 영상을 보니 녀석들이 쏘아내는 독거품에 닿기만 해도 피부에 불그스름한 발진이 오르기 시작한다.
신의 육체를 지닌 대규가 그 정도니 아마 세미데우스나 인간 영웅들에겐 더욱더 치명적일 것이다.
‘그런데 저게 무슨 아기냐. 자동차만 한데…….’
일단 지금 대규는 갑옷이나 다른 방어구 장비는 없는 상태였다.
조심해서 녀석들을 처리해야 했다.
대규는 아기 바사탄을 딱 100마리만 죽여서 소환의 반지에 담아 가기로 했다. 녀석들을 해치우면 그 존재는 저절로 소환의 반지에 저장된다.
아기 바사탄들을 소환의 반지에 저장해가서 주둔지 밖 평원에 풀어 영웅들을 훈련시킬 예정이었다.
아무리 조무래기 몬스터라지만 아직 세미데우스가 아닌 영웅들에겐 그 조무래기들도 극악한 난이도의 몬스터처럼 느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정예 부대를 만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정예 부대라면 이런 조무래기 외계인들은 단번에 해치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샤샤샥!
아기 바사탄들은 게걸음을 하며 대규를 향해 빠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규는 녀석들을 단번에 죽이고 보스 몬스터 바사탄이 깨어나기 전에 주둔지로 도망갈 계획이었다.
‘그럼 비산의 결계를 써서 한꺼번에 대량으로 잡아야겠다.’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기 바사탄 떼들을 향해 크리티컬 소드를 머리 위로 올린 뒤 힘차게 비산의 결계를 외치려 할 때였다.
번쩍!
뭐야?
들고 있는 크리티컬 소드에서 눈부신 섬광이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검에서 뻗어 나온 섬광은 대규 주변에 있는 아기 바사탄들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갔다.
“키에에엑!”
섬광이 사그라지자 수십 마리의 아기 바사탄이 배를 벌렁 드러내고 누워 있었다.
몇십 마리가 한 번에 완전히 전멸한 것이다.
‘혹시 저 섬광이 크리티컬 적중 효과인가?’
그런 것 같았다. 첫 공격 크리티컬 적중 효과 덕분에 수십 마리의 아기 바사탄들은 정확히 약점을 공격당했고, 단번에 목숨이 끊어져 버렸다.
‘엄청난데.’
크리티컬 소드는 첫 공격에 한해서만 크리티컬을 터지게 해주는 무기였다. 다음번 공격에는 아마 이 섬광이 나오지 않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아기 바사탄들은 방금 전 대규의 공격으로 깜짝 놀랐는지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좀 전만큼 대규를 향해 맹렬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녀석들은 약간 겁에 질린 것 같기도 했다. 입가에선 부글부글 물거품이 끓어올랐다.
얼마 후 녀석들은 백사장을 집게발로 맹렬히 판 뒤 모래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파파팟!
백사장 안쪽으로 숨어들어 몸을 숨기면 무사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규에게 크아이가의 눈동자로부터 받은 투시 스킬이 있었다.
‘이런 데 써먹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마침 잘됐군.’
어느새 백사장은 조용해졌다. 녀석들이 완전히 몸을 숨겨 버린 것이다.
대규는 보유 스킬란의 마지막에 있는 투시 스킬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오른쪽 눈을 깜빡깜빡했다.
“오오!”
꼭 엑스레이를 보는 것처럼 흑백으로 백사장 안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기 바사탄들의 위치와 움직임마저도 다 투시돼서 보였다. 심지어 녀석들의 약점인 눈알 사이에 위치한 모래주머니마저도 생생하게 보였다.
대규는 숨어 있는 녀석들을 향해 차례차례 크리티컬 소드를 휘둘렀다.
첫 공격 때 봤던 섬광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격력이 상당했다.
칼날이 백사장의 모래를 갈랐다.
퍼서석!
칼날의 움직임에 따라 백사장의 모래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비명과 함께 곧 죽은 아기 바사탄의 시체가 모래 밖으로 드러났다.
