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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05화 (205/294)

# 205

205화 전장의 새국면 (11)

대규는 헤르메스의 장화를 이용해 날아갔다.

곧 저 멀리서 헤르메스와 싸우는 두꺼비 좀비 외계인의 모습이 보였다. 불탄 고목같이 생긴 외계인이 없어진 걸 보면 헤르메스가 녀석을 해치운 것 같았다.

‘어쨌든 신이니 헤르메스도 꽤 실력자겠지.’

대규는 두꺼비 좀비같이 생긴 외계인을 바라본다. 가까이서 보니 이 녀석 역시 한 징그러움 하는 녀석이다.

두꺼비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녀석의 피부는 꼭 썩어 문드러진 것처럼 회색과 검붉은 색이 섞여 있었고, 전반적으로 칙칙한 낯빛을 하고 있었다.

괜히 두꺼비 좀비라고 표현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녀석의 등은 우둘투둘했는데, 자세히 보니 화산 분화구처럼 작은 알갱이들이 알알이 돋아나 있었다.

녀석은 주둥이를 벌리고 기다란 혀를 발사해 헤르메스를 공격했다.

혀를 채찍처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곧 녀석의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차토구아(Tsathoggua)

보상: 차토구아의 간

특징: 토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 항상 단단하고 기다란 혀를 내밀고 있으며, 그 혀를 통해 채찍처럼 공격한다. 또한 등껍질의 우툴두툴한 알갱이들에선 유독한 산성 가스를 분출된다. 그 가스는 인간의 경우 닿기만 해도 육체가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릴 정도로 강력하다.

보유 스킬:

올챙이 빔-입을 벌려 외계인 올챙이들을 뱉어 낸다. 올챙이 떼가 상대방에게 달라붙어 마구 공격함. 마나 소모 500.

가스 분출-등딱지에서 유독 산성 가스 물질을 일제히 발사한다. 마나 소모 700.

<차토구아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차토구아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차토구아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차토구아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토성에 살고 있는 외계인이면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녀석이란 말인가?’

대규는 차토구아와 싸우고 있는 헤르메스를 바라보았다. 헤르메스는 차토구아의 채찍 같은 혀 때문에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그만큼 녀석의 혀 놀림은 아주 현란하고 위협적이었다.

대규는 헤르메스에게 소리쳤다.

“헤르메스!”

곧 그가 대규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된 거지?”

“모두 해치웠다. 이제 이 녀석만 해치우면 신들의 전투는 끝이야. 그렇게 되면 아마 평원에서 싸우고 있는 졸개들도 사기를 잃고 다 뿔뿔이 흩어지겠지. 널 도와주러 왔다.”

대규의 말에 헤르메스는 깜짝 놀랐다.

‘미마스에 이어 아테나가 상대하려 했던 외계인들까지 벌써 물리쳤다고? 저자는 이제야 겨우 신이 됐을 뿐인데…….’

사실 대규는 차원의 틈 시절부터 항상 놀라울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 냈다. 그때까지만 해도 헤르메스는 그가 남들보다 좀 더 잘난 영웅이거니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과 같은 신이 되니 막상 대규의 능력이 더욱 놀랍게 느껴졌다.

뿐만 아니라 그 비약적인 능력이 살짝 두려워지기도 했다.

‘어떻게 저토록 강할 수가 있는 거지?’

그때 차토구아의 혀가 헤르메스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고, 헤르메스는 방패를 들어 녀석의 혀를 막아 냈다.

팡!

혀가 방패에 부딪히며 굉장한 파열음을 냈다.

‘저 자식의 혀는 강철로 만들어지기라도 한 건가? 뭐 저런 소리가 난담.’

대규는 헤르메스의 방패에 부딪힌 차토구아의 혀를 질린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곧 혀는 이리저리 휘어지며 차토구아의 입안으로 말려들어 갔다.

그리고 녀석의 입가에 심술궂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왜 저러지?’

녀석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런데 등 쪽에서 이상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 모습을 보고 녀석이 유독가스를 분출하려고 한다는 걸 눈치챘다.

그는 헤르메스를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헤르메스, 녀석을 조심해! 등에서 유독가스를 분출하려는 거다!”

“네가 그걸 어떻게……?”

대규의 예상이 맞았다.

차토구아의 등에서 가스가 새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피쉬쉬쉭-

그리고 곧 가스가 새어 나와 주변이 짙은 안개가 낀 것처럼 흐려졌다.

