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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97화 (197/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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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화. 전장의 새 국면 (3)

아테나의 얼굴을 본 대규는 깜짝 놀랐다.

그녀의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평소 하늘하늘하던 그녀의 긴 생머리는 저승의 여왕처럼 미친 듯이 뻗쳐 오르고 있었고, 눈빛엔 분노가 가득했다.

하지만 그에 반해 그녀의 두 뺨은 더더욱 붉어져서 곧 터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녀의 모습은 무섭다기보다 이상하게도 귀엽게 느껴졌다.

‘여신을 귀엽다고 느끼다니… 이래도 되는 건가? 하긴, 이제 같은 신인데 어때.’

헤르메스 역시 그녀의 모습을 보고 겁을 집어먹는 대신 간신히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알겠어! 절대로 소문내지 않을게. 이 비밀은 꼭 지켜 주지!”

그러자 아테나는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그때 대규의 귓가에 장난기 어린 헤르메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흐흐! 내가 거짓말의 신이란 걸 아테나가 잊은 건 아니겠지. 이번 전투가 끝나면 바로 판테온의 다른 신들에게 소문내야겠다. 하하하! 아테나의 표정이 아주 볼만하군!’

이 양반 이거 너무하잖아.

하지만 헤르메스의 속마음은 계속해서 대규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저 목석 같은 아테나가 선물을 주다니. 정말 판테온이 천지개벽할 일이로군. 아테나가 저렇게 대할 정도로 저자가 그렇게 뛰어난 영웅이란 말인가?’

그 순간 대규는 깜짝 놀랐다.

‘잠깐만, 나 방금 헤르메스의 속마음을 들은 건가?’

이런 건 처음이었다. 분명 헤르메스와 아폴론을 맨 처음 만났을 땐 공략집을 이용해도 그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그들과 같은 신이 돼서 그들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럼 이들과 결투를 해서 이기면 이들을 심연의 결계에 가둘 수도 있는 건가?’

궁금하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굳이 판테온의 신들과 싸울 일이 없었다.

그것보다 신들의 속마음을 이토록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다니.

대규는 가장 듣고 싶은 속마음이 하나 있었다.

현재로서 가장 궁금한 속마음이기도 했다.

그는 아테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테나는 좀 전 만큼 분노에 찬 표정은 아니었지만, 얼굴에 아직도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두 뺨은 여전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대규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얼마 후 대규의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미세하게 떨리는 작은 목소리였다.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는 본래의 낮은 목소리보다 살짝 높았기에, 대규는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아, 정말 창피해 죽겠어!’

당황이 가득한 이 목소리는 평소 알고 있던 아테나의 근엄한 목소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신이 된 이후부터 그가 봤던 아테나의 모습은 여태껏 알던 모습과 좀 달랐다.

아테나의 속마음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감히 나를 이렇게 창피하게 만들다니! 헤르메스 저 녀석이 신만 아니라면 당장 창으로 가슴을 꿰뚫었을 텐데…….’

자신을 창피하게 만들었다고 창으로 상대의 가슴을 꿰뚫는다니.

역시 이럴 땐 냉혹한 전쟁의 여신으로서의 모습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내가 이토록 평정을 잃다니. 믿을 수 없다. 하지만 대규는 분명 다른 영웅들과 달라. 옛날부터 느꼈지만 말이야. 분명 내가 여태껏 봐온 영웅 중 최고의 실력자다. 하지만 저 월등한 실력에는 분명 수상한 구석이 있어…….’

대규는 속으로 살짝 뜨끔했다.

아테나 여신은 그에게 호감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항상 그의 실력에 대해 의심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여신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하지만 수상하면서도 이상하게 호감이 간단 말이야. 다른 영웅보다 더욱더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 들고… 그리고 아버지 제우스 신을 연상케 한단 말이지.’

대규는 그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 아테나는 자신과 제우스를 비교하고 있는 건가?’

그때 화들짝 놀란 그녀의 속마음이 들렸다.

‘내가 지금 무슨 비교를 하고 있는 거야. 감히 아버지와 비교하다니, 내가 잠깐 정신이 나갔나 보군. 그보다도 빨리 이번 전투를 준비해야지.’

그 뒤에 들린 그녀의 속마음은 전쟁의 여신답게 앞으로 닥쳐올 전투에 관한 것들밖에 없었다.

