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79화 (179/294)

# 179

179화 신체 강화 (3)

한편 대규가 포탈을 타고 도착한 곳은 완전 어두컴컴한 곳이었다.

사방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 이래?’

적어도 자신이 딱딱한 바닥에 발을 딛고 서 있다는 감각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그리고 축축하며 기분 나쁜 냄새가 풍겨왔다.

크툴루와 괴수 군단을 봤을 때 맡았던 것과 비슷한 냄새였다.

그으으-

희미한 신음이 발 아래쪽에서 들려왔다. 얼마 후 암흑 속에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거인들의 지하감옥 카르케르(Carcer)에 입장했습니다.>

<수련할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입니다.>

<59:59…….>

시간제한이 있었군.

그럼 1시간 동안 신나게 훈련해 주마.

하지만 문제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다는 것.

발밑에서 기괴한 신음만 들려오고 있다.

‘뭐라도 좀 보였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하지만 자신은 화염을 내뿜는 검을 갖고 있다. 불길을 다루는 건 이제 식은 죽 먹기다.

대규는 사슬검을 꺼내 휘둘렀다.

화르륵-

불길이 검신을 휩싸고 돌며 주변의 어둠을 몰아내 줬다. 검은 화염이지만 불의 노릇은 톡톡히 했다.

대규가 서 있는 곳은 계단의 맨 위였다. 계단은 아래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계단 양옆에는 캄캄한 어둠뿐이었다.

하지만 그냥 어둠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기괴한 울음소리가 계단 양옆에서 흘러나오고 있었으니까.

공략집의 지도 창을 켜자 카르케르의 구조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곳의 구조는 하데스의 저승에 있던 지옥과 비슷했다.

계단을 내려가면 지하마다 각층이 도사리고 있는데 지하 1층을 제외하고는 층마다 거인들이 가둬 놓은 괴물들이 버티고 있었다.

각층에는 한 마리의 보스 몬스터와 조무래기들이 있는 것 같았다. 수없이 많은 작은 붉은 점과 하나의 거대한 붉은 점이 그를 증명하고 있었다.

일전에 전투에서 봤던 크툴루와 그의 괴수 군단, 같은 구성인 것 같았다.

전체 지옥은 총 지하 25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층에 있는 괴물일수록 더욱 강한 것 같았다.

층 입구 쪽을 손으로 눌러 보니 그곳에 있는 보스 몬스터들의 이름이 떴다.

‘몬스터를 직접 보지 않아도 이름 정도는 알 수 있구나. 이것도 공략집의 업데이트 영향인가?’

1층 빼고는 다들 생소한 이름이었다.

1층 입구엔 크툴루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빌어먹을… 그토록 힘들게 잡았는데 그게 겨우 지하 1층의 몬스터였다고? 미친 것 같군.’

대체 거인 녀석들은 이 지하에 어떤 괴물들을 가둬 놓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전에 오크 대장 가로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 싸움을 좋아하는 오크족들 사이에도 이런 속담이 있지. 카르케르의 괴물들과는 싸움도 벌이지 말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말아라, 라고. 그만큼 미친 녀석들이라고 들었다.’

게다가 그는 그 괴물들이 판테온의 생물이 아닌 이종족, 외계인이란 말도 했었다.

‘대체 거인들은 어떻게 이 외계인들을 이곳에 가둔 걸까?’

어쩌면 크툴루가 이 중에서 가장 약체라서 부하로 이용하고 신체 융화도 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몸이 떨려 왔다.

‘아냐, 떨지 말자. 수련 시간이 흐르고 있다.’

대규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는 붉은 점들이 없이 깨끗했다.

아무래도 전쟁에 동원된 크툴루들이 죽은 탓에 그런 것 같았다. 한 마리는 포르피리온 전투 때 대규가 죽였고, 나머지 하나는 대규와 영웅들, 그리고 히폴리토스가 그 우악스러운 손으로 잡아 빼 죽여 버렸다.

텅 빈 지하 1층을 보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지하 1층은 거대한 평원의 모습이었는데 땅은 거무튀튀하게 썩어 있었다. 크툴루들이 죽음의 평원 땅을 썩혔던 것처럼 말이다.

‘지체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대규는 지하 2층으로 내려갔다.

타타탓.

계단은 무지하게 깊었고, 양옆에선 기괴한 신음이 이따금 들려왔다.

곧 2층에 도달했다.

