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9
209화. 이식 수술 (2)
그러자 아스클레피오스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오오!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하지만 몹시 흥미로운 수술이겠군!”
“하지만 이식하면 내 한쪽 눈은 이 눈동자처럼 백내장 걸린 것처럼 보이겠죠?”
그러자 그는 씩 웃으며 대규에게 말했다.
“그대는 날 뭐로 보는 겁니까? 난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요. 내가 감쪽같이 원래 눈처럼 보이게 수술해 주겠습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당연하죠!”
‘흠, 그렇다면 한번 해 볼까…….’
아스클레피오스는 꼬리 기관과 크아이가의 눈동자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심지어 사진기와 비슷하게 생긴 걸 가지고 와서는 사진까지 찍고 있었다.
대규는 곧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아스클레피오스가 다가와 물었다.
“그럼 그대가 원하는 건 그대의 말에 저 꼬리기관의 세포를 이식하는 것과 그대의 눈에 저 눈동자를 이식하는 거, 총 두 건의 수술이로군요.”
“그렇게 되는군요. 가능합니까?”
대규가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좀 전에도 말했지요. 내 의술 실력으로 불가능한 일은 없다구요. 하지만 공짜로 해 달라고 온 것은 아닐 테죠?”
“예?”
“그대는 내가 그렇게 해 주는 대가로 나에게 무엇을 해 줄 겁니까?”
‘대가로 뭘 해 줄 거냐고?’
대규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가 그런 말을 할 만도 했다.
‘이런 수술을 공짜로 해 주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저번에 신체 강화 수술을 시켜 줄 때도 이 녀석은 내 몸을 열어 보는 걸 대가로 원했으니까.’
물론 대규의 몸을 열어 보고 나서 기겁하긴 했지만 말이다.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물었다.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글쎄요…….”
하지만 그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잔뜩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아스클레피오스가 입을 열었다.
“그대가 쓰러뜨린 외계인들의 시체를 좀 보게 해 주신다면…….”
“그게 그렇게 보고 싶으십니까?”
“네. 새로운 것들은 항상 저를 흥분하게 만드니까요.”
이렇게 말을 하는 아스클레피오스의 툭 튀어나온 광대뼈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는 것보다 이곳에 틀어박혀 거인이나 외계인 시체를 들여다보는 걸 더 좋아하는 의술의 신다웠다.
“잠깐, 외계인의 몸 구조라구요?”
“네. 혹시 쓰러뜨린 외계인 시체를 보관하고 계십니까?”
대규는 씩 웃었다.
“갖고 있다마다요. 심지어 시체가 아니라 생명을 지니고 있는 녀석들이죠.”
말을 마치며 자신의 손가락에 끼고 있는 소환의 반지를 꺼냈다.
소환의 반지엔 현재 크투가, 하스터, 크아이가 총 세 마리의 외계인이 들어가 있다.
‘흐음, 크투가의 경우 딱히 육체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불길로만 이루어졌으니 해부 같은 건 불가능할 테고…….’
그렇다면 하스터나 크아이가를 소환해야 할 것이다.
물론 딥원부대의 녀석들을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보여 줄 수도 있다.
‘하지만 해부라니… 그런 일을 겪게 하고 싶진 않다.’
일이 혹시라도 잘못되면 딥원들은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환의 반지에 있는 녀석들은 이미 한 번 죽은 몸이라 다시는 죽을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겠지.
한편 대규가 생명을 지닌 외계인의 육체를 가져다준단 말에 아스클레피오스는 극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두 마리를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두 마리 모두 생긴 게 흉측하고 비위가 상할 정도라 당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녀석들은 거인들처럼 사지가 멀쩡하게 달린 괴물들이 아닙니다. 한 녀석은 수백 마리의 구더기로 몸이 이뤄져 있고, 나머지 녀석은 촉수들로만 이뤄져 있어요.”
하지만 아스클레피오스에겐 통하지 않았다.
그는 당장에라도 하늘 높이 날아갈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런 녀석들도 괜찮습니다. 구더기들로 육체가 이뤄져 있다니! 그럴 수가 있다니! 오오!”
대규는 좋아하는 아스클레피오스의 모습을 본 뒤 소환의 반지를 바라봤다.
‘저토록 보고 싶어 한다는데…….’
곧 반지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소환의 반지에 저장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할 몬스터를 선택해 주십시오.]
