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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81화 (81/294)

# 81

81화. 혼밥 식당

그러자 준섭이 말했다.

“가격이 싸고 대중적인 메뉴가 가장 좋지요. 사람들이 나와서 외식하기 쉬운 아이템은 역시 그런 메뉴들이니까요. 특이한 것도 좋지만 친숙한 메뉴가 사업하기엔 리스크가 적지요.”

아무리 맛있어도 듣도 보도 못 한 특이한 메뉴라면 리스크를 안고 간다. 맛이 있다고 해도 메뉴 자체가 생소하고 특이해서 사람들이 잘 찾아오지 않을 수가 있다.

비슷한 이유로 미국의 인기 패스트푸드 브랜드, 타코벨이 90년대 한국에 들어왔다가 처참하게 망하고 사업을 철수한 적이 있다.

현재와 달리 당시 사람들은 타코가 뭔지도 몰랐다. 패스트푸드치고 가격이 너무 센 것도 실패 요인이었지만, 당시로서는 특이한 메뉴인 타코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 자체가 드물다는 것이 사업 실패의 핵심이었다. 결국 현지화 전략에 실패하고 타코벨은 몇몇 미군 부대에만 남게 됐다.

물론 세월이 흘러 타코는 이제 친숙한 음식이 됐고, 타코벨은 몇 년 전, 다시 한국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금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일화에서 보듯, 특이한 메뉴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기에 리스크가 큰 게 사실이다.

아무리 입소문 양념을 써서 맛있게 음식을 만든다 해도, 사람들이 애초에 잘 찾아 주지 않아 사업이 망할 수 있다.

“애초에 사장님의 탕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탕수육과 치킨이라는, 대중들에게 친숙한 음식들을 합친 메뉴라는 사실이 한몫했을 겁니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경우 사람들에게 친숙하고 익숙한 메뉴를 선정하는 게 우선이죠.”

준섭이 말을 마쳤고 대규는 생각에 잠겼다.

‘그렇다면 어떤 메뉴들이 있을까?’

당장 떠오르는 건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같은 찌개류, 불고기나 제육볶음 같은 고기 음식, 혹은 생선구이나 조림이다.

‘이렇게 되면 외식이 아니라 완전히 집밥인데?’

‘잠깐, 아예 집밥을 콘셉트로 잡으면 어떨까. 집밥만큼 익숙하고 친숙한 음식은 없을 테니까.’

대규가 준섭에게 말했다.

“부사장님! 집밥, 어떻습니까?”

“예?”

“친숙한 반찬들로 메뉴를 구성해 백반을 구성하는 거예요. 게다가 1인 가구가 많아지니까 요즘 도심에선 집밥을 먹을 일이 예전보다 줄어들었잖아요.”

게다가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바쁜 직장인들은 삼시 세끼를 든든히 잘 챙겨 먹을 수가 없다.

말을 들은 준섭의 얼굴이 환해졌다.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집밥이라… 외식의 역발상이네요. 요즘에 방송을 보면 집밥이 많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요. 몇 년 전부터 방송계에서 먹방과 쿡방이 인기를 얻으면서 집밥도 방송 소재로 종종 등장하고 있구요.”

준섭은 말을 이었다.

“집밥 느낌의 저렴한 가정식 백반집으로 사업을 펼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집밥이란 게, 그 특성상 브랜드를 확립하기도 좋구요. 딱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머니의 따뜻함, 뭐 이런 것들이거든요.”

“그렇죠.”

“그 부분을 강조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잡고 사업을 진행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백반의 메뉴 구성을 고민해 보도록 하죠. 사람들이 가장 집에서 친숙하게 먹는 메뉴들로 구성해 개발한 뒤 시식회를 열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그럼 저는 1인 식당 혼밥탕꼬의 프랜차이즈 사업에 주력하겠습니다.”

그들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눈빛을 교환했다.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을 나서며 대규가 준섭에게 물었다.

“음… 메뉴 개발을 위해 묻는 건데, 부사장님의 집밥 메뉴는 보통 어떻습니까?”

그러자 준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저희 어머니는 건강식을 먹인다고 요리를 일부러 맛없게 하셨죠. 메뉴 개발에 별 도움이 되진 않을 겁니다. 하하…….”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진섭과 준섭 형제 집에 몇 번 놀러 갔지만, 밥을 먹은 적은 없었다.

