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6
226화 부대 창설과 훈련 (2)
대규의 말을 들은 영웅들은 놀라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라구?”
“전원을 세미데우스로?”
하지만 대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우리 중에서 10%는 세미데우스 레벨 40을 넘기게 만들 겁니다.”
그 말에 영웅들은 좀 전보다 더욱 술렁이기 시작했다.
심지어 영웅들의 맨 앞에 서 있는 지영과 라이펑의 얼굴에도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세미데우스는 인간 때와 달리 레벨을 올리기가 정말 힘들었다. 대규 역시 그 레벨을 올리기 힘들어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신체 강화 수술까지 받지 않았던가.
게다가 모든 영웅이 세미데우스가 되려면 좋건, 싫건 세미데우스의 육체를 얻기 위한 판테온의 시련을 겪어야 했다.
영웅들의 표정은 이제 당황을 넘어서서 서서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모두 세미데우스가 되기 위한 판테온의 시련에 대해선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 시련의 성공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대부분 영웅은 시련에 들었다가 돌아오지 못하고 망자가 된 자들에 대해서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곳에 모인 영웅 중 몇몇은 인간 한계 레벨인 100을 달성했지만, 일부러 시련에 도전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대규는 그런 자들을 콕 집어서 이렇게 말했다.
“보아하니 인간 한계 레벨에 도달하신 분들이 꽤 있는 것 같군요. 그분들은 조만간 판테온의 시련을 치러야 할 겁니다.”
그러자 레벨 100인 인간 영웅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하, 하지만…….”
“우린 이럴 줄 알고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우리는 단지…….”
그들은 자신들 앞에 서 있는 라이펑을 향해 필사적으로 눈짓했다.
보아하니 라이펑과 같은 아폴론 부대에 있던 영웅들인 것 같았다.
대규는 그들을 향해 눈빛을 반짝이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은 애초에 이곳 판테온의 세계에 더욱 강해지고 싶어서 온 게 아닙니까? 그리고 나는 라이펑 씨에게 다 들었습니다. 당신들이 있던 아폴론 부대에선 인간 출신 영웅들이 출신이 좋지 않다고 차별당했다는 것도 말입니다. 당신들은 더 이상 그런 차별이 싫어서 제 부대에 온 것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만…….”
우물쭈물하는 영웅들에게 대규는 말을 이었다.
“나는 아폴론 같은 출신 성분 차별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레스처럼 강자만 무턱대고 좋아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강해질 수 있는데 게으름을 피우고 중도에 포기하는 사람은 차별하겠습니다. 아니, 솔직히 말하죠. 나는 그런 사람은 싫어합니다.”
그 말에 영웅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대규는 그들에게 틈을 주지 않고 연이어 쏘아붙였다.
“만약 제 방침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포기하고 돌아가십시오. 대신 자신의 부대를 버리고 다른 부대로 갔다가 돌아온 영웅, 그것도 인간 영웅을 아폴론이 환대해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이제 라이펑에게 눈짓을 하던 영웅들은 푹 고개를 숙였다.
‘좀 잠잠해졌군. 그럼 이제 훈련을 시작해야겠지.’
대규는 라이펑과 지영에게 말했다.
“일단 이 주둔지 안에선 훈련할 수 없으니 주둔지 밖 평원으로 나갑시다. 영웅들을 이끌고 그곳으로 먼저 가 주십시오.”
“그럼 대규 님은?”
“저는 잠깐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영웅들을 훈련할 수 있을 만한 몬스터들을 데려올 겁니다.”
그러자 지영이 물었다.
“얼마나 걸리십니까?”
“잠깐이면 됩니다. 한 시간을 넘지 않을 겁니다. 그동안 지영 씨는 라이펑 씨와 함께 영웅들을 잘 지휘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일단 옵티뭄을 타고 판테온의 광장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상업 지구에 있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곳엔 수석 대장장이 파베르가 열심히 망치질하고 있었다. 오늘도 여전히 여자 정령들은 그런 파베르를 보며 꺅꺅대며 소리를 질러댔다.
대규는 옵티뭄에서 내려 파베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파베르.”
“대규 님 아니십니까? 여긴 어쩐 일로…….”
“부탁이 있어서 왔습니다. 무기 한 자루가 필요해서요.”
“무기요? 하지만 대규 님은 제가 만들어 준 사슬검이 있지 않으십니까?”
“예. 그런데 제가 지금 무기와 장비들을 다 맡겨 놓은 상태라… 전설 등급 무기여도 괜찮으니 하나 부탁합니다.”
