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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81화 (181/294)

# 181

181화 신체 강화 (5)

달빛이 드는 해안가에 자신을 향해서 무릎을 꿇고 고개 숙인 어인 괴물들의 모습은 몹시 이상한 풍경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당황스러웠지만 녀석들은 정말 깍듯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때 대규가 들고 있던 다곤의 아가미 정수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다곤의 아가미 정수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딥원들이 당신을 따르기 시작합니다.>

<아가미 정수를 지니고 있으면 딥원들을 거느릴 수 있습니다.>

대규는 녀석들을 향해 아가미 정수를 들어 보였다.

그러자 딥원들이 아가미를 바라보며 이상한 울음소리를 냈다.

“갸르륵…….”

생선 눈동자에는 경외감이 깃들어 있었다. 뭔가 묘한 느낌이었다.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딥원들이 자신의 우두머리에게 경의를 표하기 시작합니다. 딥원들의 충성도가 상승했습니다.>

<권위가 영구적으로 1 상승합니다.>

자신에게 경의를 표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을 보자 대규는 마음속으로 고민을 했다.

‘흐음, 녀석들을 정말 죽여야만 할까?’

죽이면 레벨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메시지창에 따르면, 녀석들은 이제 대규를 따르게 된 것 같았다.

이제 적이 아니라 부하가 된 것이다. 심지어 녀석들의 충성도까지 상승했단다.

‘녀석들을 죽이는 대신 내 부하로 만들면 어떨까?’

돌이켜 보면 대규는 한 부대 대장군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부하, 혹은 친한 동료를 만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의식적으로 꺼려졌다. 왜냐면 타인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원의 틈 시절부터 타인을 믿어선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곳 판테온의 세계는 진귀한 보상이 넘쳐났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은 그 욕심 때문에 눈이 쉽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긴박한 전투 상황이 되면 이기적으로 변하곤 했다.

애초에 대규는 충성이나 의리라는 개념을 믿지 않았다.

평온한 일상에선 가능할 수 있겠지만, 목숨이 걸린 전쟁터에선 그런 숭고한 개념은 자취를 싹 감춰 버린다.

그래서 대규는 애초에 마음 편하게 그 누구도 곁에 두지 않았다.

‘하지만 정말 나를 배신하지 않을 충성스러운 사람이라면 부하로 둬도 되지 않을까?’

대규는 딥원들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들 정도면 꽤 강력한 부하들이 될 것 같았다.

이곳 카르케르의 외계인 종족은 분명 판테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녀석들이라고 했다. 심지어 판테온의 신들조차도 그 정체를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았다.

대규는 가능하면 이 녀석들을 부하로 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전에 녀석들의 충성도를 시험해 봐야 했다. 섣불리 부하로 받아들였다가 뒤통수를 맞으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대규는 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딥원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자 녀석은 천천히 일어났다. 대규가 명령을 내리면 무엇이라도 다 수행하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하지? 이 외계인들은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 같은데.’

그때였다.

<아가미 정수를 사용하면 딥원들의 언어로 텔레파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아가미 정수를 들고 명령하고 싶은 걸 마음속으로 외치면 됩니다.>

전지전능의 아가미로군.

대규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딥원을 바라본 뒤 아가미 정수를 들고 속으로 명령을 내렸다.

‘나에게 너의 목숨을 바쳐라.’

명령을 내린 뒤 딥원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충성스러운 부하라고 해도 다짜고짜 목숨을 바치라는 명령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심지어 대규는 본래 이들의 우두머리가 아니라 새롭게 우두머리가 된 자다.

최악의 경우 녀석들이 텔레파시를 보내 서로 짜고 폭동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하지만 대규의 예상과 달리 녀석의 생선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아주 차분했다.

그리고 녀석은 물갈퀴가 달린 손으로 자신의 얼굴 옆에 난 아가미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지이익-

끔찍한 소리가 났고 아가미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곧 녀석은 해안가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져 몸을 파닥파닥 움직이는 꼴이 꼭 뭍에 나온 물고기 같았다. 하지만 피를 쏟으면서도 물갈퀴가 달린 손은 아가미를 잡아 뜯고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녀석의 얼굴이었다. 그 얼굴엔 두려움이나 대규에 대한 원망은 조금도 없었다. 결연한 눈빛이었으며, 두목의 명령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이겠다는, 그런 겸허함마저 엿보였다.

