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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79화 (79/294)

# 79

79화. 헤라클레스 (2)

그때 메시지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반사 신경 +15]

[공격 감지력 +1]

단 한 번 공격을 피해 막아 낸 거로 반사 신경이 2가 올랐다.

‘게다가 공격 감지력은 뭐지?’

아무래도 공격의 궤도를 예상해 방어한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저 능력을 개발하면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할 수 있다는 건가?

공격을 예측하는 능력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보통 실력 있는 전사들은 수많은 실전 전투 경험으로 쌓인 감을 통해 상대방의 공격을 예측한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걸 따로 능력으로 개발할 수 있다면 엄청 강해지겠지.’

그러려면 저 괴물 같은 공격을 지금처럼 제대로 예측해서 피하거나 방어해야 한다.

몸을 비틀거리며 일으키니 헤라클레스는 살짝 놀란 얼굴로 쳐다보며 말했다.

“이거 예상보다 빨리 내 공격을 막아 냈군.”

예상보다 빨리? 이미 10번이나 죽었는데.

그때 그의 모습이 사라지더니 어느새 몽둥이가 대규의 복부를 가격했다.

“크헉!”

“하지만 실전 전투에선 빈틈을 보이면 안 되는 법.”

대규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열한 번째 죽음이었다.

* * *

벌써 맷집이 50을 돌파했다.

한 번 죽을 때마다 2씩 올랐으니 계산하면 여태까지 몇 번 죽었는지 알겠지만 굳이 알고 싶지 않았다.

공격 감지력은 어느새 5를 찍었다.

이제 헤라클레스가 공격하면 최소 두 번은 받아 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하지만 공격 감지력은 처음에 공격을 막아 냈을 땐 1씩 오르더니 5에 도달한 이후엔 아무리 공격을 받아 내도 거의 오르지 않았다.

게다가 헤라클레스는 아까부터 무기를 바꿨다.

나무 몽둥이가 아닌, 롱 소드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물론 대규가 들고 있는 기본형 롱 소드와는 달랐다.

검 폭이 넓고 장식이 아주 화려했다. 칼자루는 황금색이었으며, 검날에서도 역시 은은한 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칼날은 아주 아주 예리하게 잘 벼려져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이미 저 검에 머리가 다섯 번은 떨어졌다.

서걱-

이제 여섯 번.

머리가 목에서 떨어지자마자 대규는 다시 부활했다.

칼날이 목을 베고 지나갈 땐, 고통도 고통이지만 그 기분이 매우 싸늘하고 불쾌했다.

부활한 대규는 롱 소드를 들고 기합을 지르며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다.

“흐아압!”

쨍!

하지만 헤라클레스는 단 한 번의 스텝으로 순식간에 치고 들어와 대규의 공격을 가볍게 막아 냈다.

그리고 맹렬하게 찌르며 들어오는 헤라클레스의 검.

챙!챙!챙!

그의 무지막지한 힘이 검날에 실려 있어서 막는 것도 힘들었다.

본래 롱 소드 검술은 크릭(Krieg)이라 불리는, 가까운 거리의 전투에서 사용하는 검술이다. 꾸준히 연타를 치며 지속해서 상대를 몰아붙이는 걸 강조한다.

헤라클레스는 그런 롱 소드 검술에 충실한 타입이었다.

지금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미친놈처럼 맹렬하게 칼을 찔러 댄다.

서걱-

“끄윽!”

대규의 가죽 갑옷 옆구리가 패이고, 흘러나온 피가 갑옷의 가죽을 적셨다.

숨소리가 거칠어졌지만, 아직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미 끝이다…….’

공격의 주도권을 내준 순간, 롱 소드 싸움은 끝이다.

대규가 부상으로 주춤거리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헤라클레스의 칼날이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이번엔 목이 아니라 가슴이냐.

하지만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대규는 오기로 있는 힘을 다해 검을 들고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을 막아 냈다.

쨍!

‘으윽.’

