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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24화 (224/294)

# 224

224화 귀아스페룸 (5)

새로운 무기를 얻어 기존의 무기를 처리해야 할 때가 되면 항상 기분이 이상해졌다.

차원의 틈 시절 맨 처음 얻었던 바람의 숏소드도 그랬고 보레아스의 검도 그랬다.

검은 분명 사물이고 아이템이었지만 처리할 때면 마치 오랫동안 알고 있던 친구와 이별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이 사슬검은 훨씬 더했다.

제2 타르타로스에서 헤파이스토스의 모루를 얻은 뒤 처음으로 모루를 사용해 자신이 직접 제작했던 무기였다.

그 이후에도 새로운 무기를 얻기보단 이 사슬검에 불카누스의 입김, 악마의 화염 등을 장착해서 지금 이 정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왔다.

그렇지만 이젠 귀아스페룸으로 완전히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야 할 때가 온 걸까?

‘기분이 좀 착잡하군.’

일단은 헤파이스토스에게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헤파이스토스는 대장장이의 신이니 귀아스페룸으로 새로운 초월자 등급의 무기를 만드는 게 좋을지, 현재 사슬검을 업그레이드하는 게 좋을지 그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대규는 헤르메스의 장화를 이용해 그의 작업장으로 순간 이동을 했다.

전에 한번 가 봤던 곳이라 장화는 그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은 전에 봤을 때처럼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았다. 오히려 꼬질꼬질한 움막이었다.

‘저곳이 신의 작업장이라니. 정말 다시 봐도 믿을 수 없군.’

대규는 움막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후끈거리는 대장간의 열기와 망치질하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깡! 깡! 깡!

헤파이스토스는 작업대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는 대규가 작업장으로 들어온 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망치질을 열심히 해 대는 그의 손과 망치에는 미세하게 푸른빛이 감돌고 있었다.

‘플로우 상태!’

헤파이스토스는 자신이 지닌 플로우 상태를 무기 제작에 활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신들마다 특화된 분야가 다르니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플로우 상태를 접목하는 게 대세인 것 같았다.

‘그런데 뭘 만들고 있는 거지? 다른 신의 의뢰를 받아서 새로운 무기라도 만들고 있는 걸까?’

대규는 망치질을 하는 헤파이스토스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가 만들고 있는 건 검도 아니고 방패도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고 갑옷도 아니었다.

그것은 난생처음 보는 모양새의 금속이었다.

‘대체 뭐지?’

그는 그 이상한 모양새의 금속을 한참 동안 망치로 두들긴 뒤 그것을 커다란 집게로 집어 들고는 차가운 액체가 든 항아리 안에 넣었다.

치이익-

항아리로부터 김이 한숨 빠져나왔고, 헤파이스토스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그제야 그는 대규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이렇게 말했다.

“오오, 자네였는가? 왔는지 몰랐네. 그런데 이곳엔 왜? 설마 벌써 무기의 재료를 구해 온 건가?”

“그렇습니다.”

대규의 대답을 들은 헤파이스토스는 깜짝 놀란 뒤 말했다.

“그렇군. 잠깐만 기다려 주게. 이 작업만 마저 하고 자네의 무기를 만들어 주겠네.”

“알겠습니다.”

헤파이스토스의 오른손과 그가 들고 있는 망치가 다시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 항아리에 담가 놓았던 금속을 꺼내 다시 두들기기 시작했다.

망치질에 초집중하고 있는 그는 이제 무슨 말을 해도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

대규는 그를 기다리는 동안 그의 작업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작업장의 내부는 그전에 왔을 때와 비슷했다. 특히나 눈길을 끄는 것은 선반 곳곳에 놓인, 판테온의 신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피규어들이었다.

특히 아테나 여신의 피규어들이 다른 신들의 피규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저번보다 더욱 늘어난 것 같은데…….’

확실히 헤파이스토스는 아테나에게 사심을 품고 있는 것 같았다.

대규는 망치질을 열심히 하는 헤파이스토스를 바라봤다.

곱사등이에 절름발이 대장장이 신.

외모로만 놓고 보자면 그는 아테나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아테나의 마음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아테나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말든 상관 하지 않고 열심히 이곳에 틀어박혀 피규어를 만드는 걸 보면 말이다.

‘짝사랑 전문가인가?’

