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2
212화 장비 보강
파베르는 대규가 내민 네메시스의 방패와 아이기스의 방패를 살펴봤다.
그중에서도 아이기스의 방패를 보고 놀랐다.
‘이건 아테나 여신이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방패 아닌가! 그런데 왜 이분이……? 설마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가? 그럼 대박인걸! 이거 판테온의 정보통들에게 소문을 내면 돈 좀 벌겠군.’
하지만 대규는 그의 속마음을 다 듣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톡 쏘아붙였다.
“이상한 추측으로 거짓 정보를 만들어 팔아먹을 생각은 하지 마시오.”
“예, 예? 죄, 죄송합니다!”
대규의 말에 파베르는 화들짝 놀란 뒤 고개를 숙이고는 네메시스 방패를 살펴봤다.
일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제는 쓸데없는 속마음은 들려오지 않았다.
잠깐 동안 방패를 살펴보던 그가 말했다.
“무기 자체에는 별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 네메시스의 방패는 혹시 성장형 아이템이 아닌가요?”
“맞습니다. 뭐 문제라도?”
“이 두 방패를 합체하려면 무기들의 등급이 어느 정도 맞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 네메시스의 방패는 아이기스의 방패에 비해 등급이 좀 낮군요. 아무래도 업그레이드를 하셔야 할 것 같은데…….”
“그렇군요. 그런 제 모루에서 업그레이드하고 오겠습니다.”
그러자 파베르가 대규의 팔목을 붙잡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비용만 내주시면 저희가 업그레이드도 다 해드립니다. 모루의 비용과 동일하게요.”
공략집으로 속마음을 들어 보니 거짓말인 것 같진 않았다.
그럼 하는 김에 다른 성장형 아이템인 닥튈로이의 반지와 황금양털 조끼까지 업그레이드하는 게 낫겠다.
대규는 나머지 아이템들도 업그레이드해 달라고 했고, 파베르는 흔쾌히 승낙했다.
“알겠습니다. 비용은… 총 블랙 젬스톤 3개 입니다.”
그 정도 비용은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대규의 보관함에서 블랙 젬스톤은 남아났다.
비용을 지불하자 파베르는 장비들을 갖고 오픈 대장간에 있는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신화 등급 아이템이기 때문에 제작 과정이나 그런 것들을 다른 무기들처럼 일반인들에게 공개할 수 없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신화 등급 아이템은 그만큼 귀한 것이니까요. 그리고 업그레이드와 제작 과정은 우리 대장간만의 영업 비밀이랍니다. 한 시간 정도만 기다려 주세요.”
말을 마친 파베르는 문 안쪽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럼 한 시간 동안 광장이라도 둘러볼까.
판테온의 광장엔 정말 간만에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옛날만큼 자유롭지 않았다.
다들 대규를 알아보고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환호성을 지르기 바빴다.
처음에야 기분도 우쭐하고 좋았지만 계속 되니까 슬슬 짜증이 났다.
모두가 자신을 바라보고 주목하니 왠지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이거 안 되겠다. 인피디 팔리움 투명 망토를 쓰고 돌아다녀야겠는걸.’
대규는 우선 대장간에 옵티뭄을 맡겨 뒀다.
그리고 투명 망토의 효과를 일으켰다.
스르륵-
대규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야 판테온의 광장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었다.
아무도 대규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후아~ 이제야 좀 살 것 같다.’
현실 세계의 연예인들도 이런 기분인 걸까? 어딜 좀 가려고 하면 팬들이 잔뜩 쫓아오고 난리를 치고 그러겠지.
옛날엔 그런 유명 연예인들의 모습이 부럽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 보니 전혀 아니었다.
물론 대규 자신도 현실에선 나름 인지도를 얻고 있지만 그건 요식업계와 SNS였을 뿐이지, 영화배우나 연예인처럼 전국구로 얼굴이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물론 내가 만든 음식들과 식당들은 전국구… 아니, 다른 나라에도 알려졌지만.’
준섭은 항상 대규에게 방송 출연 등을 해서 인지도를 높여가자는 제안을 했었다.
대규는 그전까진 솔깃했지만, 이곳에서 판테온의 정령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난리 치는 모습을 보고 바로 안 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도 이렇게 정령들이 날 알아봐서 힘들어 죽겠는데 현실에서도 그래야 한다니. 그러긴 정말 싫다.’
광장을 한 바퀴 빙 돌고 오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대규는 다시 헤파이스토스의 오픈 대장간으로 향했다.
