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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59화 (159/294)

# 159

159화 포르피리온의 재습격 (9)

토온이 분신에게 달려가는 사이 본체인 대규는 녀석의 목 뒤쪽으로 순간 이동했다.

눈앞에 거대한 승모근이 우뚝 솟아 있었다. 비대한 살 속에 파묻혔지만 분명 근육이었다.

저 정도 근육이면 근섬유의 밀도가 상당히 높을 것이다. 따라서 뚫고 들어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았다.

‘녀석의 신체에서 근육이 가장 약한 부분은 어디일까?’

대규는 공략집을 띄워 봤다.

곧 공략집의 화면이 토온의 거대한 몸뚱이 전체를 스캔했다.

얼마 후 하얀 점이 반짝이는 부위가 보였다.

바로 왼편 겨드랑이 밑 쪽.

일반적으로도 겨드랑이 밑 쪽은 가장 연약한 곳이다. 쉽게 노출되지 않고 항상 팔로 접혀 있어서 피부조직도 연약하다.

물론 지금 토온은 분신에게 사슬검을 맹렬히 휘두르고 있어서 팔을 계속 움직이고 있지만 말이다.

‘분신이 최대한 오랫동안 버텨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예상외로 분신은 잘 버텨 주고 있었다. 레툼 익투스 스킬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토온의 공격을 열심히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토온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흐라압!”

토온이 기함을 하며 사슬검을 휘두르자 분신의 왼팔 한쪽이 날아가 버렸다.

그 모습을 보자니 꼭 자신의 팔이 잘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분신이 잘 싸우고 있는 동안 나는 녀석의 신체 내부로 침투해야 한다.’

대규는 녀석의 왼편 겨드랑이 밑 쪽으로 날아갔다.

투실투실 접힌 겨드랑이 밑 살들이 보였다.

사슬검으로 녀석의 겨드랑이를 슬쩍 갈랐다.

서걱-

“아얏! 뭐야!”

토온이 왼편 겨드랑이 밑을 바라봤지만 대규는 이미 녀석의 몸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모기라도 물렸냐?”

녀석은 이렇게 중얼거리며 분신에게 달려들었다.

한편 토온의 신체 내부로 들어온 대규는 역겨운 냄새에 코를 막았다.

‘으윽, 이게 뭐야?’

녀석의 몸 안에는 누리끼리하고 미끄덩거리는 덩어리들이 잔뜩 부유하고 있었다.

바로 체내의 지방이 뒤섞인 체액 덩어리였다.

‘이런, 돼지 같은 녀석.’

체액 덩어리가 날아와 대규의 코와 입을 막았다.

어서 버블막을 형성해야 한다.

대규는 공략집을 불러냈다.

<기간테스 토온의 체액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버블막이 형성됩니다.>

메시지와 함께 몸 주변에 얇은 비눗방울 같은 막이 생성됐다.

그러자 기름이 뒤섞인 체액 덩어리들은 대규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그제야 숨을 자유롭게 쉴 수 있었고 대규는 온몸에 묻은 기름을 닦아냈다.

기름은 질척거리고 역겨운 냄새가 났다.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버블막의 지속 시간은 10분입니다.>

<지속시간을 늘리시려면 공략집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업데이트를 하려면 블랙 등급 젬스톤 3개가 필요합니다.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Yes/No>

전에 판테온의 시련을 할 땐 블랙 젬스톤이 없어서 업데이트할 수 없었지만 이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영이 걸어준 버프의 지속 시간은 10분이니까, 지금 버블막의 지속 시간을 늘리는 건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현실로 돌아가면 공략집을 업데이트해야지.’

그럼 이제 심장부를 향해 가 볼까.

왼쪽 겨드랑이 밑 부분을 뚫고 왔으니 심장은 가까이에 있을 것이다.

대규는 공략집의 지도창을 켰다.

심장 부위가 붉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런데 심장보다 아래쪽에 위치한 널따란 부위 역시 노란색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저건 대체 무슨 표시지?’

그 널따란 부위는 녀석의 푸짐한 뱃살 안쪽이었다.

대규는 손으로 노란 점을 눌러 봤다. 그러자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이곳은 기간테스 토온이 여태까지 흡수한 무기들과 아이템, 전사 및 영웅들을 보관해 놓은 장소입니다.>

<토온의 배 속에는 판테온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한 아이템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녀석은 저곳에 보관해 놓은 무기들을 꺼내서 공격하는 거였구나.’

한마디로 녀석의 배 속이 거대한 무기창고, 혹은 아이템 창고라는 뜻이었다.

