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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07화 (20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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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화 전장의 새국면 (13)

“방금 그녀의 속눈썹이 떨린 거 아닌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대규가 말하자 헤르메스가 놀라서 아테나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대규와 헤르메스는 아테나의 얼굴 가까이 그들의 얼굴을 들이댔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고, 안면의 근육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뭐지, 정말이잖아! 석화 마법이 풀리고 있는 건가.”

곧 멈춰 있던 그녀의 입술도 움직였다. 입술 사이로 아테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평소의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떨리는 목소리에 물기까지 머금은 듯 촉촉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사는 달랐다.

“…헤르메스, 네 말을 다 들었다. 죽여 버리겠다.”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벌떡 일으켜 자신의 창을 헤르메스의 목에 대고 겨눴다.

“히익!”

헤르메스가 놀라서 순식간에 뒷걸음질 쳤다.

대규는 갑작스럽게 깨어난 아테나를 보며 놀랐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공략집의 창이 떠올랐다.

<하스터가 죽으면 석화 마법은 저절로 풀립니다. 풀리는 시간은 개인마다 시간 차가 존재합니다.>

괜히 석화 마법을 어떻게 풀지 고민했군.

아테나는 뒷걸음질 치는 헤르메스를 향해 계속 다가갔다. 그녀의 창은 여전히 그의 목을 겨눈 채였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

“방금 네 녀석이 한 말들은 아주 잘 들었다, 헤르메스.”

그녀의 눈빛은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아름다운 생머리도 다시 위쪽으로 뻗치기 시작했다.

“아니, 아테나… 나는 그게 말이지…….”

헤르메스는 진땀을 흘린 채 양손을 내저으며 주춤거렸다.

그 모습을 보자니 대규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신이 저런 약한 모습을 보이다니. 신끼리는 저럴 수 있는 건가. 뭔가 웃기기도 하고.’

하지만 아테나의 모습은 전혀 웃기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로 화가 난 것 같았다. 이대로 놔두면 둘 간의 싸움이 벌어지고 말 것이다.

대규는 재빨리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아테나의 창대를 잡은 뒤 이렇게 말했다.

“아테나.”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대규를 바라보자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무슨 일인가?”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대규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다. 기다렸어.”

그러자 분노에 차 있던 아테나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풀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녀는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돌아와 이렇게 말했다.

“됐다.”

하지만 대규는 그런 그녀를 계속 쳐다보며 웃어 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결국 창대를 내려놓으며 헤르메스에게 툭 내뱉었다.

“다음번에도 그러면 정말 그대의 부대를 전멸시킬 줄 알아라.”

헤르메스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대규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휴, 정말 죽는 줄 알았다구. 고맙네.”

이제 전투는 완전히 끝난 것 같았다.

대규는 평원의 바닥을 내려다봤다. 대규와 헤르메스, 아테나 세 신의 몸집은 현재 여전히 커져 있는 상태였다.

어느새 전투를 성공적으로 마친 헤르메스 부대의 영웅들이 그들 셋의 발치로 몰려들었다. 영웅들의 모습은 다들 지쳐 있었지만, 얼굴은 승리의 기쁨으로 물들어 있었다.

영웅들은 세 명의 신을 올려다보며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

세 명의 신들은 곧 몸집의 크기를 줄였다.

하늘 높게 치솟았던 그들의 몸은 어느새 영웅들과 비슷한 사이즈로 줄어들었다.

헤르메스는 영웅들을 통솔하며 말했다.

“그럼 이제 돌아가도록 하자.”

그는 이동 결계를 치며 대규에게 말했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당장 돌아가서 제우스 님에게 보고할 것이 산더미다.”

“보고라고?”

대규가 묻자 헤르메스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테나를 놀릴 때의 장난기 어린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그래, 아테나가 당했던 석화 마법과 내 말 판디아의 피부를 녹이고 우리의 생명을 위태롭게 했던 유독가스… 이것들은 나조차도 완전히 예상치 못했던 공격이었다.”

그리고 헤르메스는 대규를 가만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뿐만이 아니지.’

