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2
142화 신의 보상 (2)
‘전설 등급 아이템이 스킬북이었구나.’
대규는 눈앞에 있는 은색 빛이 나는 스킬북을 집어 들었다.
전에 헤라클레스가 줬던 레툼 익투스 스킬북처럼 이 스킬북 역시 표지에 스킬명이 적혀 있지 않았다.
스킬북의 첫 장을 넘겨봤다.
그러자 은빛이 파도처럼 퍼져 나오며 온몸을 감쌌다.
머릿속으로 뭔가가 정신없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후 자신의 몸을 휘감은 은빛은 사라져 있었다.
보유스킬란을 확인해보니 새로운 스킬을 습득한 상태였다.
[아시물로(Assimulo)(전설)-상대의 스킬을 복사해서 사용한다. 대신 마나량이 부족한 경우엔 복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마나 소모 150.]
판테온의 상점에서 구입했던 스킬복제 알약처럼 상대의 스킬을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하지만 그 알약보다 훨씬 효과가 좋았다. 알약의 경우 스킬의 복사 횟수가 한 전투당 1회로 제한되는 데 이것은 횟수 제한이 없었다.
마나량이 유지되는 한 계속해서 쓸 수 있었다.
‘물론 마나 소모가 적지는 않지만 말이야.’
그래도 세미데우스의 육체를 지닌 자신은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니고 있으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데 다들 이 스킬을 받은 건가?’
대규는 옆에 서 있는 영웅들을 둘러보며 공략집을 발동시켰다.
공략집을 이용하면 그들의 레벨과 상태뿐만 아니라 보유 스킬까지 볼 수 있다.
대규는 영웅들의 보유스킬란 중 가장 마지막에 적힌 스킬들을 주목했다. 스킬란의 밑에 적혀 있을수록 가장 최근 얻은 스킬이기 때문이다.
영웅들이 받은 스킬들은 각자 다 달랐다.
“우오오! 이건 최고의 스킬이다!”
대규 옆에 서 있던 오크 장군 우르크가 환호성을 질렀고 대규는 속으로 씨익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그가 받은 스킬은 다음과 같았다.
[인내는 미덕(전설)-적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받아내며 인내할수록 자신의 공격력이 높아진다. 적의 공격을 많이 맞고 견뎌낼수록 공격력의 증가율은 더욱 높아진다. 마나 소모 230.]
적의 공격을 맞는 걸 즐기는(?) 오크 우르크에겐 이 스킬이 실로 안성맞춤이었다.
제우스는 영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들 수고가 많았다. 나는 이만 판테온으로 가 보도록 하마.”
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독수리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아프로디테와 아레스, 그리고 모든 영웅은 제우스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고개를 숙여 경배했다.
얼마 후 아프로디테는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참! 그대에게 내릴 보상이 남았구나. 거인 대장 오리온을 생포해 온 것에 대한 보상 말이다.”
‘그런데 오리온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거미줄로 돌돌 둘러싸인 그의 거대한 몸은 이곳에 없었다.
대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여신은 목소리를 낮춰 이렇게 대답했다.
“그대들이 암석 안에서 아레스가 갇힌 청동 항아리를 찾고 있을 때 내 부대로 전송해 버렸다.”
그때 아레스가 그녀의 말을 듣고 성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오리온을 왜 생포했단 말이냐?”
애인인 아프로디테 여신이 다른 남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게 싫은 것 같았다.
아프로디테는 속으로 뜨끔한 것 같았지만 이내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아레스의 팔에 척 달라붙으며 이렇게 속삭였다.
“호호, 오리온 녀석은 그대를 청동 항아리에 가둔 알로아다이 형제의 심복이지 않은가? 아레스, 그대를 위해서라도 순순히 해치우면 안 되고 더욱 괴롭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생포해 둔 것이다.”
그러자 아레스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아프로디테에게 말했다.
“흐음! 그렇군. 역시 내 애인이야.”
아레스는 더 이상 그녀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대규는 속으로 그를 비웃었다.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불쌍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다, 아프로디테 여신이 영악한 거겠지.’
아프로디테는 이제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내가 그대에게 내리는 보상이다. 잘 쓰도록 하라.”
두둥실.
공중에 또 다른 스킬북이 떠올랐다.
‘또 스킬을 얻게 됐구나. 현실에서 쓸 수 있는 스킬이었으면 좋겠는데…….’
대규는 스킬북의 책장을 열어봤다.
