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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12화 (112/294)

# 112

112화. 판테온의 음식 (2)

대규는 이제 그릇에 잔뜩 들어 있는 콩을 바라봤다.

다른 재료 중에서도 그 콩이 가장 놀라운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판테온의 대두콩은 이 샐러드의 핵심 재료입니다. 이 대두콩은 기본적으로 간의 피로 회복 능력을 50% 향상시켜 주며 다른 재료들과 함께 섭취할 경우 피로 회복 능력은 점점 더 상승합니다.>

<대두콩의 영양분 흡수율은 90% 이상입니다.>

그 설명을 본 대규의 눈이 반짝였다.

‘이 콩은 보물이다!’

생긴 건 대두콩과 똑같이 생겼기 때문에 현실에서 키워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게다가 콩은 식재료 중에서도 활용도가 아주 높은 식재료다.

우선 다양한 형태의 음식으로 가공이 가능하다. 액체 상태의 콩즙이나 두유도 가능하고 메주로 만들어 장, 혹은 양념을 만들 때 쓸 수도 있다.

심지어 콩으로 고기를 만들기도 하고 밥을 지을 때 넣어서 콩밥을 지을 수도 있다.

아니면 지금 먹고 있는 지중해 샐러드처럼 익히기만 해서 그냥 넣어 먹어도 된다.

대규는 메뉴판을 보았다.

‘역시!’

지중해식 샐러드 메뉴 이름 아래 재료들의 원산지가 적혀 있었다.

[대두콩: 옴팔로스(Omphalos) 산]

아무래도 저 옴팔로스라는 곳이 이 대두콩들이 자라는 곳인 것 같았다.

대규는 옴팔로스라 적힌 글자를 손끝으로 눌러 봤다.

그러자 공략집의 설명창이 떠올랐다.

<옴팔로스는 판테온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17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커다란 바위입니다. 그 바위 아래에는 토양이 몹시 비옥해 판테온의 대두콩 말고 다른 식물들도 많이 자랍니다.>

<판테온 상업 구역의 씨앗 소매상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굳이 옴팔로스까지 갈 필요 없었다.

하지만 대규는 옴팔로스가 어떤 곳일지 궁금했다.

‘판테온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170km 떨어진 곳이라면…….’

일전의 헤라클레스가 있던 버려진 신전과는 완전 정반대 쪽이다.

‘판테온도 사실 엄청 넓은 도시이니까…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옴팔로스에 가 보자.’

오늘은 식당에서 밥을 먹은 이후 씨앗 도매상에 들러서 대두콩 씨앗만 사서 가기로 했다.

간의 피로 회복 능력을 50%나 향상시키고 그 흡수율이 90% 이상이라니. 설명을 다시 봐도 놀랍다.

이 콩을 대관령 목초지에 심어 기르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대규가 머릿속으로 콩 파종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마침 주문한 버섯 크림 파스타가 나왔다.

“우와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다양한 종류의 버섯들이 그릇 위에 산더미 같이 쌓여 있었다.

‘이거 버섯이 메인이고 파스타가 고명인 거 같군.’

그 정도로 버섯이 많단 얘기다.

대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버섯 크림 파스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요리에 대한 설명창이 떠올랐다.

[레스토랑 굴라의 버섯 크림 파스타]

[판테온의 다양한 버섯들이 들어간 기력 증진 파스타로 레스토랑 굴라의 대표 메뉴. 먹으면 신체의 면역력이 두 배 증진돼서 기타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대규는 포크로 버섯들을 뒤적여 봤다.

새송이 버섯, 양송이 버섯, 표고버섯…….

모두 현실에서 쉽게 봤던 버섯들이다. 크림소스와 함께 찍어서 버섯 하나를 집어먹어 봤다.

식감이 말캉하니 아주 맛있었다.

게다가 공략집으로 버섯들을 살펴보니 그 효과도 아주 뛰어났다.

비타민, 미네랄 성분이 높았던 채소들과 달리 이 버섯들은 면역력 증진 효과가 아주 탁월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이 크림소스다.’

대규는 스푼으로 크림소스를 살짝 떴다. 김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하얀 소스는 적당히 걸쭉하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뭐 이렇게 고소해?’

이렇게 진하고 풍미 있는 크림소스는 처음 먹어 봤다. 자신이 만들어서 파는 크림탕꼬의 소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그 맛이 풍부했다.

대규는 크림소스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그러자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굴라 레스토랑의 특제 크림소스>

<한번 먹으면 자꾸 찾게 된다는 특제 크림소스.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는 다음과 같습니다.>

<미루스 비덴스의 젖 200ml, 다진 마늘 1큰 술, 파슬리 1큰 술, 소금, 후추.>

미루스 비덴스의 이름을 여기서도 보게 되다니.

