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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67화 (167/294)

# 167

167화 일본 시장 (4)

‘뭐지 이건?’

대규는 눈 앞에 펼쳐진 공략집의 장면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눈앞엔 자신이 가진 식재료로 완성할 수 있는 온갖 비주얼의 일본 음식들이 좌르륵 나타나 있었다.

심지어 요리에 따라 어울리는 그릇들까지 골라 놓았다.

대규는 맨 처음에 있는 요리인, 작은 직육면체 두부 위에 붉은 연어 알을 보석처럼 올린 애피타이저 음식을 손으로 눌렀다.

데코레이션 방법과 두부에 뿌릴 폰즈 소스 제조 방법까지 세세하게 다 나와 있었다.

‘이거 엄청나다!’

이거면 요리뿐만 아니라 일본 음식의 핵심인 데코레이션까지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대규는 요리를 시작했다.

구라타 사장 역시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역작인 음식들을 만들어 냈다.

요리 솜씨야 당연히 일본에서 손꼽을 정도로 훌륭했지만, 특히 그의 음식들은 예술성과 독창성으로도 유명했다.

구라타는 햇유자를 가져와 속을 파냈다.

그 안에 작은 두부를 넣고 미소 된장을 얇게 덮은 뒤 좀 전에 얇게 썬 무채를 넣어 장식했다.

애피타이저가 완성됐다.

그는 자신의 유자 두부를 보며 속으로 미소 지으며 생각했다.

‘저 애송이 자식이 이런 걸 할 수 있겠냐!’

가이세키 요리는 몇 년, 아니 몇십 년 동안 요리 공부를 한 요리사들도 그 경지엔 이르기 힘들었다.

한마디로 일식 요리에서 최정점의 요리였다.

구라타는 아직 요리를 시작하지도 않은 대규를 보며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저 녀석이 다른 대중적인 일식 요리는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건 다르다!’

그는 나머지 요리들도 열심히 만들었다.

한편 대규는 그런 구라타의 모습을 지켜봤다. 좀 전에 무채를 썰던 솜씨도 그렇고, 확실히 요리 실력은 있는 사람이다.

그가 자신에게 내왔던 음식들도 재료가 엉터리여서 그렇지, 비주얼은 몹시 훌륭했다.

인성은 별로지만 어쨌든 기본적인 실력은 탄탄한 요리사였다.

‘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다.’

대규는 슬슬 요리를 시작했다. 공략집에서 코스 요리로 내놓은 음식들을 다 선택한 후였다.

제한 시간 1시간이 거의 다 흘러갔다.

테스트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누구의 요리인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 채 일단 음식들부터 먹는 것이다.

심사위원은 총 5명.

일본의 한 방송국에서 영향력 있는 국장급의 인물들이란 늙은 일본인 남자 둘, 중견 남자 배우 한 명, 대규에게 명함을 건넸던 아사니치 신문의 기자 고로, 그리고 준섭이었다.

워낙 고급 식당이어서 그런지 저명한 인물들이 많았다.

준섭은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심사위원을 바라보았다.

하나같이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것도 방송과 언론 쪽의 사람들이었다.

‘만약 사장님이 이기게 되면… 정말 그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홍보가 될 거야.’

하지만 리스크가 너무 컸다.

그리고 고로 기자 말고는 다들 우익 사상을 지니거나 그에 동조하는 인물들인 것 같았다.

그래도 준섭은 사장인 대규를 믿기로 했다.

얼마 후 제한 시간이 지났고,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구라타와 대규가 만든 각 정식 요리들이 동시에 서빙되는 형태였다.

대규가 만든 애피타이저와 구라타가 만든 애피타이저가 각 한 접시씩 나왔다.

소량의 음식이지만 5명이 각각 알아서 나눠 먹기로 했다.

“오오…….”

유자에 들어간 두부 요리는 정말 아름다웠다.

늙은 일본 남자가 그걸 먹더니 입을 열었다.

“참으로 훌륭한 맛이야. 유자의 향과 두부의 고소함, 그리고 소스의 산뜻함이 잘 어우러지는군.”

말만 들으면 무슨 음식 평론가인 줄 알겠다.

그 모습을 본 구라타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심사위원들 역시 그 두부를 조금씩 맛보고는 감탄을 했다.

저 유자 두부는 구라타의 자신작이었다.