준섭은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네. 조미료를 절대 넣지 않으시거든요. 화학조미료뿐만 아니라 소금 같은 기본적인 간도 거의 하지 않으셨죠.”

“그랬군요.”

그래서 진섭이가 학교 다닐 때 급식 시간만 되면 그렇게 환장했었나 보다.

“대학교 때 친구들하고 최초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합니다. 화학조미료가 들어간 음식을 처음 먹었을 땐 크나큰 충격이었죠. 너무 맛있어서 한동안 배달 음식에 중독된 적도 있습니다.”

“중독이라니. 하하, 그것참.”

“그래서 제가 항상 사장님께 음식은 무엇보다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아무리 건강식이고, 유기농이고, 최상의 좋은 재료를 써서 음식을 만들어도 맛이 없으면 사람들은 그 음식을 외면하게 되거든요.”

준섭은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래서 제 소원이 사실 맛있는 집밥 한번 먹어 보는 거랍니다.”

대규는 그런 준섭에게 말했다.

“부사장님, 제가 그 소원 꼭 이뤄 드리겠습니다.”

* * *

영등포의 본사 빌딩 5층 메뉴 개발실에서 대규는 생각에 잠겼다.

집밥이라.

‘나의 집밥은 어땠지?’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고아로 자랐지만, 항상 할머니가 곁에 있었다. 식사도 할머니가 항상 챙겨 주셨다.

대규는 어린 시절 할머니가 해 줬던 요리들을 떠올려 봤다.

어린 시절, 할머니의 시골집에서 앉은뱅이 테이블에 놓고 먹었던 음식들.

계란말이, 돼지고기 장조림, 오징어 진미채, 콩자반, 고등어구이…….

찌개는 보통 강된장찌개와 김치찌개였는데 할머니가 끓여 주셨던 강된장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웬만한 식당에서 사 먹는 것보다 훨씬 맛이 구수하고 좋았다. 할머니의 강된장 찌개엔 계절별로 들어가는 재료가 달랐다. 특히 달래가 제철인 봄에는 찌개에 달래가 들어가 향긋한 내음을 풍겼다.

‘그리고 좋은 일이 있을 땐, 차돌박이 고기를 넣고 끓여 주셨지.’

두부는 주사위처럼 깍둑썰기를 하고 소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으로 재료들을 볶아 쌀뜨물을 자작하게 부으면…….

보글보글.

머릿속에 찌개 끓는 소리가 저절로 떠올랐다. 생각만으로도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 찌개에 밥 싹싹 비벼서 한 그릇 뚝딱 한 뒤 아랫목에 누워 등을 지지면 참 행복했었다.

‘그래! 백반의 찌개는 된장찌개를 주력으로 하자.’

된장찌개의 경우 이십 년 동안 할머니의 어깨너머로 배워서 꽤 자신 있었다.

다음은 찌개와 같이 먹을 반찬의 구성이었다.

할머니가 항상 해 주셨던 계란말이와 돼지고기 장조림, 그리고 오징어 진미채는 꼭 넣기로 했다.

‘거기에 계절에 따라 베리에이션으로 나물 무침을 하나 추가하면 좋을 것 같고… 생선 구이나 제육볶음은 추가 선택 메뉴로 넣자.’

이 정도면 친숙한 집밥 메뉴 구성이었다. 하지만 대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 이상으로 뭔가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

요리야 사실 뭘 만들든 입소문 양념을 쓰면 일단 맛있게 만들어진다. 게다가 지인에게 입소문도 내니까 이 사업은 최소 망할 일은 없다.

하지만 욕심이 났다.

‘우리 가게의 음식은 다른 가게의 음식들과는 다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눈에 띄는 개성이라든지, 장점 같은 걸 개발할 만한 게 뭐 없을까?’

그때 어떤 생각이 번개같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시리스의 정원에서 채집해 온 풀들을 음식에 넣어서 요리한다면?’

대규는 보관함을 불러냈다.

보관함 한 칸에는 풀들이 들어 있었다.

기간토마키아에 소환되기 전, 혹시 몰라 오시리스의 정원에 들어가 채집해 뒀던 풀들이었다.

물론 소환 후엔 이 풀을 먹을 기회가 없어서 하나도 못 먹었다.

