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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50화 (150/294)

# 150

150화 중국시장 (8)

준섭이 호텔 측과 상의해 준비한 이동식 조리 시설은 아주 훌륭했다. 모든 도구들이 갖춰져 있어서 요리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

장룽차오는 삐까번쩍한 스위트룸의 테이블 앞에 앉아 대규가 요리하는 걸 가만히 지켜봤다.

‘재료는 양고기 같은데… 뭐 요리가 거기서 거기지.’

장룽차오는 중국의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 본 사람이었다.

양갈비 스테이크라면 베이징의 고급 양고기 레스토랑에서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었다. 그것도 몹시 뛰어난 쉐프가 요리한 것이었다.

솔직히 대규가 아무리 요리를 잘한다고 해도 얼마나 잘할까 싶었다.

그는 한국의 작은 요식 업계 사장에 불과했다. 프랑스의 코르동블루(Le cordon bleu)나 미국의 명문 요리 학교인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출신도 아니었다.

장룽차오는 명문 요리 학교 출신의 쉐프들이 만든 요리를 지겹도록 먹은 사람이었다.

‘게다가 우리 중국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보다 요리가 훨씬 발전한 곳이다. 한국의 일개 요리사가 요리해 봤자 얼마나 잘하겠는가!’

대규는 요리를 하며 장룽차오의 이런 속마음을 다 듣고 있었다.

그는 중화사상이 아주 강한 자인 것 같았다.

‘하긴, 무리도 아니지. 무의식에 만리장성과 병마용이 나올 정도면……. 하지만 당신도 이 양갈비 스테이크의 맛을 보고 감동할 것이다.’

얼마 후, 고소한 냄새가 스위트룸 전체를 메우기 시작했다.

장룽차오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 냄새는?’

여태까지 맡아 봤던 양갈비 스테이크의 냄새와 달랐다. 시선을 확 잡아끌었고, 벌써 입안에선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고소한 냄새는 대체 뭐지?’

그건 미루스 비덴스의 젖으로 만든 크림소스에서 나는 냄새였다.

장룽차오는 저도 모르게 테이블에서 일어나 대규가 요리를 하고 있는 조리대 쪽으로 다가가서 물었다.

“이런 대체 뭡니까?”

“제가 만든 특제 크림소스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요리가 거의 완성이 됐습니다.”

장룽차오는 팬에서 익어가고 있는 양갈비 스테이크 조각을 바라보았다.

빨리 먹고 싶어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입맛만 쩝쩝 다시며 그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와 앉았다.

곧 요리가 서빙됐다.

대규는 작은 접시를 가져오며 말했다.

“애피타이저부터 드리겠습니다.”

장룽차오가 먹을 코스 요리는 전에 평론가 김신각이 굴라 레스토랑에 왔을 때 서빙했던 코스 요리와 똑같은 것이었다.

장룽차오는 하나하나씩 음식을 차례로 먹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오, 오오……!”

입안에서 황홀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미뢰 하나하나에 양고기의 감칠맛과 고소함이 가차 없이 파고들었다.

여태껏 별의별 산해진미를 먹어 봤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는 메인 요리인 양갈비 스테이크에서 양갈비의 뼈를 손으로 잡고 산적처럼 와구와구 고기를 뜯어 먹기 시작했다.

몐쯔를 그토록 중시하는 그가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 해도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여태껏 없었다.

대규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미소 지었다.

‘확실히 미루스 비덴스의 고기 맛은 엄청나다.’

장룽차오는 접시들을 깨끗이 비웠다. 그는 뭔가에 홀린 듯 요리를 먹어 치우며 단 하나의 생각만 했다.

‘맛있다… 너무 맛있어!’

더욱 신기한 건 맛뿐이 아니었다. 그 요리들을 먹자 어제 대규가 선물했던 붉은 고사리를 먹었던 것처럼 몸이 가벼워졌고, 만성적인 근육통이 사라졌다.

‘이건 대체 무슨 조화인 걸까.’

그때 그의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런 음식을 중국에 유치하지 못하게 하는 건 국가적 차원에서 크나큰 손실이다!’

적어도 대규 식품에 대한 제재는 느슨하게 해주는 게 중국으로서도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핵잠수함 배치가 괘씸하다고 이 음식들의 중국 진출을 막는다면… 그럼 이 음식들은 다른 나라로 흘러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중국은 더욱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단순히 국가적 자존심을 새우겠다고 이 기회를 거부하는 것은 멍청이 같은 일이다!’