‘흐흐, 조선 애송이! 잘 봐둬라.’

이번에 심사위원들은 까만 김초밥을 집어 들었다.

평범한 김초밥인데 노란 겨자 소스가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정갈하게 찍혀 있었다.

심사위원들은 초밥을 먹었다.

“……!”

그들의 눈이 번쩍 떠졌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서 다음 요리들이 나왔다.

누가 만들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는 아름다운 요리들이 나왔고, 다들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준섭은 자신 앞에 놓인 메로구이를 보며 생각했다.

‘대체 누구 요리지? 아무리 봐도 완벽한 일본 요리들이다…….’

마지막으로 튀김이 나왔고 식사는 곧 끝났다.

대규가 심사위원들에게 물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그러자 그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럼 결정을 내려 주십시오.”

심사위원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낮은 목소리로 회의를 시작했다. 얼마 후 가장 늙은 일본인 남자가 대규와 구라타에게 말했다.

“결정했습니다. 두 분 다 이리로 나와 주십시오.”

대규와 구라타는 밖으로 나왔다. 구라타는 벌써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여유만만한 표정이었다.

늙은 일본인 남자가 대표로 말했다.

“두 요리 모두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심사위원의 의견은 만장일치입니다. 바로 이쪽 음식이 더 훌륭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말을 이었다.

“맞소. 이렇게 일본다운 가이세키 요리는 처음입니다. 역시 구라타 사장!”

“반면 저쪽 음식들은 좀 모자란 감이 있었다니까. 기교는 부렸지만, 이쪽 음식들에 비하면 맛이 떨어지지. 이거 구라타 사장 요리 맞죠? 이건 대일본 제국의 요리사가 아니라면 만들 수 없는 맛이라니까.”

“이걸 우리만 먹을 순 없지.”

중견 남자 배우는 어디론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리고 핸드폰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어이, 나야. 여긴 긴자의 구라타 사장 가게야. 이리로 와 보게. 여기 기가 막힌 음식이 있다구!”

고로 역시 핸드폰을 들고 자신의 SNS에 글을 적고 있었다.

‘멍청이들.’

준섭은 그 모습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들이 선택한 요리는 대규의 요리였다.

준섭도 처음엔 잘 몰랐지만 튀김이 나왔을 때 확신했다.

먼저 나온 튀김 요리는 아기자기한 야채튀김들이 나뭇잎 모양으로 튀겨져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나온 튀김 요리에는…

바로 한국에서 질리도록 봐 왔던 대규의 탕수육 치킨, 탕꼬가 있었던 것이다.

‘사장님이 탕꼬를 내놓을 줄이야.’

하지만 정갈한 그릇에 그럴듯한 데코레이션까지 갖추니 탕꼬는 몹시 고급 음식처럼 보였다.

가이세키 요리의 일부로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먹어 보니 탕꼬의 그 익숙한 맛이 분명했다.

결과는 확실히 대규의 승리였다. 준섭은 그때부터 어떤 것이 대규의 요리인지 알게 됐다.

준섭 역시 먹어보고 확신했다.

구라타 사장의 요리보다 대규의 요리가 훨씬 맛있었다.

음식의 식감이라든지 맛이 월등하게 좋았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사장님이 일본 요리도 공부하신 건가? 아니, 그게 무슨 상관이야! 사장님이 이겼는데!’

심사위원들이 심사평을 마쳤고, 준섭은 구라타 사장의 얼굴을 쳐다봤다.

여유만만했던 표정은 오간 데 없고, 그의 얼굴은 분노로 떨리고 있다.

일본인 남자들은 눈치 없이 구라타 사장에게 말했다.

“구라타 사장, 왜 그러십니까? 자네 음식이 제일 맛있었다니까…….”

그때 대규가 씩 웃으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그 음식은 제가 만든 음식입니다.”

“뭐라고?!”

일본인 남자들은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요? 말도 안 돼…….”

그들은 구라타 사장의 눈치를 급격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단 한 명 아사니치 신문의 기자 고로를 빼고 말이다.

고로는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에에~? 김대규 상! 정말 엄청나네요. 이거 완전 특종감인데요?”

그러자 구라타는 참지 못하고 이렇게 소리쳤다.

“이건 다 거짓말이야! 이 사기꾼 자식… 대체 무슨 술수를…….”

“그럼 한번 먹어 보시죠.”