‘저 풀들을 사용해 음식을 만든다면, 풀의 효과를 그대로 지닌 음식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특히 정력의 뿌리로 음식을 만든다면 상당히 좋을 것 같았다.

하지만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오시리스의 정원엔 하루에 딱 한 번만 출입할 수 있고, 출입 시에도 현재 20개의 풀밖에 채집하지 못한다. 그 정도의 양으론 사업을 벌이기엔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때 보관함에 들어 있는 붉은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대규는 일단 그것을 꺼냈다.

“끙차…….”

총 길이가 8미터는 족히 돼 보이는 거대 고사리가 보관함에서 나왔다.

고사리의 뿌리만 해도 대규의 키보다 컸다.

옛날에 인터넷에서 본 적 있는 뉴칼레도니아의 자이언트 고사리 수준이었다. 대신 이 고사리는 잎사귀가 잘 익은 단풍처럼 붉은색이다.

고사리를 만지자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오시리스의 붉은 고사리]

[이 고사리를 먹으면 질병을 고치거나 완화할 수 있다.]

고사리를 완전히 보관함에서 꺼내자 메뉴 개발실이 고사리로 가득 찼다. 뿌리에 붙은 흙들이 마구 떨어져서 개발실 바닥을 더럽혔다.

이거 청소하려면 짜증 좀 나겠는걸.

대규는 거대 고사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당장 생각한 건, 이 고사리로 찌개를 끓이거나 요리를 할 때 쓸 수 있는 육수를 우리는 것이었다.

설명창에 따르면, 붉은 고사리가 지닌 효과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완화하는 신체 치료 효과다.

아직 효과를 체험해 보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요즘 추운 겨울이라 감기에 걸린 직원들이 몇몇 있다. 그들에게 이 고사리를 우린 물을 한번 먹여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고사리를 넣고 대량으로 육수를 우리면 효과는 줄어들 것이다. 입소문 양념을 대량생산하니까 그 효과가 줄어든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분명 이 놀라운 효과가 조금이라도 나타날 것이다.

대규는 개발실에 있는 보관함을 열어 급식용 스테인리스 국통을 세 개 꺼냈다.

이곳에선 무엇이든 자유롭게 요리할 수 있도록 온갖 조리 시설과 도구들을 다 갖춰 놨다.

스테인리스 국통의 용량은 20리터.

이곳에 고사리를 우려 보기로 하고, 땅에 놓인 자이언트 고사리를 손질하기 시작했다.

거대해서 손질만으로도 꽤 걸렸다. 그래서 뿌리와 잎사귀 부분을 일단 분리시켰다.

국통 1엔 뿌리만 넣었고 국통 2엔 잎사귀 부분만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통 3엔 뿌리와 잎사귀를 섞어서 넣었다.

각각의 국통엔 고사리가 500g씩 들어갔다.

국통에 물을 채운 후, 가스에 불을 올렸다.

시간이 흐르고 은은한 향기가 메뉴 개발실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첫 번째 국통을 열어 봤다. 물의 색 변화는 없었다.

곧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오시리스의 붉은 고사리를 우린 물]

[붉은 고사리를 우려낸 물입니다. 질병 치료 효과는 떨어지지만, 이 물을 먹으면 하루 종일 신체 바이오리듬이 눈에 띄게 향상됩니다.]

나머지 국통들을 열어 봐도 이 설명은 동일했다.

하지만 우린 물의 색깔과 맛은 다 달랐다.

뿌리만 우린 물은 그 향과 맛이 너무 강했다. 뿌리 부분이라 그런지 알 수 없는 특이한 향이 났는데, 꼭 인삼 같은 향이었다.

대규는 뿌리만 우린 물을 컵에 따라서 꿀꺽꿀꺽 마셔 봤다. 건강 차를 마시는 느낌이다.

‘오!’

마시자마자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 들었다.

신체 바이오리듬이 개선된다는 효과는 정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차로 마시기엔 좋지만, 이걸 요리 육수로 쓰기엔 무리가 있을 듯싶었다.

반면 잎사귀만 우린 물은 향이 꽤 괜찮았다.

문제는 물의 색깔.

붉은 잎사귀에서 색소가 빠져나온 것인지 피처럼 진한 빨간색이었다.

