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5
225화 부대 창설과 훈련 (1)
대규는 영등포 본사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일단 탕꼬와 레스토랑 관련 사업 진행은 준섭에게 대부분 맡겼다. 자신은 곧 다가올 최후의 결전 준비와 부대를 꾸리는 것만으로도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라이펑과 연락은 틈틈이 해왔다. 하지만 전화만으론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고 맨날 틈날 때마다 중국을 가는 것도 무리였다.
그래서 둘은 화상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사무실 벽에 모니터를 띄우자 그곳에 라이펑의 얼굴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대규 님?”
모니터 속 라이펑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라이펑 씨? 당신과 당신 부대의 영웅들은 이제 완전히 우리 부대원이 됐습니다. 내가 아폴론 신에게 잘 말했습니다.”
그러자 라이펑이 이렇게 물었다.
“아폴론 신께서 허락하셨습니까?”
“네, 허락했습니다.”
대규의 대답을 들은 라이펑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마도 아폴론 님은 우리가 다른 부대로 가는 걸 별로 신경 쓰지 않으셨겠죠?”
대규는 라이펑의 표정을 보며 아폴론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인간 출신 영웅들 말인가? 고작 100명 정도일 텐데. 하하, 마음껏 데려가게! 내 부대에는 인간 영웅들 말고 다른 뛰어난 정령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다시 떠올려 봐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말이었다.
대규는 라이펑에게 웃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상심하지 마세요. 최후의 결전 때면 그가 땅을 치고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습니다. 참, 부대원 모집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러자 라이펑은 상심한 표정에서 평소의 빈틈없는 표정을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일단 판테온에 있는 인간 영웅들에게 다 소식을 전했습니다. 영웅들도 대규 님이 부대원을 모은다는 소식을 다 알게 됐습니다.”
“그렇군요.”
“기존에 속해 있던 부대에 불만이 있는 자들 위주로 모아 봤습니다. 새로 모은 영웅들은 대략 200명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200명 정도라면 총 부대원의 머릿수는 라이펑과 다른 아폴론 부대 영웅까지 합쳐도 고작 300명 남짓이었다.
그 정도 병력이면 아직도 판테온의 다른 신들 부대에 비해 턱없이 모자랐다.
신들은 최소 10,000명 이상의 병력을 지닌 것이 기본이었다.
“그게 전부입니까?”
대규가 묻자 라이펑은 난처한 기색을 표하며 대답했다.
“예. 사실 그 외의 영웅들은 너무 수준 미달이어서요. 이제 막 판테온으로 들어온, 갓 후보생 티를 벗은 영웅들은 사실상 최후의 결전 병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데려오지 않았습니다. 실력이 어느 정도 있는 인간 영웅들을 모으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더군요……”
아무래도 인간 영웅은 다른 종족 영웅들보다 확실히 신체적 능력이 덜 뛰어나긴 했다.
‘정말 이것이 아폴론이 그토록 무시하는 출생의 한계란 건가?’
대규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 그래도 300명이면 너무 적은 것 같았다.
그때 라이펑이 이렇게 말했다.
“대규 님, 차리리 우리 부대는 아예 정예로 만드는 게 어떻겠습니까?”
“정예요?”
“예. 간단히 말하자면 양보자 질로 승부 보자는 겁니다. 300명이라지만 그들의 능력을 각각 확 끌어 올려 개개인을 거의 장군급 영웅으로 만들어 보자는 거지요.”
그 말을 들은 대규의 눈빛이 반짝였다.
사실 한 신이 관할하는 부대에는 다양한 실력의 영웅들이 존재한다.
아테나의 부대 경우도 그랬다. 그리고 같은 정령 종족 영웅이라도 그 실력이 매우 다양했다.
예를 들어서 아테네 부대 병사 중 많은 머릿수를 구성하고 있는 산양 정령 카페르 족의 경우 일반 보병 수준 병사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종종 장군급 영웅들도 있었다.
괜히 보병, 부대장, 장군, 대장군 등으로 등급과 지위가 나뉘는 게 아니었다.