톡 쏘는 시큼한 냄새가 대규의 콧속에 여지없이 파고들었다.

숨을 들이쉬기만 해도 콧속에 식초를 한 사발 들이부은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윽, 엄청난 가스로군.’

하지만 고통스러운 것에서 끝이 아니었다.

신의 육체를 지니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인간의 경우 가스에 닿기만 해도 온몸이 녹아 버린단 말이 실감 났다.

‘제길, 어떻게 해야 하지.’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다곤의 아가미를 장착하면 아가미가 유해가스를 걸러 주고 깨끗한 산소를 공급합니다.>

‘다곤의 아가미는 물속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나?’

이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횡재다.

대규는 한 손으로 코를 틀어막고 나머지 손으로 보관함에서 다곤의 아가미를 꺼내 장착했다.

척!

아가미가 경동맥 부근에 붙은 뒤 살 속으로 스며들듯 파고들었다.

얼마 후 아가미 안쪽의 층들이 움직이면서 가스를 걸러 내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했다.

쓰으읍-

그러자 생명력이 떨어지던 것도 서서히 멈췄다.

‘한결 낫군그래.’

한편 헤르메스는 손으로 코를 막으며 큰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자신의 주변에 짙게 뿌려진 가스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무슨 유독가스가 이렇단 말인가? 여태껏 웬만한 독가스들은 신의 육체에 상해 하나 입히지 못했는데.’

뚝뚝 떨어지는 생명력을 보니 문득 두려움이 엄습했다.

하지만 더욱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히히힝!”

헤르메스가 타고 있는 말이 괴롭게 울부짖었다.

그는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을 내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말의 피부가 유독가스에 닿자 서서히 녹아내리고 있었다. 어느새 피부가 녹아서 벗겨지고 붉은 속살이 드러나 있었다.

말은 결국 고통스럽게 울며 추락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말 위에 타고 있는 헤르메스 역시 함께 추락했다.

‘빌어먹을… 이 상태라면 나도 위험하다. 어쩔 수 없지.’

헤르메스는 추락하는 말의 등을 박차고 높게 점프했다. 말은 외롭게 울부짖으며 홀로 추락했다.

“미안하다. 나를 용서해라.”

“히힝…….”

짙은 가스에 가려져서 더 이상 그의 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애처로운 울음소리만이 가스 속에서 퍼질 뿐이었다.

그때 헤르메스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헉!”

퍽!

차토구아의 단단한 혓바닥이 어느새 그의 어깨를 후려친 것이다.

헤르메스는 팔로 어깨를 잡았다. 신의 육체라서 크게 치명타를 입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비가 온 듯 얼얼했다.

주변을 둘러봐도 짙은 가스에 가려진 탓에 차토구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생명력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빌어먹을…….’

헤르메스는 회복 마법을 쓰려고 팔을 높이 쳐들었다. 하지만 그의 빈틈을 노리고 다시 한 번 혓바닥이 그의 가슴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헤르메스는 회복 마법을 쓸 틈도 없이 황급히 자신의 칼을 들어 휘둘렀다.

휘릭-

황금빛 검기가 차토구아의 혓바닥을 향해 날아갔지만, 혓바닥의 움직임이 좀 더 빨랐다.

검기를 피한 혓바닥은 다시 한 번 헤르메스를 노리고 날아왔다.

검을 들어 혓바닥을 막아보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그 순간,

“레툼 익투스!”

화르륵- 서걱!

대규의 목소리와 함께 차토구아의 혓바닥이 뎅겅 절단됐다.

“#%[email protected]!#!”

차토구아는 절단된 혀를 부여잡고 분노에 차서 울부짖었다.

하지만 녀석의 등에선 여전히 독가스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대규는 헤르메스에게 다가갔다. 헤르메스는 대규를 보며 간신히 말했다.

“대규… 고맙다.”

“감사 인사는 전투가 끝난 뒤에 받도록 하지. 헤르메스 자네는 녀석의 독가스를 피해 달아나 있는 게 좋겠어. 자네, 실드 마법은 보유하고 있지? 우선 실드를 치고 달아나 있어. 이 독가스가 사라질 때까지 말이야.”

“알겠다.”

고개를 끄덕인 뒤 그는 대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런데 왜 저자는 저렇게 무사할 수 있는 거지?’

헤르메스는 신의 눈을 이용해 대규를 아주 면밀하게 바라봤다. 대규의 몸 주변엔 딱히 실드 마법 같은 보호막이 처져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대규의 피부가 초록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저게 뭐야?’