막아 냈지만 당연히 밀려난다.

칼날로 전해지는 헤라클레스의 엄청난 힘!

실로 무지막지하다. ‘힘이여, 솟아라’를 10번은 외친 것 같았다.

대규의 발이 땅바닥에서 마구 밀리고 있었다.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칼날에 전해지는 힘이 여태까지와 다르게 느껴졌다. 아주 미묘하지만 날 오른쪽에 힘이 더 실린 것 같았다.

대규는 왼쪽으로 몸을 돌린 뒤 이를 악물고 있는 힘껏 헤라클레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오른쪽을 치고 들어오다가 대규가 피한 걸 보고 재빨리 궤도를 바꿔 버렸다.

살짝 당황한 것 같았으나 바로 그의 칼날이 심장을 꿰뚫어 버렸다.

“끄으으…….”

물론 부활했다.

[맷집 +52]

[공격 감지력 +10]

[검술 +25]

공격 감지력이 3이나 올랐다. 게다가 검술도 단번에 5나 상승했다.

방금 내가 한 행동이 그렇게 엄청난 거였나?

“푈른을 구사하다니. 제법이군.”

헤라클레스의 목소리를 들고 대규가 물었다.

“푈른? 그게 뭡니까?”

“푈른(Fuhlen)이란, 검과 검이 맞부딪혔을 때 느껴지는 느낌이다. 상대가 날에 가하는 힘의 강약을 감지하고, 그 의도를 알아채는 거지. 그걸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경합으로 바꾸는 검술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잘 기억해 둬라. 검술은 단순히 칼을 휘두르는 게 아니다.”

그래서 공격 감지력과 검술이 동시에 상승한 거구나.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롱 소드를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보기보다 배우는 속도가 빠르군.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다.”

“오늘 훈련이라고요? 그럼 설마 다음에도 훈련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 히든 미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너는 사흘에 한 번씩 이 격투장으로 와서 나와 훈련한다. 설마 오늘 하루 훈련한 거로 네놈의 실력이 판테온의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반신반인이 됐다는, 그런 주제넘은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그건 그렇다. 분명히 이 훈련은 나를 반신반인으로 만들어 준다고 했지만, 지금 자신의 실력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일단 레벨만 해도 아직 하나도 오르지 않았다. 반신반인이 되려면 레벨 100이 채워져야 하는데.

“하지만 어떻게 다시 이곳에 온단 말입니까? 나는 아테나 여신의 권한으로 오늘 하루만 이곳 판테온에 온 것입니다. 인간의 몸으론 판테온에 못 옵니다. 당신도 그 사실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헤라클레스는 고개를 끄덕인 뒤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지. 하지만 이곳 격투장에 한해서는 아무도 모르게 올 수 있다. 너에게 이걸 주마.”

헤라클레스가 손을 허공에 휘둘렀다.

팟.

검은색의 작은 열쇠가 나타났다.

[무한의 격투장 진입 열쇠]

[이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한의 격투장으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훈련 과정을 모두 끝마치거나 중도 포기하게 되면 이 열쇠는 헤라클레스에게 회수됩니다.]

훈련을 중도 포기할 수도 있구나.

생각해 보면 여태까지 자신도 스무 번 넘게 죽었다. 그 고통을 생각하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오늘만 해도 잘 버텨 냈다. 이 정도 강도라면 이제 익숙해졌으니 그렇게 고통스럽진 않을 거다.’

그러자 대규의 생각을 읽은 듯 헤라클레스가 말했다.

“앞으로의 훈련은 오늘보다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제발 살려 달라고 울부짖게 될지도 모르지. 대신 훈련이 힘든 만큼 성과는 눈부실 것이다.”

저 말을 들으니 앞으로 얼마나 힘들어질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중도 포기는 절대 안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직도 헤라클레스는 자신을 ‘너같이 왜소한 녀석은 안 될 거다’라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보란 듯이 모든 훈련을 완벽하게 받아 내고 그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

헤라클레스가 대규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 훈련의 결과를 너에게 내려 줘야겠지.”

