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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52화 (152/294)

# 152

152화 포르피리온의 재습격 (2)

한편 가로쉬의 말을 들은 지영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가로쉬는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는 자매를 보고 첫눈에 반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자매를 위해 이 한 몸 던질 각오가 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송곳니는 받을 수 없어요. 도로 넣어 두세요.”

지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우리는 전장에 싸우러 온 겁니다. 같은 동료 영웅으로서. 가로쉬 장군님도 그 점을 잘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사사로운 감정에 얽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난 지 몇 번이나 됐다고 이러시는지요? 가로쉬 장군님은 한 부대의 대장군치곤 상당히 충동스러운 성격의 소유자로군요.”

“아니, 그건…….”

“저는 그런 남자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 이만.”

말을 마친 지영은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차였군.’

고블린과 오우거 영웅들은 안절부절못하며 가로쉬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로쉬는 사라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역시 대단한 성품을 지닌 자매야! 당연히 한 번에 수락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 하지만 오르기 어려운 나무일수록 더욱 그 열매가 단 법! 포기하지 않을 테다!”

가로쉬는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것 같았다.

“분명 자매는 내가 전투에서 대장을 해치우면 마음이 바뀔 것이다! 우오오.. 전장의 기운이 나를 흥분하게 만드는군. 후우욱!”

그는 이제 다른 고블린, 오우거 영웅들처럼 점점 흥분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두 부대는 전쟁터에 대립하고 서 있었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장군인 대규는 아테나 여신과 함께 맨 앞줄에 서 있었다.

“보이느냐?”

여신은 언덕 위에서 저 아래쪽에 멀리 보이는 적진을 눈짓했다.

그곳에는 꾸물꾸물 이상한 것들이 보였다. 확실히 여신의 말처럼 거인 병사들로만 이뤄진 부대는 아닌 것 같았다.

“저들의 정체는 뭡니까?”

“거인들의 지하감옥 카르케르(Carcer)에서 빼내 온 괴수들인 것이다. 그곳에서 괴수까지 빼내 올 정도면 포르피리온 녀석도 전력을 다한다고 봐야겠지.”

“카르케르가 뭡니까?”

“그건 저들 거인들 세계에선 우리 저승의 지옥 같은 곳이다. 하지만 녀석들의 그곳엔 온갖 징그럽고 추잡하게 생긴 것들이 존재하지.”

여신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물론 그대는 잘해 낼 거라고 생각한다. 아군의 지휘를 잘하고 적에게 빈틈을 보이지 말거라.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부대의 우두머리다. 우두머리가 당하면 부대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대를 믿는다.”

여신은 대규를 보며 이렇게 말한 뒤 싱긋 웃었다.

갑자기 전에 아프로디테 여신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하긴, 저번에 승전 기원 파티에서 네가 영웅 중 가장 먼저 저승을 통과했을 때도 아테나는 몹시 기뻐했었지. 그녀는 너를 꽤 총애하나 보구나. 그 목석같은 아테나가! 호호!’

여신이 자신을 총애한다니.

자신은 대장군까지 임명이 된 영웅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여신의 총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전쟁의 지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녀석이 오기 시작하는군.”

여신이 적진을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 멀리에서 펄럭펄럭 날개를 움직이며 날아오는 가고일이 보였다. 포르피리온은 그 가고일의 등 위에 타고 있었다.

“그럼 나는 전투를 하러 가겠다!”

여신은 자신의 창을 척 든 뒤 백마 페가수스에 올라탔다.

“여신이시여! 승리의 영광을!”

“여신이시여! 승리의 영광을!”

쿵쿵쿵.

영웅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각자 땅에 내리치며 여신의 승리를 기원했다.

말에 탄 여신의 몸집이 점점 커졌다. 지난번 기가스 포르피리온을 상대할 때처럼 말이다.

그녀는 어느덧 거대한 몸을 한 채 역시 거대해진 페가수스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페가수스, 가자!”

“히히힝!”

펄럭-

페가수스가 힘차게 날개를 펼치며 하늘 위로 비상했다.

여신은 엄청난 속도로 포르피리온이 타고 있는 가고일을 향해 날아갔다. 곧 둘은 공중에서 부딪혔고 엄청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우르릉- 쾅쾅!