‘저곳부터 가 볼까? 저기서 짱짱한 무기나 아이템을 꺼내 와서 녀석의 심장을 파괴하는 게 더 수월할지도 몰라.’

그러나 대규의 이런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다음과 같이 떠올랐다.

<하지만 토온이 죽지 않은 상태로 저곳에 입장하면 보관된 무기와 영웅들은 침입자를 공격합니다.>

‘이런. 빨리 심장을 공격해 녀석을 죽이는 게 우선이겠다.’

게다가 지금쯤이면 대규가 만들어 놓은 분신도 사라졌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녀석은 대규를 찾다가 결국 나머지 거인들과 함께 아테나 여신을 공격할지도 몰랐다.

2 대 1도 아니고, 3 대 1의 전투라면 여신이 극도로 불리해진다.

‘빨리 심장으로 가자.’

대규는 심장부를 향해 날아갔다.

곧 토온의 심장이 위치한 심실이 보였다.

뚱뚱보의 심장답게 심실과 심장 주변에는 누리끼리한 지방이 뒤섞인 체액 덩어리가 방어막처럼 끼어 있었다.

꼭 고지혈증에 걸린 혈관 같았다.

대규는 질척한 체액 덩어리를 밟고 심실 높이 점프한 뒤 사슬검을 세차게 휘둘렀다.

화르륵-

칼에서 나간 악마의 화염이 지방 덩어리에 붙자 활활 타올랐다.

‘역시 기름엔 불이 제격이지.’

악마의 화염 한가운데서 심장은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파괴하기 위해선 칼을 꽂아 넣어야 했다.

대규는 불타고 있는 심장에 불카누스의 사슬 검날을 있는 힘껏 꽂아 넣었다.

하지만 잘 들어가지 않았다.

지영에게 버프를 받은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칼날은 심장 안쪽으로 매우 천천히 들어갔다.

‘괜히 기간테스가 아니군. 심장 하나를 파괴하는 데도 이렇게 힘이 들다니.’

얼마 후 온몸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지영이 걸어준 버프 효과가 서서히 끝나 가고 있었다.

‘안 돼!’

그나마 천천히 들어가던 사슬검은 이제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때 불타오르던 심실 내벽에서 대규를 향해 무언가가 튀어 올랐다.

작은 지방 덩어리들이 폭탄처럼 사방에서 공격해 오기 시작했다.

왼팔을 들어 지방 덩어리들을 최대한 네메시스의 방패로 막아 봤다. 하지만 사슬검을 꽂은 오른팔이 묶여 있어 모든 덩어리를 다 막아낼 수 없었다.

게다가 버프 효과가 끝난 탓인지 덩어리들의 공격은 몹시 위협적이었다.

대규는 이를 악물고 심장에 꽂힌 사슬검을 안쪽으로 밀어 넣으며 외쳤다.

“빌어먹을! 빨리 좀 들어가라!”

하지만 심장부가 검끝을 단단하게 잡기라도 한 듯 사슬검은 움직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버블막의 지속 시간조차 끝나갔다.

그르륵…….

토온의 체액 덩어리들이 대규의 코와 입을 사정없이 막기 시작했다.

숨을 쉴 수가 없었고 생명력이 좍좍 줄어들었다.

이렇게 기름 바다에 파묻혀서 죽게 되는 건가.

번쩍!

그때 대규의 상체가 황금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생명력이 일정 이상으로 떨어져 황금 양털의 무적 효과가 발휘된 것이다.

순식간에 숨을 쉬기 편해졌다.

하지만 남은 시간은 고작 10초.

그 안에 무조건 저 심장을 파괴해야 한다.

“힘이여, 솟아라!”

근육이 꿀렁거리며 근력이 늘어났지만 사슬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대체 어떻게 하란 거야!

그때 한 생각이 머릿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갔다.

상태창의 맨 밑에 적혀 있는 ‘사용 가능한 스탯 포인트!’.

크툴루를 해치운 대규의 현재 레벨은 7. 사용 가능한 스탯 포인트은 총 12였다.

망설임 없이 모든 스탯 포인트를 근력에 쏟아붓기로 했다.

지금은 이것저것 잴 때가 아니었다.

[스탯 포인트를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망설임 없이 Yes를 선택했다.

[스탯 포인트로 올릴 능력치와 그 수치를 선택해 주십시오.]

모든 스탯 포인트 12를 근력에 쏟아붓는다!

이래도 심장을 파괴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다.

곧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스탯 포인트 12로 근력을 상승시켰습니다. 남은 스탯 포인트는 0입니다.]

[상태창을 확인해 주십시오.]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근력이 올라 있는 게 보였다.

대규는 이를 악물고 검을 심장 안쪽으로 박아 넣었다.

