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
84화. 원조 탕꼬, 이사 가다
황금빛이 촤악 펼쳐지며 머릿속에 뭔가가 정신없이 들어왔다.
어느새 보유 스킬란을 보니 새 스킬이 추가돼 있다.
레툼 익투스(Letum ictus)(신화)-죽음의 일격. 무기를 휘둘러 상대방의 급소를 최단거리로 급습함. 공격을 받은 상대방은 다른 허초(虛招)에 휩싸여 진짜 일격을 막아 내지 못하게 됨. 마나 소모 100. 쿨타임 없음.
설명을 보아하니 필살기 스킬인 것 같았다.
그런데 신화 등급이라니. 여태까지 스킬들은 하급, 중급, 상급 정도로만 나뉘었던 것 같은데.
‘신이 하사한 스킬이라 그런지 스케일이 다르군.’
급소를 최단거리로 급습한다는 건 알겠는데, 상대방이 다른 허초들에 휩싸여 진짜 일격을 막아낸다는 건 무슨 뜻일까?
허초란 무협지에서 종종 본 단어였다. 가짜 초식이란 뜻으로 상대방을 속이는 페인트 동작을 말한다.
한번 스킬을 시전해 보면 알게 되겠지.
대규는 헤라클레스를 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당신과는 대련할 수 없습니까?”
“그렇다. 너를 훈련시키는 히든 미션은 이미 달성됐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너와 싸울 수 없다. 대신 마지막 선물을 주도록 하마.”
“그게 무엇입니까?”
“내일부터 일주일 동안 이 격투장을 개방해 주마. 그리고 네가 대결할 수 있도록 적절한 상대도 만들어 주마.”
그러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무한의 격투장이 개방됩니다. 일주일 뒤에는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대련할 수 있는 상대를 만들어 준다니.
솔직히 대규는 헤라클레스와 좀 더 훈련하고 싶었다. 그에게 치명타 한 방을 먹이고 나니 이제 그를 한 번쯤 이겨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신인데… 신을 이겨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좀 너무한가.’
대규는 헤라클레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대련할 수 있는 상대는 대체 누구입니까?”
그러자 헤라클레스가 입가에 오묘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네가 다음번에 격투장에 오면 알게 될 것이다.”
“그것보다 헤라클레스여, 이 레툼 익투스는 대체 무슨 스킬입니까? 스킬 설명을 봐도 뭔지 잘 안 와 닿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레툼 익투스란 죽음의 일격이란 뜻이다. 한마디로 일격필살(一擊必殺)의 스킬이지. 궁금하면 여기 허공에 대고 직접 시전해 보거라.”
그 말에 대규는 롱 소드를 꺼낸 뒤 칼을 휘두르며 스킬을 시전했다.
“레툼 익투스!”
스킬명을 외친 목소리가 쩌렁쩌렁 격투장 안에 울려 퍼졌다.
이렇게 스킬명을 외치니 좀 부끄럽긴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촤아악-
롱 소드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꼭 헤라클레스가 들고 있던 검처럼 말이다.
대규의 눈앞에 가느다란 선 같은 것이 보였다.
‘공격의 경로!’
그 선을 따라 검을 찔렀다.
칼날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휘릭-!
평범하게 휘두른 칼날. 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번쩍! 번쩌억-
수십 개의 검광이 주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검광들은 제각각 다른 변화를 담아 다른 흐름으로 허공을 공격하며 무시무시한 살기(殺氣)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적의 급소를 사정없이 파고드는 치명적인 일격의 기운!
그것은 특이하게도 전혀 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군.’
대규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우선 살기가 담긴 수십 개의 화려한 검광이 상대방의 눈을 속인다. 하지만 저것들은 모두 속임수, 즉 허초다. 상대방은 허초인 검광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팔리게 된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조용히 상대방의 목숨을 끊어 놓는 일격의 기운!
허초를 상대하느라 바쁜 상대방은 결국 손쓸 틈도 없이 쓰러져 버린다.
속임수로 상대방의 혼을 빼놓고 틈을 노려 급습하는 살수!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레벨이 오르거나 근성 스킬로 인한 능력들의 상승이 이뤄지면 레툼 익투스 스킬의 위력 및 등급이 더욱 강해집니다. 또한 스킬의 등급이 올라가면 시전 시 마나 사용량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미 신화 등급의 스킬인데 등급이 또 오른단 말인가? 장난 아니다.
