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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09화 (109/294)

# 109

109화. 아테나의 선물 (1)

여신에게 이름이 불린 케이른과 대규는 왕좌 앞으로 나갔다.

여신은 그 둘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들은 나와 함께 싸운 이번 포르피리온 전투에서 가장 큰 공적을 세웠다. 이에 네 가지 선물 중 그대들이 갖고 싶은 걸 직접 선택할 기회를 주겠다.”

대규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떠올랐다.

혹시나 기존에 지니고 있었던 아이템과 효과가 겹치는 걸 받을까 봐 걱정했는데, 네 가지 중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그럴 일은 줄어들 것이다.

여신이 손짓하자 황금 갑옷을 입은 여자 정령이 바퀴가 달린 수레를 밀면서 왕좌 앞으로 다가왔다.

수레 위에는 네 개의 황금 상자가 일렬로 놓여 있었다.

“상자를 열어라.”

여신이 명령하자 정령은 차례로 상자들을 열었다. 네 개의 황금 상자에서 영롱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대규가 서 있는 곳의 위치에선 상자 속의 내용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아테나 여신은 켄타로우스 장군 케이른을 바라보며 말했다.

“케이른 장군이 더 선배이기도 하니 먼저 고르도록 하라.”

케이른은 말발굽 소리를 내며 앞으로 나가 네 개의 상자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상자들은 흘끗 보고 지나쳤는데 마지막 네 번째 상자 앞에서 그의 표정이 변했다.

케이른은 네 번째 상자를 가리키며 아테나 여신에게 말했다.

“여신님,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좋다. 가져가도록 하라.”

그는 네 번째 황금 상자 안에서 내용물을 꺼냈다. 그가 꺼내 든 물건은 동그란 원형 방패였다.

원형 방패에는 끔찍하게 생긴 여자의 얼굴이 새겨져 있었다.

여자의 머리칼은 수십 마리의 뱀들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꼭 여신의 방패에 새겨진 괴물 아이기스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방패에 새겨진 얼굴은 두 눈을 꾹 감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본 대규의 눈은 번쩍 뜨였다.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메두사의 얼굴이 새겨진 방패(전설+특수 효과)]

[방패에 새겨진 메두사가 눈을 뜨고 적을 바라보면 그것을 바라본 적은 순식간에 몸이 굳어져 석화(石化) 상태가 되어 버림.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각 77%씩 상승.]

적을 돌덩이로 만들어 버린다니, 뭐 저런 방패가 다 있어?

대규는 케이른이 고른 저 방패가 몹시 탐이 났다.

‘제길, 내가 먼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도 저걸 골랐을 텐데…….’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대규는 나머지 세 개의 상자에도 좋은 아이템이 있으리라 믿으며 상자들 앞으로 다가갔다.

첫 번째 상자에 들어 있는 것은 창 한 자루였다.

멋들어진 트라이던트 삼지창이었지만 자신은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하지 않으니 소용이 없다. 그러므로 패스.

두 번째는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는 롱 소드로 전설 등급 무기였다.

설명창을 보니 전설 등급 무기 중에서도 꽤나 최상위의 아이템이었다. 전투에서 1회 한정으로 자신과 싸우고 있는 상대방의 모든 스탯을 절반으로 감소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것도 몹시 진귀한 능력이긴 하지만 대규는 성에 차지 않았다.

‘이거 마신의 능력 스킬 중에서 파라오의 저주와 겹치잖아.’

라의 목걸이로 빌릴 수 있는 스킬 중 파라오의 저주 역시 적의 스탯을 50% 감소시키는 스킬이다. 게다가 1회 한정이라는 점도 똑같았다.

게다가 최근에 만든 불카누스의 사슬 검이 무기로 있기 때문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 사슬 검의 무기 등급은 신화 등급인데 이제 와서 전설 등급 무기가 필요할 리가.

대규는 마지막 세 번째 상자로 다가갔다.

‘제발 이 상자엔 쓸 만한 게 들어 있기를…….’

하지만 그 안엔 무기는커녕 거무스름한 흙 한 줌이 들어 있을 뿐이었다.

여태까지 봤던 창과 롱 소드에 비해 훨씬 초라해 보였다.

‘제길, 역시 케이른이 가졌던 방패를 내가 가졌어야 했나.’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 중에서 골라야겠지.

‘그것보다 대체 이 흙은 뭐기에 여기 있는 거지? 나름 여신의 선물 중 하나인데 평범한 흙은 아닐 테지…….’

