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00화 (100/294)

# 100

100화. 홈쇼핑 출연

다음 날부터 대규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입소문 양념과 도시락을 대량생산할 공장 부지를 알아보러 다녔다.

서울 말고 수도권 인근으로 알아봤다. 여러 군데를 돌아다니다가 결국 최종적으로 선정한 곳은 경기도 김포시의 학운 산업 단지였다.

우선 그곳은 서울과 가까워 접근성도 좋고 공업용수도 풍부했다.

게다가 수도권 서북부 최대 산업 단지 클러스터였지만 아직은 분양 초기여서 그런지 입주한 단체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요즘 핫한 인천이나 송도 일대에 밀려서 아직은 비인기 지역이었다.

하지만 명당의 눈 스킬로 보니 이곳 땅은 알짜배기였다.

향후 1년 안에 가치가 두 배 이상으로 뜰 예정인 곳이었다.

명당의 눈이 알려 준 정보에 의하면, 지금은 비인기지역이지만 앞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분양 대책 수립과 시의 적극적인 행정 지원으로 인기 있는 부지가 될 예정이었다.

게다가 내년 준공 예정인 외곽 순환도로 검단 IC와 연결돼 더욱 접근성도 높아지고 땅값도 올라간다.

인기가 많아져 사람들이 몰려들기 전에 미리 분양해 공장을 세우기로 계획했다.

준섭에게 말하니 오케이했다.

대규는 부지를 사들이고 공장 설계에 들어갔다.

* * *

한 달 후.

일차로 도시락과 컵밥을 제조할 공장이 완공됐다.

그사이 1인 식당 혼밥탕꼬 프랜차이즈는 점점 늘어났고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에서 판매되는 탕꼬&다이어트 도시락, 컵밥은 연일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었다.

완공된 김포 공장에선 프랜차이즈 사업에 꼭 필요한 입소문 양념과 도시락, 컵밥을 미친 듯이 생산해 내고 있었다.

아주 순조로운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준섭이 대규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뭡니까?”

“K홈쇼핑에서 제의가 하나 왔습니다.”

“제의라구요?”

K홈쇼핑은 대규식품의 도시락을 팔기로 계약한 홈쇼핑 업체 중 가장 큰 업체로, 도시락 사업 매출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그들의 제안이 뭔지 궁금했다.

준섭이 대규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께서 직접 홈쇼핑 방송에 출연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물론 기존에 방송되고 있는 탕꼬&다이어트 도시락의 홈쇼핑 방송도 인기가 있지만 사장님이 출연하면 방송 시청률도 올라가고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거든요.”

“예? 그게 무슨…….”

방송 출연 제의라니, 당황스러웠다.

그러자 준섭이 웃으며 말했다.

“보통 이런 식품 홈쇼핑 방송의 경우 사장이나 요리사가 직접 나가서 방송하면 시청자들에게 호감과 신뢰도를 얻을 수 있거든요. 게다가 사장님은 나이가 젊어서 청년 사업가란 긍정적인 이미지도 심어 줄 수 있구요.”

“하지만 제 연기는 완전 발연기라서…….”

대규는 홈쇼핑에서 봤던 연기자들의 수준급 먹방을 떠올리며 말했다.

요리를 만드는 건 자신 있었지만 맛있게 먹는 건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준섭이 말했다.

“연기력은 필요 없습니다. 먹는 연기야 호스트들이 할 거고, 사장님은 그 옆에 서서 요리를 하시면 됩니다. 도시락에 들어가는 메뉴나 반찬들을 조리하시면 되죠. K홈쇼핑에선 주 메뉴인 탕수육 치킨을 요리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그렇군요. 요리라면 괜찮을 것 같네요.”

대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준섭의 시선이 느껴졌다.

“부사장님, 왜 그러시죠?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대규가 묻자 준섭이 물었다.

“사장님… 혹시 요즘 관리 받으십니까?”

“네?”

대규가 놀라서 반문하자 준섭이 말을 이었다.

“아니… 얼마 전부터 사장님의 얼굴이 훤해지신 것 같아서요. 피부에 광이 난다고 해야 하나……. 뭐, 보톡스라도 맞으신 줄 알았습니다.”

준섭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규에게 말했다.

“아실지 모르시겠지만, 최근 업계에서 사장님이 훈남이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K홈쇼핑에서도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사장님을 방송에 섭외하려는 거 같구요.”

“호오, 그런가요?”

훈남이란 소리는 살면서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판테온의 시련에 도전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촬영은 내일모레입니다. 그럼 저는 이만.”

말을 마친 준섭은 대규의 사무실을 나섰다.

