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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75화 (175/294)

# 175

175화 히폴리토스 (3)

드디어 헤르메스가 자존심을 한 꺼풀 내려놓았다.

대규의 얼굴은 환해졌다.

히폴리토스에게 또다시 칼을 휘두르려는 헤르메스에게 재빨리 말했다.

“신이시여, 녀석의 촉수는 베면 벨수록 무조건 재생합니다. 그것이 크툴루 촉수 괴물의 특성입니다. 무조건 저 녀석의 약점을 노려서 공격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틈을 타 촉수들이 위협적으로 날아왔고, 헤르메스는 방어하기 위해 검기를 이용해 촉수를 공격했다.

확실히 저 황금빛 시미터는 신의 무기라 위력이 남다른 것 같았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수많은 촉수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헤르메스가 물었다.

“약점이라면 어디 말인가?”

“저 명치입니다.”

대규는 크툴루의 반질반질한 문어 머리가 붙어 있는 히폴리토스의 명치 부위를 가리켰다. 그 부분은 훨씬 많은 촉수가 보호하고 있는 부위였다.

공략집에 따르면, 저 명치가 녀석의 급소였다.

대규는 헤르메스에게 계속해서 말했다.

“크툴루라는 저 괴생물은 거인들의 지옥에 갇혀 있는 이계 종족이라고 합니다. 저 녀석들은 재생을 본연 스킬로 지니고 있죠. 하지만 저 급소만큼은 재생하지 못합니다.”

대규는 이 사실을 공략집을 봐서 알고 있었다.

“다른 인간 영웅들에겐 저 명치를 향해 스킬을 쏘라고 말해 놨습니다. 헤르메스 님과 저도 녀석의 명치를 집중 공격해야 합니다.”

헤르메스는 가만히 대규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저 녀석은 어떻게 나도 모르는 히폴리토스의 급소를 알아낸 걸까?’

본래 히폴리토스가 지닌 급소라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상대하는 건 크툴루라는 이계 생물과 융화된 히폴리토스다. 그건 완전히 다른 종의 몬스터였다.

헤르메스는 의심스러운 목소리로 대규에게 물었다.

“…대체 그대는 나도 모르는 녀석의 급소를 어떻게 알아낸 건가?”

“저번 전투에서 저 크툴루란 녀석을 상대해 봤기 때문입니다.”

대규는 이렇게 얼버무렸다.

사실 그 전 전투에선 저 크툴루란 녀석을 상대해 봤을 뿐이다.

저렇게 다른 생물과 융화된 걸 보는 건 처음이었다.

따라서 그때는 급소 역시 달랐다. 명치가 아니라 크툴루의 심장을 공격해야 했다.

하지만 공략집이 알려 줬다고 헤르메스에게 일일이 말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헤르메스는 의심스러운 눈초리였지만 대규의 말을 믿는 듯했다.

“…알았다.”

헤르메스가 의심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 대규는 재빨리 이렇게 말했다.

“한가롭게 얘기를 나눌 틈이 없습니다. 신께서 저 촉수들을 막아 주시면 그 틈을 타 저와 인간 영웅들이 녀석의 명치를 공격하겠습니다. 그게 빠를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라.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는 건 인간뿐이니까.”

헤르메스는 말을 마친 뒤 자신의 황금 시미터를 휘둘렀다.

휘리릭-

곡선 형태의, 활모양을 닮은 검기가 검날 끝에서 뿜어져 나와 히폴리토스의 촉수들을 향해 날아갔다.

정확히는 명치 주변을 겹겹이 보호하고 있는 촉수들로 날아갔다.

그러자 급소인 명치를 보호하기 위해 촉수들은 필사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다 잘라 버리겠다!”

번쩍!

커다란 활모양의 검기는 그 순간 수십 갈래로 갈라졌다. 갈라진 검기들은 각각의 촉수들을 처참하게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역시 신은 신이구나.’

그의 공격은 위력적이었다.

검기, 혹은 검광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상대를 공격하는 건 자신이 지닌 스킬 레툼 익투스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한 개의 검기가 저토록 자유롭게 수십 개로 갈라지다니.

레툼 익투스는 수십 개의 허수 검광들을 만들어 상대방의 눈을 속인 뒤 단 하나의 일격의 기운으로 방심하고 있는 상대를 가격하는 스킬이었다.

저렇게 수십 개의 검광이 동시에 상대를 공격하는 건 꽤 고급 스킬이었다.

또한 헤르메스의 공격은 무자비하게 검광을 쏟아부어 공격하는 광역 공격 비산의 결계와도 확연히 달랐다.

수십 개로 갈라진 검광은 그냥 무자비하게 공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맡은 촉수들을 놓치지 않고 따라잡아 집요하게 난도질했다.