어쨌든 이제 이 스킬의 가공할 만한 위력은 잘 알게 됐다. 게다가 쿨타임이 없다는 장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한 번 스킬 시전 시 소모되는 마나량은 100.
레벨 100을 몽땅 채운 자신의 총 마나량은 575였다. 그렇다면 마나 회복 포션 없이도 총 5번을 연속해서 쓸 수 있다.
‘이 스킬을 잘 사용한다면 라의 목걸이로 마신의 능력을 빌리지 않아도 기가스 팔라스 정도는 쉽게 해치우지 않을까.’
게다가 자신의 레벨은 이제 100이다. 인간 영웅으로서는 도달할 수 있는 최대 한계치.
‘이 판테온의 히든 미션이 없었다면 이렇게 빨리 강해질 수 없었을 것이다.’
대규는 헤라클레스를 향해 고개를 예의 바르게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 역시 예를 갖추며 이렇게 화답했다.
“아니다. 나야말로 그동안 그대를 무시해서 미안했다. 이 모든 것들은 그대가 훈련에 성실하게 임하고 그것을 완수한 대가다. 그대 같은 인간 영웅은 실로 오랜만에 보는군.”
헤라클레스의 얼굴엔 더 이상 거만한 표정은 없었다.
대규는 고개를 든 뒤 그의 몸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황금빛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신이시여,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무엇인가? 말해 보거라.”
“당신은 제1차 기간토마키아에 참전한 적이 있으시죠? 그런데 정말로 그 전투에서 최고의 공적을 쌓아 보상으로 인간에서 신이 되신 겁니까?”
물론 이는 헤라클레스를 처음 봤을 때, 공략집이 알려 준 정보였다.
하지만 대규는 직접 물어보고 싶었다. 기간토마키아에서 최고 공적을 올린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정말 헤라클레스처럼 신이 될 수 있다면…….
그러자 헤라클레스는 껄껄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설마 그대가 이번 기간토마키아에서 최고의 공적을 쌓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아니, 그건…….”
“인간 영웅 한계 레벨 100에 도달하고 판테온의 시련에 도전할 기회를 얻었다고 너무 자만하지 말거라.”
헤라클레스는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기간토마키아의 공적을 가릴 땐, 인간 영웅만 그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반신반인과 신까지 모두 함께하게 된다.”
“그럼 당신은 반신반인과 신보다도 훨씬 많은 공적을 쌓은 겁니까?”
“그랬지.”
이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람?
입이 떡 벌어져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대규에게 헤라클레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때만 해도 거인들과의 첫 전쟁이었고, 거인들이 지금만큼 강하지 않았다. 전력도 많지 않았고. 그래서 지금 제2차 기간토마키아보다 쉽게 공적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지.”
“그렇습니까?”
“그래. 그 전의 전쟁을 겪으면서 거인들은 더 똑똑하고 강해졌다. 전투의 규모 역시 커졌지. 인간 영웅들도 그때에 비해 참여 인원이 많이 늘었고, 그전 1차 기간토마키아에선 참전에 소극적이었던 반신반인 세미데우스(Semideus)들도 대거 참전하게 됐지.”
“세미… 뭐라구요?”
“세미데우스. 반신반인의 존재를 가리키는 이쪽 용어다. 그대도 판테온의 시련을 통과하게 되면 인간에서 세미데우스가 되겠지. 물론 이번 제2차 기간토마키아에서 가장 최고의 공적을 쌓는 존재는 그만한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아마 내가 받았던 것보다 훨씬 커다란 보상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신이 되는 것보다 더 커다란 보상이라니,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건 어떤 보상입니까?”
대규가 묻자 헤라클레스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그건 나도 모른다. 신들의 왕께서 결정할 일이니까. 우선 그대는 판테온의 시련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판테온의 시련은 레벨이 100이 되면 무조건 다 도전하는 겁니까?”
“아니, 하기 싫으면 거절하고 그냥 인간 영웅으로 쭉 살아가도 된다. 그런 영웅들도 많다.”
“왜죠?”
헤라클레스가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판테온의 시련은 매우 혹독하기 때문이다. 시련에 도전한 인간 영웅들 중 90%가 목숨을 잃게 된다.”
시련에 도전하는 영웅들이라면 분명 다들 레벨100인 영웅들일 것이다.
그런데 그중에 90%가 목숨을 잃는다니. 그 시련이 얼마나 어렵고 혹독할지 예상이 된다.