대장끼리의 전투가 시작된 것이다.

전투의 룰에 따라 나머지 영웅들은 끼어들 수가 없었다.

대규는 이제 자신의 뒤에 서 있는 영웅들을 바라보았다.

앞쪽에는 강력한 실력을 지닌 정예군들이 있었다. 케이른을 필두로 전의 포르피리온 전투에 참여했던 영웅들이었다.

그리고 지영의 모습도 보였다.

그녀 역시 이제 어엿하게 정예군에 들 정도로 실력이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공략집으로 확인하니 그녀의 레벨은 이제 90을 넘은 수준이었다.

‘조금 있으면 세미데우스의 육체를 얻기 위해 판테온의 시련을 거치겠구나.’

아테나 부대의 정예군 옆에는 오크 장군 가로쉬와 뛰어난 실력을 지닌 고블린, 오우거 영웅들이 서 있었다.

가로쉬는 지영 옆에 서서 무기를 들고 흥분한 듯 숨을 들이쉬고 있었다.

그래도 그녀는 가로쉬가 옆에 서는 것 정도는 허락한 듯싶었다.

이제 대규는 평원 저쪽을 바라보았다.

괴수 부대가 꾸물거리며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영웅들을 보며 말했다.

“적은 우리가 여태까지 상대했던 거인 병사들이 아닙니다. 거인들의 지옥에 있던 괴수들이라고 합니다.”

영웅들이 그 말을 듣고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분명 녀석들은 약점이 있을 겁니다. 제가 선봉에 서서 녀석들을 먼저 공격하고 여러분께 약점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그럼 쉽게 공격할 수 있을 겁니다.”

대규는 자신이 먼저 선봉에 서 공략집으로 녀석들의 약점을 본 뒤 정예군에게 알려 줄 계획이었다.

“정예군들이 선봉에서 공격하면 뒤쪽 후방의 영웅들은 정예군을 지원해 주세요. 어쩌면 저 괴수 녀석들은 일대일 공략이 불가능할지도 모르니까요. 후방 영웅들의 관리와 지휘는 케이른이 해 주십시오.”

그러자 케이른이 고개를 숙이며 이렇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대장군.”

항상 대규에게 반말을 쓰며 친하게 말을 섞었던 케이른이 깍듯하게 존댓말을 쓰니 뭔가 어색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대장군이었다. 익숙해져야만 한다.

대규는 자신의 사슬검을 척 뽑아 든 뒤 허공 위로 쳐들며 소리쳤다.

“그럼 아테나 여신께 승리의 영광을 드리러 갑시다!”

“우와아아아!”

아군의 요새 쪽에서 산양 병사들이 출전을 알리는 뿔피리를 불었다.

뿌우우우-

영웅들은 적진을 향해 출전하기 시작했다.

타타탓.

대규를 포함한 정예군들은 이미 신묘한 보법이나 순간 이동 스킬 등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후방의 영웅들보다도 빠르게 적진을 향해 날아갈 수 있었다. 벌써 괴수 군단의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너무 멀리 있어서 공략집이 떠오르지 않았다.

‘더 빨리 가야겠군.’

대규는 괴수들을 향해 더욱 빨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빨리 공략집으로 녀석들의 약점을 보고 정예군에게 그 정보를 전해 줘야 했다.

그런데 어느새 가로쉬가 대규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이봐, 천천히 가라구.”

“그게 무슨 말입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장의 광기에 미쳐 있는 당신이 그런 말을 하니까 어색하군요.”

하지만 가로쉬의 얼굴엔 긴장감이 사뭇 서려 있었다.

평소와 달라 보였다. 평소에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던 그였다.

대규는 가로쉬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얼굴빛이 안 좋군요. 겁이라도 먹은 겁니까?”

“겁이라니! 누가 겁을 먹는단 말이야! 크흠, 그런데 거인 지옥의 괴수들이라면 혹시 카르케르의 괴수들이냐?”

가로쉬는 다른 부대의 대장군이라 대규에게 말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는 카르케르에 대해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습니다.”

“거인 녀석들, 잔뜩 약이 올랐군. 이번 전투는 조심해야 할 거야.”

싸움에 미친 오크 가로쉬의 입에서 조심하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정말 심상치 않은 것 같았다.

