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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94화 (194/294)

# 194

194화 신이 되는 길 (6)

대규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몸에선 다른 판테온의 신들처럼 은은한 황금빛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사실 엄청 잘생겨진 것 말고는 아직까지 그 전의 육체에 비해 뭐가 달라졌는지 잘 모르겠다.

“호호호, 더욱 멋있어졌구나.”

간드러진 목소리가 귓가에 들렸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그를 보고 웃음 짓고 있었다. 그녀는 아주 호기심 어린 촉촉한 눈빛으로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규는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다시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아틀라스의 뼈로 만들어진 육체라면 분명 그전보다 더욱 물리적 충격을 견뎌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신의 육체를 얻어 운과 권위가 영구적으로 5 상승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올리기 힘들었던 운과 권위 스탯이 단번에 5나 상승했다.

‘이것이 신의 위엄인가. 참, 상태창을 한번 확인해 보자.’

대규는 상태창을 불러 봤다.

자신의 이름 옆에 새로운 글자가 적힌 게 보였다.

김대규(신)

Lv. 1(00.00%)

생명력 7,540/7,540

마나 2,320/2,320

근력 326

민첩 312

지능 312

운 15(+5)

권위 33(+3)

사용 가능한 스탯 포인트: 0

레벨 1이지만 그 능력은 엄청났다.

세미데우스에서 신이 되면서 생명력은 2,000이, 마나는 1,000이 상승했다. 심지어 근력과 민첩, 지능 스탯도 각각 100씩 상승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대규의 눈에 들어오는 건 바로 권위 스탯이었다.

권위 스탯은 이제 36이었고, 대규는 자신이 지닌 아이템인 라의 목걸이를 떠올렸다.

목걸이가 지닌 마신들의 스킬들 중 아직까지 다뤄 본 적 없는 스킬이 딱 하나 있었다.

바로 오시리스 신의 ‘죽음의 지배’ 스킬이었다.

그 스킬은 권위 스탯이 35여야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여태껏 체험판도 실행해 본 적이 없었다.

대규는 당장 현실로 돌아가면 그 스킬의 체험판을 실행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 제우스가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그대의 존재는 완연한 신으로서 판테온 기록의 신전에 기록됐다. 맡아 두었던 그대의 장비를 돌려주도록 하지.”

그가 말을 마치자 대규의 몸에 갑옷과 사슬검, 그리고 기타 장비들이 순식간에 장착됐다.

모든 장비를 갖춘 대규의 모습은 정말 늠름한 신의 모습이었다. 전쟁의 신이 부럽지 않았다.

제우스는 그런 대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제 그대는 내가 전에 보상으로 내렸던 백색 상자를 열어볼 수 있게 됐구나. 한번 열어보는 게 어떻겠는가?”

맞다.

그때 헤르메스를 도와 거인대장 히폴리토스를 쓰러뜨리고 얻은 백색 상자가 있었지.

오직 판테온의 신들만이 승리할 때마다 제우스에게 받았던 상자로 공략집으로도 내용물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젠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규는 지금 당장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판테온의 모든 신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신들은 백색 상자를 받으면 그 자리에서 열지 않고 보관해 뒀던 것이 떠올라 대규는 제우스에게 이렇게 물었다.

“지금 꼭 열어 봐야 합니까? 다른 신들은 병사들 앞에서 그 상자를 열지 않았던 것 같은데요.”

“그건 신이 아닌 존재들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백색 상자의 내용물은 오직 신들만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엔 신들밖에 없으니 열어 보는 것이 가능하다.”

제우스가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한번 열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규는 전에 보상으로 그에게 받았던 백색 상자를 보관함에서 꺼냈다.

백색 상자에선 은은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철컥.

대규가 손을 대자 상자는 너무나도 간단히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은 한 권의 스킬북이었다.

‘이거 좀 이상한걸?’

대규는 스킬북을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건 여태까지 봐 왔던 스킬북과는 좀 달랐다. 일반적인 책 모양도 아니었고, 레툼 익투스를 익혔던 스킬북처럼 황금빛으로 빛나지도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그건 책이 아니라 책 형태의 비석이었다.