“대신, 네가 시련을 통과하고 세미데우스가 되면 너는 더욱 강해진다. 레벨 100의 인간 영웅과 레벨 1의 세미데우스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르다. 아예 종(種) 자체가 다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군!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할 때다. 어쨌든 이곳 격투장을 개방해 줄 테니 일주일 동안 이곳에서 수련하도록 해라. 너의 대련 상대는 내가 만들어 놓을 테니.”
“알겠습니다.”
헤라클레스는 손을 휘둘러 현실로 돌아가는 포탈을 열어 줬다. 대규가 그 안에 발을 들이밀자 등 뒤에서 헤라클레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재밌었다. 그대의 행운을 빌지.”
* * *
현실로 돌아온 대규는 사업 확장을 열심히 진행했다.
일단 바로 돌아와서 해야 할 일은 새 매장을 하나 계약하는 일이었다.
맨 처음에 장사했던 신촌 뒷골목의 뒷골목의 뒷골목에 있는, 쓰러져 가는 도형의 건물에 있는 원조 탕꼬(지금은 테이크아웃 전문점으로 변했다)를 이사시켜야 했다.
벌써 차원의 틈에 처음 들어간 날로부터 5개월이 지났다. 이제 그 건물의 계약 기간이 거의 만료됐다.
대규는 옛날 명당의 눈으로 봤던 건물의 정보를 기억했다.
특이 사항: 6개월 뒤 건물이 무너질 확률 70%
보강 공사를 해 놓고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으로 바꾸긴 했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았다.
나름 처음으로 장사를 시작하고 정도 든 곳이었지만 이젠 떠날 때였다.
매장을 담당하고 있는 진희와 상민에게도 매장 이전 얘기를 해 놨다. 그리고 명당의 눈을 사용해 신촌 거리의 매장들을 둘러봤다.
그중에서 대규는 괜찮은 매장을 하나 찾았다.
대로변에 위치해 있고 유동 인구도 많았다. 당연히 등급은 A등급.
물론 월세가 매우 비쌌지만 비교적 면적이 작은 10평 이내의 매장이라 얻을 만한 여유가 됐다.
‘앞으론 이 테이크아웃 전문 매장도 1인 식당 혼밥탕꼬처럼 프랜차이즈로 가야 해. 그러기 위해서 본점은 괜찮은 곳으로 해야지.’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는 400만 원.
게다가 권리금 2억 원 정도 붙어 있는 곳이었다.
매우 비싼 것 같지만, 자리가 좋은 걸 감안한다면 당연한 금액이다.
바로 건물주를 만나 봤는데, 전문 임대업만 하는 사람이었다. 속마음도 꼼꼼히 들어 봤지만 별문제는 없었다. 임차료만 꼬박꼬박 잘 내면 갈등이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다.
임차 계약을 그 자리에서 한 뒤, 일주일 뒤에 인테리어를 끝내고 들어가기로 했다.
물론 기존의 건물도 계약 만기 때까지의 월세는 제대로 지불하고 나왔다.
“그동안 쓰러져 가는 가게에서 고생했는데, 이제야 옮겨 주는구나!”
상민이 이사할 매장이 최종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쁜 목소리로 대규에게 말했다. 하지만 진희는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래도 이 가게에 왠지 정도 들었는데 좀 아쉽네요…….”
대규도 솔직히 좀 아쉽긴 했다. 하지만 이젠 프랜차이즈로 새 출발을 해야 할 때다.
상민과 진희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더욱 잘될 거야. 상민이랑 진희 씨, 이전한 매장에서도 더욱 열심히 일해 주세요. 여러분은 이제 ‘테이크아웃 탕꼬’ 본점의 매니저니까요.”
상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말했다.
“하하! 빨리 탕꼬, 아니 대규식품이 전국을 넘어서서 해외로도 진출했으면 좋겠다.”
그 말에 진희가 끼어들었다.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탕수육 치킨 하나만으로는 좀 무리 아닐까요?”
“진희 씨, 그렇지 않아도 완전히 새로운 메뉴와 사업을 개발 중이에요.”
대규는 집밥 백반 사업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상민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오, 그게 정말이냐? 완전 기대되는데!”
대규는 현실로 돌아와 여전히 백반 메뉴 개발에 힘쓰고 있었다.
반찬 가짓수를 늘리고 추가 메뉴도 더 개발했다.
그리고 1인 식당 혼밥탕꼬의 프랜차이즈 매장도 점점 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