그러자 파베르가 난처한 얼굴로 말했다.
“신께서야 전설 등급 무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이곳 판테온에서도 전설 등급 무기는 나름 희귀한 무기랍니다.”
“그렇군요. 미안합니다.”
파베르는 대규가 사과를 하자 당황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아, 아닙니다. 감히 신께 사과를 받기 위해 그런 건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는 대규를 오픈 대장간 한편으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무기들 몇 개가 쌓여 있었다.
“이 무기들은 뭐죠?”
대규가 묻자 그가 대답했다.
“판테온의 영웅들이 제작 의뢰를 맡겼던 무기들입니다. 하지만 제작에 실패했거나 의뢰인의 의뢰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거절당한 무기들이지요. 여기서 쓸 만한 걸 골라 가시면 될 듯합니다.”
대규는 무기들을 탐탁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것들은 실패작 아닙니까?”
“실패작이라 하더라도 꽤 쓸 만한 것들입니다.”
“그럼 대신 공짜로 주십시오.”
그러자 파베르는 다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끄응… 그래도 이것들은 최소 전설 등급 무기입니다. 저희도 먹고는 살아야…….”
“어차피 의뢰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아 방치, 혹은 폐기 처분된 무기들 아닙니까?”
“…알겠습니다.”
파베르는 결국 수긍했고 대규는 그곳에 쌓여 있는 무기들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파베르의 말대로 전설 등급 무기들이긴 했지만, 꽤 쓸 만한 것이 많았다.
대규는 그중에서도 유난히 날이 날카롭게 갈린 칼을 바라보았다.
곧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크리티컬 소드(전설)]
[첫 공격은 무조건 100% 크리티컬이 들어가게 해 주는 신묘한 검. 첫 공격에 한해서 공격력이 +100 증가하고 평상시엔 공격력이 +30 추가 상승된다.]
나쁘지 않은 물건이었다.
‘물론 내 사슬검에 비해선 한참 딸리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대규가 하려는 일에는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검은 훈련을 가장 잘 마친 영웅에게 보상으로 줘도 괜찮겠어.’
신인 대규한테야 전설 등급 무기는 별 메리트가 없는 아이템이지만 인간, 혹은 세미데우스인 영웅들에게 이 무기는 꽤나 귀한 아이템이 될 것이다.
대규는 크리티컬 소드를 든 뒤 파베르에게 말했다.
“이걸로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대규는 허리춤에 검을 꽂아 넣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참, 파베르, 저번에 사슬검날 갈아 준 거 고마워요. 헤파이스토스 님이 검날을 보고 파베르가 많이 컸다면서 좋아하시더라구요.”
파베르는 헤파이스토스가 자신을 칭찬했단 말을 듣고 기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흐음! 그게 정말입니까? 하하, 헤파이스토스 님이 그런 말을 하시다니… 원랜 칭찬에 인색하신 분인데, 정말 영광이로군요.”
말하는 대사는 겸손했지만, 그의 어깨는 이미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중이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대규는 대장간 앞에 세워 둔 옵티뭄의 등 위에 올라탔다.
“옵티뭄, 가자!”
“히이잉!”
옵티뭄을 타고 판테온의 상업 지구를 빠져나가며 대규는 공략집을 발동시켰다.
다시 거인들의 감옥 카르케르에 가야 했다.
하지만 저번에 철혈의 드래곤과 전투를 벌였던 심연부가 아닌 그냥 지하 감옥에 가려고 했다.
그곳에서 강력한 외계인 보스 몬스터가 아닌 조무래기 몬스터들을 소환의 반지에 잔뜩 담아와 영웅들이 있는 평원에 풀어놔 영웅들을 훈련할 계획이었다.
‘아무리 힘든 훈련을 시킨다 해도 영웅들 300명이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리는 건 오버야.’
훈련을 시키려다가 기껏 모은 부대를 전멸시킬지도 모른다.
대규가 카르케르의 외계인들을 훈련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또 있었다.
앞으로 남은 최후의 결전에선 온갖 외계인 몬스터들이 다 난무하게 될 것이다.
제우스의 말대로 크로노스와 티탄 신족들이 적군의 배후에 있다면 그들은 최후의 결전에서 남아 있는 외계인들을 있는 대로 동원할 것이다.
기간테스들은 이미 대규와 신들이 다 해치웠으니 말이다.