비석 위에는 이상한 고대 언어가 적혀 있었다.

대규는 스킬북 모양의 비석을 집어 들었다.

‘이걸 대체 어쩌란 말이지?’

그 순간 비석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번쩍!

콰직-

빛과 함께 비석이 갈라지기 시작하며 그 틈새로 더더욱 강렬한 빛이 뻗어 나왔다.

“으와앗!”

빛은 대규의 온몸에 파고들기 시작했다.

얼마 후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패시브 스킬 ‘플렉서블 바디(Flexible body)’를 익혔습니다.]

곧 스킬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플렉서블 바디-신의 존재가 지닐 수 있는 기본적인 패시브 스킬로 자신의 몸 크기를 유연하게 줄였다 늘였다 할 수 있다. 자신이 상대하는 적의 크기에 맞춰 몸집을 조절해 편리하게 싸울 수 있다.]

그전에 대규가 먹었던 아스클레피오스의 알약과 동일한 효과를 지닌 스킬이었다.

하지만 알약은 먹으면 사라지는 소비형 아이템이었던 반면 이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스킬이란 게 차이점이었다.

심지어 이건 패시브 스킬로 마나 소모도 따로 없었다.

‘아테나 여신과 다른 신들이 거인대장들과 전투를 할 때마다 몸을 늘렸던 게 이 스킬을 사용한 거였구나.’

이제 정말 다른 판테온 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존재가 된 것 같았다.

제우스는 백색 상자를 열고 스킬을 익힌 대규에게 말했다.

“그럼 그대도 이제 판테온의 신이 됐으니 그대만의 부대를 가져야겠지.”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대규가 놀란 목소리로 묻자 제우스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신은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 있는 다른 신을 아랫사람으로 부릴 수 없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 아테나의 부대 소속 대장군이 아니다. 그대는 따로 부대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구나.’

대규는 저쪽에 다른 판테온의 신들과 함께 서 있는 아테나 여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정도 떠올라 있지 않았다. 단지 차가운 무표정으로 대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더 이상 저는 아테나 여신과 함께 싸울 수 없는 겁니까?”

대규가 묻자 제우스가 대답했다.

“함께 싸울 수는 있겠지만 이제 그녀는 그대에게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대 역시 그녀의 명령을 받들 필요가 없다. 그대에겐 이제 오로지 나, 신들의 아버지 제우스만이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부대를 만들기는 힘들겠지. 그래도 최후의 결전 전에는 그대만의 부대를 꾸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감사합니다.”

부대를 꾸리는 게 당장 급한 일은 아니다.

어쨌든 대규는 현재 외계인들로 구성된 딥원 부대를 이끌고 있다.

‘50명이라 좀 조촐하긴 하지만… 아니, 50명을 조촐하다고 느끼다니, 난 이제 겨우 신이 됐잖아. 이 정도면 엄청난 것 아닌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제우스가 그를 바라보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그럼 이제 현실로 돌아가서 최후의 결전을 준비하고 있거라.”

제우스는 팔을 들어 허공에 손뼉을 치려고 했다.

그때였다.

쾅!

둔탁한 소리가 판테온 중앙 신전의 입구 쪽에서 들려왔고, 제우스를 비롯한 다른 신들은 입구 쪽을 일제히 돌아봤다.

그곳엔 헉헉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는 헤르메스의 두 아들, 실레노스와 판이 보였다.

그들은 헤르메스를 보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아버지! 큰일 났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본 헤르메스가 놀라서 달려갔다.

“아들들아, 대체 무슨 일이냐?”

하지만 그들은 다리를 부들부들 떨더니 곧 쓰러져 버렸다. 다리에 힘이 풀린 것 같았다.

심상치 않은 기운이 판테온 중앙 신전에 감돌았다.

이제 제우스를 비롯한 다른 모든 신도 헤르메스의 아들들에게 다가갔다.