이번엔 겉표지에 스킬명이 적혀 있었다.
[꿈의 침입자]
생소한 이름이었다.
대규는 책장을 넘기며 스킬을 익혔다. 보유 스킬란에 가 보니 스킬이 생성돼 있었다.
[꿈의 침입자-상대방의 꿈 혹은 무의식으로 침입해 그의 정신을 건드리거나 변형시킬 수 있다. 지속시간 30분. 마나 소모 300.]
이런 스킬은 처음이었다.
대체 남의 꿈이나 무의식 속으로 침입하는 게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마나 소모가 300이나 든다니.
대규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는데 아프로디테 여신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대에게 큰 도움이 될 스킬일 것이다. 특히나 인간들은 본래 무의식의 지배를 쉽게 받는 존재들이니까 말이야.”
그녀는 이제 다른 영웅들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다들 해산하도록 하라. 아테나 부대의 영웅들이여, 그대들의 공적은 내가 아테나 여신에게 잘 말해 두었으니 부대로 돌아갈 필요 없이 지금 바로 해산해도 된다.”
아프로디테가 말을 마치자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니 오피스텔에 돌아와 있었다.
‘휴우, 엄청난 전투였어.’
하지만 꽤나 큰 성과들이 있었다.
우선 이번 전투를 통해 다른 부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는 같은 아테나 여신 부대의 영웅들만 보았는데 아프로디테 여신과 아레스 신의 부대와 함께하며 그들의 성향을 파악했다.
같은 판테온 신의 부대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었다.
‘게다가 지영 씨가 그렇게 성장한 줄은 몰랐지.’
인간의 레벨 80인데 벌써 그 정도의 전투력을 갖추다니.
그녀가 판테온의 시련을 통과해 세미데우스가 되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녀 정도의 실력이면 판테온의 시련은 너끈히 통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왠지 기분이 좋은걸. 그녀도 나와 같은 세미데우스가 된다니.’
동지애 비슷한 감정이 느껴졌다.
둘 다 평범한 인간으로 시작해서 반신반인이 되는 것이다.
사실 기간토마키아 전투가 지속될수록 대규는 점점 더 인간 출신 영웅들을 보기가 힘들었다.
같은 세미데우스라도 정령 출신들이 우세했다.
물론 딱 한 명, 인간 출신이면서 신까지 간 존재가 있긴 했다.
‘헤라클레스는 인간에서 신이 됐지. 대단한 존재긴 하구나. 그나저나 지영 씨는 예쁘게 생겼으니까 세미데우스가 되면 더욱 아름다워지겠는걸.’
더욱 아름다워질 지영의 모습을 잠깐 동안 상상하다 대규는 정신을 차리고 보관함에서 헤파이스토스이 모루와 데몬의 목젖을 꺼냈다.
까맣고 둥근 목젖은 살아 있기라도 한 듯 꿈틀꿈틀 기분 나쁘게 움직였다.
‘으으, 징그럽군.’
대규는 모루 위에 목젖을 올려놓고 허리춤의 검집에서 불카누스의 사슬검을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놨다.
빨리 이 목젖을 사슬검에 장착해서 사슬검의 불꽃을 악마의 화염으로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었다.
악마의 화염은 그 강력한 오크 대장군 가로쉬의 몸을 단번에 녹일 정도로 위력이 막강했다.
사슬검이 그 화염으로 무장된다면 분명 엄청날 것이다.
모루 위에 재료를 올려놓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모루를 사용해서 데몬의 목젖을 불카누스의 사슬검에 장착할 수 있습니다.]
[목젖을 검에 장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그레이 등급 젬스톤 3개 입니다.]
대규는 보관함에서 그레이 젬스톤 3개를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놨다.
[데몬의 목젖을 불카누스의 사슬검(신화)에 장착하시겠습니까? Yes/No]
Yes!
[모루가 목젖을 사슬검에 장착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창이 사라지자마자 목젖은 사슬검의 칼날 위로 두둥실 올라갔다. 저승에서 얻은 보석들을 무기에 장착할 때처럼 모루 주변에 투명막이 형성됐다.
팡!
막 안에서 엄청난 파열음이 들렸다.
목젖은 누군가가 강하게 쥐어짜기라도 한 것처럼 터져 버렸다.
그 안에서 걸쭉한 검붉은 액체가 흘러나와 사슬검의 날들 안으로 흘러들어 갔다.
날들은 검붉은 액체를 남김없이 흡수했다.