헤르메스는 대규의 인피니투스에서 보였던 이상한 괴물의 주둥이, 그리고 초록빛으로 변했던 그의 피부와 목에 달린 아가미를 기억하고 있었다.

‘확실히 심상치 않은 것들이야. 제우스 님에게 알려 드리는 게 좋겠지.’

문제는 이런 헤르메스의 속마음을 대규가 다 읽고 있다는 것이다.

대규는 그의 속마음을 들으며 생각했다.

‘이거… 꽤 귀찮아지겠군.’

만약 그가 제우스에게 말하게 되고 제우스가 대규에게 딥원과 다곤의 아가미에 대해 캐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을 해놔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카르케르에 가서 얻었다고 할까? 하지만 헤르메스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판테온의 신은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고 했으니…….’

그럼 그곳에 들어간 방법을 문초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공략집에 관해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끄응, 일단 헤르메스가 말을 못 하게 막아야겠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영웅들과 세 명의 신 주변에 이동 결계가 완전히 쳐졌다.

하지만 세 명의 신이 이동한 곳은 헤르메스의 부대가 아니라 판테온의 중앙 신전이었다.

그곳엔 제우스뿐만 아니라 다른 판테온의 신들이 서 있었다.

신들은 목을 빼고 전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앙 신전으로 무사히 들어오는 세 명의 신을 보자 그들의 얼굴에 곧 화색이 돌았다.

제우스는 헤르메스와 아테나, 대규를 바라보며 웃은 뒤 이렇게 말했다.

“수고했다. 나는 그대들이 자랑스럽다!”

제우스를 비롯한 판테온의 신들은 세 명이 전투하러 간 사이 앞으로의 전략을 짜고 있었다.

제우스는 자신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세 명의 신들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열심히 싸워 준 그대들에게 보상을 내려야겠지.”

그때 헤르메스가 고개를 들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신들의 아버지이시여, 꼭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그러자 제우스는 헤르메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잘 알고 있다. 예상외로 강했던 외계인들의 능력에 관한 이야기겠지.”

“그, 그걸 어떻게……?”

“우리는 그대들의 전투를 이곳에서 다 지켜봤다. 아테나의 몸이 굳어졌을 때는 우리 판테온의 신들도 깜짝 놀랐다.”

“그랬습니까?”

헤르메스가 되묻자 제우스는 심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 앞으로 등장할 외계인들과 적들은 여태까지 상대했던 기간테스들보다 훨씬 강력할 것이다.”

그때 가만히 있던 아테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혹시 신께서는…….”

그녀는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이었다.

“…누가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 짐작이라도 가십니까?”

그러자 제우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판테온의 신들 역시 작은 목소리로 불길하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곧 제우스가 팔을 높게 들고 신들의 웅성거림을 제지한 뒤 입을 열었다.

“우리 역시 너희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을 때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믿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제우스의 얼굴에선 약간의 긴장감도 엿보였다.

신들의 아버지 얼굴에서 저런 표정을 본 적은 여태껏 단 한 번도 없었다.

대규는 제우스의 표정을 보자마자 이번 일이 정말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아무래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자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뿐이다. 바로 나의 아버지이자 선대의 왕이었던 크로노스밖에 없다.”

제우스의 말에 헤르메스와 아테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테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겨우 이었다.

“하, 하지만… 크로노스 님이 자취를 감춘 뒤 몇천 년이나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 하지만 이 외계인들을 이토록 능숙하게 부릴 수 있는 건 그밖에 없다. 카르케르에서 그들을 꺼내 올 수 있는 것도 그밖에 없고.”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시 예전처럼 제우스 님과 크로노스 님 사이의 전쟁이 일어나는 겁니까?”

그러자 제우스는 고뇌에 찬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어쨌든 너희는 이번 전투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젠 너희에게 보상을 내리도록 하마. 헤르메스 부대의 영웅들에겐 이미 보상이 다 내려졌다.”

곧 세 명의 신 앞에 각자의 보상이 떨어졌다.

하지만 아테나의 경우 보상이 단 하나도 없었다. 싸우다가 석화가 돼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 앞의 텅 빈 공간을 보면서 그녀는 몹시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전쟁의 여신인 내가 그렇게 당해 버리다니… 이건 정말 치욕이다.’