김치찌개나 떡볶이처럼 빨간 요리를 할 게 아니라면 사용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마지막은 뿌리와 잎사귀를 골고루 섞어 우린 물.

색깔도 나쁘지 않았고 향도 이 정도면 무난했다. 잎사귀가 뿌리의 특이한 향을 상쇄한 것 같은데 그로 인해 묘한 감칠맛까지 나는 것 같았다.

‘좋았어. 이 육수로 요리한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점이 떠올랐다.

자신 혼자 장사할 땐, 이 육수를 우려서 요리해도 상관없지만, 만약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게 된다면 각 가맹점에 이 육수를 공급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게도 무겁고 그 양도 엄청나다.

‘이 육수를 분말 가루로 만드는 게 낫겠다.’

이런 액체 상태의 육수는 분무 건조법을 이용해 가루로 건조시킬 수 있다.

실제로 인스턴트 커피 가루나 분유, 그리고 라면 스프 같은 가루들은 분무 건조법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럼 분말 육수와 입소문 양념은 무조건 본사에서 공급한다.’

당장 이 아이디어를 준섭에게 말해야겠다.

'그럼 이 고사리 우린 물로 요리를 한번 만들어 볼까?'

실제로 요리했을 때 어떤 맛이 날지 궁금했다. 순수한 맛을 알아보기 위해 입소문 양념은 일부러 넣지 않았다.

대규는 작은 뚝배기에 고사리 육수를 담은 뒤, 된장을 서서히 풀었다. 된장 물이 끓기 시작하자 애호박과 감자, 양파를 넣었다.

고기는 비용을 생각해서 돼지고기를 넣고 끓였다.

보글보글.

먹음직스럽게 찌개 끓는 소리가 들렸고 구수한 찌개 내음이 메뉴 개발실 전체에 퍼졌다.

마지막으로 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 뒤 맛을 보았다.

“우와, 이게 뭐야?”

저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마법 같은 맛이 났다. MSG를 넣은 것보다 훨씬 감칠맛이 돌면서 은은한 향도 풍겼다.

된장찌개의 풍미와 맛을 최상으로 끌어 올린 것 같았다.

“장난 아니다…….”

대규는 얼른 즉석밥과 함께 찌개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찌개를 다 비우자 온몸이 가벼워지고 활력이 돌았다.

우린 물을 한 모금 마셨을 때보다 훨씬 더 몸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이건 대박이다. 맛뿐만 아니라 신체 개선 효과까지 내는 음식이 됐잖아. 단순한 건강식품이나 보양식이 아니라 정말로 바이오리듬을 개선시켜 준다니…….’

대규는 이제 찌개 말고 백반 메뉴에 필요한 다른 메뉴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계란말이, 장조림, 진미채 볶음.

그렇게 기본 삼첩반상이 완성됐다.

* * *

다음 날, 대규는 준섭에게 기본 백반 메뉴 구성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준섭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벌써 메뉴가 개발됐단 말입니까?”

“그래요. 맛도 잡고 건강도 잡았습니다.”

메뉴 개발실로 준섭을 데려가 삼첩반상 된장찌개 메뉴를 보여 줬다.

“된장찌개에 계란말이, 장조림, 진미채 볶음이라… 확실히 친숙한 음식들이군요. 쿨럭.”

준섭이 기침을 하는 걸 보고 대규가 물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신 것 같은데, 괜찮으세요?”

“괜찮습니다. 단순한 감기 기운입니다.”

사실 준섭은 요즘 무리를 하고 있었다. 홈쇼핑 반품 사태 수습 건도 그랬고, 1인 식당 혼밥탕꼬의 프랜차이즈를 준비하느라 누구보다도 힘들고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기침을 하는 준섭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멀쩡한 직장이었던 대한제당을 박차고 나왔는데 자신이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았다.

대규는 개발실 한쪽에 놓인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컵에 따른 뒤, 전자렌지에 따뜻하게 돌렸다. 고사리의 뿌리만 우려낸 물이었다.

“부사장님, 이걸 좀 드셔 보세요.”

준섭에게 뿌리 우린 물을 내밀며 말했다.

“건강 차입니다. 감기에 좋을 거예요.”

준섭은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특이한 향이 났다. 도라지 같기도 했고 인삼 종류의 향 같기도 했다.

꿀꺽꿀꺽.

준섭은 그걸 단번에 비웠다.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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