라이펑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저는 보병이나 부대장급 영웅들 말고 적어도 우리 부대에는 장군급 이상의 영웅들만 있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라이펑 역시 아폴론 부대에서 장군급 수준의 영웅이었다.
“대규 님, 그 정도 실력이라면 300명이라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 말엔 대규도 동의했다.
300명의 부대원이 다들 장군, 대장군급 영웅이라니, 생각만 해도 최강이다.
“하지만 모은 300명의 영웅이 다 그 정도의 실력자들인가요?”
“물론 대장군 급 영웅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50% 정도는 장군급 영웅들입니다. 일부러 실력이 뛰어난 자들로만 모았습니다. 실력은 각양각색이지만 열심히 훈련한다면 우리가 목표로 한 수준엔 다다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대규 님…….”
“왜 그러시죠?”
“혹시 최후의 결전이 언제쯤인지 알고 계십니까?”
그 말에 대규는 헤파이스토스에게 들은 말을 라이펑에게 그대로 해줬다.
“제우스 님의 말로는 약 3개월 뒤쯤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그동안 부대원들을 훈련해야 합니다.”
“맞습니다. 3개월이면 그리 여유로운 건 아니니까요.”
그러자 라이펑이 이렇게 말했다.
“당장 오늘 밤부터 판테온의 주둔지로 모두 모아 훈련을 시작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그거 좋지요.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네. 그럼 이따가 주둔지에서 뵙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대규와 라이펑은 화상 전화를 끊었다.
대규는 사무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이제 정말로 한 부대를 호령하는 신이 됐다.
그 300명들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 올려 최후의 결전에서 공을 세우고 싶었다.
‘게다가 지영 씨는 아군 버프 스킬인 전쟁의 축복도 있어. 그 능력을 이용하면 최정예 부대를 만드는 게 꿈은 아닐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잘난 아폴론의 콧대를 꺾어 주고 싶었다.
인간 출신들의 저력을 똑똑히 보여 주고 싶었다.
그 순간 사무실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준섭이 들어왔다.
대규는 사무실로 들어온 준섭을 맞이하며 물었다.
“부사장님, 웬일이십니까? 아직 퇴근 안 하셨습니까?”
“예. 살펴볼 것도 있고, 사장님께 드릴 말씀도 있어서 말입니다.”
“뭡니까?”
대규가 묻자 준섭이 말했다.
“우선 일본 쪽의 사업 현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업은 아주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쪽에서도 탕꼬는 꽤 인기가 많습니다. 닭튀김 요리는 나름 일본에서도 친숙한 요리니까요.”
“다행이군요.”
“그래서 이젠 본격적으로 대규식품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뻗어 나가도 될 때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자본도 모였구요.”
그 말을 들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잠깐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뻗어 나간대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러자 준섭은 대규를 똑바로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장님, 이제 미국에 진출하실 때입니다.”
“미국이요?”
“네. 아시아 지역에서 이 정도 인지도를 얻었으니 이제 서양 쪽도 공략할 차례입니다. 미국 쪽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지인과 연락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니.
대규는 할 말을 잃었다. 정말 탕꼬와 대규식품이 맥도날드나 버거킹처럼 세계를 향해 뻗어 나갈 수 있단 말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대규를 보고 준섭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급하게 생각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 건은 천천히 진행하려고 합니다. 규모도 규모인지라 과하게 욕심을 부려 급하게 진행했다가 실패를 하면 큰일이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부사장님. 생각해 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그러자 준섭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대규에게 한 서류 파일을 내밀었다.
“이건 제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향후 가능성과 사업 성공 여부를 분석해 놓은 보고서입니다. 우선 한번 읽어 보시고 검토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준섭은 꾸벅 인사를 한 뒤 사무실을 나갔다.
대규는 준섭이 건넨 서류를 훑어보며 생각했다.
미국 진출이라니.
어안이 벙벙했다. 자신은 아는 미국인도 없었다.
‘잠깐, 혹시 라이펑이 모아 온 300명의 영웅 중 미국인이 있지 않을까?’
분명 있을 것이다.
미국인의 인구는 3억 2,000만 명으로 세계 4위를 할 만큼 사람이 많다.
그렇게 인구가 많다면 분명 영웅 중에서도 미국인들이 꽤 있을 터였다.