그 바람에 촉수들은 잘린 후에도 제대로 재생되지 못했다.

재생되는 속도보다 헤르메스의 검기가 그것을 다시 가르는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이다.

‘엄청나군… 재생 능력을 무력화시킬 정도라니.’

그때 녀석의 급소인 명치가 무방비하게 드러났다.

이때다.

대규는 거대해진 몸으로 사슬검을 휘둘렀다.

“레툼 익투스!”

영약 때문에 업그레이드된 스킬의 효과는 대단했다.

여태까지 수없이 이 스킬을 써봤지만, 오늘과 같은 효과를 본 적은 없었다.

악마의 화염을 품은 검광은 토네이토 폭풍처럼 거대한 회오리 형태로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녀석의 명치를 향해 날아갔다.

완전한 불길 폭풍!

“크으윽…….”

불길 폭풍에 닿자마자 그 곁에 그나마 남아 있던 촉수들마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끄악……!”

불길 폭풍은 정확히 크툴루의 반질반질한 머리, 즉 히폴리토스의 명치를 가격했다.

휘청-

녀석의 거대한 몸이 휘청이기 시작했고, 때맞춰 평원 바닥에 서 있던 다른 인간 영웅들도 제각기 원거리 스킬을 때려 부었다.

물론 그들의 스킬은 대규의 업그레이드된 불길 폭풍 일격의 기운에 비하면 아주 미미한 상처밖에 입히지 못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게 어디인가.

티끌 모아 태산이란 말도 있듯이 녀석은 서서히 무너져 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헤르메스가 신나서 칼을 휘두른 뒤 말했다.

“이제 녀석이 거의 쓰러져 가는구나! 인간들이여, 녀석을 완전히 해치워라!”

“알겠습니다!”

지영은 다시 한 번 인간 영웅들에게 전쟁의 축복 스킬을 걸어줬다.

세미데우스가 돼서 마력 자가 치유 능력과 적들을 해치울 때마다 유디트의 쌍검이 마력을 흡수해 준 덕분에 마력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인간 영웅들의 사기는 점점 진작되기 시작했다.

대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영웅들에게 스킬을 걸어 준 지영이 대규를 향해 외쳤다.

“대규 씨, 지금이에요!”

“알고 있습니다!”

대규는 쓰러져 가는 녀석의 명치를 향해 사슬검을 휘둘렀다.

휘리릭-

거대한 크툴루의 머리에 달린 붉은 눈이 대규를 바라보았다. 두려워하는 눈빛 같았다.

“이제 끝이다!”

서걱-!

사슬검은 크툴루의 머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머리 안에서 먹물처럼 검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크으윽…….”

명치를 가격당한 히폴리토스의 입에서 괴로움에 찬 신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해치운 건가.

그때였다.

“비, 빌어먹을! 이 쓸데없이 역겨운 외계인 자식!”

히폴리토스는 우악스러운 팔로 자신의 명치에 붙어 있는 크툴루의 머리를 잡아 뜯기 시작했다.

“@@$%%@!”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이상한 전파 같은 괴음이 크툴루의 머리에서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크툴루는 괴로운 듯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만 분노한 히폴리토스는 녀석의 머리를 완전히 잡아 뜯고 있었다.

“빌어먹을! 죽어라!”

엄청난 악력으로 인해 히폴리토스의 손가락은 크툴루의 머리를 뚫고 들어가 버렸다.

녀석의 손가락을 따라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잔인한 자식…….’

아무리 사악한 외계인 종족이라지만 효용 가치가 없으니까 바로 저렇게 죽여 버리다니.

히폴리토스는 결국 크툴루의 머리를 뜯어내 버린 뒤 구덩이 안으로 던져 버렸다.

그러자 히폴리토스의 몸에 수없이 돋아났던 촉수들도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

융화를 억지로 끊어 낸 것 같았다.

하지만 녀석 역시 상태가 멀쩡해 보이진 않았다. 명치를 공격당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건 기회다.

크툴루의 촉수와 재생 능력도 잃었으니 녀석의 생명력은 많이 줄어들어 있을 것이다.

“신이시여, 지금이 기회입니다!”

“알겠다.”

헤르메스는 시미터를 들고 히폴리토스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입가에 씩 미소가 지어졌다. 이제야 1차 기간토마키아 때 때려잡았던 녀석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흐라압!”

곡날 형태의 시미터 검이 직접 녀석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크윽…….”

히폴리토스는 잽싸게 맨손으로 검날을 잡아 막았다.

“넌 이미 끝났다.”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는 헤르메스. 곧 시미터의 날은 녀석의 손바닥을 파고들어 잘라 버렸다.

“끄아악!”

