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27화 (127/294)

# 127

127화 황금 눈물

‘젖먹이 때부터 먹여야 하나? 아님 다 큰 뒤 먹여도 효과가 있는 걸까?’

궁금해하고 있는데 공략집이 떠올랐다.

<한 달 동안 일반 양에 미루스 비덴스의 네 잎 클로버를 먹이면 그 양은 미루스 비덴스로 변합니다.>

<성년기 양이든 유년기 양이든 종류는 상관없습니다. 젖먹이 이후면 어떤 양이든 가능합니다.>

‘한 달이라.’

딱 좋은 타이밍이다. 그때쯤이면 목초지 한켠에 심은 판테온의 대두콩들도 열매를 맺는다.

‘수확한 대두콩과 미루스 비덴스 양고기, 양젖으로 메뉴를 개발하면 되겠다.’

그것보다 이제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갑옷이 완성될 때였다. 사흘이면 완성된다고 했는데 그 사흘째가 바로 오늘이었다.

대규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어떤 갑옷이 완성됐을까?’

대장장이의 신이 직접 만든 갑옷이다. 당연히 기대가 될 수밖에 없다.

대규는 목초지에 풀어놓은 양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양들 역시 기분이 좋은지 메에 울면서 클로버를 뜯어 먹었다.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고 심어놓은 대두콩들도 싹이 나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다.

대규는 이 긍정적인 기분은 더욱 오랫동안 만끽하고 싶었다.

보관함에서 신의 실타래를 꺼내 먹었다. 부정적인 기분을 날려주고 좋은 기분만 들게 하는, 판테온에서 사 온 과자였다.

아사삭-

기분이 점점 더 좋아졌다.

이 모든 게 쭉 지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대규는 실타래를 기분 좋게 씹었다.

실타래가 입안에서 경쾌하게 부서졌고 달큼함이 입안에 스며들었다.

목초지에서 오피스텔로 돌아온 대규는 판테온으로 갈 준비를 했다.

차원의 열쇠를 꺼내 들자 곧 포탈이 열렸다.

오늘은 전투나 싸움을 벌일 게 아니니까 무장할 필요 없이 그냥 가도 될 것 같았다.

따라서 갑옷이나 장비들을 보관함에 넣은 채 가벼운 차림으로 포탈 안에 발을 들이밀었다.

정신을 차리니 판테온의 중앙 광장에 도착해 있었다.

즉시 상업구역에 위치해 있는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헤르메스 신의 조형물이 있는 상업구역에 발을 들이밀자 벌써부터 대장간의 열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헤파이스토스 대장간의 오픈 대장간 주변에는 오늘도 여자 정령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모두 멋있는 근육질 대장장이들을 구경하러 모인 여자들이었다.

“어머, 어머, 파베르 좀 봐! 너무 멋있어!”

일전에 대규에게 불카누스의 사슬검을 만들어 준 염소 인간 수석 대장장이였다.

그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의식했는지 갑자기 팔뚝에 힘을 주며 망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괜히 고개를 45도 각도로 숙이고 멋있는 척 땀 닦는 퍼포먼스도 해댔다.

‘게다가 상의는 왜 탈의한 거야.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물론 건장하게 드러난 그의 가슴근육을 본 여자 정령들은 환호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대규가 다가가자 파베르가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오셨군. 헤파이스토스 님께서 개인 대장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무래도 신은 이곳에서 이들과 같이 일하지 않고 따로 개인 대장간에서 작업을 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신의 대장간이라니. 궁금한걸.’

파베르는 여성들을 의식하며 흩날리는 손으로 머리를 멋들어지게 넘긴 뒤 대규를 대장간 뒷문으로 안내했다.

뒷문을 열고 나가자 전에 불카누스의 검을 시험적으로 휘둘러봤던 공터가 보였다.

파베르는 공터를 지나 작은 숲속으로 향했다.

숲속 한가운데는 작은 움막이 있었다. 움막 주변에는 나뭇가지들과 낙엽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으며 움막 자체는 몹시 초라했다.

‘이게 설마 신의 대장간?’

솔직히 좀 실망스러웠다. 신의 대장간이라고 해서 몹시 휘황찬란하고 화려할 줄 알았는데.

그러자 파베르가 씨익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겉으로만 판단하지 마쇼. 들어가면 깜짝 놀랄 테니.”

생각해보니 아테나 여신의 주둔지에 있는 지휘사령부 천막도 겉으로 보기엔 작아 보였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었다.

이 움막도 아마 그런 것 같았다.

파베르가 움막의 문을 열었고 대규는 허리를 구부린 후 안으로 들어갔다.

헉.

건식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엄청난 열기가 대규의 몸을 강타했다.

