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
85화. 무한의 격투장, 마지막 훈련
일주일 후.
대로변으로 옮겨 간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을 오픈했다.
인터넷과 SNS 등지에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오늘 신촌 놀러 갔는데 대로변에 탕꼬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이 있어서 3인분 사 왔다능! 야식은 역시 탕꼬지.
-원래 뒷골목 구석탱이에 있지 않았나요?
-이번에 이사한 듯. 훨씬 찾아가기 편함. 레알 옛날 위치는 진짜 넘 구렸음. ㅠㅠ
-도시락도 히트 치더니 사장 돈 많이 벌었나 부다~
-울집 앞에도 탕꼬 테이크아웃 매장 생겼음 좋겠다. 신촌까지 가기 개귀찮…….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고, 진희와 상민은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예전 뒷골목에 있을 때에 비해 손님들이 두 배는 더 늘어난 것 같았다.
한편 대규는 준섭과 함께 본사의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다.
“사장님, 1인 식당 혼밥탕꼬의 경우 이번에 추가로 매장들이 늘어나 총 마흔 곳입니다. 서울을 비롯해서 수도권에도 진출했습니다.”
준섭은 대규에게 혼밥탕꼬 프랜차이즈 매장들이 있는 지도를 보여 줬다. 혼밥탕꼬는 이제 분당과 일산 쪽의 번화가에도 진출했다.
대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지도를 보며 준섭에게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부사장님. 참, 이번에 자리를 옮긴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은데요.”
“알고 있습니다. 홈쇼핑 성공 이후 투자금도 많이 들어와서 자금 상황도 괜찮습니다. 지금이면 테이크아웃 전문점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대신…….”
“그 대신 뭐죠?”
대규가 묻자 준섭이 대답했다.
“프랜차이즈가 지금 속도로 늘어나면 양념 소스를 더 공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게다가 현재 탕꼬&다이어트 컵밥과 도시락의 매출도 계속 상승하고 있어서 지금의 시설만으로는 물량을 생산하기가 힘듭니다.”
“그렇군요.”
“앞으로 공장을 지을 공장 부지를 한번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벌써 공장을 지을 때가 됐단 말인가!
대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준섭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제가 할게요.”
“사장님이 직접 말입니까?”
“네.”
준섭에게 맡길 수도 있지만 자신은 명당의 눈 스킬을 지니고 있었다. 이 눈을 사용하면 남들이 알지 못하는 숨겨진 보물 땅을 발견할 수 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수도권 인근의 부지로 알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가 커져서 직원도 더 뽑아야 할 것 같습니다.”
대규식품은 이제 중소기업 수준으로 커 나가고 있었다.
‘처음엔 나랑 준섭이 형, 그리고 친구들뿐이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대규는 미소를 지으며 준섭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건 부사장님이 알아서 해 주세요. 공장 부지는 대신 제가 책임지고 마련하겠습니다.”
* * *
그날 밤, 대규는 훈련을 하러 무한의 격투장으로 넘어갔다.
현실에서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이사하는 동안에도 이곳을 찾아 훈련하는 걸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이 녀석을 상대하는 마지막 날이군.’
헤라클레스가 특별히 허락해 준 일주일의 격투장 사용 기간 중 마지막 날이었다.
대규는 격투장의 벽에서 항상 자신이 쓰는 롱 소드와 방패를 꺼내 든 뒤, 격투장의 중앙 바닥을 바라보았다.
파바밧.
곧 바닥에서 마법진이 생겨났고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은 서서히 한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얼마 후, 그 형체가 마법진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쿵! 쿵!
발을 움직일 때마다 크게 울려 퍼지는 발소리.
바로 죽음의 평원 전투에서 싸웠던 붉은 대형 거인 기가스 팔라스였다.
이 기가스 팔라스는 헤라클레스가 대규를 위해 만들어 놓은 훈련 대상이었다.
심지어 공격력과 근력, 민첩 같은 수치뿐 아니라 광역 공격을 가끔 펼치는 것까지 기간토마키아 전투 때와 똑같았다.
일주일 동안 대규는 이 녀석과 전투 훈련을 벌였다. 레벨이 100이 됐지만 녀석은 여전히 위협적인 몬스터였다.
생각해 보면 이 기가스 팔라스는 정령급 장군인 카페르 족의 코르네우스 장군도 홀로 상대하지 못했던 몬스터였다.