심지어 대규의 목에는 이상한 아가미까지 돋아나 있었다.

헤르메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런 장비는 판테온에서 본 적이 없다!’

그때 대규가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시간이 없어. 녀석이 다시 공격을 개시하고 있다. 일단 달아나서 생명력부터 회복해라.”

“그래, 알겠다. 그동안 녀석을 상대해 줘. 부탁한다.”

헤르메스는 순간 이동술을 사용해 순식간에 독가스로부터 탈피해 멀리 달아났다.

이제 가스 안에는 차토구아와 대규만 남아 있었다.

가스 틈새로 차토구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뒤 반 토막이 난 혀를 돌돌 말아 주둥이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주둥이를 있는 힘껏 벌렸다.

곧 녀석의 양 볼이 심술궂게 부풀어 올랐다. 꼭 개구리 왕눈이 만화에 나왔던 악당 개구리 투투를 닮은 모습이었다.

‘물론 투투가 훨씬 귀엽게 생겼지. 저건 정말 추악하게 생긴 외계인일 뿐이니까.’

볼을 저렇게 부풀어 올리는 건 녀석이 올챙이 빔을 쏘려는 준비 작업이었다.

대규 그에 대비해 마력 저항 아이템과 장비들을 들고 최대한 방어력을 높였다. 그리고 어깨에 달고 있는, 아테나가 준 선물인 아이기스의 방패를 들고 있었다.

콰아아앙!

녀석의 입이 벌어지면서 이상한 구슬들이 잔뜩 튀어나왔다.

파파팍!

구슬들은 총의 탄환들처럼 발사돼 대규를 향해 날아왔다.

‘저게 올챙이들이야?’

대규는 그 구슬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알고 보니 그것들은 구슬들이 아니었다. 물컹물컹한 투명 원형 젤리 안에 눈동자처럼 까만 점이 찍혀 있었다.

곧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토구아가 자신의 알들을 발사했습니다. 차토구아의 알들은 상대방의 몸에 붙어 순식간에 식인 올챙이로 부화하여 상대방을 갉아먹으며 공격합니다.>

어느새 차토구아의 알들은 대규의 황금 갑옷과 그가 든 아이기스의 방패에 다닥다닥 붙어서 부화를 하기 시작했다.

부화된 올챙이들은 방패에 새겨진 아이기스의 얼굴을 갉아먹었다.

우오오!

아이기스가 괴로운지 울부짖었다.

또한 황금 갑옷을 갉아먹는 통에 갑옷의 내 구도가 살짝 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는 올챙이들이 자신의 몸에 다 달라붙어 부화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래야 비산의 결계를 써서 녀석들을 단번에 박멸할 수 있다.’

모든 올챙이가 대규의 몸에 달라붙었고, 대규는 비산의 결계를 쓰기 위해 사슬검을 위로 쳐들었다.

그때 의외의 공략집창이 떠올랐다.

<차토구아의 올챙이들은 딥원들의 훌륭한 먹이입니다. 올챙이들을 딥원들에게 먹이로 주면 딥원들의 충성도가 더욱 상승합니다.>

이런 절호의 기회가 있나.

안 그래도 자신을 위해 크아이가를 해치워 준 딥원 부대에게 보상을 해주고 싶던 찰나였다.

‘마침 잘됐어. 헤르메스도 도망갔으니 딥원들을 풀어놓아도 되겠지.’

대규는 검을 휘두르는 대신 인피니투스를 꺼내 가방 문을 열었다.

곧 딥원들이 가방 안에서 꾸역꾸역 나오기 시작했다.

얀슬레이가 대규를 보고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주인님?”

“얘들아, 식사 시간이다. 마음껏 먹으렴.”

대규는 자신의 몸에 붙어 있는 식인 올챙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곧 딥원들은 차토구아의 올챙이들을 보고 입맛을 다셨다. 그들의 생선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갸아악!”

우적우적-

그들은 대규의 몸에 붙어 있는 올챙이들을 순식간에 먹어 치워 버렸다.

얼마 후 딥원들은 통통하게 부른 배를 붙잡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한 채 인피니투스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딥원들의 배가 불러서 충성도가 상승했습니다.>

좋았어.

올챙이들도 해치우고 부하들의 충성도도 높이고 일석이조로군.

대규는 속으로 기뻐했다.

반면 차토구아는 궁지에 몰린 표정으로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이제 너를 해치워 주마, 이 두꺼비 좀비 같은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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