한편 대규의 허공에는 보상이 잔뜩 있었다.

미마스를 해치우고 얻은 골드 등급 젬스톤과 하스터를 해치우고 얻은 꿀술, 그리고 크아이가로부터 얻은 눈동자 등이 있었다.

그리고 비야키들을 해치우고 얻어 낸 비야키의 꼬리 기관도 있었다.

하스터의 꿀술은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었다.

황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고 있는 찐득한 액체였다. 유리병을 흔들어 보니 액체로부터 꽤 점성이 느껴졌다.

아이템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황금의 벌꿀술]

[외계공간에 존재하는 벌꿀로 만든 술. 황금빛 에테르체로 구성돼 있으며, 이 꿀술을 마시고 비야키에 올라타면 비야키를 타고 날 수 있다. 또한, 비야키에게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

비야키의 공략집에서 봤던 설명과 동일했다.

‘하지만 내가 이걸 쓸 일이 있을까? 나는 굳이 비야키를 타고 싶지 않은데…….’

대규는 녀석들의 흉측한 외관이 떠올랐다.

물론 녀석들의 쾌속 비행 스킬과 빠른 스피드는 탐이 나긴 했다.

다른 보상인 비야키의 꼬리 기관을 보았다.

비야키의 꼬리는 딱딱한 갑각류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몹시 길고 흉측한 소시지의 모양이었다.

이 꼬리 기관에 쾌속 비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담겨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엔 정말 달기 싫었다.

‘잠깐만, 옵티뭄에겐 달 수 없을까?’

만약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부탁한다면?

그는 생물의 장기 조직을 해체하고 이식하는 걸 할 줄 알 것이다.

‘굳이 이 흉측한 꼬리를 붙이지 않아도 이 꼬리 기관에서 그 능력을 지닌 세포 혹은 부분을 추출해 옵티뭄의 몸에 심는 생화학적인 수술을 한다면?’

아주 혁신적인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되면 옵티뭄은 이 흉측한 꼬리를 달지 않고도 비야키가 지닌 빠른 비행 속도와 쾌속 비행 스킬을 그대로 물려받을지도 몰랐다.

대규는 보상을 받은 후 당장 헤르메스의 부대에 있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를 찾아가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보상 크아이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것도 엄청 징그럽게 생겼군.’

크아이가의 눈은 구슬같이 동그랗게 생긴 눈알이었다. 하지만 홍채와 동공은 꼭 백내장에 걸린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회백색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공략집의 설명 역시 무시무시했다.

[크아이가의 눈동자]

[크아이가의 눈동자가 지닌 정수. 크아이가가 눈을 뜰 때처럼 사용자가 위기에 몰렸을 때 이 눈동자에서 빛이 발산되며 파괴 신이 강림한다.]

‘파괴 신이라니… 상상이 잘 안 되는군.’

크아이가가 파괴 신을 부르기 전에 딥원들이 그를 해치워서 사실 대규는 그 파괴 신이란 녀석의 위력을 실감하지 못했다.

‘어쨌든 갖고 있으면 도움은 되겠지.’

보상을 다 챙겨 보관함에 넣은 대규는 옆에 서 있는 헤르메스를 흘끗 바라보았다.

헤르메스 역시 외계인들을 해치우고 받은 보상을 보고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특히 대규의 눈엔 개구리 좀비같이 생긴 차토구아를 해치우고 받은 차토구아의 간이 들어왔다.

혹시 어떤 능력을 지닌 아이템인지 궁금해서 설명창을 한번 봤다.

[차토구아의 간]

[독 계열 마법에 대해 저항력을 100 높여 준다. 웬만한 독 공격을 막아 주며, 중독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해 준다.]

‘유용한 아이템이군.’

이제 제우스는 세 명의 신 중 대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특히 대규 너는 아주 잘 싸워 줬다. 이제 막 신이 됐는데도 너희 활약은 엄청났다. 미마스뿐만 아니라 다른 외계인들도 쓰러뜨렸고, 나의 딸 아테나도 구해 냈지.”

“감사합니다.”

“이건 내가 특별히 너에게 내리는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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