한국 산업에 대한 모든 제재를 다 풀 순 없다. 하지만 대규 식품의 음식만큼은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대규는 그의 속마음을 다 듣고 있었다.

무의식을 변형시킨 효과가 드디어 나타나는 것 같았다.

장룽차오는 다 먹어 버린 양갈비 스테이크 접시를 보며 계속 생각했다.

‘이건 나만 알고 있어야 하는 맛이 아니다. 다른 공무원들도 알아야 한다!’

그는 대규에게 말했다.

“김대규 사장, 당신의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그러는데… 다른 공무원들에게 소개를 좀 해줘도 되겠소?”

대규는 속으로 미소 지으며 예의 바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얼마든지요. 환영합니다.”

식재료는 아직 충분히 남아 있었다. 장룽차오의 이런 행동을 예상하고 일부러 넉넉히 재료들을 챙겨 왔다.

장룽차오는 곧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공무원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대규는 그사이 요리를 했다.

얼마 후, 스위트룸으로 3명의 남자가 왔다.

그들은 다들 중년의 사내들로 모두 양복을 점잖게 빼입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옆엔 각자의 수행비서들이 존재했다.

느껴지는 분위기나 외관으로 판단하건대, 그 3명 역시 고위 공무원인 것 같았다.

그중 한 명이 장룽차오에게 공손히 말했다.

“장룽차오 님, 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대접할 음식이 있으시다구요?”

그러자 장룽차오는 그들을 테이블로 안내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여러분, 모두 이 음식을 한번 드셔 보시지요.”

벌써 요리를 마친 대규는 그들이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이미 테이블 위에 3인분의 코스 요리를 차려 놓았다.

접시 위의 음식에선 모락모락 김이 났고,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3명의 공무원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테이블 앞에 앉았다. 바쁜 와중에 불러낸 이유가 고작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장룽차오가 권하니 거절할 수 없었다.

“일단 드셔 보시지요.”

하지만 음식을 먹자마자 그들의 표정은 바로 변했다.

“오오……!”

“이 맛은!”

곧 그들은 걸신들린 듯 음식들을 마구 먹기 시작했다.

“엄청난 맛입니다, 장룽차오 님!”

“이거 베이징의 유명 레스토랑보다 훨씬 맛있는데요.”

“정말 양고기 스테이크가 맞습니까? 누린내가 하나도 없다니…….”

그들이 후식까지 싹 비우자 장룽차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말했다.

“이 요리는 저기 한국 서울에서 온 대규 식품의 사장 김대규 사장이 직접 만든 것들입니다. 김대규 사장은 현재 중국 진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지요.”

한국의 대규 식품, 중국 진출이란 말이 나오자 공무원들의 표정은 살짝 굳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미국의 핵잠수함 배치 사태 이후 현재 한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몹시 경계하고 있었다.

장룽차오는 그들의 의중을 파악하고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여러분, 우리 중국이 미국의 핵잠수함 배치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에 대해 제재를 하고 있는 건 잘 압니다. 더군다나 경제제재 정책은 외교적으로 봐도 꼭 필요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장룽차오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중국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크나큰 손실입니다. 대규 식품의 진출은 중국 내의 요식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합니다. 이런 뛰어난 음식과 경쟁을 해야 중국 자체의 요식업 경쟁력도 늘어납니다. 그래야 우리 중화인민공화국은 더욱더 발전할 수 있을 겁니다.”

“흐음…….”

공무원들은 가만히 장룽차오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중국의 발전을 위한다는 말에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틈을 노려 장룽차오는 말을 이었다.

“상징적인 한국의 대기업이 들어오는 걸 허락하자는 게 아닙니다. 대규 식품은 한국에서도 그냥 작은 규모의 기업에 불과하고 중국을 점령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음식점만 하나 내겠다고 합니다. 이런 것까지 강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것이야말로 대국으로서 몐쯔가 상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이 정도 일에는 우리 대륙의 대인배적인 심성을 보여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들은 그 말을 듣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긍정적이었다.

얼마 후 그들 중 한 명이 말했다.

“중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저 역시 장룽차오 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입을 열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이 음식의 맛은 정말 뛰어납니다.”