[크투가 / 미마스 / 하스터 / 크아이가]
대규는 하스터와 크아이가를 선택했다.
혹시나 했는데 한 번에 한 마리 이상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한 것 같았다.
[하스터와 크아이가를 소환하시겠습니까? Yes/No]
곧 손가락의 반지가 꿀렁거리면서 두 마리의 외계인들이 쑥쑥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email protected]##!”
녀석들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대규 앞에 섰다.
노란 두건을 쓰고 있는 하스터의 드러난 팔뚝은 구더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며 흉측한 광경을 자아냈다.
크아이가 역시 졸린 눈을 하고 있었는데 주변에 촉수들이 징그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대규는 그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너희들은 저기 보이는 수술대로 올라가라.”
그리고 하스터에겐 특별히 이렇게 덧붙였다.
“넌 절대로 두건을 벗지 말고.”
녀석들은 몹시 얌전하게 대규의 명령을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수술대로 올라가 몸을 눕혔다. 물론 덩쿠리처럼 생긴 크아이가는 몸을 눕힌다기보다 그 위에 가서 서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대규는 얌전히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외계인들을 보며 생각했다.
‘미마스 자식은 반지에 갇힌 후에도 더럽게 말을 안 들었는데, 이 외계인 녀석들은 한번 반지에 갇히고 나면 이상할 정도로 순해진단 말이야. 크투가도 그렇고…….’
한편 외계인들의 모습을 본 아스클레피오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헉! 이건… 정말로 놀랍군!”
그는 하스터의 노란 두건을 벗기려고 했다. 그때 대규가 놀라서 소리쳤다.
“잠깐만! 당장 멈추십시오!”
“왜 그럽니까?”
“녀석의 진짜 얼굴을 보면 당신의 몸이 돌처럼 굳어 버릴 겁니다. 아테나 여신도 전투 도중에 당했소. 그러니 녀석의 얼굴은 절대로 보면 안 됩니다.”
“흐음… 그렇군요. 아쉽군, 꼭 보고 싶었는데.”
아스클레피오스는 입맛을 다시며 쥐고 있던 하스터의 두건 자락을 내려놓았다.
“그런데 녀석들에게 무슨 일을 하실 작정입니까?”
대규가 묻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이렇게 말했다.
“그냥 좀 몸의 내부를 관찰하고 싶어서요. 사실… 판테온의 존재가 아닌, 이 외계 종족들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입니다. 게다가 저는 신이지만 약골이어서 전쟁터의 전투에도 참여할 수 없으니까요.”
아스클레피오스는 말을 마친 뒤 기다란 바늘을 가져와 크아이가와 하스터의 몸을 찔렀다.
그러자 바늘 끝에 이어진 관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나와 녀석들의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하지만 하스터와 크아이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전히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어, 어떻게 이런 일이?”
아스클레피오스가 놀라서 외쳤다.
“무슨 일입니까?”
“마취 주사를 놓았는데 전혀 먹혀들지 않다니… 그것도 본래 양보다 10배를 늘렸는데! 정말 신기한 녀석들이군!”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작정입니까?”
그러자 그는 대규를 보며 씩 웃은 뒤 말했다.
“뭐가 문제입니까. 10배로 안 되면 20배로 늘리면 되지요.”
대규는 딱히 할 것이 없어서 아스클레피오스가 하고 있는 외계인 해부 실험을 지켜봤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하스터와 크아이가의 몸을 열어 보고 있었다.
마취 주사를 20배로 놓으니 녀석들은 단번에 곯아떨어져 버렸다.
물론 외계인을 해부하는 광경은 썩 아름답지는 않았다. 구더기들이 우수수 늘어져 있었고, 촉수들도 축 늘어져 있었다.
간간이 아스클레피오스의 감탄 어린 추임새가 들려왔다.
“오… 오옷!”
“대단해!”
“굉장하군!”
대규는 수술대 옆에서 그런 아스클레피오스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설마 내 몸을 해부했을 때도 저렇게 좋아했던 건가?’
얼마 후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으아악!”
아스클레피오스는 충격을 받은 표정을 지은 채 뒤로 나자빠지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 바람에 수술대가 크게 흔들렸고, 그 위에 놓여 있던 하스터와 크아이가의 몸이 쿵, 하고 떨어졌다.
대규는 놀라서 뛰어나가 소리쳤다.