투시 스킬로 보니 아기 바사탄들은 이제 열심히 대규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놓칠쏘냐.
대규는 쉬지 않고 모래 속에 있는 아기 바사탄들을 향해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퍼서석!
키에엑!
이제 녀석들은 바닷물 속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대규는 소환의 반지를 확인해 봤다. 짧은 시간 동안 그가 잡아들인 아기 바사탄의 개체 수는 총 98마리였다.
‘이제 2마리만 더 잡고 돌아가면 된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기 바사탄 두 마리를 향해 크리티컬 소드를 세차게 휘둘렀다.
칼날이 백사장의 모래를 가르는 순간이었다.
구우우우웅-!
뱃고동같이 커다란 중저음의 소리가 바닷물 안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잔잔했던 바닷물이 서서히 격류를 이루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보스 몬스터인 바사탄이 깨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지도창을 보니 바닷물 깊은 곳에서 거대한 붉은 점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젠장, 시간이 얼마 없다.’
갑옷이나 방어구가 없는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인 바사탄을 상대하면 시간이 지체될뿐더러 분명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저 보스 녀석은 최후의 결전 때나 만나게 되겠군.’
대규는 마지막으로 쓰러진 아기 바사탄 두 마리를 소환의 반지에 흡수한 뒤 급하게 카르케르를 벗어났다.
대규가 옵티뭄을 타고 주둔지 밖 평원으로 돌아오자 영웅들이 그를 깍듯하게 맞이했다.
지영과 라이펑은 영웅들을 잘 훈련시키고 있었다.
그런데 대규가 돌아오자 300여 명의 영웅 얼굴에 긴장한 빛이 감돌았다.
이제 정말로 대규가 말했던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될 때였기 때문이다.
대규는 영웅들 앞에 선 뒤 이렇게 말했다.
“우선 여러분은 10~15명 정도로 팀을 구성해 주십시오. 각 팀의 구성원은 다들 적정한 레벨로 구성되게 하세요. 그럼 팀별로 몬스터가 한 마리씩 배분될 것입니다. 그 몬스터를 쓰러뜨리면 됩니다.”
10~15명이 한 마리의 몬스터를 쓰러뜨리기만 하면 된다?
영웅들의 얼굴에 일순간 화색이 돌았다.
하지만 대규는 그들을 향해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고로 이 몬스터는 거인형 몬스터가 아니라 히폴리토스 전투에서 잠깐 봤던 외계인 몬스터입니다. 방심하면 위험하니까 절대 방심하지 마세요. 참고로 이 녀석들의 약점은 눈알 사이 모래주머니입니다. 그리고 녀석들이 내뿜는 독거품은 위력적이니 무조건 피해야 합니다.”
대규는 영웅들에게 아기 바사탄들의 약점과 공격 패턴을 미리 숙지하게 하였다.
이건 어디까지나 훈련이었고, 영웅 중엔 아직 인간인 자들도 있었다.
‘이들에게 이 정도는 알려 줘야 훈련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겠지.’
그리고 대규는 고개를 돌려 지영에게 말했다.
“지영 대장군님.”
대규는 더는 그녀를 지영 씨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자신 부대의 대장군이었다. 대장군이면 그에 맞는 예우를 해 줘야 한다.
한편 대장군의 칭호를 들은 지영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대규는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영웅에게 전쟁의 축복 스킬을 걸어 주세요. 외계인 몬스터를 상대하기엔 그들의 역량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영웅들의 얼굴은 더더욱 굳어졌다. 하지만 대규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강한 몬스터를 해치우면 해치울수록 빨리 성장합니다. 그건 여러분들도 잘 알고 있겠죠. 아마 아직도 인간 한계 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분들은 이번 훈련으로 빠르게 레벨 100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지영 대장군님, 스킬을 걸어 주세요.”
대규가 말을 마치자 지영은 두 팔을 들어 부대의 영웅들을 향해 전쟁의 축복을 걸기 시작했다.
그녀의 두 손바닥에서 무지갯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영웅들의 몸에 각각 흡수됐다.