대규는 흙을 손끝으로 만져 봤다. 몹시 보드랍고 촉촉했다.

그때 아이템의 설명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판테온의 흙]

[현실의 땅에서 이 흙을 뿌리면 그 땅에서 판테온에서만 자라는 식물 혹은 동물을 키울 수 있음.]

판테온의 동물이라니까 아폴론의 연회에서 먹었던 양고기 미루스 비덴스가 떠올랐다.

혹시 그 양도 기를 수 있는 걸까?

대규의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맨 처음 미루스 비덴스의 고기를 먹고 그 설명을 공략집으로 봤을 때, 대규는 미루스 비덴스의 모습을 영상으로 잠깐 본 적이 있었다. 그 양은 현실의 양과 외관상 똑같았다.

따라서 그 양을 길러서 음식으로 만든다면 고사리 육수와 달리 재료 성분 표기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그럼 이 흙은 현실의 요식 사업에서 엄청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거잖아!’

사실 최근엔 현실에서 도움이 될 만한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 흙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탕꼬나 도시락 사업을 넘어서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규는 판테온의 흙이 든 상자를 선택한 뒤 여신에게 말했다.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알겠다. 가져가도록 하라.”

대규는 상자를 들고 자리로 돌아왔다. 여신은 케이른과 대규를 보며 말했다.

“수고가 많았다. 참, 그대들은 일주일 후 다시 소환될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지? 본래는 석 달에 한 번씩 소환되는 거 아니었나?’

여신은 말을 이었다.

“제우스 신께서 보낸 독수리가 좀 전에 말한 것처럼 일주일 후 전투의 승리를 기원하는 승전 기원 파티가 곧 판테온의 중앙 신전에서 열릴 것이다. 물론 여기 있는 모두가 참석하면 좋겠지만 그럴 순 없다. 대신 오늘 최고의 공적을 쌓은 그대들이 나와 함께 우리 부대의 대표로 참가하게 될 것이다.”

승전 기념 파티라.

그럼 다른 신들의 군대에 속해 있는 영웅들도 볼 수 있는 건가?

“그대들은 일주일 뒤 판테온의 중앙 신전으로 소환될 것이다. 그곳엔 다른 신들도 있고 다른 부대의 영웅들도 있다. 게다가 신들의 아버지이신 제우스께서도 참석하신다.”

“……!”

대규의 눈동자가 제우스의 이름을 듣자 동그랗게 커졌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실제로 볼 수 있게 되는 건가!’

여신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일주일 뒤에 만나기로 하지. 그동안 잘 지내고 있거라.”

여신이 말을 마치자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정신을 차리니 대규는 자신의 오피스텔 침대로 돌아와 있었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왔다. 보관함을 확인해 보니 여신으로부터 받은 판테온의 흙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

판테온의 흙. 이번 전투에서 가장 빛나는 보상이다.

대규는 이 흙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다.

우선 그는 미루스 비덴스를 제외하고는 판테온에서 자라는 식물과 동물에 무엇이 있는지도 몰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번에 판테온에 갔을 때 식당이라도 들를 걸 그랬나.’

뭐, 급할 건 없다. 뭣하면 지금 당장에라도 들르면 된다. 이젠 자유롭게 판테온을 오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일주일 뒤엔 승전 기념 파티가 열린다고 했지. 그곳에 가면 온갖 진귀한 음식들이 잔뜩 있을 거야.’

일단 공략집으로 이 흙의 정체에 대해 더 파헤쳐 보기로 했다.

대규는 보관함에서 흙을 한 줌 살짝 집었다.

그러자 지휘 사령부의 천막에서 처음 흙을 만졌을 때 봤던 메시지창이 다시 떠올랐다.

[판테온의 흙]

[현실의 땅에서 이 흙을 뿌리면 그 땅에서 판테온에서만 자라는 식물 혹은 동물을 키울 수 있음.]

식물, 부분을 손끝으로 눌러 봤다.

그러자 공략집의 메시지 창이 떴다.

<현실에서 소유한 땅에 이 흙을 뿌리면 그 땅의 넓이에 관계없이 땅 전체가 판테온의 흙으로 뒤덮이게 됩니다.>

그렇다면 현실의 땅의 크기에 따라 텃밭도 가능하고 대평야 수준의 넓은 논밭도 가능하단 얘기다.

‘이거 임야 지대를 사서 이 흙을 뿌리면 판테온 동식물 농장을 만들 수 있겠는걸?’