대규는 헤파이스토스를 바라보다가 그가 망치질하는 금속으로 눈길을 돌렸다.

좀 전까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는데, 이젠 그 형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저건!’

새로운 피규어였다.

그리고 그 피규어는 몹시 익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바로 대규 자신의 모습이었다!

정확히는 자신과 디오니소스가 판테온의 숲에서 싸우던 모습을 본떠 만든 피규어였다.

디오니소스가 바닥에 쓰러져 있고, 그의 몸 위엔 심연의 결계에서 나온 붉은 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대규는 그런 디오니소스를 향해 사슬검을 겨눈 채였다.

헤파이스토스는 결국 그 피규어를 완성했다.

그리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이렇게 말했다.

“휴… 다 됐군. 엇, 자네, 언제부터 거기 있었나?”

아까부터 있었는데.

아무래도 플로우 상태에 들어가서 다시 한 번 대규의 존재를 새카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완성한 피규어를 대규에게 보여 주며 말을 이었다.

“이거 훌륭하지 않은가? 자네와 디오니소스의 결투를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거라네. 특히 그 심연의 결계에서 나온 붉은 손들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아주 공을 들였지.”

그는 자신이 만든 피규어를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몇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역작이야. 흐흐…….”

헤파이스토스는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 피규어를 선반의 한구석에 올려놓았다.

대규는 그에게 물었다.

“왜 저의 모습으로 피규어를 만든 겁니까?”

“신들끼리의 결투는 쉽게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지. 그리고 자네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줬어. 이제 자네의 모습을 본뜬 피규어를 시리즈별로 제작해 볼까 생각 중이야. 마음에 들면 선물로 하나 주겠네.”

“…괜찮습니다.”

정중하게 거절했다. 자신의 모습을 한 피규어를 가져서 뭘 하겠는가?

헤파이스토스는 대규에게 물었다.

“그런데 무기 재료는 구해 왔는가?”

대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뒤 보관함에서 거인들의 강철 귀아스페룸을 꺼냈다.

헤파이스토스는 귀아스페룸이 촘촘히 박혀 있는 드래곤 비늘을 보며 탄성을 질렀다.

“이것은 거인들의 강철이군! 이 귀한 걸 대체 어떻게 구해 온 건가? 이건 거인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감옥의 심연부에나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게다가 이 정도 되는 물건은 분명 주인의 자격을 시험해 봤을 텐데!”

하지만 대규는 대답하지 않았다.

일일이 대답해서 쓸데없는 골칫거리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헤파이스토스 역시 대규의 대답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았다.

그 증거로 그는 자신이 물어봐 놓고도 지금 대규의 대답을 듣기보다는 귀아스페룸이 박힌 드래곤의 비늘을 살펴보는 데 온정신이 팔려 있었다.

“이거면… 이거면 충분하지, 암! 이 정도 양이면 칼도 만들고 다른 무기도 만들 수 있겠어……. 최고야…….”

이렇게 홀로 중얼거린 후 그는 대규에게 물었다.

“참, 뭘 만들 것인지는 생각해 왔나?”

그 물음에 대규는 대답했다.

“새로운 공격용 무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대규는 자신의 허리춤에서 불카누스의 사슬검을 꺼내며 말했다.

“저는 사실 이 검을 아주 좋아합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도 이 검은 버리고 싶지 않을 만큼이요.”

“그래서?”

“혹시 그 강철을 이용해 초월자 등급 무기로 만드는 게 가능한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새로운 무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현재 지닌 이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그러자 헤파이스토스가 미소를 씨익 지으며 대답했다.

“가능하네. 당연히 가능하지.”

그는 사슬검을 들어 본 뒤 여기저기 살펴보며 말했다.

“이거 파베르 작품이지? 파베르가 최근에 날을 갈아 줬나 보군. 그 녀석 정말 실력이 많이 늘었어. 좋아, 이 사슬검에 귀아스페룸을 입혀 주겠네. 그럼 이 검의 모든 능력치가 향상되고 등급도 초월자 등급으로 올라갈 걸세.”

“감사합니다! 참, 그리고 또 한 가지 의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뭔가?”

대규는 팔목에 팔찌 형태로 차고 있던 네메시스의 방패를 푼 뒤 그에게 보여 줬다.

헤파이스토스는 방패에 간 금을 보고 놀라서 말했다.