“더군다나 양고기는 우리 중국인도 즐겨 먹는 식재료인데… 이런 맛은 처음이군요. 만약 중국에 들어온다면 중국의 요식 업체들도 선의의 경쟁을 벌여 더욱 발전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규에게 다가와 악수를 건넸다.

“김대규 사장, 이렇게 맛있는 양고기 요리를 대접하다니. 감사합니다. 셰셰.”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대규가 인사를 하자 장룽차오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대규 사장, 아니스 그룹엔 내가 따로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소. 아마 업무 협약을 맺는 데 더 이상의 잡음은 없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대규와 준섭은 허리를 굽혀 장룽차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장룽차오가 그들의 몸을 일으켜 새우며 말했다.

“허리를 펴시오. 이제 당신들은 나와 결의를 맺은 형제들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자 공무원들이 대규에게 말했다.

“다음에 가족들과 한국에 가게 되면 김 사장의 식당을 꼭 방문하겠습니다.”

“사실 저희 딸아이가 대규 식품의 다이어트 도시락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얼마 후 장룽차오와 공무원들은 스위트룸을 빠져나갔다.

준섭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이걸로 아니스와의 협약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위 공무원들과도 연줄을 트게 됐습니다. 꽌시를 중요시하는 중국이니 저들과 친분을 쌓아두면 중국 진출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겁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 저는 당장 아니스 측과 연락하겠습니다.”

이후 업무 협약은 정말 손쉽게 이뤄졌다.

장룽차오 덕분에 정말로 잡음은 일어나지 않았다. 본래대로 협약을 맺고 신지 양꼬치와 굴라 레스토랑은 올 하반기 중국 현지에서 매장을 오픈하기로 했다.

게다가 아니스 그룹 측은 전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교육 기간도 늘리고, 현지 점포 개수도 더 늘리자고 제안을 해 온 것이다. 게다가 중국 쪽의 투자자들도 소개해 주겠다고 했다.

‘정말 고위 공무원의 영향력이 크긴 크구나.’

대규는 새삼 중국의 꽌시 체제에 대해 감탄했다.

어쨌든 준섭과 대규의 중국 출장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오자 다시 바쁜 나날들이 계속됐다.

탕꼬와 혼밥탕꼬, 그리고 신지 양꼬치와 레스토랑 굴라 총 4개의 식당 사업체를 운영하는 건 만만찮은 일이었다.

거기다가 도시락 유통 사업까지 하니 정말 정신이 없었다.

물론 실무적인 건 준섭이 다 해주고 있지만, 대규 역시 가게를 신경 쓰고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느냐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사이 시간은 흘렀고, 벌써 다음 소환 시기가 다가왔다.

‘이번 소환에서는 아테나 여신과 함께 전투하겠지? 저번엔 예기치 못하게 지원군으로 끌려갔던 거니까.’

대규는 소환 당일 밤 오피스텔에서 장비를 점검한 뒤 소환될 준비를 했다.

곧 포탈이 열렸고, 그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했다.

‘이번엔 또 어떤 보상을 얻게 될까?’

저번에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얻은 스킬 꿈의 침입자는 이번 중국 출장에서 아주 요긴하게 쓰였다.

현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그는 포탈 안으로 발을 내디뎠다.

포탈에서 나오자마자 대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여기가 아테나 여신의 주둔지 맞나?’

그도 그럴 것이 그의 눈앞에는 오크 정령 가로쉬가 서 있었다.

게다가 주둔지 곳곳에 몇몇 고블린, 오우거 영웅들이 배회하고 있었다.

“어이, 왔군!”

가로쉬가 대규를 보더니 반가운 목소리로 팔을 흔들며 아는 척을 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러자 산양 병사가 대규를 맞이하러 뛰어왔다. 저 병사가 있는 거로 봐서 이곳은 분명 아테나 여신의 부대가 맞는 것 같았다.

“가로쉬,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당신이 여기에?”

그러자 그가 대규에게 말했다.

“저번에 제우스 님의 명령에 따라 우리 아레스 님은 당분간 출전을 할 수 없게 됐다. 그래서 우리 부대 영웅들은 그동안 각자 다른 부대로 파견을 나오게 된 것이다. 우르크는 다른 신의 부대로 갔다. 그리고 나는…….”

그는 말꼬리를 흐리며 헛기침을 흠흠, 했다.

그리고 비장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나의 아내와 함께 싸우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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