“이때다! 공격을 퍼부어라!”

헤르메스는 대규와 인간 영웅들에게 명령했다.

대규는 영웅들에게 말했다.

“이제 심장을 공격하면 됩니다!”

본래 거인형 몬스터 기간테스들의 약점은 심장이었다. 융화됐던 크툴루가 떨어져 나갔으니 녀석의 급소는 심장이 된 것이다.

영웅들은 일제히 녀석의 심장을 향해 스킬들을 퍼부었다.

‘그럼 나도 이제 공격을 할 때다!’

대규는 녀석의 심장을 향해 사슬 검날을 휘둘렀다.

“레툼 익투스!’

거대한 화염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며 녀석의 몸 쪽으로 날아갔다.

몸에 닿자마자 화염 토네이도는 그 형상을 바꿨다.

날카로운 칼날의 모양으로 변해 심장을 가차 없이 꿰뚫어 버렸다.

‘엄청나군!’

“크으윽……!”

거대한 불길 칼날로 심장을 꿰뚫린 그가 신음 소리를 냈다.

불길 칼날은 녀석의 등을 뚫고 뒤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검은 피가 떨어져 평원을 적셨다.

이때다.

대규는 왼팔을 돌려 녀석의 뒷목을 휘어잡은 뒤 사슬 검날 끝으로 녀석의 심장에 세차게 박아 넣었다.

알약을 먹어 녀석과 체급이 비슷해지니 이렇게 공격할 수도 있구나.

그전처럼 날아다니며 거인들을 공격할 때와 다른 통쾌함이 있었다.

대규는 녀석의 얼굴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망자가 되거라.”

히폴리토스의 검은 눈동자가 대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네 녀석은 대체… 그으으…….”

[기간테스 히폴리토스를 해치웠습니다.]

[무수히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나를 1,500 흡수했습니다.]

[레벨이 5단계 상승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대규는 그의 심장에 박혀 있는 사슬검을 뽑았다.

그리고 녀석의 거대한 몸뚱이를 두 팔로 번쩍 들어 올린 뒤 아래쪽의 구덩이로 패대기쳐 버렸다.

거인을 이런 식으로 던져 버리다니. 확실히 통쾌하긴 했다.

쿠구궁!

히폴리토스의 거대한 몸이 구덩이 안으로 떨어지며 굉음을 냈다.

녀석은 이제 자신이 죽인 망자들이 없는 고요한 심연의 구덩이에서 홀로 망자가 되어 외롭게 살아갈 것이다.

“휴우…….”

긴장이 풀렸고, 전투가 끝나자마자 커졌던 대규의 몸은 다시 줄어들기 시작했다.

서서히 줄어들어 본래의 인간 크기로 돌아오자 다른 인간 영웅들은 처음에 어색해서 머뭇거렸다.

하지만 얼마 후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아아!”

헤르메스는 거대한 몸집을 한 채 인간 영웅들에게 다가왔다.

그는 무릎을 꿇고 아래쪽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들은 정말 대단했다. 그대들이 아니라면 이 전투는 몹시 힘들었을 것이다. 물론 몇 명의 영웅이 희생되긴 했지만… 그들의 고귀한 넋과 공적은 판테온 기록의 신전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그 말을 듣자 몇몇 영웅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제야 희생된 동료들이 생각났던 것이다.

대규 역시 기분이 좀 씁쓸했다.

전투라는 게 원래 모두 다 무사하긴 힘든 법이다. 승리했지만 죽어 간 아군 병사들이 떠올라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물론 망자들을 해치워서 그들을 망자의 신분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긴 했지만, 그거론 모자랐다.

기간토마키아 때문에 죽어 나간 인간 영웅들의 희생은 엄청났으니까.

‘여태까진 이런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하지만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승리였다.

희생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과연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때 구덩이 깊은 곳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떠올랐다.

히폴리토스를 해치운 데 대한 보상인 것 같았다. 허공에 떠오른 보상은 팟, 하고 사라졌다.

헤르메스의 부대로 전송됐을 것이다.

“그럼 돌아가도록 하자.”

헤르메스는 어느새 몸집을 줄인 뒤 이동 결계를 열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가 대규를 바라보며 이리 오라는 듯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대규가 다가가자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그대는 아스클레피오스의 알약을 받는 대가로 그에게 뭔가를 해 주기로 한 건가?”

“예?”

“아스클레피오스는 그 알약을 아무한테나 주지 않아.”

부탁을 받긴 했다. 자신의 신체를 해부해 열람할 기회를 달라고 했지.

그때 헤르메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충고하나 하지. 아스클레피오스가 그대에게 한 요구가 뭔진 모르겠지만, 그의 알약을 받았으니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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