너무 뜨거워서 제대로 숨도 못 쉴 지경이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콧구멍 안쪽이 뜨거웠다.

움막 안 대장간은 몹시 넓었다. 대규가 좀 전에 봤던 오픈 대장간보다 몇 배는 넓어 보였다.

저 멀리 곱추등 헤파이스토스가 모루 앞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것들은 뭐야?’

대장간의 벽에 붙은 선반을 본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다른 곳엔 여느 대장간처럼 망치를 비롯한 대장장이 도구들이 좌르륵 걸려 있었다. 하지만 그 선반은 달랐다.

선반 위에는 사람 모양의 아주 작은 동상들이 놓여있었다. 동상이라기보단 꼭 피규어 같았다.

대규는 선반 쪽으로 다가가 그것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것들은 분명 피규어였다. 물론 플라스틱이 아니라 광석과 금속으로 조각돼 있는 것이 시중의 피규어와 달랐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헤파이스토스 신이 직접 제작한 것 같았다.

‘대장간의 신은 이런 작업도 하는구나.’

대규는 그 피규어 들을 자세히 바라봤다.

자세히 보니 그것들은 판테온 신들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었다. 승전기원파티에서 봤던 신들의 얼굴이 조각돼 있었다.

심지어 눈코입을 포함한 표정들은 모두 역동적이었고 손가락 같은 부위 역시 섬세하게 조각돼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아테나 여신만 많은 거야?’

수십 개의 피규어 중에서 유독 아테나 여신의 모습을 본따 만든 피규어들이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다.

황금 갑옷을 입고 서 있는 모습, 페가수스를 타고 창을 휘두르는 모습, 그리고 판테온의 신전에서 본 것처럼 하늘하늘한 토가 드레스만 걸치고 왕좌에 앉아있는 모습 등.

피규어로 치면 시리즈별로 다 모아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설마… 아테나 여신을 좋아하나?’

대규는 망치질에 여념이 없는 헤파이스토스를 훔쳐봤다. 그때 마침 그와 눈이 마주쳤다.

“오오, 언제 왔는가?”

아까부터 와 있었는데.

아무래도 망치질에 전념하느라 대규가 들어온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헤파이스토스 신은 대장장이 일에 집중하기 시작하면 주변의 것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벌써 사흘이 지났나? 시간 가는 줄도 몰랐군. 자네의 갑옷은 벌써 완성이 됐네.”

“감사합니다.”

헤파이스토스가 손뼉을 짝 치자 저 멀리서 갑옷 거치대가 저절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치대에 높인 갑옷을 본 대규는 황당한 기분이 들었다.

‘저게 갑옷이라고?’

일반적으로 갑옷이라고 하면 미스릴 혹은 금속으로 제작된 무겁고 투박한 갑옷을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대규의 흑린갑 역시 그런 종류의 갑옷이었다.

하지만 거치대에 있는 갑옷은 갑옷이라기보다 신축성 있는 단벌옷처럼 생겼다.

꼭 히어로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입는 일체형 슈트처럼 생겼다. 물론 망토는 없었지만.

“이게 갑옷입니까?”

“그렇다네. 보기엔 이래 보여도 성능은 장난 아니라구.”

대규는 거치대에서 그 갑옷을 들어봤다. 깃털보다도 훨씬 가벼웠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특이한 섬유 재질로 만들어졌다.

까만색의 섬유 재질에 촘촘하게 황금빛으로 빛나는 작은 방울들이 빼곡히 박혀 있었다. 대규가 갑옷을 집어 들자마자 아이템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황금 눈물 갑옷(신화)]

[지옥의 광석 인페리 페룸을 길고 가늘게 늘여 섬유처럼 만든 뒤 플레게톤의 불과 스틱스의 물을 이용해 제련한 갑옷으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자존심이 만들어 낸 걸작. 갑옷 표면엔 헤파이스토스 신이 한 땀 한 땀 망치로 직접 다듬어 넣은 황금 눈물방울 무늬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전설 등급 이하 무기로는 이 갑옷에 흠집도 낼 수 없다.]

[권위가 3 상승, 운이 2 상승. 물리 방어력, 마법저항력 각 50% 상승. 회피율 20%. 반사 데미지 5%. 또한, 하급 등급의 무기나 방어구를 흡수할 수 있으며 흡수한 아이템의 옵션이 갑옷에 추가된다.]

[분신을 만들어 상대를 현혹시키는 옵션 발동 가능. 마나 소모 10. 분신 지속 시간 15초.]

여태까지 본 것 중에 가장 긴 아이템 설명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효과들은 짱짱했다. 처음 보는 효과들이 줄줄이 사탕처럼 끝없이 달려 있었다.

게다가 분신까지 만들 수 있다니.