대규는 사무실에 걸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미데우스의 육체를 얻고 나서 좀 더 잘생겨지긴 했지만, 남들에게도 그런 평가를 받을 줄이야.

대규는 거울 속의 자신에게 씩 웃음을 지었다.

* * *

홈쇼핑 방송 촬영 당일.

대규는 회사 자동차를 타고 홈쇼핑 방송국으로 향했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방송이 촬영되는 세트장으로 갔다.

탕꼬&다이어트 도시락 주문 방송은 생방송으로 진행된다고 했다. 그래야 실시간으로 고객들의 전화 및 인터넷 주문을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김대규 사장님이십니까? 이쪽으로 오시지요.”

방송 PD가 깍듯하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대규는 PD 및 카메라 촬영 감독, 방송 스태프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러자 스태프들이 환호했다.

“우와! 사장님, 생각보다 젊으시다.”

“완전 훈남이셔~”

“같이 셀카 찍어도 될까요?”

‘이거 마치 유명 인사가 된 기분인걸?’

얼마 후 메이크업 담당자가 다가와 메이크업을 해 줬다.

예전에 TV 프로그램인 맛집 특공대에 출연했을 때도 메이크업을 하긴 했지만 이번 메이크업은 그때보다 더 수준급이었다.

‘이거 정말 나 맞아? 얼굴빛이 확 사는데!’

핸드폰 카메라로 셀카를 수십 장 찍어 저장해 놨다.

촬영 팀은 이제 슬슬 촬영 준비에 들어가고 있었다.

대규가 세트장으로 다가가자 감독이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큐 사인 들어가면 저기 가스레인지 앞에 서서 탕수육 치킨을 튀겨 주시면 돼요. 평소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하시면 됩니다.”

곧 큐 사인이 울려 퍼졌고, 생방송 촬영이 시작됐다.

쿵짝, 쿵짝 어깨가 절로 들썩이는 화려한 비트의 음악이 세트장 전체를 가득 메웠고 대규는 팔팔 끓는 기름에 탕수육 치킨 반죽을 능숙하게 넣었다.

아리따운 호스트들이 흥분한 목소리로 멘트를 진행했다.

“네~ 여러분, 오늘 소개해 드릴 상품은 홈쇼핑 완판의 전설! 넷상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대규식품의 탕꼬&다이어트 도시락입니다!”

“지진 도시락으로 유명했던 그 도시락이죠! 오늘 방송엔 특별히 도시락을 만든 대규 식품의 김대규 사장님께서 나오셔서 이렇게 직접 제조 과정을 보여 주십니다~”

카메라가 반죽을 튀기는 대규의 모습을 잡았다.

카메라 모니터에 대규의 얼굴이 나왔다. 화면발도 화면발이지만, 훤칠한 외모 때문에 꼭 드라마 주인공 같았다.

호스트 중 하나가 대규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아, 예.”

기름에 들어간 튀김 반죽들이 노릇노릇하게 익어 갔다.

“어머머머! 튀김 색깔이 너무 고와요!”

“이게 바로 도시락과 컵밥에 들어가는 탕수육 치킨인가요?”

호들갑스럽게 멘트를 치는 호스트들에게 대규는 멋쩍게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카메라가 기름 속에서 끓는 탕수육 치킨들을 비췄다.

“튀김만 봐도 바삭바삭 소리가 전해지는 것 같아요!”

“바로 한입 먹어 보도록 할게요.”

호스트들은 튀김용 젓가락으로 치킨 한 조각을 건져 대규가 만들어 둔 소스에 찍은 뒤 입에 넣었다.

“아뜨뜨, 뜨거워… 헉!”

“어머, 이게 무슨…….”

그녀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곧 그녀들은 대사를 치는 것도 잊고 미친 듯이 탕수육 치킨을 건져 먹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피디가 외쳤다.

“멘트 안 해요?”

하지만 그녀들은 계속해서 탕수육 치킨을 걸신들린 듯 먹었다.

“음악 볼륨 높이고, 카메라는 호스트들 계속 찍어!”

대규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여태까지 홈쇼핑 방송에서 호스트들은 대량생산된 입소문 양념으로 만든 도시락만 맛봐 왔다.

물론 그것도 엄청 맛있지만, 상급 요리 스킬을 지닌 대규가 직접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건 대체 무슨 맛이죠?”

“제가 여태까지 호스트를 몇 년간 하며 먹은 것들 중 최고예요! 빨리빨리! 사장님, 더 튀겨 주세요!”

“무슨 마약 같은 거 끼얹으세요? 어머머머, 이게 웬 미친 맛이람!”

“여러분! 이거 진짜 방송용 리액션 절대 아니에요! 이건 정말 미친 맛이에요! 맛의 혁명!”