‘그 양의 젖이 크림소스의 재료란 말인가.’

미루스 비덴스의 젖 말고는 모두 일반적인 크림소스 재료들이었다. 물론 판테온의 음식이니 그 효능은 남다르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미루스 비덴스는 고기뿐만 아니라 젖도 훌륭한 식재료구나. 그 젖 때문에 이렇게 풍미가 진하고 고소한 건가.’

대규는 미루스 비덴스의 젖, 이라 적인 글자를 손끝으로 눌러 봤다.

<미루스 비덴스는 판테온의 식재료 보물이라 불릴 정도로 아주 유용하게 쓰입니다. 부드러운 고기뿐만 아니라 젖 역시 고소하고 맛있어서 대부분의 음식에 쓰입니다. 미루스 비덴스의 젖은 고단백, 고영양 식품이라 몸보신과 기력 회복에 탁월합니다.>

<미루스 비덴스의 젖은 상업 구역의 상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맛있기만 한 게 아니라 고단백, 고영양 식품이라니.

이 젖으로 현실에서 크림탕꼬의 소스를 만들면 대박일 것 같았다. 지금보다 훨씬 음식 맛이 좋아질 것이다.

게다가 고단백 고영양으로 맛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좋다.

‘이것도 상업 구역에서 구할 수 있다니… 빨리 밥을 먹고 씨앗 소매상과 상점에 들러야겠다.’

대규는 아주 맛있게 식사를 했다.

영양분, 비타민이 충분하고 면역력도 강화시켜 주는 음식들이라 그런지 먹었는데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펄펄 끓고 온몸에 힘이 샘솟는 것 같았다.

다 먹고 계산하러 가니 차이니즈 오크 웨이터가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식사는 맛있게 하셨습니까? 어디 보자… 지중해식 샐러드와 버섯 크림 파스타, 모두 25제르입니다.”

원화로 2만 5천 원. 한 끼 식사론 좀 비싼 감이 있지만 저 음식들이 지닌 효능에 비하면 싼 편일지도 모른다.

값을 치른 대규는 식당 오른쪽에 있는 문을 가리키며 차이니즈 오크에게 물었다.

“그런데 주방은 저쪽인가요?”

“네. 저희 레스토랑 주방에선 판테온 최고의 셰프들이 요리하고 있지요.”

신들의 도시 판테온의 레스토랑 주방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주방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온 대규는 씨앗 도매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얼마 후, 대규는 모든 쇼핑을 마쳤다.

씨앗 도매상에선 대두콩 씨앗을 한 봉지 구매했고 상점에선 미루스 비덴스의 젖 1리터를 샀다.

우선 이 정도만 구입해 보고 추후 필요하면 더 구입하기로 했다.

그는 차원의 열쇠를 사용해 현실로 돌아왔다. 어느새 목초지 한가운데 서 있었다.

‘뭐야?’

목초지의 3분의 1만 차지하고 있던 네 잎 클로버들이 더욱 늘어난 상태였다. 이제 클로버들은 목초지의 40%를 장악하고 있었다.

실로 살인적인 번식능력이었다.

‘네 잎 클로버들이 더 번지기 전에 대두콩을 파종하자.’

하지만 막상 파종하려니 막막했다. 자신은 단 한 번도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대두콩 씨앗을 손에 쥐자 공략집이 떠올랐다.

<판테온의 대두콩 씨앗을 파종하려면 땅 위에 콩들을 2개씩 7~10cm 간격으로 놓아주십시오.>

대규는 공략집에 나온 대로 했다.

목초지 위에 일렬로 콩들을 2개씩 10cm 간격으로 놓았다. 모든 콩을 일렬로 놓자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다시 떠올랐다.

<파종을 시작하시겠습니까? Yes/No>

‘호오, 공략집이 이런 것도 해 주는 건가?’

“Yes!”

그러자 일렬로 늘어선 대두콩들에서 빛이 살짝 나더니 땅속으로 흡수돼 버렸다.

<파종이 완료됐습니다.>

<판테온의 대두콩은 완전히 발아해서 수확하는 데 한 달 정도가 걸립니다. 2주일 뒤에 줄기들이 잔뜩 자라면 잘라 주는 작업인 순지르기를 한 번만 해 주시면 됩니다.>

그렇구나. 그럼 이제 된 건가.

대규는 손을 탁탁 털며 헤르메스의 장화를 이용해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보관함에서 미루스 비덴스의 젖이 든 유리병을 꺼낸 뒤 영등포의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신촌의 준빌딩 탕꼬 식당으로 출근했다.