그리고 영웅들은 판테온의 세계에서 받은 보상을 현실에서도 써먹기 때문에 분명 미국에서도 꽤 자리를 잡고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 부대에 온 미국인 영웅들에게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느덧 밤이 됐고, 대규는 자신의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이제 주둔지로 들어가 라이펑이 모아 온 300명의 영웅, 즉 자신의 부대원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왠지 떨리는군.’
대규는 떨리는 가슴을 안고 판테온의 세계로 들어가는 포탈을 열었다.
포탈을 건너오자 어느덧 자신의 주둔지에 도착해 있었다.
맨 처음 주둔지에 왔을 때와 달리 그곳은 이제 영웅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전엔 황량하고 그랬는데 이제야 좀 부대 느낌이 나는군.’
대규가 나타나자 300명이 넘는 영웅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앞에는 지영과 라이펑이 서 있었다. 그들 역시 대규가 나타나자 마지막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영은 현실에서 봤던 것과 달리 갑옷과 장비들을 온몸에 걸치고 있었다.
‘확실히 원피스보단 저런 장비를 걸치고 있는 게 더 익숙하다.’
그녀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와 닮았단 말이 어울릴 만큼 갑옷과 장비를 걸치고 있는 모습이 잘 어울렸다. 오히려 그편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라이펑과 지영은 갑옷, 무기, 장비를 전혀 걸치지 않은 대규를 보고 놀라서 이렇게 물었다.
“대규 님, 장비와 무기들은 다 어디에 있으십니까?”
대규는 그들에게 대답했다.
“수리를 맡길 게 있어서 좀 맡긴 상태입니다. 그보다 이들이 우리 부대원의 전부입니까?”
대규는 자신 앞에 서 있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라이펑에게 물었다. 그러자 라이펑이 그렇다고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규는 300명의 영웅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다른 신들의 부대에 비해 작은 규모였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론 더 적은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부대에는 인간보다 커다란 몸집을 지닌 정령 영웅들이 많았다. 오크만 해도 인간 몸집의 세 배 정도였고, 켄타로우스 역시 거대했다.
인간 영웅들은 그런 정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한 몸집을 지녀서 병사의 규모는 더더욱 적어 보였다.
다행히 300명 중 대부분의 얼굴은 낯이 익었다. 헤르메스와 함께했던 필멸자 히폴리토스 전투 때 함께했던 영웅들이었다.
대규는 영웅들 앞에 선 뒤 신의 목소리를 이용해 그들에게 말했다.
“제 부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커다란 목청이 주둔지 전체를 쩌렁쩌렁 울렸고, 대규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부대원이 적어서 놀라셨을 겁니다. 일단 저는 이 부대를 오로지 인간 출신 영웅들로만 구성하고 싶었습니다.”
대규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릿수가 적은 만큼 최후의 결전 전까지는 강도 높은 훈련을 매일같이 할 예정입니다. 그동안 성실히 훈련에 임해 주길 바랍니다. 물론 열심히 임하는 영웅에겐 제가 신의 권한으로 보상을 내릴 겁니다.”
강도 높은 훈련이란 말에 영웅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눈짓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질문 있으십니까?”
대규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사실 영웅들은 이런 대규의 태도에 놀라서 당황하고 있었다.
보통 그들의 상관이었던 신들은 대규처럼 그들에게 존댓말을 쓰지 않았다. 항상 아랫사람을 대하듯 하대했다.
그런데 자신들에게도 존댓말을 쓰는 신이라니,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중 한 영웅이 쭈뼛거리면서 고개를 들고 이렇게 물었다.
“지, 질문이 있습니다, 대규 님. 외람되지만…….”
“괜찮습니다, 말하십시오.”
“강도가 높은 훈련이란 건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훈련을 말하는 것입니까?”
그 말에 대규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여러분 대부분은 히폴리토스 전투를 겪으신 분들이지요?”
그러자 영웅들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러분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우리 부대 영웅 수는 정확히 324명이군요. 그중 세미데우스가 31명. 약 10%를 차지하고 있군요. 그렇죠?”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대규는 비장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324명 전원을 세미데우스로 만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