“업그레이드한 성장형 아이템과 신화 등급 아이템을 합친 이 아이템에 이런 상처가 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이 방패도 수리해 주실 수 있습니까?”

헤파이스토스는 방패를 들여다보며 대답했다.

“흐음, 보통은 할 수 없지. 하지만 자네가 가져온 귀아스페룸을 이용하면 수리가 가능하네. 그런데 귀아스페룸의 양이 엄청나군. 대체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많이 구해 온 건가?”

‘그게 많은 양이었단 말이야?’

사실 대규가 가져온 드래곤의 비늘은 세로 가로 길이 각 1m씩, 넓이로 따지면 총 1㎡의 양이었다.

‘이 정도 양으론 무기 하나 만들기도 빠듯할 줄 알았는데… 무기 제작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 같군.’

헤파이스토스는 대규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검 업그레이드에 방패 수리뿐만 아니라 자네의 갑옷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겠어. 대신 방패와 갑옷은 초월자 등급까진 아니고, 신화 등급에서 조금 더 강해진 정도로 업그레이드될 걸세. 어떻게 하겠는가, 갑옷도 맡기겠는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대규가 감사의 인사를 하자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대신… 자네의 방패에 새겨진 괴물 뱀 녀석은 무지 싫어하겠지만 말이야.”

“방패에 새겨진 아이기스 말씀이십니까?”

“그래. 녀석은 자신의 얼굴 위에 다른 금속이나 물질이 덧칠되는 걸 싫어하거든. 어쨌든 내게 맡겨 주게. 대신 초월자 등급 무기를 만드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알고 있겠지?”

“네, 파베르에게 들었습니다. 헤파이스토스 님 같은 실력자도 작업장에서 꼬박 한 달 동안 무기 제작만 해야 만들 수 있다구요.”

“맞네. 그러니까 한 달만 기다려 주게.”

대규는 그 말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렇게 물어봤다.

“그런데 한 달 동안 무기와 방패, 갑옷이 없어도 괜찮을까요? 혹시 그사이 다른 전투가 벌어지기라도 하면 어떻게 합니까?”

그러자 헤파이스토스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 그사이 전투는 벌어지지 않을 거야. 제우스 님은 남은 적들이 쳐들어올 최후의 결전을 최소 세 달 후로 보고 있으시네. 왜냐하면 자네와 아테나, 헤르메스가 지난번 전투에서 미마스와 외계인들을 처리해 버렸기 때문에 그쪽 적들도 상당히 당황했기 때문이지.”

“그렇군요. 그래도 어떻게 좀 빨리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하지만 헤파이스토스는 엄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최대한 빨리해도 한 달이야. 게다가 자네의 경우엔 무기 제작뿐만 아니라 방패와 갑옷도 업그레이드해야 한단 말이야.”

“그건…….”

“한 달 동안 자네의 부대원들이나 다 모아서 부대를 완성하게. 무기도 무기지만, 부대를 이끄는 신에게 가장 중요한 건 부대의 위력이기도 해.”

말을 마친 헤파이스토스는 대규의 장비들을 들고 무기 제작대로 향했다.

대규는 그런 그를 불러 세우며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헤파이스토스 님, 당신도 당신만의 부대를 갖고 있습니까?”

“아니, 나는 싸우는 신이 아니야. 대신 나의 부대는 대장간에 있는 실력 있는 대장장이 녀석들이지. 나와 내 부대가 없다면 이곳 판테온의 신들은 뛰어난 무기를 다루지 못하게 되겠지. 싸움을 못다고 무시하진 말게나. 흐흐.”

역시나 헤파이스토스는 전투에 참여하는 신이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 장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대규는 그에게 꾸벅 인사를 한 뒤 그의 작업장을 나섰다.

‘그럼 이제 결전 전까지 내 부대를 완성해야 하나.’

라이펑에게 인간 영웅들을 최대한 많이 스카우트하라고 부탁하긴 해 뒀다. 그것도 판테온에 존재하는 뛰어난 실력자 영웅들을 위주로 모으라고 말이다.

아마 지금쯤이면 그는 영웅들을 꽤 모아 놨을 것이다.

현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라이펑이 얼마나 부대원들을 모아 놨는지, 그래서 현재 자신의 부대 상황이 어떤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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