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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21화 (221/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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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화 귀아스페룸 (2)

주화입마(走火入魔)라니.

주화입마란 무협지에서나 봤던 표현이었다.

커다란 기술, 혹은 외부에서 큰 충격을 받을 때나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과하게 영약을 복용하면 내부의 기공을 통제하지 못해 기공이 역류하거나 폭주하게 된다.

그래서 본체가 서서히 자멸해 가는 현상을 말했다.

저 거인들의 강철의 경우 그 위력이 너무 과해서 잘못 다루면 신체가 망가질 수도 있다는 말인 것 같았다.

‘그런데 대체 얼마나 강력하기에…….’

대규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한편으론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 초월자 등급 무기의 재료라고 할 수 있지!’

결국, 망설임 없이 카르케르의 심연부를 수련 장소로 선택했다.

선택하자마자 대규 앞의 허공의 틈이 벌어졌다.

쩌어억-

여태까지는 그냥 단순히 포탈이 생겨났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허공의 틈은 포탈보단 오히려 좀 전에 봤던 심연의 결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물론 그 안쪽에 있었던 기분 나쁜 붉은 눈동자는 없었다.

대신 틈 안쪽에 강력한 진공청소기라도 설치해 둔 것처럼 쏴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온몸이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힘이 작용하고 있었다.

‘심연부라 좀 다른 건가? 일단 들어가 보자.’

대규는 허공의 틈 앞에서 옵티뭄의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옵티뭄은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불안한 울음소리를 냈다.

“히이잉!”

아무래도 들어가기 싫어하는 것 같았다.

대규는 그런 옵티뭄을 달래며 말했다.

“그래도 들어가야 한단다. 자, 착하지!”

겨우 녀석을 달래 허공의 틈 안으로 말발굽을 내딛게 하였다.

옵티몸의 앞발이 틈 안으로 들어간 순간 그들은 순식간에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거인들의 지하 감옥 카르케르(carcer)의 심연부에 입장했습니다.>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입니다.>

<59:59…….>

성공적으로 입장한 것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있는 시스템 창은 곧 눈앞에서 사라졌다.

대규는 마음이 급해졌다.

이곳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그 시간 안에 귀아스페룸을 얻어서 나가야 한다.

하지만 눈앞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했다.

오직 옵티뭄이 내는 푸르르,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카르케르도 이랬지.’

대규는 맨 처음 카르케르에 입장했을 때처럼 허리춤의 사슬검을 꺼내 악마의 화염을 불러일으켰다.

화르르륵-

불길이 타올랐고 곧 눈앞의 시야가 보이기 시작했다.

“뭐야, 이곳은…”

솔직히 지하 감옥의 심연부라고 해서 어둡고 캄캄한 지하 던전 같은 느낌일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곳은 대규의 예상과 너무나도 달랐다.

대규와 옵티뭄이 서 있는 곳은 탁 트인 평원이었다.

꼭 신의 육체를 얻기 위한 시련에서 아틀라스를 상대했던 평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아틀라스를 상대했던 곳은 푸르고 맑은 하늘이 평원 위를 뒤덮고 있었지만, 이곳은 컴컴하고 어두운 밤하늘로 뒤덮여 있었다는 것이다.

대규는 우선 공략집의 지도 창을 열어 확인했다.

어떤 몬스터가 어디에서 나타날지 몰랐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도 창엔 몬스터를 가리키는 붉은 점은 하나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뭐야? 명색이 심연부라면서…….’

이번엔 거인들의 강철 귀아스페룸의 위치를 확인했다.

번쩍!

지도 창 한가운데에서 황금빛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곳이 귀아스페룸이 있는 장소인 것 같았다.

황금빛을 손끝으로 눌러 보니 귀아스페룸이 맞았다.

우선 대규가 지금 있는 곳은 이 광활한 평원의 동쪽 끄트머리였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귀아스페룸이 있는 평원 한가운데까지는 꽤 거리가 있는 것 같았지만, 대규는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타고 있는 말 옵티뭄은 비야키의 꼬리 기관 세포를 이식한 상태였다. 스피드라면 이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대규는 보관함에서 황금의 벌꿀 술이 든 유리병을 꺼내 한 모금 쭈욱 삼켰다.