대규 역시 그녀의 속마음을 듣는 걸 중단하고 곧 다가올 전투를 준비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자신이 상대할 미마스란 기간테스는 그전에 아테나와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포르피리온이 다시 습격해 왔을 때 녀석은 자신이 수세에 몰리기 시작하자 비겁하게 토온과 미마스를 끌어들였다.

물론 토온은 대규에 의해 죽었고, 미마스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자 황급히 도망쳤다. 하지만 아테나는 미마스를 상대한 경험이 있으니 녀석의 공격 패턴이나 약점을 잘 알 것이다.

‘녀석을 만나면 공략집이 다 알려 주긴 하겠지만, 공략집은 상대방을 가까이서 보지 않으면 뜨지 않으니까.’

대규는 아테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테나, 물어볼 것이 있다.”

“무엇이지?”

헤르메스가 놀렸던 방금 전과 달리 그녀의 얼굴엔 이제 평소의 차분함과 냉정함이 엿보였다.

전투를 앞두고 평정심을 완전히 되찾은 것 같았다.

대규는 아테나에게 물었다.

“내가 상대할 기간테스 미마스가 어떤 녀석인지 알고 싶다. 너는 그전에 그와 싸워 봤던 경험이 있잖아.”

그 말을 듣자 아테나는 대규에게 미마스에 관해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미마스 역시 거인 대장 중 한 명이니 다른 기간테스들처럼 몸집이 크고 완력이 아주 세다. 하지만 다른 거인 녀석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지.”

“그게 뭐지?”

대규가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녀석은 거인치고 지능이 엄청나게 높다.”

“그럼 공격을 잘 피한다거나 전략을 잘 짠다는 건가?”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 녀석은… 물리 공격을 하지 않고 마법 공격을 주로 하는 마법사 계열 거인이다.”

‘마법사 계열 거인?’

그 말을 듣자 좀 당황스러웠다. 여태껏 봤던 거인들은 덩치가 크고 근육이 우락부락하게 붙어 있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무식하게 생긴 무기들을 휘두르곤 했다.

스킬 중 마법이 담긴 스킬을 쓰는 거인들이 있긴 했지만, 결국엔 그 스킬들 역시 물리적인 공격을 보강해 주고 높여 주는 것들이었다. 한마디로 대규의 레툼 익투스 같은 스킬과 비슷한 것들이었다.

대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테나에게 말했다.

“마법사 거인이라니. 상상되지 않는걸?”

마법사와 거인의 조합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대체 어떤 마법에 능하지?”

마법사가 부리는 마법은 보통 속성으로 나뉘곤 했다. 화염 계열, 물, 얼음 계열, 뇌염 계열 등으로 나뉘고 주로 한 속성을 전문적으로 발달시킨다.

그러자 아테나가 대답했다.

“미마스 녀석의 전문은 어둠 계열 마법이다. 주로 흑마법, 혹은 저주라고 하지.”

저주!

“녀석은 물리적 공격은 가하지 않지만, 저주 마법으로 상대방에게 치명타를 입힌다.”

“그거라면 괜찮아. 저주를 튕겨 내는 반지를 지니고 있거든.”

대규는 아테나에게 자신이 끼고 있는 닥튈로이의 반지를 들이밀었다.

그러자 아테나가 고개를 양옆으로 내저으며 말했다.

“녀석의 저주는 하급 몬스터가 부리는 저주와 달라. 너의 반지는 중급 수준의 저주는 막아 내지만, 미마스의 저주는 완벽하게 막아 내지 못한다.”

“…그렇군.”

“게다가 녀석은 아주 성가신 저주 스킬들을 지니고 있지. 녀석의 추악한 외모만큼이나 기분 나쁜 스킬들이다.”

“그래?”

“내가 저번에 당했던 저주는 전투하는 동안 내가 지니고 있는 주요 스킬 하나를 봉쇄하는 것이었다. 녀석이 내 필살 스킬을 봉쇄하는 바람에 꽤 고전을 면치 못했지. 물론 비겁한 녀석이라 토온이 죽고 포르피리온이 수세에 몰리자 바로 도망쳐 버렸지만…….”

“스킬을 봉쇄한다고?”

대규가 놀라서 되물었다.

잘못하면 자신의 레툼 익투스를 봉쇄당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래, 그 스킬 말고도 더욱 기분 나쁜 것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내가 당해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공략집으로 녀석의 보유 스킬을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이거 여태까지와는 좀 다른 전투가 될 수도 있겠어.’