“혀의 미뢰 세포 하나하나가 더 달라고 울부짖고 있어요. 빨리 더 튀겨 주세요!”

두 호스트는 방송 촬영 동안 5인분의 탕수육 치킨을 먹어 치웠다.

“대규식품의 탕꼬&다이어트 도시락! 지금 바로 전화 주세요!”

방송을 마치고 촬영 감독과 PD, 스태프들도 세트장으로 나와 남은 탕수육 치킨을 먹어 봤다. 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호스트들이 저 난리를 치는지 궁금했다.

치킨을 소스에 찍어 먹은 PD의 표정이 변했다.

‘이건 무슨 미친 맛이야!’

방송 스태프들은 저도 모르게 SNS에 마구 사진을 찍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 방송 이후 도시락 사업은 더욱더 대박이 났다.

인터넷에서는 온통 홈쇼핑 광고 방송 이야기였다.

호스트들이 열심히 탕수육 치킨을 먹는 모습은 스샷으로 찍혀 ‘반도의 흔한 도시락 홈쇼핑 리액션.jpg’란 제목으로 온 인터넷에 돌아다녔다. 심지어 패러디 사진들도 넘쳐 났다.

인터넷 게시판 역시 반응이 뜨거웠다.

-님들 그거 앎? K홈쇼핑 탕꼬 도시락 광고 조작된 거임. 방송에서는 2인분만 먹었다고 하는데 실제론 5인분 먹었다고 함. ㅋㅋㅋㅋ

-레알 착한 조작 방송 ㅇㅈ!

-탕꼬에는 진짜 무슨 마약 같은 걸 끼얹나?

-그런데 탕꼬 사장 솔직히 잘생기지 않았냐? 옛날에 맛집 프로그램 나왔을 땐 잘 몰랐는데, 홈쇼핑 방송 보니까 졸 훈남이더라. 저 정도면 솔까말 요즘 아이돌 수준 아님?

-사장님 졸 훈남! 요섹남! 사랑해요!♥

-아이돌 수준은 무슨… 저 정도면 길거리에 흔하게 널렸지. 하여튼 쫌만 잘생기면 정신 잃고 하악거리기 바쁘지. 이놈의 외모지상주의…….

-위 새끼 열폭 오지구여. 추남 인증?

-탕꼬 사장 VS 박부검, 여러분의 선택은???

방송에서 요리하는 대규의 사진 역시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다.

그 이후 대규에게 인터뷰나 방송 출연 제의가 부쩍 늘어났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이름과 얼굴이 인터넷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니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좋은 말들도 많았지만, 악플도 많았다.

‘연예인들은 정말 이런 걸 어떻게 견뎌 내나 몰라…….’

신경 안 쓰려 했지만 신경 쓰였다.

그 이후 대규는 최대한 인터뷰나 방송 출연은 자제하기로 했다.

자신은 방송인이 아니라 사업가이고 그 이전에 요리사였다. 방송으로 주목받아 성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쨌든 그날 이후 도시락 매출은 고공 행진을 이어 갔다. 대규는 도시락을 탕꼬의 종류별로 출시했다.

기본 탕꼬 도시락뿐만 아니라 본래 매장에 있는 메뉴인 치즈 탕꼬, 크림 탕꼬, 피자 탕꼬, 마늘 매콤 탕꼬 등을 도시락으로 만들었다.

도시락 사업은 완전히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다른 새로운 사업 연구는 난항을 겪었다.

전에 생각했던 백반 사업의 경우, 고사리 우린 육수가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그 육수가 지닌 특수 효과를 이용해 요리를 하는 건 괜찮았지만, 식품의 재료명 표기가 문제였다.

식품 안전법에 따라 메뉴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명칭과 산지를 무조건 표기해야 했다. 그리고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재료만 요리에 넣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붉은 고사리는 오시리스의 정원에서만 나는 특수한 식물이었다.

허가를 받은 재료도 아니고, 명칭과 산지를 표기할 수도 없다.

그 부분이 상당히 애매했는데, 준섭은 이에 단호한 목소리로 대규에게 말했다.

“저도 그 육수에 대해 더 이상은 캐묻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재료도 아니고, 명칭을 표기할 수 없는 것이라면 백반 사업을 진행하긴 힘들 겁니다.”

결국 고사리 육수를 이용한 백반 사업은 접을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그리고 그간 저도 너무 성급해서 사장님을 몰아붙였던 것 같습니다. 일단은 혼밥탕꼬 프랜차이즈와 도시락 사업으로 기업의 기반을 확실히 다진 후 사업을 차차 넓혀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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