‘그만, 그만해도 좋다.’

텔레파시를 내리자 그제야 녀석은 아가미를 쥐어뜯던 손동작을 멈췄다.

대규는 녀석에게 다가가 고급 생명력 회복 포션을 하나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아가미의 상처에 부어 줬다.

곧 아가미의 상처는 아물기 시작했다. 녀석은 서서히 의식을 차렸다.

대규는 그에게 말했다. 어느새 입에선 바닷속에서 다곤이 내뱉었던 괴상한 외계어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말도 모두 해석돼서 귀에 들렸다.

“그대의 충성은 아주 잘 확인했다.”

그러자 쓰러진 딥원이 몸을 일으켰다.

“가, 감사합니다.”

그는 생선 주둥이를 뻐끔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생긴 것과 어울리지 않게 상당한 중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목소리 미남이었다. 아니, 미어(美魚)인가?

“너의 이름이 무엇이냐?”

대규가 묻자 딥원이 대답했다.

“얀슬레이(Yhanthlei)입니다.”

그의 이름을 들은 대규는 그 뒤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나머지 딥원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너희를 모두 내 부하로 삼으려 한다. 이의가 있느냐?”

딥원들은 한순간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들은 만장일치로 이렇게 대답했다.

“없습니다.”

그들의 얼굴엔 기쁜 기색마저 엿보였다. 아마도 이 새로운 주인에게 몰살당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았다.

기쁜 표정을 짓는 딥원들의 얼굴은 흉측했지만 묘하게 귀여운 구석도 있었다.

‘꼭 물고기들이 나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같기도 하고 말이야.’

대규가 부하로 삼은 딥원은 총 50마리였다.

보관함에서 무한히 늘어나는 가방 인피니투스를 꺼낸 뒤 말했다.

“그럼 모두 이곳으로 들어가도록 하라. 이곳은 안전하다.”

“알겠습니다.”

맨 앞에 서 있던 딥원 얀슬레이는 다른 딥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이제 이분이 새로운 대장님이시다. 다들 명령에 따라 이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자.”

아무래도 그가 이 딥원 무리의 대장인 것 같았다.

딥원들은 물갈퀴가 달린 발을 흐느적거리며 대규의 인피니투스 안으로 차례차례 들어갔다.

그들이 다 들어간 걸 확인한 후 인피니투스 가방을 안전하게 잠갔다.

어인 괴물 50마리가 들어갔는데도 가방은 텅 빈 것처럼 가벼웠다.

‘저번에 헤르메스의 두 망나니 아들을 넣었을 때도 가벼웠지. 정말 신기한 가방이야. 그나저나 수련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대규는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19:24…….>

대략 20분 정도 남았다.

아직 대규의 레벨은 41. 한계 레벨에 도달하려면 9단계나 더 레벨 업을 해야 한다.

‘다음 층으로 내려갈까.’

그게 좋을 것 같았다. 어차피 지금 정도 레벨이면 3층에서 조무래기 몬스터들이 나타난다 해도 바로바로 쉽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보스를 쓰러뜨릴 필요 없이 조무래기들만으로도 레벨 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층에서도 조무래기들인 딥원은 거의 백 마리 가깝게 나타났으니 말이다.

‘결정했으면 빨리 가자.’

대규는 2층을 빠져나와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은 아래쪽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타타탓.

어둠 속에서 대규의 발걸음만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그런데 지하 3층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대규는 공략집의 지도창을 띄운 뒤 입구를 가만히 주시했다.

그러자 그 층을 지배하고 있는 보스 몬스터의 이름이 떴다.

‘이호트’.

듣도 보도 못 한 이름이었다.

크툴루는 촉수 괴물, 다곤은 물고기와 개구리가 섞인 괴물이었다.

대체 이 괴물은 또 어떤 끔찍한 형상을 하고 있을까.

얼마 후 지하 3층에 도착했다.

3층은 꼭 지하 동굴 같은 곳이었다.

달빛이 비치는 해안가였던 2층과 달리 이곳은 사방에서 퀴퀴한 냄새가 났고, 토굴처럼 통로가 나 있었다.

대규는 지도창을 확인해 봤다.