그리고 파베르가 들어갔던 대장간 안쪽 문을 노크했다.
똑똑-
그러자 파베르가 나왔다.
하지만 문 앞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성난 표정으로 외쳤다.
“누구야! 장난을 치고!”
그 순간 투명 망토의 효과가 해제되며 대규가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
“어이쿠!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대규는 대답 대신 이렇게 말했다.
“무기의 업그레이드가 끝났나요?”
“네, 방금 막 됐습니다. 이리로 들어오십시오.”
“제가 이 안으로 들어가도 됩니까?”
그러자 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업그레이드, 제작 과정은 다 끝났습니다. 영업 비밀이 새어 나갈 염려는 없으니까요.”
대규는 그 말을 듣고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쪽에 위치한 대장간은 처음 들어와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곳은 꼭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과 닮았다.
선반에 놓인 판테온 신들 모양의 피규어(?)마저도 똑같았다.
파베르는 작업장을 둘러보는 대규에게 말했다.
“이곳은 원래 헤파이스토스 님의 작업장이었답니다. 그런데 그분이 이곳을 떠나며 이곳의 수석 대장장이인 바로 저에게 물려주신 거죠!”
그는 자부심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대규는 그의 말에 대꾸하는 대신 선반 위의 피규어들을 살펴봤다.
‘역시나.’
헤파이스토스의 작업장처럼 아테나 여신의 피규어가 상당히 많았다.
상당히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많았다. 한쪽 벽면은 아테나 여신의 피규어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걸 본 파베르가 웃으며 말했다.
“하하, 헤파이스토스 님이 아테나 여신님께 각별한 애정을 품고 계시거든요.”
헤르메스도 그렇게 말했었지.
“사실 아까 보여 주신 아이기스 방패도 헤파이스토스 님이 아테나 여신을 위해 특별히 만든 무기였답니다.”
“그랬군요.”
“그럼 일단 업그레이드된 성장형 아이템들부터 보시죠. 방패는 나중에 보시구요.”
파베르는 대규의 눈앞에 닥튈로이의 반지와 황금 양털 조끼를 내밀었다.
닥튈로이의 반지의 외형은 살짝 변했다. 분홍빛이 감도는 로즈 골드로 변했다.
파베르는 반지를 보며 말했다.
“닥튈로이의 반지에 미다스의 손 보석을 박아 넣으셨더군요. 그건 상당히 귀한 보석인데… 업그레이드하면서 그에 따른 추가 효과도 더욱 강해졌답니다.”
대규는 닥튈로이의 반지를 바라보았다.
[닥튈로이의 반지(성장형)(신화)]
[크레타 섬의 정령으로 마술사이며, 대장장이였던 닥튈로이가 만든 반지로 이것을 지니면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100% 상승한다.]
[전설 등급 이하의 저주를 해제할 수 있게 된다.]
[미다스의 보석 효과-몬스터를 해치우고 보상으로 나오는 준보석과 동일한 등급의 젬스톤을 추가로 3개 더 얻는다.]
확실히 더욱 강해졌다.
로즈 골드 닥튈로이의 반지를 소환의 반지를 낀 손가락 옆에 꼈다.
이렇게 반지들을 나란히 끼니까 꼭 반지왕이 된 것 같다.
그런데 소환의 반지를 본 파베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런데 그건 무슨 반지입니까? 대장간에서 몇백 년 동안 일했지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반지로군요.”
“외계인을 쓰러뜨린 보상으로 얻었습니다. 이 반지를 끼고 적을 해치우게 되면 그 적을 저장해 소환할 수 있게 해 주더군요.”
그러자 그는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정말로 외계인들이 있었군요! 이거 정말 특이한 반지인데요! 존재를 저장해서 소환한다니. 흐음, 우리 대장간도 더욱 연구해서 기막힌 아이템을 만들어야겠군.”
다음은 황금 양털 조끼 차례다.
황금실로 짜인 조끼는 그전보다 더욱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대규는 황금 양털 조끼를 바라봤다.
[황금 양털 조끼(성장형)(신화)]
[제우스 신 소유 황금 양의 털가죽으로 만든 조끼로 착용자의 생명력이 40% 이하가 되면 황금 양털의 신묘한 기운이 발동해 20초 동안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 황금 양털의 기운은 하루에 한 번 발동됩니다.]