촤아악-

2층은 사방으로 파도가 치고 있는 거대한 해안가였다.

아무래도 층마다 다른 세상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밤하늘엔 둥그런 보름달까지 떠 있었다. 그냥 보면 엄청나게 평온한 한밤의 해안가 풍경이었다.

하지만 방심할 순 없다.

지도창에 의하면, 저 바닷속에 붉은 점들이 잔뜩 포진해 있었다.

대규는 사슬검을 꺼내고 바다를 향해 전투태세를 취했다. 그러자 곧 바다 한가운데서부터 물회오리가 빠르게 치기 시작했다.

휘이이잉-

물회오리는 이윽고 물기둥이 되어 하늘 높이 솟구쳤다. 곧 물기동 안에서 수없이 많은 괴생명체가 대규를 향해 날아들었다.

“크캬각!”

대규는 녀석들의 외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저게 뭐야!’

1층에 적혀 있던 크툴루의 이름을 보고 대충 이곳엔 끔찍하게 생긴 괴물들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긴 했다.

하지만 녀석들의 외모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했다.

촉수 괴물 크툴루와는 확연히 다르게 생겼지만 끔찍한 건 똑같았다.

그 괴생명체들은 물고기와 개구리, 그리고 인간을 가장 혐오스럽게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머리는 생선의 형태였고, 인간처럼 사지가 달려 있었다. 하지만 팔다리 끝엔 개구리처럼 물갈퀴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몸은 생선 비늘로 잔뜩 뒤덮여 있었다.

바로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딥원(Deep one)

보상: 인어의 눈물

특징: 외계 해저 도시에 사는 해양 괴물. 현재엔 거인들의 지옥 카르케르 지하 2층에 그들의 두목 다곤(Dagon)과 함께 갇혀 있다. 이빨은 피라냐보다 10배 날카로우며 비늘은 철갑처럼 단단하다.

보유 스킬: 텔레파시-딥원들끼리 텔레파시를 통해 의사를 교류하고 전술, 전략이 담긴 집단 공격을 펼친다.

<딥원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딥원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딥원으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딥원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보상란에 적힌 아이템이 특이했다.

보통 몬스터들은 경험치와 젬스톤, 혹은 일정 등급의 선물 상자를 주곤 하는데 이 녀석들은 달랐다.

대규는 보상란에 적힌 인어의 눈물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공략집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인어의 눈물은 딥원들이 잡아먹은 인어로부터 채취한 아이템입니다. 그 자체만으론 아무런 효과도 없지만, 이 눈물은 신비의 영약 앨릭서를 만드는 재료 중 하나입니다.>

영약 앨릭서라면 저번 포르피리온 전투에서 케이른이 기력이 다 빠져 있던 지영에게 먹인 영약이었다.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생명력과 마나가 완벽하게 가득 차오르는 신비의 약이다.

‘케이른 말론 켄타로우스 족 사이에서만 전설처럼 내려오는 영약이라고 했는데……. 제조할 수 있는 영약이었구나.’

어느새 녀석들은 빠르게 대규를 향해 날아왔다.

저런 스피드라면 공략 영상을 꼼꼼히 볼 틈도 없었다. 그때 공략집이 작동했다.

<공략집이 적들의 전력과 사용자의 능력을 고려해 사용자가 행할 수 있는 전략들을 분석합니다.>

<분석 후 가장 효율이 높은 전략을 제공합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좀 빨리 분석해 주면 안 되겠니.

녀석들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대며 대규에게 날아왔다.

대가리는 분명 생선인데 이빨은 호랑이 맹수 수준이다. 피라냐가 100배는 험악해졌다고 보면 될까.

대규는 사슬검을 휘둘렀다.

화르륵-

화염이 깃든 사슬 날이 녀석들의 아가미를 사정없이 베어 버렸다.

시간이 없어서 약점만 빠르게 체크했는데, 저 아가미가 녀석들의 약점이었다.

하지만 영약의 효과가 없어서 그런지 히폴리토스와 싸웠을 때보다 불길이 좀 약한 것 같았다.

그래도 커다란 파도처럼 일렁이는 거로 보아 레벨이 5단계나 오른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크갸악!”

괴성을 내지르며 몇몇 녀석들이 쓰러져 바다로 추락했다.

10마리를 한꺼번에 베어 버리자 다음과 같은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레벨이 1단계 상승했습니다.]

겨우 졸개 녀석들을 10마리 베었을 뿐인데 레벨이 상승했단다.