제우스는 판과 실레노스에게 근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

“거, 거인들이… 아버지의 주둔지 근처로 쳐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신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과 실레노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게다가… 녀석들의 전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우리 헤르메스 부대의 10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헤르메스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외쳤다.

“그럴 리가! 말도 안 된다!”

헤르메스는 이제 제우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버지시여,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분명 녀석들은 이번 보름달이 차오르기 전까진 전력을 정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게다가 우리 부대의 10배 전력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다른 신들 역시 동요하기 시작하자 제우스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다들 조용히 하라! 평정심을 잃지 마라.”

제우스는 실레노스에게 다가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봐라, 차근차근 말해 보거라. 그 어떤 것도 빼놓지 말고 모든 걸 말이다.”

실레노스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었다.

“가, 갑자기 녀석들이 쳐들어왔습니다……. 그 미마스란 거인 대장 녀석이 말입니다……. 그런데 전력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거인들만 있는 게 아니라 난생처음 보는 이상한 괴물 녀석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아군의 부대만으론 상대하는 게 무리라고 판단돼서 이곳까지 열심히 달려온 겁니다.”

실레노스의 보고를 들은 제우스는 판테온의 신들을 돌아보며 신속하게 명령했다.

“우선 헤르메스는 주둔지로 돌아가라. 그리고 아테나, 내 딸아. 네가 헤르메스를 따라가 부대를 도와 거인 녀석들로부터 주둔지를 지켜 내라. 너 정도의 실력이면 충분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높은 평가 감사합니다.”

아테나는 고개를 숙이며 제우스의 명령을 받들었다.

“지금 당장 헤르메스와 떠나거라. 나와 다른 신들은 이 사태에 대해 긴급하게 전략을 새우고 있을 테니 말이다. 이건 비상사태다.”

그때 아테나가 제우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버지, 대신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부탁? 그게 무엇이냐?”

아테나는 대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기 있는 김대규 신과 같이 가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제우스는 엄격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너의 부하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같은 신으로서 그와 동등하게 싸우고 싶습니다. 전우로서 말입니다.”

전우, 란 말에 대규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나를 전우라고 생각한다니.’

하지만 아테나의 눈빛은 진지했다.

사실 대규는 아테나를 도와 헤르메스의 주둔지로 가고 싶었다. 방금 얻은 신의 육체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신의 육체를 얻긴 했지만, 지금은 잘생겨진 것과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걸 제외하곤 그 전의 육체와 차이점을 잘 모르는 상태였다.

상태창으로 모든 스탯들의 수치가 올라가긴 했지만 이건 말 그대로 수치일 뿐, 대체 얼마나 강력해진 건진 직접 전투를 해봐야 알 것 같았다.

‘전투하면서 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가 됐는지 확인하고 싶다!’

대규는 제우스 앞으로 나가며 말했다.

“저는 좋습니다. 여신님과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러자 제우스가 그에게 말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라. 이거,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면 그대에게 내리려고 한 것인데 좀 일찍 주게 됐구나…….”

“예?”

“신이 전장에 나가려면 탈 것이 필요한 법이지.”

제우스는 푸른 벼락을 든 오른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얼마 후 대규의 눈앞에 갈색 털을 지닌 준마(俊馬)가 한 마리 나타났다. 그 준마의 등에는 아테나의 말 페가수스처럼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녀석의 털과 갈기엔 좌르륵 윤기가 흘렀고 온몸에는 근육들이 아주 잘 발달해 붙어 있었다.

“이 말은 그대의 것이다. 그대에게 충성을 바칠 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대규는 말에게 다가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은 기분 좋다는 듯 히힝, 거리며 울었다. 녀석의 눈빛은 순수한 동물의 그것이었다.

“그럼 가자!”

하지만 대규가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자마자 녀석의 눈빛은 바로 싹 돌변했다.

방금 전까지 보였던 순수한 눈빛은 오간 데 없고 전투를 앞둔 강력한 맹장의 눈빛으로 변한 것이다.

‘고작 말 주제에 엄청난 눈빛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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