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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03화 (203/294)

# 203

203화 전장의 새국면 (9)

물론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단 거지 실제로 찢어지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신의 육체는 그 정도로 상하진 않는다.

‘하지만 인간, 혹은 세미데우스였다면 상황이 달라졌겠지.’

대규와 크투가를 향해 날아오는 비야키들의 숫자는 꽤 많았다.

거의 대규의 딥원 부대에 필적할 정도로 많았다. 공략집으로 확인해 보니 총 48마리였다. 하스터가 타고 도망간 녀석까지 합치면 49마리다.

물론 하스터가 타고 도망간 녀석은 어느새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대규는 크투가에게 명령했다.

“크투가, 너는 하스터를 따라가.”

“#[email protected]!”

불길은 뭐라고 소리친 뒤 하스터가 사라진 방향으로 날아갔다. 아무래도 알았다는 대답을 한 것 같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하스터가 저 멀리 사라져서 이제 눈을 뜰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대규는 눈을 뜨려고 했다.

하지만 쉽게 뜰 수가 없었다.

비야키들이 날아오면서 교란시키는 공기의 흐름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느껴져서 차마 뜰 수 없었다.

눈을 뜨면 순식간에 메마르고 상할 것 같았다.

키이이잉-

비야키들은 바람을 가르며 대규 주변을 이곳저곳 요란하게 비행했다.

‘눈을 떠야 하는데…….’

물론 눈을 뜬다 해도 좀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신의 육체니까 상하진 않을 것이다. 눈을 못 뜨게 만드는 건 자신이 지닌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대규는 정신을 가다듬은 뒤 힘을 주고 눈을 번쩍 떴다.

비야키들이 날아다니면서 내는 폭풍 같은 공기 흐름 때문에 눈이 순식간에 말랐다.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확실히 괴롭긴 괴로웠다.

눈을 크게 뜨고 있는데 바로 앞에서 선풍기가 강풍으로 바람을 뿜어내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랄까.

눈이 시리다 못해 뻑뻑해졌고, 저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비야키들이 내는 공기의 흐름 때문에 하스터를 쫓는 크투가의 불길도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었다.

화르륵-

대규는 사슬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비야키들의 민첩성은 상상 이상이었다.

녀석들은 얄밉게도 날개를 퍼덕이며 사슬검이 뿜는 화염들을 모조리 피해 버렸다.

‘확실히 민첩하긴 하군. 여태까지 내 공격을 이렇게 피한 녀석들은 없었는데…….’

일단 저 녀석들의 비행 속도를 줄여야 한다.

온갖 저주를 걸어서 녀석들의 속도와 민첩성을 봉쇄해 버리고 처참하게 도륙하는 거다.

‘그럼 저주의 달인을 소환해야겠군.’

다행히도 하스터는 크투가의 불길을 피해 멀리 달아나 버린 상태니 더 이상 석화 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규는 소환의 반지를 다시 쳐다보았다.

반지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소환의 반지에 저장된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소환할 몬스터를 선택해 주십시오.]

[미마스]

크투가는 이미 소환해서 그런지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의 리스트엔 미마스밖에 없었다.

그런데 동시에 두 마리를 소환하는 것도 가능하단 말이야?

‘확실히 라의 목걸이보다 성능이 좋다니까.’

대규는 미마스를 선택했다.

[미마스를 소환하시겠습니까? Yes/No]

Yes!

곧 반지에서 꿀렁이는 소리와 함께 거인의 몸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뚱이가 튀어나온 탓에 반지를 낀 손가락이 좀 뻐근하고 무겁게 느껴졌다.

반지에서 튀어나온 미마스는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본 뒤 소리쳤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나는 분명히 죽었…….”

미마스는 대규를 발견한 뒤 표정을 구기며 말을 이었다.

“으으… 이 자식! 죽여 주마!”

하지만 그는 대규에게 덤벼들지 못했다. 그가 지팡이를 휘두르려고 하자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팔을 잡아 버린 것이다.

“이게 대체…….”

대규는 그런 미마스를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나에게 귀속됐다. 내 반지가 널 흡수해 버렸거든.”

“크으…….”

미마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지팡이를 바라봤다. 그제야 자신의 지팡이에 달려 있던 마의 돌이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설마 네 녀석이 내 마의 돌도……?”

“그래, 그건 내가 잘 쓰겠다.”

“이 쥐새끼 도둑놈 같은 신 녀석!”