“무슨 일입니까?”
하지만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이, 이건… 믿을 수 없어…….”
아스클레피오스는 땅에 떨어진 하스터와 크아이가를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규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녀석들의 몸은 날카로운 칼로 갈라져 있었다.
갈라진 틈으로 외계인들의 장기가 보였다.
그런데 장기들은 좀 이상하게 생겼다. 색깔도 칙칙하고 까만 것이 아무래도 외계인이라 그런 것 같았다.
“뭐… 이건 외계인이라 그런 것 아닙니까?”
“그, 그게 아니라… 그걸 자세히 보시오…….”
‘뭘 보라는 거지?’
대규는 녀석들의 장기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장기들은 숨을 쉬는 것처럼 천천히 부풀었다 쪼그라들었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크게 움직이는 장기가 하나 있었다.
쿠웅- 쿠웅-
거대한 소리를 내며 울리는 것이 아무래도 심장인 것 같았다.
그런데 녀석들의 심장에는 이상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글자 같은데…….’
괜히 낯이 익은 글자들이었다.
그때 대규의 머릿속에 한 기억이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제우스에게 받았던 백색 상자! 이 글자들은 그 안에 있던 스킬 비석에 적혀 있던 글자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물론 녀석들의 장기에 적혀 있는 글자들이 스킬 비석의 글자들보다 훨씬 오래전에 적힌 것 같았다. 글자들이 닳고 닳아서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대규는 아스클레피오스를 보며 물었다.
“이건 제가 제우스 님에게 받은 스킬 비석들에 적혀 있는 글자와 몹시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당신은 이 글자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 겁니까?”
그러자 아스클레피오스는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하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엄청 옛날에 판테온에서 쓰이던 고대 언어요. 제우스가 신들에게 하사하는 스킬 비석의 스킬들은 예로부터 신들이 쓸 수 있었던 스킬들이기 때문에 이 고대 언어로 적혀 있는 것이지……. 하지만 이 언어를 사용했던 종족들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여전히 그의 몸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좀 전까지 흥분으로 번들거리던 얼굴의 표정은 오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이제 얼굴엔 극심한 두려움이 떠올라 있었다.
대규는 이 두려움을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켄타로우스 족의 현자 센텐티아가 자신을 처음 봤을 때 보였던 그 두려움과 몹시 흡사했다.
대규는 마음을 가다듬은 후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물었다.
“대체 이 언어를 사용했던 종족들이 누구였습니까?”
“…크로노스와 그 형제인 타이탄 신족들이었습니다.”
역시 이 외계인들을 부리고 쳐들어왔던 것은 크로노스가 맞는 것 같았다. 제우스와 다른 판테온 신들의 추측이 들어맞은 것이다.
그런데 대규는 좀 이상했다.
‘이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아스클레피오스를 일으켜 주려고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제우스 님의 말을 못 들으셨습니까? 지금 이 외계인들을 조종할 수 있는 존재는 크로노스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그럼 이 외계인들의 몸에 크로노스와 그의 형제들이 쓰는 언어가 적혀 있는 게 딱히 이상할 것 같진 않은데요.”
“그대는 전혀 모르는군, 전혀 몰라. 아무것도…….”
그는 자신을 향해 내민 대규의 손을 외면하며 이렇게 소리쳤다.
“당장 저 외계인들을 데리고 이곳을 나가 주십시오! 제발!”
아스클레피오스는 이제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진 대규는 이렇게 따졌다.
“저들은 지금 당신이 배를 갈라놓은 상태입니다. 적어도 녀석들의 배는 봉합해 줘야 할 것 아닙니까? 대체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조울증이라도 있으십니까?”
“저, 저기… 제발 부탁이니… 제발 그만 돌아가 주십시오.”
이제 대규는 그를 이해 못 하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이 녀석들의 몸을 해부하게 해 주는 대가로 나에게 수술을 해 주겠다고 하지 않았소!”
“돈이라도 드리겠습니다. 제발 나가 주십시오. 나는 당신의 수술을 할 수 없습니다.”
“당신은 대체 나에게 뭘 숨기고 있는 겁니까? 똑바로 말하지 않는다면 정말 화를 내겠소!”
대규의 목청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신전을 쩌렁쩌렁 울렸다.
신의 목청이었다.
그에 마침내 아스클레피오스는 대규를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