무적 상태가 발동되는 생명력 한계선이 훨씬 높아졌다. 그전엔 10% 이하가 돼야 발동됐었다.
게다가 무적 상태가 20초 유지된단다.
‘이건 그냥 말 그대로 무적인데.’
대규가 효과를 보고 감탄하고 있는 사이, 파베르가 그를 보며 물었다.
“만족스러우십니까?”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대규는 조끼를 입는다. 조끼를 입자 그것은 종전처럼 대규의 몸에 흡수되듯 스며들었다.
“파베르, 그럼 이제 이 성장형 아이템들은 최대치로 성장한 건가요? 신화 등급이 끝이겠죠?”
대규가 묻자 파베르는 숙고하는 표정을 지었다.
“흐음…….”
“뭡니까?”
“사실 신화 등급을 뛰어넘는 등급이 있답니다. 저도 본 적은 없지만요.”
그 말을 들은 대규는 깜짝 놀랐다.
하지만 파베르는 말을 이었다.
“판테온의 신들이 들고 있는 무기들은 거의 죄다 신화등급이긴 하죠. 하지만 그걸 초월하는 등급의 무기가 딱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뭐죠?”
“바로 제우스 신이 들고 있는 푸른 벼락이지요.”
대규는 제우스를 볼 때마다 그가 오른손에 들고 있던 거대한 벼락을 기억해 냈다.
파베르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는 그 등급에 대해선 알지도 못합니다. 그 정도 되는 무기는 저 같은 대장장이가 감히 제작할 수 없는 무기이지요. 그건 오직 헤파이스토스 님만 제작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헤파이스토스 님이 약 한 달 동안 계속해서 망치를 두들겨야 만들 수 있답니다.”
“그렇군요.”
파베르는 대규가 걸친 성장형 아이템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아마 이 성장형 아이템들은 한계 없이 성장해 나가는 아이템들이니 그 등급에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요?”
대규는 공략집으로 한번 알아보기로 했다.
공략집은 아이템의 다음 단계 설명과 업그레이드 비용까지 알려 줬다.
‘비용은 이번이 블랙 젬스톤 1개였으니, 그보다 더 상위 젬스톤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공략집의 메시지창에 떠오른 건 다음과 같았다.
<신화 등급을 뛰어넘는 무기를 제작하려면 한 명 이상의 신과 전투에 벌여 그를 심연의 결계에 가둬야 합니다.>
<심연의 결계에 신을 가둬 본 신만이 신화 등급을 뛰어넘는 등급의 무기를 제작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티탄 신족 크로노스와 싸워 이겼기 때문에 신화 등급을 뛰어넘는 무기인 벼락을 얻게 된 것 같았다.
물론 심연의 결계에 가둔 줄 알았던 크로노스는 도망에 성공했지만 말이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부탁하신 방패입니다.”
파베르가 방패를 꺼냈다.
오오.
그건 둥그런 형태의 아이기스의 방패가 아니었다. 네메시스의 방패처럼 방패꼴의 모양인데,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방패에 괴물뱀 아이기스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황금 방패에 새겨져서 그런지, 여태껏 징그럽다고 느껴졌던 괴물뱀 아이기스가 되게 멋있어 보였다.
방패를 바라보자 설명창이 떴다.
[아이기스 방패와 합쳐진 네메시스 방패(성장형)(신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피와 괴물뱀 아이기스가 깃든 방패로 공격자가 입힌 데미지의 절반을 반사 데미지로 돌려줘 타격을 입힌다.]
[복수의 여신이 강력한 저주를 발동시켜 상대방의 무기가 방패를 가격할 때마다 30%씩 부식.]
[아이기스 방패 효과로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150% 상승하고, 소환한 제우스의 벼락의 위력이 두 배 강력해짐.]
‘그냥 천하무적인데?’
대규는 방패를 들어 봤다. 방패의 무게는 몹시 가벼웠다.
얼마 후, 방패는 손목의 팔찌 모양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기존의 네메시스 방패가 지닌 기능이었다.
‘확실히 어깨에 다른 방패를 하나이고 다닐 때보다 훨씬 편하다.’
대규는 파베르에게 업그레이드 비용과 무기 제작 비용을 치르고 대장간을 나섰다.
그럼 이제 자신의 부대를 꾸릴 차례다.
‘하지만 그건 이곳에서 할 필요가 없지.’
대규는 자신의 부대에 꼭 영입하고 싶은 영웅들이 몇 있었다.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이제 현실로 돌아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