미마스는 다시 대규를 공격하려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여전히 그의 팔은 보이지 않는 힘에 제압당해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지팡이는 저 멀리 휙 하고 날아가 버렸다.

대규는 날아간 지팡이를 척 잡았다.

하지만 미마스의 얼굴은 아직도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이거 아주 귀찮은 녀석이군. 크투가 처럼 말을 잘 들을 줄 알았는데…….’

대규는 손가락에 낀 소환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미마스에게 말했다.

“이럴 거면 다시 반지 속으로 들어가라. 죽어 버린 녀석 주제에 괘씸하게 행동하는군.’

그때 비야키 떼들이 대규와 미마스를 향해 날아왔다.

대규는 헤르메스의 장화를 이용해 간신히 비야키 떼들을 피했다. 하지만 미마스는 그러지 못했다.

게다가 지팡이를 대규에게 빼앗겨 자신의 몸을 보호할 쉴드도 치지 못했다.

비야키 떼들은 곧 미마스에게 달려들어 그의 몸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끄어억!”

미마스는 지팡이도 없어서 아무런 저주 스킬도 쓰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시작했다.

대규는 비야키 떼들에게 뜯어먹히는 미마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저 녀석을 구슬려서 스킬을 쓰게 만들지?’

잠깐만.

굳이 구슬릴 필요가 없잖아.

‘이럴 거면 그냥 녀석이 지닌 저주 스킬을 내가 복사해 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마의 돌도 갖고 있으니 저주 계열 스킬들의 위력을 높일 수도 있고.’

“끄아악! 살려 줘!”

비야키 떼들 틈 사이로 미마스의 비명이 들렸다.

비야키 떼들은 멈추지 않고 더욱 우악스럽게 녀석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를 구해 주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너는 죽지 않는다. 이미 한 번 죽었기 때문이지. 그렇게 영원히 고통받으라구.”

“마, 말도 안 돼!”

“그럼 나는 너의 스킬들을 잘 사용하겠다.”

“뭐라고?”

대규는 비야키들에게 뜯어먹히는 미마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자신의 복사 스킬 아시믈로를 사용했다.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미마스의 스킬 중 복제할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사용자의 마나 소모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복제할 수 없습니다.]

[투명 무효화-마나 소모량 50]

[혼란의 빛-마나 소모량 300]

[스킬 봉쇄-마나 소모량 800]

[다운그레이드-마나 소모량 1,000]

[죽음의 길동무-마나 소모량 2,500(복제 불가)]

역시 죽음의 길동무 빼고 다 복사할 수 있다.

대규가 지금 필요한 스킬은 다운그레이드였다.

‘빨리 비야키들의 능력을 다운시켜서 느려지게 만들어야 해.’

다운그레이드를 선택한 뒤 보관함에서 마의 돌을 꺼내 미마스에게 빼앗은 지팡이에 장착했다.

곧 자신의 보유 스킬란에 다운그레이드가 표시됐다.

‘됐다!’

대규는 마의 돌이 장착된 지팡이를 휘둘러 다운그레이드를 시전했다. 그러자 마의 돌 안에서 이상한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 기운들은 대규의 몸으로부터 서서히 생명력을 빼앗기 시작했다.

기운들이 대규의 몸에 달라붙자마자 온몸의 힘이 급격하게 빠지기 시작했다.

‘맞다. 이 녀석의 다운그레이드 스킬은 시전하는 자의 생명력을 절반이나 깎아먹는 스킬이었지.’

말이 절반이지, 수치로 환산하면 거의 3,700에 육박하는 생명력이다.

게다가 마나도 1,000이나 소모하는 스킬이다. 상태창을 보니 마나와 생명력이 훌쩍 줄어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생명력만 착취해 가는 게 아니었다.

기운들이 몸에 달라붙은 이후부터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며 울렁거렸다.

플렉서블 바디를 써서 몸의 크기를 늘릴 때보다 속이 더 좋지 않았다. 배 속의 위액이 마구 역류하며 식도를 타고 올라오는 기분까지 들었다.

너무 불쾌해서 당장이라도 스킬을 중지하고 싶었다.

‘미마스 녀석, 불쾌한 기분을 견디면서 잘도 이런 스킬을 썼군그래.’

대규는 한편으론 이런 스킬을 쓰는 미마스가 대단하다고 느껴지면서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빌어먹을 자식! 저 자식이 내 말을 잘 듣고 고분고분하게 행동했으면 내가 굳이 이 스킬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어쨌든 마의 돌에서 나온 기운들은 이제 대규의 생명력을 거의 흡수한 듯했다. 기운들은 점점 허공에 응집되면서 단단한 결집을 이루기 시작했다.