‘이건 무슨 조화야?’

거대한 붉은 점이 토굴 안쪽에 있고, 자잘한 작은 붉은 점들은 거대한 붉은 점 위에 도돌도돌 돋아나 있었다.

‘흐음, 조무래기들이 호위무사같이 찰싹 옆에 붙어 있는 건가.’

하지만 조무래기들은 대규가 토굴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움직이지 않았다.

여전히 거대한 붉은 점 위에 돋아나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되면 보스 몬스터도 함께 해치워야 하는데…….’

이제 남은 수련 시간은 15분 남짓.

얼마 후 대규는 거대한 붉은 점이 있는 곳에 도달했다.

저 멀리에서 기괴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

다곤과 크툴루가 냈던 것과 다른 이상한 소리였다. 기계음 같기도 했고 전자기파의 소리 같기도 했다.

앞쪽엔 타원형의 길쭉한 그림자가 우뚝 솟아 있었다.

저 녀석이 이 층의 보스 몬스터 이호트인 것 같았다.

번쩍!

타원형의 그림자가 섬광을 발산하기 시작했고, 대규는 눈이 부셔 미간을 찌푸렸다.

‘저게 뭐야?’

정신을 차린 대규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호트는 촉수 괴물, 혹은 물고기나 개구리 인간 같은 종류의 괴물이 아니었다.

녀석은 통통하게 살이 찐 원통형의 몸을 지녔고, 그 아래쪽엔 빼빼 마른 다리들이 벌레처럼 돋아나 있었다.

멀리서 봐도 보이는 녀석의 거대한 몸은 꼭 젤리같이 물컹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으윽, 기분 나쁘군.’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 물컹한 몸뚱이에 돋아난 것들이었다.

녀석의 원통형 몸뚱이엔 수십 개의 얼굴이 박제된 것처럼 박혀 있었다.

얼굴들은 꿈틀꿈틀하며 녀석의 젤리 몸 표면을 부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돋아났다 사라졌다가를 반복했다.

얼굴들은 인간뿐만이 아니라 귀가 뾰족한 정령, 오크, 심지어 거인족까지 있었다.

‘저것이 조무래기 몬스터의 정체였군.’

이호트의 몸에 돋아난 것들이어서 거대한 붉은 점 위에 잔뜩 돋아난 형태로 지도창에 뜬 것이다.

아무래도 저 얼굴들은 왠지 녀석이 잡아먹은 생명체인 것 같았다.

녀석을 바라보자 곧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이호트(Eihort)

보상: 소환의 반지

특징: 지하 3층에 갇혀 있는 이종족 외계인. 자신에게 패배한 상대방을 통통한 원형 몸통으로 흡수한다. 그리고 전투 시 흡수한 자들을 조종해 적을 공격하게 한다. 몸에 박힌 수십 개의 얼굴은 그가 흡수한 상대방이다. 물론 이호트의 진짜 얼굴도 저 속에 교묘하게 숨어 있다. 진짜 이호트의 얼굴을 찾아내 해치워야 쓰러진다.

보유 스킬: 흡수-상대방을 자신의 몸으로 흡수해 공격할 수 있도록 조종한다. 마나 소모 500.

<이호트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이호트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이호트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이호트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저 중에 진짜 얼굴이 있다고.

진짜 얼굴을 해치우면 쓰러진다는 거로 보아 약점은 저 중에 숨어 있는 녀석의 얼굴인 것 같았다.

하지만 저기 있는 얼굴은 수십 개. 그것도 사라졌다 나타났다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다른 영웅들 같으면 좌절했겠지만 대규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수없이 많은 가짜의 틈에서 진짜를 찾아내기는 공략집의 기본적인 기능 중 하나일 뿐이었다.

대규는 공략집을 불러냈다.

<공략집이 진짜 이호트의 얼굴을 찾기 시작합니다.>

<진짜 얼굴은 황금색으로 표시됩니다.>

찾았다.

대규는 수십 개의 얼굴 중 황금빛으로 빛나는 얼굴을 향해 사슬검을 빼 들고 달려들었다.

사슬 검날이 그 얼굴을 시원하게 가르려는 찰나,

쑤우욱-!

진짜 얼굴 옆에 붙어 있던 다른 얼굴이 대규를 향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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