“당신은 저 괴수들이 뭔지 알고 있습니까?”

대규가 묻자 가로쉬가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우리 싸움을 좋아하는 오크 족들 사이에도 이런 속담이 있지. 카르케르의 괴물들과는 싸움도 벌이지 말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말아라, 라고. 그만큼 미친 녀석들이라고 들었다.”

“대체 녀석들의 정체가 뭡니까?”

그러자 가로쉬는 저 앞의 괴수 군단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녀석들은 완전한 이종족. 판테온 세계의 생물이 아니다. 고대의 외계인이라고도 하지. 곧 알게 될 거다.”

“그럼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약점을 알려 드려야 하니까요.”

대규는 다시 속도를 높여 날아갔다.

얼마 후, 적진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고오오-

적진에 다가갈수록 요상한 기운이 뻗어 나오고 있었다.

뼛속까지 시린 냉기가 느껴지고 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고 온 생각이 갑자기 마비됐다.

이 감정은 공포감이었다.

아레스의 축복까지 받아 맷집이 오르고 웬만한 몬스터는 무서워하지도 않는 대규였다. 하지만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겨내야 한다.’

대규는 의지를 발휘해 괴수 군단을 향해 계속 날아갔다.

어느새 괴수들의 모습이 발밑에 보였다.

“헉, 이게 뭐야!”

죽음의 평원 바닥엔 괴상하게 생긴 괴물들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었다.

녀석들은 거인 병사들처럼 사지가 붙어 있는 인간의 형태도 아니었다.

어떤 것들은 괴상한 촉수들이 수십 개씩 달려 있었고 그 가운데 이빨이 잔뜩 달린 주둥이가 있었다.

또 다른 것들은 거대한 벌레처럼 생겨서 몸뚱이에 털이 숭숭 난 수십 개의 다리가 징그럽게 돋아나 있었다. 하지만 벌레의 몸 위에는 거대한 뇌같이 생긴 구불구불한 기관이 달려 있었다.

영화에 나온 에일리언이나 스타크래프트의 저그 종족이 떠오르는 비주얼이었다.

무섭다기보다 불쾌하고 역겹게 생겼다.

심지어 녀석들이 발을 딛고 있는 평원의 땅은 진한 초록빛으로 변해 가며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키이이-

녀석들이 이상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1초라도 더 바라봤다간 토가 나올 것 같았지만, 대규는 갑옷의 투명화를 발동시킨 뒤 공략집을 가동시켰다.

곧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크툴루(Ktulu)의 병사들

보상: 낮은 확률로 블랙 젬스톤 1개 드랍

특징: 케르세르에 갇혀 있던 외계 괴수 종족 크룰루가 낳은 병사들. 촉수 괴물 혹은 벌레 괴물 형태를 띠고 있으며 끈끈한 점액으로 공격. 점액은 모든 걸 녹여 버린다.

<크툴루의 병사들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크툴루의 병사들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크툴루의 병사들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크툴루의 병사들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대규는 녀석들의 공격 영상을 봤다.

공략집에 나온 대로 녀석들의 몸에서 나오는 질척한 점액은 모든 것들을 다 녹여 버릴 정도로 강력한 산성이었다.

심지어 대규가 닥튈로이의 반지와 황금 눈물 갑옷을 입고 있다 해도 저 점액은 대규를 공격할 수 있을 만큼 무시무시했다.

게다가 녀석들은 재생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촉수나 벌레의 다리들을 칼로 잘라도 다시 재생됐다.

따라서 녀석들의 약점을 정확하게 공격해 바로 급사시켜야 했다.

약점의 경우 촉수 괴물 쪽은 아가리 안쪽이었고, 벌레 괴물의 경우 뇌같이 생긴 기관의 한가운데였다.

그곳이 녀석들의 주요 신경들이 모여 있는 신경절이었다. 그곳을 정확히 찌르듯 공격하면 녀석들은 재생력이고 뭐고 바로 쓰러져 죽는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대규는 녀석들의 뒤쪽에 있는 땅을 보았다.

그곳엔 거대한 알들이 부화하는 중이었다. 알들의 표면엔 굵은 핏줄 같은 것이 울룩불룩 솟아 있었다.

알들은 꼭 숨을 쉬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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