여태껏 대규가 상대했던 적들은 일단 강력한 힘 대 힘의 대결이었다. 더욱 강한 물리적 공격으로 상대방을 몰아붙이면 됐는데, 이 녀석은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아테나는 대규를 바라보고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대규 너라면 분명 미마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너를 믿는다.”

그녀의 눈빛엔 단단한 신뢰가 담겨 있었다.

어느새 그녀는 전우를 바라보는 표정으로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전쟁을 앞두고 있으니 전쟁의 여신으로서의 면모가 속속들이 드러났다.

“그럼 전쟁터로 출발해 볼까!”

말을 마친 그녀는 자신의 백마 페가수스 위에 척 올라탔다.

“히이잉!”

페가수스가 힘차게 울부짖으며 발을 굴렀다.

헤르메스 역시 자신의 날개 달린 말 위에 올라탔다. 대규 역시 그 모습을 보고 제우스가 내린 자신의 말에 탔다.

턱!

켄타로우스의 등에 올라탈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으와앗!”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말의 등에서 떨어질 뻔했다.

케이른을 비롯한 켄타로우스의 등 위에 탔을 때는 그들이 알아서 균형을 다 잡아 줬는데, 이 말은 그렇지 않았다.

대규는 자신의 하체에 힘을 주고 말 위에서 균형을 잡았다.

얼마 후 몸이 안정을 되찾았다.

말이 움직일 때마다 리드미컬하게 자신의 몸도 움직였지만, 집중해서 균형을 잡았다.

그때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근성 스킬이 발동됩니다. 새로운 능력 ‘승마’를 익혔습니다.]

[승마 +10]

새로운 능력이 개방돼 기쁘긴 했지만, 살짝 의구심이 들었다.

대체 승마 스킬을 올리면 어디에 도움이 될까?

‘그래도 올려놓으면 언젠가는 도움이 되겠지. 유비무환이라잖아.’

그런데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갑자기 떠올랐다.

<승마 스킬이 오를수록 타고 있는 말과의 친밀도와 호흡이 상승합니다.>

호오, 그런 효과가 있었군.

‘녀석과의 호흡이 상승하면 전투가 훨씬 쉬워지겠지.’

대규는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었다. 그때 헤르메스가 대규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자네의 말의 이름은 뭔가?”

“응?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그러자 헤르메스가 말했다.

“이름을 지어 줘야지. 앞으로 계속해서 자네와 함께할 녀석인데 말이야.”

그런데 뭐라고 이름을 지어줘야 할까? 사실 이름에 대해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사실 대규의 작명 센스는 별로였다.

자신이 현실에서 개발한 음식인 탕수육 치킨의 이름 ‘탕꼬’만 해도 썩 좋은 센스는 아니었다.

‘공략집이 말 이름은 안 지어주나. 흐음…….’

대규는 가만히 말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아테나를 향해 말했다.

“아테나, 네가 이 녀석 이름을 지어 줄래?”

뜬금없는 부탁에 아테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내, 내가 말인가?”

“그래, 네가 지어 주면 좋겠어.”

아테나는 여전히 당황하고 있었다. 헤르메스는 그런 그들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이윽고 아테나가 입을 열었다.

“음… 그렇다면 ‘옵티뭄(Optimum)’이 어떤가?”

“옵티뭄?”

“그래. 옵티뭄은 최고, 라는 뜻이다. 그대와 함께 전쟁터에서 최고가 되라는 의미로…….”

그때 헤르메스가 끼어들었다.

“아테나, 전쟁터에서 최고가 되라니. 이러다가 대규가 아레스를 제치고 전쟁의 신이 되겠는걸?”

그리고 그는 대규와 아테나를 보며 덧붙였다.

“대규와 자네가 전쟁의 신, 여신이 나란히 되면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일 것 같아. 나는 자네들을 응원하겠어.”

응원, 이란 말을 하는 헤르메스의 얼굴엔 뭔가 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테나는 헤르메스를 노려보며 이렇게 툭 내뱉었다.

“아레스가 방금 자네가 말한 이야기를 들으면 자네의 이곳 주둔지를 쑥대밭으로 만들러 올지도 모르겠군.”

그러자 헤르메스는 급히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 불같은 성격의 아레스라면 정말로 그렇게 하고도 남을 위인이었다.

“그럼 출전을 시작하지.”

헤르메스는 주둔지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영웅들에게 소리쳤다.

“나 헤르메스가 출전을 명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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