팔 근육이 파들파들 떨렸고, 얼마 후 불쾌한 느낌과 함께 검이 천천히 심장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으윽!”

토온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았다.

멀쩡하던 심장이 갑자기 아파 오기 시작했다.

“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그 파리 같던 영웅 녀석이 사라졌다. 분명 자신에게 팔을 하나 잘리고 만신창이가 돼서 흡수하려고 보니 자취를 싹 감춘 것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심장은 다시 한 번 아파 왔다.

“크으윽!”

설마 녀석이 내 몸으로 들어간 건가? 하지만 대체 어떻게?

그러고 보니 아까 녀석과 싸울 때 겨드랑이 밑 쪽이 살짝 따가웠다. 토온은 팔을 들어 겨드랑이 밑 쪽을 봤다.

그곳엔 미세하게 살이 찢어져 있었다.

자신이 아까 상대했던 건 속임수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말이 안 된다.

진상을 대충 알아차린 토온은 분노에 차 소리쳤다.

“이, 이런 쥐새끼 같은 녀석!”

하지만 그 순간 심장에 엄청난 고통이 느껴졌다.

두근!

“크아악!”

토온은 결국 균형을 잃고 타고 있던 가고일에서 떨어졌다.

한편, 평원의 아래쪽에 서 있던 케이른과 다른 영웅들은 토온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걸 바라보고 있었다.

“이때다! 공격을 퍼붓자!”

케이른이 이렇게 외쳤고 그를 필두로 영웅들은 추락하는 토온에게 온갖 스킬을 때려 박았다.

우르릉! 쾅쾅!

벼락이 쳤고 얼마 후 폭풍 같은 바람에 새빨간 화염도 일었다.

평소의 토온에겐 씨알도 안 먹힐 스킬들이었지만 급소인 심장부를 공격당한 토온에겐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얼마 후 그의 거대한 몸이 평원 바닥에 떨어졌다.

쿠우웅!

그의 몸이 떨어진 땅은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크게 파였고, 주변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토온의 몸 안에 있는 대규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 창이 떠오르는 걸 확인했다.

[기간테스 토온을 해치웠습니다.]

[아주 많은 양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나를 1,000 흡수했습니다. 마나가 완전히 가득 찼습니다.]

[레벨이 5단계 상승했습니다.]

거인 대장 기간테스답게 녀석을 쓰러뜨리니 레벨이 단번에 5단계나 상승했다. 온몸에서 강렬한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휴우…….”

레벨 업을 알리는 하얀 빛이 사라진 뒤 대규는 가볍게 한숨을 쉰 뒤 상태창을 확인해 봤다.

김대규(세미데우스)

Lv. 12(42.00%)

생명력 3,640/3,640

마나 985/985

근력 159

민첩 146

지능 146

운 10(+5)

권위 28(+3)

사용 가능한 스탯 포인트: 10

포인트를 다 썼지만 렙이 5나 올라서 10으로 다시 찼다.

게다가 토온이 죽으니 체내에서 대규를 호흡을 막거나 공격하던 체액 덩어리들은 땅으로 모조리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숨도 잘 쉴 수 있게 됐다.

생명력도 가득 차서 몸이 가벼워졌다.

‘이제 끝났구나.’

이제 대규가 갈 곳은 한 군데였다.

바로 녀석의 배 속에 숨겨진 보물 창고!

체액 덩어리들이 바닥으로 가라앉아서 버블막 없이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대규는 바닥에 질척하게 쌓여 있는 지방 섞인 체액을 악마의 화염으로 태우며 녀석의 배 속으로 내려갔다.

저 멀리 배 속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였다.

아주 작은 입구였는데 입구 주변은 근육 조직들로 이뤄진 것 같았다.

근육 조직을 밀면서 입구 안으로 들어간 대규는 곧 탄성을 질렀다.

“우와아!”

그곳은 아주 거대한 공간이었는데 수없이 많은 무구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무구들의 산에는 먼지들이 두껍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무구들의 날이나 상태는 아주 좋았다.

대규는 그중에서 하나의 검을 들었다.

일반적으로 칼날이 곧게 직선으로 뻗어 있는 롱 소드와 다르게 곡선으로 뻗어 있는 특이하게 생긴 검이었다.

검을 집어 들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공간 왜곡 검]

[거인의 장인이 만든 검으로 허공을 가르면 공간을 접거나 펼치면서 공간을 왜곡시킬 수 있다. 공격력 80% 상승.]

‘공간을 접거나 펼칠 수 있는 검이라고?’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상상이 되진 않지만 엄청난 효과 같았다.

대규는 일단 그 검을 챙겨 보관함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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