“그런데 무기나 방어구를 흡수하고 그 흡수한 아이템이 옵션이 추가된다는 건 무슨 소리입니까?”

대규가 묻자 헤파이스토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뭘 고민하는가. 한번 시험 삼아 흡수시켜 보면 알 것 아닌가.”

“예?”

“그대가 현재 지니고 있는 갑옷 흑린갑 말일세. 아주 좋은 갑옷이지. 승전기원파티에서 보고 감탄했다네. 그 흑린갑을 한 번 흡수시켜 보게.”

대규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보관함에서 흑린갑을 꺼냈다.

그래도 나름 제1 타르타로스를 통과하고 안내인 여자에게 보상으로 받아 지금까지 대규의 몸을 잘 지켜준 갑옷이었다.

갑옷의 검은 비늘들이 파스스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됩니까?”

“자네, 내가 만든 모루를 갖고 있지? 제1 타르타로스에서 히든미션으로 내가 숨겨놓은 까만색 모루 말이야. 그걸 이용해.”

헤파이스토스의 모루 말이군.

대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보관함에서 모루도 꺼냈다.

그 모루를 보자 헤파이스토스는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맨 처음에 사용했던 모루로군……. 지금은 낡아빠지고 기능도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네. 황금 눈물 갑옷에 다른 아이템들을 흡수 시킬 수도 있지.”

대규는 모루 위에 흑린갑과 황금 눈물 갑옷을 올려놓았다.

그러자 모루 위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황금 눈물 갑옷(신화)에 흑린갑(전설)을 흡수시킬 수 있습니다. 그레이 등급 젬스톤 1개가 필요합니다.]

비용을 받는 건 여전하다.

대규는 모루 위에 그레이 젬스톤 하나를 올려놨다.

그러자 흑린갑이 공중으로 살짝 떠올랐다.

고오오-

모루 위에 놓인 황금 눈물 갑옷에서 여러 갈래의 가느다란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갑옷에 알알이 박힌 눈물들에서 빛이 실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그 빛들은 흑린갑을 서서히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황금 눈물 갑옷 쪽으로 쭉 끌어당겼다.

스르륵-

흑린갑은 순식간에 황금 눈물 갑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어느새 모루 위엔 황금 눈물 갑옷만 놓여있었다.

그런데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황금 눈물 갑옷(신화)이 흑린갑(전설)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흑린갑이 지닌 투명화 옵션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

다시 살펴보니 황금 눈물 갑옷의 설명창 맨 아래에 새로운 창이 추가됐다.

[황금 눈물 갑옷(신화)]

[지옥의 광석 인페리 페룸을 길고 가늘게 늘여 섬유처럼 만든 뒤 플레게톤의 불과 스틱스의 물을 이용해 제련한 갑옷으로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의 자존심이 만들어 낸 걸작. 갑옷 표면엔 헤파이스토스 신이 한 땀 한 땀 망치로 직접 다듬어 넣은 황금 눈물방울 무늬들이 촘촘히 새겨져 있다. 전설 등급 이하 무기로는 이 갑옷에 흠집도 낼 수 없다.]

[권위가 3 상승, 운이 2 상승. 물리 방어력, 마법저항력 각 50% 상승. 회피율 20%. 반사 데미지 5%. 또한, 하급 등급의 무기나 방어구를 흡수할 수 있으며 흡수한 아이템의 옵션이 갑옷에 추가된다.]

[분신을 만들어 상대를 현혹시키는 옵션 발동 가능. 마나소모 10. 분신 지속 시간 15초.]

[흡수한 아이템 및 효과: 흑린갑(투명화)]

그렇다면 이 갑옷으로 투명화를 발동시킬 수 있게 됐다는 걸까.

이게 정말이라면 이 갑옷은 무기와 방어구를 계속해서 흡수시킬수록 점점 강해지는 갑옷이었다. 이거 하나면 다른 갑옷이 필요가 없다.

대규는 황금 눈물 갑옷을 입어봤다.

촤르륵-

갑옷은 몸에 달라붙듯 순식간에 입혀졌다. 딱 달라붙는 전신 타이즈를 입은 것 같은 비주얼이라 좀 민망했지만 착용감은 몹시 편했다.

기존의 금속 갑옷들처럼 무겁지도 않고 움직임이 둔해지지도 않았다.

대규는 가만히 서 있어봤다.

스르륵-

흑린갑을 착용했을 때처럼 투명화가 발동됐다.

“좋아, 아주 좋아! 내가 만든 갑옷이지만 정말 훌륭하군그래.”

헤파이스토스가 대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갑옷을 입고 그대가 아테나 여신의 부대에서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런데 너 말이야. 아테나 여신의 총애를 받고 있는 영웅이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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