결집을 이룬 기운들은 비야키 떼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쩌어억!

비야키 떼들 앞에서 기운들은 수십 갈래로 갈라진 뒤 녀석들을 공격했다.

“키에에엑!”

비야키들이 응집된 기운들을 맞고 이상한 신음 소리를 냈다.

곧 녀석들의 비행 속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다운그레이드 스킬이 성공적으로 먹힌 것이다.

‘그럼 이제 공격을 개시할 때다!’

그 전에 생명력부터 회복해야 한다.

대규는 엘릭서를 복용할까 생각했지만 관뒀다. 그건 미마스를 상대할 때처럼 빈사 상태에 들어갔을 때나 먹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남용할 수는 없었다.

그 대신 흡혈의 화염을 꺼내 사슬검의 불길에 장착했다.

이 화염을 사용하면 빠르게 생명력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흡혈의 화염을 장착하자 검기만 했던 악마의 화염이 살짝 붉은 빛을 띠기 시작했다.

대규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야키들을 향해 사슬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화르륵- 서걱!

“키에엑!”

됐다!

다운그레이드 스킬 덕분에 녀석들은 악마의 화염을 더 이상 피하지 못했다. 화염들은 비야키들의 약점인 꼬리만 집중적으로 태웠다.

그리고 흡혈의 화염 때문에 녀석들의 꼬리에 붙은 불길은 생명력을 쭉쭉 흡수하기 시작했다.

상태창을 확인하니 절반이 줄어 있던 생명력은 어느새 거의 가득 차 있었다.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돌았다.

대규는 비야키 떼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가 과감하게 사슬검을 휘둘렀다.

악마의 화염이 춤을 추며 스무 마리 남짓한 비야키들을 단번에 해치워 버렸다.

곧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비야키에 대한 공략(중급)을 습득했습니다.>

중급 공략을 습득하자 녀석들을 해치우는 게 더욱 수월해졌다. 대규는 이제 대부분의 비야키를 해치웠다.

남은 녀석들은 아직도 미마스의 몸에 붙어 여전히 녀석의 몸을 뜯어먹고 있었다.

능력이 다운됐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미마스를 공격해 대고 있었다. 왜냐면 미마스는 지팡이를 뺏겨 반격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미마스는 괴로워하며 대규를 향해 최후의 발악을 내질렀다.

“크으윽! 살려 줘! 제발 나를 살려 줘!”

“싫다.”

“그럼 차라리 죽여 줘!”

“죽고 말고 할 것도 없다. 너는 이제 더 이상 죽지 않아.”

미마스는 그 말에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 그때 대규는 씨익 웃으며 미마스에게 말했다.

“물론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녀석들을 해치워 주겠다.”

그러자 미마스의 표정이 밝아졌다.

“뭐, 뭐야? 들어주겠다!”

“그럼 앞으로 내가 너를 소환할 때마다 나의 명령을 군말 없이 따라라.”

“크윽… 그건…….”

“그럼 지금처럼 계속 고통받든지. 참, 그리고 너의 지팡이는 내가 갖고 있도록 하지.”

결국, 미마스는 처절하게 소리를 질렀다.

“알겠다! 알겠어! 너의 명령에 따르도록 할게. 제발 날 살려 줘.”

“오케이. 그 말은 꼭 지켜야 할 거다. 신과 한 약속의 효력은 강력하니까.”

대규는 이렇게 말한 뒤 미마스를 물어뜯고 있는 나머지 비야키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사슬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레툼 익투스!”

화르륵-

불길을 품은 화염구들이 비야키들에게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화염구들은 정확히 비야키들의 꼬리를 공격했고, 녀석들은 꼬리에 불이 붙어 평원으로 추락했다.

대규는 모든 비야키들을 완전히 처리했다.

그리고 만신창이가 된 미마스에게 말했다.

“앞으로는 내 말을 잘 들어야 할 거야.”

“크윽… 알겠다. 나도 거인 대장 기간테스 중 한 명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무르지 않는다.”

미마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대규 앞에 무릎을 공손히 꿇었다.

대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다시 소환의 반지에 집어넣었다.

‘그런데 크투가는 하스터를 해치웠나?’

대규는 크투가와 하스터가 사라진 곳을 바라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신의 눈을 사용하면 멀리 볼 수 있다.

대규는 신의 눈을 발동시켰다. 저 멀리 크투가와 하스터의 전투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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