대규는 구라타에게 자신의 음식을 가리키며 말했다.

구라타는 대규가 만든 튀김 요리를 봤다. 저 흔해빠진 닭튀김 토리텐이 대체 무슨…….

하지만 그걸 집어먹자마자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

“……!”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이, 이건…….”

믿기지 않는 맛이었다. 어떻게 닭튀김이 이런 맛을 낼 수 있지?

패배였다. 그것도 완벽한 패배였다.

구라타는 충격을 받아 가게 마룻바닥에 주저앉았다.

대규는 그를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다시는 한국인들과 한국 요리를 무시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리고 약속하신 대로 앞으론 절대 한국인 손님을 우롱하는 짓거리를 멈춰 주십시오. 그리고 공개적으로 사과도 해 주십시오.”

“크, 크윽…….”

대규는 고개를 돌려 신문기자 고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침 공개적으로 사과하기 좋은 기회가 있군요. 당신이 훌륭한 손님들을 두신 덕분에 말입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음 날.

준섭과 대규는 모든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공항에 있었다.

그때 신문기자 고로에게 전화가 왔다.

“김대규 상! 오늘 자 아사니치 신문을 보시면 대규 상이 좋아하실 기사가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고로 씨.”

“아닙니다. 대규 상 덕분에 좋은 특종을 잡았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놀러 가면 꼭 대규 상의 토리텐 탕꼬를 먹으러 가겠습니다. 그럼 바이, 바이.”

대규는 전화를 끊은 뒤 공항 대기실의 편의점에서 아사니치 신문을 사 왔다.

신문의 문화면엔 대문짝만 한 기사가 실려 있었다.

거기엔 우중충한 얼굴의 구라타 사장 모습과 엄청나게 큰 글자로 머리기사가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고급 식당 긴자 다마루, 한국인 손님들에게 공식 사과…….]

고로의 기사였다.

기사엔 구라타 사장과 가게 직원 일동이 여태까지 한국인 손님들에게 어떤 짓을 해 왔는지 낱낱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구라타 사장은 일본에서 불법인 기름치를 유통, 한국인 관광객에게 속여 판매했다는 죄목으로 기소됐다.

그로 인해 그의 가게는 당분간 휴업을 하게 됐다고 했다.

고로 기자는 구라타 사장과 대규의 요리 대결을 잠깐 언급하며 기사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이 모든 걸 밝혀낸 건 한국에서 온 요리사이자 식당 경영인인 김대규 씨다. 그의 요리 실력은 다마루의 구라타 사장보다 훌륭했다. 현재 김 씨는 한국의 신촌에서 식당 탕꼬를 비롯해 여러 개의 업체를 운영 중이다. 그의 식당들은 모두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대규는 기사를 읽은 뒤 준섭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탔다.

일본 시장조사는 성공적이었다.

오모테산도와 롯뽄기를 돌아보며 탕꼬가 진출할 자리를 확정했고,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일본 내에서 자신의 인지도도 올리게 됐다.

준섭 역시 기사를 보며 대규에게 말했다.

“사장님,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대규는 공항에서 산 일본 화과자를 먹으며 서울로 돌아갔다.

얼마 후, 일본에선 대규와 탕꼬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구라타와 대규의 요리대결은 입을 거치며 점점 소문이 무성해졌다.

심지어 일본에선 대규가 혐한 식당들을 깨부수는 ‘혐한 식당 도장 깨기’ 달인이라는 소리도 나왔다.

어쨌든 그 사건으로 긴자 다마루는 한국인들에게 아주 이미지가 안 좋아졌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게 되면 연관 검색어로 혐한, 혐한 식당 등 불미스러운 단어가 저절로 뜨게 됐다.

한편 대규의 인기는 국내에서 더더욱 높아졌다.

혐한 식당을 물리친 일이 정의의 용사처럼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규를 진정한 애국자라고 찬양하는 사람들도 생겨났고, 그전엔 대규를 욕했던 사람들도 이번 일을 계기로 좋은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외부에 공동의 적이 생기면 내부는 잘 뭉치는 법이다.

대규를 욕했던 사람들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에 혐한 식당 주인장을 혼내 준 대규의 행동을 좋게 본 것이다.

‘애국자가 되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는데… 뭐,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지.’

한국에 돌아온 후 대규식품은 일본 진출 사업을 착착 진행시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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