하지만 대규 역시 헤라클레스와의 훈련을 거치며 훨씬 강력해졌다.
“크워어어어!”
기가스 팔라스가 괴성을 내지르며 대규를 향해 달려들었다.
쨍!
칼날이 서로 맞부딪히며 파열음을 냈고 대규는 공격을 막아 냈다.
그전 같으면 공격을 받아 낸 순간, 그 충격으로 바로 몸이 날아가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 한계 레벨 100에 도달한 지금은 기가스 팔라스에게 밀리지 않을 정도로 근력이 향상됐다.
‘그래도 이 자식, 힘 하나는 더럽게 세다니까.’
기가스 팔라스는 거인답지 않은 민첩함을 발휘해 뒤로 물러난 뒤, 다시 칼을 쳐들고 휘둘렀다.
휙-
깡!
방패로 녀석의 공격을 막은 뒤 점프했다. 녀석의 붉은 정수리가 발아래로 보였다.
타탓.
“이거나 먹어라!”
롱 소드를 허공에 높게 쳐든 뒤, 녀석의 정수리를 향해 세차게 내리쳤다.
헤라클레스와 훈련하며 보고 배운 일격의 슬래시!
휘리릭-
하지만 기가스 팔라스는 춤을 추듯 몸을 돌려 공격을 피한 뒤, 어느새 대규의 옆구리를 향해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거대한 칼날이 아슬아슬하게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휴, 위험했다.’
하지만 숨 돌릴 틈 없이 펼쳐지는 녀석의 검무!
대규는 자신을 향해 사정없이 날아오는 칼날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녀석이 입을 벌렸다.
마력을 사용하는 광역 공격 ‘파괴의 괴성’을 사용하려 했다.
이곳에서 저 공격은 막아낼 도리는 없다.
죽음의 평원의 경우, 매우 넓은 공간이어서 광역 공격의 범위 밖으로 달아나면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 무한의 격투장은 한정된 공간 안에 있기 때문에 광역 공격으로부터 달아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저 괴성 공격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괴성을 내지른 이후 그 여파가 머릿속을 어지럽혀 전투에 도무지 집중할 수 없게 만든다.
녀석이 광역 공격을 시전하면 이 전투의 주도권은 무조건 녀석에게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니까 괴성을 내지르기 전에 막아야 한다!’
대규는 재빨리 점프한 뒤, 녀석의 벌어진 주둥이를 향해 칼을 휘두르며 외쳤다.
“레툼 익투스!”
스킬명을 외치자마자 롱 소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왔고 눈앞에 있는 녀석의 주둥이 안쪽에 공격 궤도가 가느다란 선으로 보였다.
휘릭-
그 선을 따라 정확히 칼을 찔렀다.
번쩍! 파바밧!
기가스 팔라스의 주둥이를 향해 수십 개의 검광이 현란하게 뻗어져 나왔다.
물결의 흐름처럼 변화무쌍하게 날아가는 검광들!
검광들은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기가스 팔라스를 순식간에 휘감았다.
당황한 기가스 팔라스는 광역 스킬을 시전할 틈도 없이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검광들을 쳐 내기 바빴다.
그 틈에서 조용히 기가스 팔라스의 턱 아래를 향해 날아가는 일격의 기운!
‘먹혔다!’
서걱!
일격의 기운은 기가스 팔라스의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가 턱 아래의 목을 단번에 꿰뚫어 버렸다.
“끄르르…….”
기가스 팔라스는 차마 괴성을 내지르지 못한 채 목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목을 부여잡고 있는 녀석의 손가락 사이로 검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제 마지막이다.
타타탓.
대규는 검을 들고 달려가 높게 점프했다.
기가스 팔라스의 정수리를 노리며 다시 한 번 일격의 슬래시를 갈겼다.
녀석은 목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방패를 들어 자신의 머리를 막았다.
‘좋았어.’
대규는 녀석이 방패를 들자마자 몸을 돌려 바로 검의 궤도를 바꿨다.
정수리를 노리는 척하면서 실제론 가슴을 노린다!
헤라클레스에게 질리도록 당했던 속임수 동작 중 하나였다.
휘리릭-
어느새 검은 기가스 팔라스의 심장을 정확히 꿰뚫고 있었다.
“끄르르르… 끄윽!”
심장이 꿰뚫린 기가스 팔라스는 목과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쿠쿵!