‘놀라울 정도로군. 전에 크툴루의 괴수 군단은 아무리 베어 죽여도 레벨이 1도 오르지 않았는데…….’

이 상태면 레벨이 쭉쭉 오를 것이다. 저 딥원이라는 졸개 괴물들의 숫자는 어림잡아도 100마리는 넘는 것 같았다.

그럼 졸개 녀석들만 베어도 레벨이 10 넘게 상승한다는 것!

‘좋았어!’

속으로 신나서 휘파람을 부는데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분신을 만들어 딥원들과 싸우게 만든 뒤 인피디 팔리움의 투명 효과를 사용하십시오.>

<공략집이 딥원들의 보스 다곤(Dagon)의 위치를 표시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졸개 녀석들은 분신보고 싸우라고 맡기고 본체인 나는 녀석들의 두목인 다곤, 즉 이 층의 보스 몬스터를 잡으라는 거구나.

제한된 수련 시간도 있는 이 상황에선 확실히 그편이 효율적일 것 같았다.

대규는 분신을 만들었다.

스르륵-

얼마 후 대규와 똑 닮은 분신이 생겨났고, 그와 동시에 그는 망토를 이용해 몸을 감췄다.

대규의 분신은 딥원들을 상대로 아주 잘 싸우기 시작했다.

심지어 광역 스킬까지 자유자재로 펼쳐 가면서 말이다.

‘보는 내가 다 흐뭇한걸.’

하지만 정말 좋은 점은 그게 아니다.

[레벨이 1단계 상승했습니다.]

분신이 싸우며 괴물 녀석들을 쓰러뜨릴 때마다 들어오는 경험치와 마나, 그리고 레벨 업은 고스란히 대규의 것이었다.

레벨 업을 알리는 사인인 하얀빛이 몸에서 일어났다.

물론 자신이 직접 싸우면서 레벨을 올리는 것보단 시간이 더 걸리긴 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놀면서 돈 받는 기분이군.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빨리 이곳의 보스인 다곤을 쓰러뜨려야 했다.

대규는 분신이 싸우는 모습을 뒤로하고 지도창으로 녀석의 위치를 확인했다.

녀석은 바닷속 깊은 곳에 있었다. 저 괴물들처럼 녀석 역시 어인 형태의 괴물인 것 같았다.

대규는 바닷속으로 잠수했다.

‘숨? 못 쉬어도 된다. 공략집의 버블막 효과가 있으니까.’

바다로 잠수하자마자 짜고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에 닿았다.

하지만 곧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떴다.

<바닷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버블막이 형성됩니다.>

순식간에 몸 주변에 얇은 막이 형성됐고 바닷물은 더 이상 대규를 괴롭히지 못했다.

<버블막의 지속 시간은 20분입니다.>

<지속 시간을 늘리시려면 공략집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업데이트하려면 골드 등급 젬스톤 30개가 필요합니다. 업데이트하시겠습니까? Yes/No>

저번에 토온의 체액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버블막을 형성했을 때보다 지속 시간이 10분이나 늘어나 있었다. 공략집을 업데이트한 효과인 것 같았다.

덕분에 다곤과 물속에서 전투를 벌일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났다.

‘좋았어.’

하지만 대규는 다음 업데이트 비용인 골드 등급 젬스톤 30개, 부분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시 봐도 비싼 가격이란 말이야. 골드 등급 젬스톤 30개라니…….’

대규는 헤엄을 치며 녀석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최대한 조용히 소리를 내지 않았다.

현재 인피디 팔리움 투명 망토로 대규의 몸은 투명해진 상태였다.

따라서 녀석은 대규가 접근하고 있는 것도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녀석에게 접근, 속전속결로 녀석의 급소를 공격해 쓰러뜨린다. 이것이 대규가 세운 전략이었다.

심해는 몹시 어두웠다. 거의 암흑 수준이었다.

그리고 물의 온도도 점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지도창을 확인하니 녀석이 있는 곳에 거의 다 접근한 것 같았다. 긴장한 채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때였다.

번쩍!

앞쪽에서 커다란 섬광이 번쩍였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지? 내가 잘못 본 건가?’

아니다. 섬광으로 인한 잔상이 눈앞에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쪽에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대규의 몸은 소용돌이에 휩쓸려 갔다.

필사적으로 근력을 발휘해 헤엄을 쳤다. 그때 저 멀리 앞쪽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