그곳의 주방에 가서 이 젖으로 크림소스를 만들어 볼 예정이었다.

간만에 준빌딩에 사장인 대규가 오자 직원들이 그를 반겼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사장님이 웬일로……?”

대규는 직원들에게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하하! 가끔은 같이 일도 하고 그래야죠. 사장이라고 거드름 피우면서 사무실에만 앉아 있으면 요리 실력도 녹슬고 그러니까요.”

대규는 자신의 조리복을 입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들렸다.

“왜들 그래요?”

대규가 묻자 직원들이 말했다.

“콜록… 사장님은 괜찮으세요? 요즘 감기가 유행이라…….”

대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감기 기운은커녕 심지어 추위도 느끼지 못했다.

‘설마 판테온의 식당에서 먹은 음식 덕분인가? 반신반인이 돼서 그런 건가? 다른 사람들이 먹어 보면 알게 되겠지.’

마침 미루스 비덴스의 젖이 지닌 몸보신 효과를 시험하기 좋은 기회였다. 대규는 조리복을 입은 채 주방으로 향했다.

간만에 이곳 식당의 조리대 앞에 서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옛날에 이곳을 처음 오픈했을 때 맛집 특공대 촬영도 왔었지. 하하.’

우선 도마 위에 파슬리를 꺼내 잘게 다져 줬다. 그리고 커다란 웍에 버터를 두른 뒤 다진 마늘을 볶아 줬다.

금세 주방에는 구수한 마늘 향이 가득 찼다.

“사장님, 뭐 하세요?”

직원들이 들어와 묻자 대규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기다려 봐요. 맛있는 걸 만들어 줄 테니.”

볶은 마늘이 담긴 웍에 대규는 미루스 비덴스의 젖을 부었다.

콸콸콸.

우유와 달리 약간의 점성이 있는 꾸덕꾸덕한 느낌이라 더욱 소스 같았다. 마지막으로 다진 파슬리도 넣고 소금과 후추 간을 한 뒤 걸쭉하게 끓여 줬다.

절대 강한 불에서 끓이면 안 된다. 소스가 눌어붙고 타기 때문이다.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끓여 줘야 한다.

얼마 후 소스가 완성됐다. 토마토소스 같은 것은 토마토를 푹 끓여야 해서 오래 걸리지만 생크림이나 우유를 넣고 끓이는 크림소스는 오래 끓일 필요가 없어 금방 완성된다.

대규는 옆에서 탕수육 치킨을 튀기고 있는 직원에게 남는 치킨이 없냐고 물었다.

그러자 직원이 치킨 한 접시를 내왔다.

“여기 있습니다.”

대규는 탕수육 치킨에 미루스 비덴스의 젖으로 만든 크림소스를 끼얹었다.

고소하고 진한 냄새를 풍기는 크림탕꼬 한 접시가 완성됐다.

“우와, 냄새 장난 아니다!”

“코에 느끼한 향이 확! 완전 내 스타일이야~”

직원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크림탕꼬가 담긴 접시를 본 매장 매니저가 대규에게 물었다.

“사장님, 이거 크림탕꼬 아니에요? 그런데 냄새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기도 하고…….”

“일단 한번 먹어 보세요.”

그러자 옆에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던 직원 하나가 포크를 들고 탕수육 치킨 한 조각을 찍어 먹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매니저가 한 소리 했다.

“야, 너 아프다고 점심 오픈 전에 병원 다녀온다며. 아직도 안 갔어?”

“콜록콜록… 이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하나만 먹고 가려고요…….”

얼마 후, 그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콜록, 우와아! 진짜 맛있다!”

“정말? 나도 먹어 볼래.”

그러자 다들 눈동자가 커지며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세젤맛이야. 사장님, 이거 기존 크림탕꼬보다 훨씬 맛있어요!”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기침을 했던 직원은 아직도 열심히 치킨 조각을 집어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매니저가 그에게 핀잔주듯 말했다.

“어, 야! 너 이제 집에 가야지. 병원 안 가냐?”

“매니저 형, 그런데… 아까부터 기침이 안 나요.”

“뭐?”

“목도 안 아프고… 몸도 훨씬 가벼워졌어요. 병원 안 가도 될 것 같아요. 뭐지, 신기하네?”

그러자 매니저는 대규를 바라본 뒤 웃으며 말했다.

“사장님 음식을 먹고 앓던 감기가 나았나 봅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직원이 매니저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에이, 매니저 오빠, 농담도 참! 무슨 치킨을 먹었다고 감기가 나아요!”

농담이 아니란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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