게다가 신인 대규는 외계인 몬스터를 많이 봐 와서 익숙했지만, 인간 영웅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고작 히폴리토스 전투에서 크툴루 외계인과 합체한 히폴리토스만 봐 왔지, 다른 외계인들은 본 적도 없다.
심지어 대장군인 지영도 외계인 몬스터와 직접 전투를 한 적은 많지 않았다.
‘조무래기 몬스터라도 외계인들은 인간 영웅들이 상대하긴 힘들 것이다. 그만큼 레벨도 많이 올려 주겠지. 딱 100마리만 죽여서 반지에 담아가자.’
대규는 모든 생각을 마친 뒤 공략집의 수련 장소 중 카르케르를 선택해 이동했다.
곧 카르케르에 도착했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젠장! 그전엔 사슬검의 화염으로 이곳을 밝혔는데, 지금은 사슬검이 없으니 참으로 불편하구나.’
‘소환의 반지에서 불길로 이루어진 외계인 크투가라도 불러내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대규의 오른쪽 눈동자가 반짝였다.
[크아이가의 눈동자가 발동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창이 뜨자마자 그의 오른쪽 눈에서 플래시 같이 밝은 빛이 일직선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은 지하 감옥의 캄캄한 내부를 밝히기 시작했다.
‘별 기능이 다 있군.’
그것보다 랜덤하게 주어진다는 외계 능력은 언제 얻게 되는 걸까? 분명 파괴신을 한 번 이상 불러서 적을 쓰러뜨리면 얻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보유 스킬란을 확인하시면 크아이가의 눈동자가 부여한 외계 능력이 들어와 있습니다. 확인해 보십시오.]
그 메시지창을 읽자마자 대규는 보유 스킬란을 확인해 봤다.
그곳엔 새로운 스킬이 들어와 있었다.
[투시-크아이가의 눈을 사용해 상대방의 내부를 꿰뚫어 볼 수 있다. 상대방뿐만 아니라 사물 내부도 꿰뚫어 볼 수 있으며, 가려진 사물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마나 소모 50.]
모든 걸 투시해서 볼 수 있는 기술이었다.
‘그런데 이 기술이 유용하게 쓰일까? 뭐, 지금 당장은 알 수 없지.’
어쨌든 빨리 감옥 내부로 향하기로 했다.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고 빨리 평원으로 돌아가 영웅들을 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감옥에는 티탄 신족들이 고대 적에 가둬 놓은 외계인 몬스터들이 층층이 존재한다.
대규는 한 층을 선택해 그곳의 보스 몬스터는 놔두고 조무래기 몬스터들을 해치워 소환의 반지에 담아 갈 예정이었다.
‘게다가 난 지금 사슬검과 방패, 갑옷도 없다. 이 상태에서 외계인 보스를 상대했다간 자칫 위험해질지도 몰라.’
그전에 대규는 소환의 반지를 준 이호트가 있는 3층까지 내려갔었다.
이번엔 4층에 가 보기로 했다.
4층에 진입하기 전 공략집으로 지도창을 확인했다.
보스 몬스터를 나타내는 거대한 점은 보이지 않았고, 작은 붉은 점들만이 산재해 있을 뿐이었다.
공략집의 정보에 따르면, 4층에 있는 외계인 보스 몬스터의 이름은 바사탄(Basatan)이었다.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이었고, 대체 어떤 형태의 외계인일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대규는 4층 안으로 진입했다.
쏴아아-!
‘이곳은!’
4층은 딥원들과 그들의 보스 다곤이 있던 바닷가와 비슷하게 생긴 공간이었다.
백사장에 검은 파도가 쉴 새 없이 출렁였다.
자신과 옵티뭄은 백사장 위에 서 있었다.
그때 백사장의 모래가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스슥-
이번에는 다른 곳의 백사장 모래가 대규를 향해 움직였다. 모래 안쪽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파팟!
백사장의 모래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빠르게 튀어 올랐다.
백사장을 뚫고 나온 건 집게가 달린 꽃게들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꽃게보단 몸집이 훨씬 컸다. 녀석들의 크기는 마리당 승용차 한 대 크기만 했고, 집게발은 훨씬 무시무시했으며, 검붉은색이었다.
꽃게들은 이제 백사장 안에서 각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파파팟!
수백 마리의 꽃게가 백사장 위로 튀어 올라 대규를 향해 빠르게 게걸음질 쳐 다가오기 시작했다.
대규는 공략집을 보기 위해 녀석들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