옵티뭄에게 비야키의 속도를 내도록 명령하려면 이 술을 먼저 마셔야 했다.

다시 차오른 술병을 보관함에 넣고 옵티뭄에게 말했다.

“옵티뭄, 그럼 어디 한 번 달려 보자!”

“히히힝!”

대규가 고삐를 잡아당기자 옵티뭄은 발을 구르며 울음소리를 낸 뒤 힘차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녀석의 몸에서 낙마하지 않기 위해 대규는 허벅지 사이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적어도 5분은 쉬지 않고 달린 것 같은데 귀아스페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도착할 줄 알았는데.’

지금 옵티뭄이 내는 속도는 분명 최고 속도였다. 시속 몇 킬로미터인지 잴 수는 없지만, 대규가 헤르메스 장화를 신고 최대치로 속력을 낸 것보다 빠른 건 확실했다.

옵티뭄은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온 거지?’

대규는 자신의 얼굴을 칼처럼 스치는 공기의 흐름을 느끼며 공략집의 지도 창을 불렀다.

‘옵티뭄의 숨이 찰 정도니 적어도 80% 이상은 도달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지도 창을 본 그는 깜짝 놀랐다.

그의 예상은 전혀 적중하지 않았다.

분명 자신은 아주 많이 이동했을 거라 확신했는데 정작 대규가 있는 장소는 여전히 평원의 동쪽 끄트머리였다.

심지어 본래 있던 장소에서 미동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공략집이 잘못될 리는 없을 텐데.’

대규는 일단 옵티뭄을 멈춘 뒤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자신이 여태껏 달려온 광활한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평원의 바닥에 옵티뭄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자신은 그 길을 달려왔다.

대규는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 앞쪽에도 끝없이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캄캄한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평원을 보고 있자니 문득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 평원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기는 한 걸까?

‘이곳은 대체 정체가 뭐람!’

꼭 이상한 미로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시스템 창으로 남은 시간을 확인해 봤다. 남은 시간은 이제 50분 남짓했다.

더 이상 달려가 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50분 동안 평원을 무작정 달리다가 시간이 끝나 버릴 것이다.

이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었다.

여태까지는 몬스터들이 나타나면 해치우고 보상을 받으며 임무를 완료했는데 이곳은 달랐다.

‘뭔가 특이한 함정 같은 게 숨겨져 있는 걸까? 아니면 최면 마법이라도 걸린 곳인가?’

대규가 멈춰 서서 평원에 대한 열심히 의심하기 시작하자 공략집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혼돈의 평원에서는 눈으로 보는 게 진실이 아닙니다.>

이곳의 이름이 혼돈의 평원인 것 같았다.

‘그런데 눈으로 보이는 게 진실이 아니라니? 그럼 이 모든 게 가상 현실, 혹은 환영이란 말인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설명이었다.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눈을 감고 집중하면 진실로 인도하는 진짜 길이 보입니다. 그 길을 따라가십시오.>

‘눈을 감고 집중하면 길이 보인다?’

알 수 없는 설명이었지만, 대규는 일단 눈을 감았다.

하지만 길이 보이기는커녕 암흑투성이였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것보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잡념들이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와 머릿속을 잔뜩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그가 올라탄 옵티뭄의 등도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이래선 안 되겠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대규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명상을 하기로 했다. 그럼 뭔가가 보일 것이다.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명상을 시작했다. 여태껏 열심히 해 왔기에 집중의 상태에 들어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느새 옵티뭄의 몸 흔들림도 느낄 수 없었고, 잡념도 사라졌다.

그때였다.

암흑같이 컴컴한 시야에서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그 빛줄기는 길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직선으로 좌악 펼쳐져 있었다.

‘이것이 진짜 길?’

대규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옵티뭄을 몰아 눈을 감은 시야 앞에 펼쳐진 그 빛줄기 길을 걸어 나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얼마 후 지도 창을 불러 봤다.

‘됐다!’

좀 전까진 미동도 하지 않고 있던 자신의 위치가 서서히 귀아스페룸이 있는 혼돈의 평원 한가운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걸어 나가자.’

대규는 눈을 감은 채 집중해서 빛줄기의 길을 따랐다.