고오오-
액체가 흘러들어 가자 검날들은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번쩍!
순식간에 하얀 섬광이 뿜어져 나왔고 대규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눈을 감았다.
얼마 후 섬광은 사라졌고 모루 위엔 사슬검만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사슬검의 색깔이 변했다.
검 전체가 흑요석으로 만든 것처럼 검은색으로 변해 버렸다.
정확히는 검붉은 색이 살짝 섞인 검은 색이었다. 거기에 붉은 살로메의 보석까지 박혀 있으니 외관만 보면 영락없이 지옥 악마의 검 같은 느낌이었다.
‘뭐, 나름 간지 나고 좋네.’
대규는 보관함을 다시 열었다.
한편에 젬스톤들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 있는 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젬스톤을 많이 얻은 적이 없었다.
‘아이템이라도 업그레이드시킬까.’
대규는 자신이 걸치고 있는 성장형 아이템들을 바라봤다. 그 옛날에 중급으로 성장시켜 놓고 젬스톤이 모자라서 단 한 번도 성장시키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성장형 아이템들의 경우 상급으로 성장시키려면 그 비용이 각 레드 젬스톤이 5개씩 들었다. 당시엔 레드 젬스톤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어서 쉽게 성장시킬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레드 젬스톤을 구하는 게 아주 쉬워졌지만 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지금 업그레이드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템들이 상급이 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 걸까.
‘공략집을 이용해서 확인해보자.’
우선 닥튈로이의 반지부터 살펴봤다.
<닥튈로이의 반지(성장형)(상급)>
<크레타 섬의 정령으로 마술사이며 대장장이였던 닥튈로이가 만든 반지로 이것을 지니면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75% 상승합니다.>
<중급 이하의 저주를 해제할 수 있게 됩니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75%나 상승했다.
이 정도면 방어적 측면을 따져봤을 때 거의 최강의 수치였다.
게다가 중급 이하의 저주 해제를 한다는 말인즉슨 웬만한 저주들은 다 막아낸단 소리다.
이번엔 네메시스의 방패를 살펴봤다.
<기가스팔라스의 가죽을 덧댄 네메시스의 방패(성장형)(상급)>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피가 깃든 방패로 공격자가 입힌 데미지의 15%를 반사 데미지로 돌려줘 타격을 입히게 만듭니다.>
<복수의 여신이 강력한 저주를 발동시켜 상대방의 부기가 방패를 가격할 때마다 10%씩 부식됩니다.>
중급에 비해 데미지 반사와 무기 부식률이 각 5%씩 올랐다.
작은 수치인 것 같지만 아니다. 특히 무기 부식률이 오르는 건 엄청난 효과다.
이번에 맞닥뜨렸던 에피알테스의 방패에서 확인했듯이 상대의 무기를 부식시키는 것은 방어력 이상의 효과를 낸다.
무기가 부식되면 이후 상대방의 공격력도 급감하게 되니까 말이다.
마지막으로 황금조끼를 살펴봤다.
<황금 양털 조끼(성장형)(중급)>
<제우스 신 소유 황금 양의 털가죽으로 만든 조끼로 착용자의 생명력이 10% 이하가 되면 황금 양털의 신묘한 기운이 발동해 10초 동안 무적 상태에 돌입합니다. 황금 양털의 기운은 하루에 한 번 발동됩니다.>
무적 상태가 7초에서 10초로 늘었다.
이건 거의 사기 수준이잖아.
지영은 고작 5초 동안 무적상태를 유지하는 올리브 열매를 이용해 그토록 빠른 시간 안에 성장했다.
‘그럼 나는 나머지 징표 두 개를 빨리 얻어 신의 육체를 얻는 시련에 도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이 조끼를 업그레이드시키면 추후 그 시련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아이템들을 상급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데 드는 비용은 레드 젬스톤 각 5개, 총 15개다.
적은 개수는 아니지만 이번 전투로 인해 젬스톤을 잔뜩 얻어서 여유가 있었다.
대규는 15개의 레드 등급 젬스톤을 사용해 모든 성장형 아이템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아이템에서 빛이 나고 무사히 업그레이드가 됐다.
아이템들의 외관은 딱히 변한 게 없었다.
아무래도 전투 중 그 능력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았다.
‘좋았어. 그럼 이제 할 일은 다 끝난 건가.’
그런 것 같았다.
이제 내일부터는 양꼬치 식당과 굴라 레스토랑 오픈에 전념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