그런데 더욱 놀라운 메시지 창이 연달아 떠올랐다.

<오시리스의 정원에서 나는 풀들 역시 판테온의 식물에 속하므로 흙을 사용해 현실의 땅에 심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권위 때문에 정원에서 채집해 올 수 있는 뿌리의 개수에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저 흙을 이용하면 정원에서 채집해 온 식물들도 현실에서 마음껏 기를 수 있다.

사실 대규는 아직 오시리스 정원을 전체적으로 다 둘러보지 못했다. 그 정원엔 대규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풀들이 존재했다.

‘오시리스 정원 말고 판테온에서만 나는 식물들도 있을 것 아냐.’

정말 판테온 동식물 농장을 만들 수도 있겠다.

대규는 당장 넓은 땅을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되면 식재료도 직접 생산이 가능해진다. 지금은 닭고기 같은 육류나 야채, 채소들을 다 공급받고 있지만 이젠 식재료부터 양념까지 모든 걸 다 대규식품 자체적으로 생산해 내서 안정적으로 재료를 수급할 수 있다.

대규는 내일 사무실에 출근하면 이 문제를 준섭과 상의하기로 결심한 뒤 잠에 들었다.

* * *

다음 날, 영등포 본사의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마침 준섭이 밝은 표정으로 들어왔다.

“사장님,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무슨 소식이죠?”

준섭은 뿌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희 다이어트 도시락이 지상파 방송을 탔습니다!”

“예?”

놀라서 반문하는 대규에게 준섭은 말없이 태블릿 PC를 내밀었다.

PC 화면 속에는 ‘한낮의 TV 연예’라는 연예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날짜를 보니 어제 방송이었다.

방송에는 걸 그룹, 블루핑크가 나오고 있었다. 블루핑크는 멤버 전원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연습실에서 대규식품의 다이어트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여성 리포터가 발랄한 목소리로 마이크를 들며 말했다.

“주간 아이돌 리포터, 이미진입니다. 이번 주는 말이죠. 요즘 핫하죠, 핫해! 아이돌 걸 그룹, 블루핑크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리포터는 블루핑크가 먹고 있는 도시락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게 인터넷에서 그렇게 유명한 한채아 도시락인가요?”

그러자 한채아가 나와서 대답했다.

“예! 제가 웹드라마 찍으면서 소품으로 있는 걸 먹었는데 너무 맛있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멤버들에게 강추하고, 기획사 사장님에게도 특별히 부탁했어요!”

채아는 카메라 화면을 보고 비타민처럼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다이어트를 위해서 먹고 있는 도시락이지만 이거 진짜로 맛있어요. 맛 하나는 채아가 보장해요! 너무너무 마시쪙!”

다른 멤버들도 우르르 달려들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이에요. 채아가 복덩이 하나 물어왔다니까.”

“진짜 짱짱 맛있어요! 엄지 척!”

그러자 리포터가 도시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제가 한번 먹어 봐도 될까요?”

블루핑크가 고개를 끄덕이자 리포터는 젓가락으로 닭가슴살 샐러드를 집어 들며 카메라에 대고 말했다.

“그냥 보기엔 일반적인 퍽퍽 살 샐러드네요. 그럼 요즘 핫한 블루핑크 다이어트 도시락, 제가 한번 먹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얼마 후 샐러드를 입에 넣은 리포터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 이게…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퍽퍽 살 샐러드라구요?”

“장난 아니죠, 언니?”

씨익 웃어 보이는 채아를 향해 리포터가 놀라서 외쳤다.

“입에서 완전 사르르 녹잖아! 퍽퍽 살이 아니라 사르르 살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 나 한입만 더 먹을래!”

리포터는 이번엔 현미밥과 곤약을 먹고 탄성을 내질렀다.

“어머머머! 현미밥이 뭐 이리 구수해? 푸석푸석하지도 않고, 꼭 갓 지은 밥 같아. 곤약 역시 입안에서 탱탱거리며 춤을 추네요.”

그러자 블루핑크가 꺄르르 웃으며 소리쳤다.

“리포터 언니, 표현이 꼭 요리왕 비룡 같아요!”

“그쵸? 이거 먹으면 살도 빠져서 좋지만 피곤하다가도 막 힘이 솟는다니까요.”

마지막으로 채아가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블루핑크 이번 앨범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웹드라마 ‘환골탈태’두요!”

채아의 말을 끝으로 태블릿 PC의 영상은 종료됐다.

그러자 준섭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사장님, 이게 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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