“그럼 훈련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는 소환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곧 반지의 소환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소환의 반지에 저장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할 몬스터를 선택해 주십시오.]
[크투가 / 미마스 / 하스터 / 크아이가 / 철혈의 드래곤 / 아기 바사탄]
‘맞다. 나 철혈의 드래곤도 쓰러뜨렸었지.’
그 드래곤을 자신이 소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몸이 떨렸다.
‘상상만 해도 위력이 엄청날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은 소환할 필요가 없다.
대규는 아기 바사탄을 선택했다. 그러자 이런 메시지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현재 반지에 저장된 아기 바사탄의 개체수는 100마리로, 최대 100마리까지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할 개체수를 지정해 주십시오.]
지금 영웅들이 이루고 있는 팀은 총 25팀이었기에 대규는 25마리로 지정했다.
한 팀당 아기 바사탄 한 마리씩 할당할 계획이었으니까 말이다.
25마리를 선택하자마자 반지가 꿀렁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규 앞에 서 있던 영웅들은 눈앞에서 움직이는 소환의 반지를 두려운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곧 반지에선 아기 바사탄들이 하나하나 차례로 나오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람!”
“거대 게 괴물이야!”
하지만 아기 바사탄들은 이미 대규의 소환 반지에 갇힌 상태라 그런지 대규의 말을 아주 잘 들었으며 얌전한 상태였다.
대규는 아기 바사탄 25마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각 팀에 한 마리씩 가서 훈련을 도와라.”
그 말을 듣자 아기 바사탄들은 신속한 게걸음 질로 각 팀을 향해 달려갔다.
대규는 신의 목소리를 사용해 외쳤다.
“훈련 시작입니다!”
영웅들은 아직도 어리바리하며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었다. 그때 아기 바사탄들이 각 팀을 맹렬하게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영웅들도 상황 파악을 하고는 일제히 아기 바사탄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영웅들이 지영의 버프 스킬을 받아 스탯이나 공격력이 늘었다고 하지만, 아기 바사탄들은 이래 봬도 카르케르에 갇힌 외계인 몬스터였다.
녀석들은 집게발로 맹렬히 영웅들을 공격해 댔다.
“끄아악!”
“으아악!”
여기저기서 영웅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을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대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복 스킬 시나티오를 빠르게 부상당한 인간 영웅들에게 걸어 줬다.
시나티오는 전에 외계인 몬스터와 미마스를 해치우고 제우스에게 받은 스킬이었다.
자신의 상처뿐만 아니라 다른 상대방의 상처와 생명력도 치유해 주는 스킬이었다.
상처를 입은 영웅들은 바로 대규의 스킬 덕분에 회복됐다. 즉,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눈앞의 저 외계인 게 괴물들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훈련을 마치고 싶다면 괴물들을 쓰러뜨리세요! 괴물들은 그대들이 쓰러뜨리기 전까지 계속해서 달려들 겁니다.”
대규는 신의 목소리를 써서 영웅들에게 말했다.
영웅들의 모습은 꽤 괴로워 보였지만, 대규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은 괴로워도 분명 훈련이 끝나면 엄청나게 성장할 것이다.’
지영과 라이펑 역시 대규 옆에 서서 영웅들의 훈련을 바라보고 있었다.
라이펑은 아기 바사탄들에게 공격받는 영웅들을 보며 생각했다.
‘저 훈련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군.’
상처가 무한히 회복된다고 해도 계속해서 저 무시무시한 외계인과 전투를 벌인다는 건 그야말로 끔찍한 일이었다.
그때 대규가 지영과 라이펑을 향해 물었다.
“어떻습니까?”
그러자 라이펑이 대규에게 대답했다.
“엄청난 훈련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저 훈련을 받으면 영웅들은 빠르게 성장할 것 같습니다.”
그러자 대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죠. 빠른 성장이 이 훈련의 목표이자 우리 부대의 최종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 훈련은…….”
대규는 그 둘을 바라보며 입가에 씩 미소를 띤 뒤 말을 이었다.
“…두 분도 예외는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