대규는 격투장 바닥에 착지해 검에 묻은 기가스 팔라스의 피를 털어 내며 중얼거렸다.
“휴, 2분 정도 걸렸나… 최단 기록이군.”
레벨 100을 달성한 뒤, 이곳에서 기가스 팔라스와 훈련을 할 때마다 대규는 단 한 번도 녀석에게 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처음에 녀석을 해치우는 덴 30분이 넘게 걸렸다. 게다가 공격도 받아 생명력도 뭉텅 깎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녀석을 해치우는 시간은 단축됐고, 부상을 입는 정도도 줄어들었다. 계속해서 싸우다 보니 녀석의 전투 패턴을 파악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결국 훈련의 마지막 날인 오늘은 녀석을 2분 만에 해치울 수 있게 됐다.
‘기간토마키아 전투에선 정말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아포피스까지 소환해서 겨우 이겼지. 하지만 지금은 아이템이 없이도 단 2분 만에 해치우다니.’
그때 일이 꿈처럼 느껴졌다.
대규는 방금 전 자신의 전투를 복기했다.
‘광역 공격을 쓰기 직전에 스킬을 쓰길 잘했다. 만약 그 스킬에 당했으면 더 시간이 걸렸겠지.’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스킬 숙련도 +2]
[레툼 익투스에 대한 스킬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숙련도가 많이 상승하면 향후 스킬의 등급이 올라갑니다.]
일주일 동안 끊임없이 훈련하며 스킬을 쓴 덕분인 것 같았다.
‘그간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군.’
하지만 아직 훈련 시간은 많이 남아 있었다.
대규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기가스 팔라스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
“어이, 이 거인 녀석아. 어서 일어나라구.”
* * *
훈련을 마치자 기가스 팔라스는 사라졌다.
오늘부로 헤라클레스가 약속한 기한이 종료됐다. 벽에 롱 소드와 방패를 걸어 놓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무한의 격투장 이용 기간이 종료됐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정신을 차려 보니 오피스텔 침대였다.
헤라클레스가 줬던 까만 격투장 진입 열쇠는 사르르 재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기가스 팔라스와의 훈련까지 마치자 대규는 자신이 정말로 강해졌음을 느꼈다.
‘이제 판테온의 시련에 도전하는 건가?’
헤라클레스는 훈련을 마치면서 앞으로 일주일 뒤, 대규가 판테온의 시련을 겪기 위해 소환된다고 했다. 그날 이후 일주일 동안 훈련을 했으니, 이제 곧 시련이 시작될 것이다.
‘이거 소환에 대비해 빨리 준비를 해야겠는걸.’
그것보다 판테온의 시련은 대체 어떤 시련인 걸까?
레벨을 100으로 채운 인간 영웅들도 90%나 죽어 나간다고 했으니 쉽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해낼 거야.’
단순히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여태까지 항상 목표한 걸 이뤄 냈다. 물론 공략집이 많이 도와줬지만.
대규는 시련을 하러 가기 전에 공략집을 업데이트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남아 있는 젬스톤은 그레이 20개에 레드 20개.
업데이트하는 데 드는 비용은 레드 젬스톤 20개라고 했다.
현금으로 따지면 100억 원이다.
이번에 업데이트를 하면 지니고 있는 레드 젬스톤은 모두 소진된다. 좀 아깝긴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는 일이다. 젬스톤이 아무리 비싸다지만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긴 싫었다.
<공략집을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시키려면 레드 등급 젬스톤 20개가 필요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Yes.
<공략집이 성공적으로 업데이트됐습니다.>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블랙 등급 젬스톤 2개가 필요합니다.>
블랙 등급 젬스톤! 레드 등급이 끝이 아니었구나.
공략집으로 블랙 등급 젬스톤을 눌러 봤다.
<블랙 등급 젬스톤 1개는 레드 등급 젬스톤 30개의 값어치를 합니다.>
레드 젬스톤 1개는 그레이 젬스톤 50개의 가치다. 그런데 레드 젬스톤 30개의 가치가 블랙 젬스톤 1개와 맞먹는다니까…….
블랙 등급 젬스톤 1개는 그레이 1,500개와 맞먹는다.
이걸 현금으로 환산하면 150억 원!
‘이런 미친… 손톱만 한 젬스톤 하나에 150억 원이라니. 블랙 젬스톤 하나 지니고 다니면 거의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수준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