집중이 조금이라도 흐려지면 길은 순식간에 흐려졌다. 최대한 집중 상태를 유지하며 평원 가운데를 향해 나아갔다.

어느새 그는 평원 한가운데에 도착했다.

그곳에 도달하자 길은 끊겨 있었다.

‘이제 눈을 뜨면 되는 걸까?’

대규는 천천히 눈을 떴고 곧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

분명 눈을 감기 전엔 흙바닥이 펼쳐진 평원이었는데 지금 자신과 옵티뭄이 서 있는 곳은 깎아지를 듯한 낭떠러지였다.

사방을 둘러보니 정확히 반경 10미터의 땅에 자신과 옵티뭄이 서 있었다. 낭떠러지 밑은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귀아스페룸은 어디 있지?’

공략집의 지도 창에 의하면 분명 이곳이 귀아스페룸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 옵티뭄이 발굽을 딛고 서 있는 낭떠러지 땅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어, 뭐야! 옵티뭄, 날아오르자!”

“히이잉!”

옵티뭄이 날개를 쫙 펴며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그들이 좀 전까지 서 있던 낭떠러지는 산산조각이 나면서 부서지고 있었다.

그런데 부서지고 있는 틈 안쪽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왔다.

‘저게 귀아스페룸인가?’

꿈틀.

빛 덩이가 움직였다.

‘뭐지? 강철이 움직일 리는 없잖아. 그런데 방금 분명 꿈틀거리면서 뭔가 움직였는데.’

꿈틀꿈틀.

빛 덩이는 좀 전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어느새 낭떠러지는 산산조각이 나 버렸고 그 안에서 발하던 거대한 빛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빛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대규의 예상과 달리 강철이 아니었다.

대규는 빛 안에서 나타난 ‘그것’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저런 몬스터는 여태껏 수많은 전쟁터를 헤쳐 오면서도 본 적이 없었다.

드래곤이었다.

드래곤이라고는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본 게 전부였다. 하지만 눈앞에 나타난 드래곤의 생김새는 상상했던 이미지와 나름대로 비슷하게 생겼다.

녀석은 온몸이 단단한 까만색의 비늘로 뒤덮여 있었으며, 이빨들은 무시무시하게 돋아나 있었다.

심지어 몸집은 대규가 여태껏 상대해 왔던 거인 대장 기간테스들보다도 훨씬 컸다. 저 녀석에 비하면 기간테스는 단지 작은 꼬맹이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녀석의 등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날개가 한 쌍 달려 있었다.

끼에에에!

녀석의 입에서 우렁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등에 달려 있는 날개가 쫙 펴졌다.

푸드덕, 푸드덕!

녀석이 날갯짓할 때마다 폭풍 같은 바람이 휘몰아쳤고 옵티뭄이 휘청거렸다.

대규는 드래곤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지만, 공략집은 봐야 할 것 아닌가.

곧 눈앞에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철혈의 드래곤(Blood-iron dragon)

보상: 귀아스페룸(Gyasferrum)(등급 ???)

특징: 티탄신족들이 가둬 놓고 키운 드래곤. 등 위의 비늘은 거인들의 강철 귀아스페룸으로 뒤덮여 있어서 그 어떤 무기로도 흠집을 낼 수 없다. 이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귀아스페룸 비늘은 티탄신족들의 무기 재료로 쓰인다. 드래곤 브레스를 내뿜으면 웬만한 기간테스들도 당해 내지 못한다.

보유 스킬:

드래곤 브레스-입에서 거인 지옥의 화염을 내뿜는다. 몸이 순식간에 녹아내림.

꼬리치기-꼬리에 온 힘을 모아 상대방을 거세게 후려친다.

※드래곤의 스킬은 종족이 기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마나 소모량이 없다.

※드래곤의 스킬은 다른 종족이 복사할 수 없다.

<철혈의 드래곤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철혈의 드래곤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철혈의 드래곤으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철혈의 드래곤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공략집의 내용을 보고 다시 한 번 입을 떡 벌렸다.

그 어떤 무기로도 흠집을 낼 수 없는 비늘?

마나 소모량이 없고 복제도 할 수 없는 스킬?

대규의 스킬 복제 아시믈로도 소용이 없는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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