“결과 말입니까?”

“그렇다.”

헤라클레스가 손을 들자 하얀빛이 나와 대규의 몸에 흘러들었다.

[레벨이 3단계 상승했습니다.]

훈련은 고됐지만 그만큼 결과는 좋았다. 3단계 레벨 업에 근성 스킬로 올린 각종 능력치들…….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헤라클레스가 말했다.

“그럼 이제 격투장에서 나갈 때다. 사흘 뒤에 또 만나도록 하지.”

그가 말을 마치자 주변의 모든 게 암흑 속에 휩싸였다.

* * *

오피스텔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첫 기간토마키아 전투를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다. 게다가 판테온에 가서 헤라클레스에게 훈련도 받았다.

‘사흘에 한 번씩 훈련을 한다고 했지. 글피에도 가야 하는 건가.’

대규는 보관함에서 까만 열쇠를 꺼내 바라보며 생각했다.

앞으로는 건물 옥상 말고, 무한의 격투장에 가서 훈련하면 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얼마나 힘든 훈련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현재 시각은 새벽 2시.

모두가 잠든 야심한 밤이었지만 대규는 부엌의 불을 켜고 커피를 내렸다.

저쪽 세계에 다녀오면 늘 하는 일과, ‘모험 정산 타임’.

커피를 마시며 테이블에 앉아 이번 소환에서 받은 아이템들과 이룩한 결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레벨이 6단계 올랐다.

기간토마키아에서 기가스 팔라스를 해치우고 3단계 올랐고, 헤라클레스의 훈련 결과로 또 3단계가 추가로 올랐다.

그렇다면 현재 레벨은 51. 대규는 생명력과 마나, 그리고 스탯들의 수치를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불러 봤다.

김대규(영웅)

Lv. 51(경험치 24.00%)

생명력 1,110/1,110

마나 330/330

근력 57(+5)

민첩 56(+7)

지능 56(+5)

운 5(+5)

권위 17(+3)

그리고 헤라클레스의 힘든 훈련을 통해 근성 스킬로 여러 능력들을 올릴 수 있었다.

[검술 25] [맷집 52] [반사 신경 20] [공격 감지력 10]

맷집만 유난히 높아 보이는 건 눈의 착각이라고 믿고 싶었지만 진짜였다.

저 수치라면 총 21번 죽었다가 부활한 것이다.

‘정말 맷집 왕이 되겠어.’

다음으론 보상이었다.

기가스 팔라스를 해치우고 받은 레드 젬스톤 10개와 기가스 팔라스의 가죽, 그리고 아테나 여신으로부터 받은 전술 장갑.

‘장갑을 껴 봐야지.’

대규는 은빛 전술 장갑을 보관함에서 꺼내 낀 뒤 체인 블레이드를 잡았다.

무한의 격투장에선 아이템을 착용할 수 없어 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음껏 낄 수 있다.

블레이드를 가볍게 휘두르며 스텝을 밟았다.

휘릭-

검술 실력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확실히 그전보다 몸놀림이 달랐다.

스텝 한 번에 위협적으로 허공을 가르는 체인 블레이드 칼날.

앞에 놓인 전신 거울을 보니 자신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부드럽고, 속도는 바람처럼 빨랐다. 아이템 설명에 나온 검술의 숙련도가 향상된 게 확실히 느껴졌다.

게다가 이번 소환에선 전투 감각이란 능력이 11% 상승했다.

전투 감각이란 전투 시 오감을 초집중시켜 주는 능력이다. 앞으로 이 감각을 이용하면 전투를 상당히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검술에 전투 감각이라니… 이젠 그냥 단순무식하게 싸우는 게 아니라 체계적으로 공격기를 익히는구나.’

다음 아이템은 기가스 팔라스의 가죽이었다.

보관함에서 꺼낸 붉은 가죽은 이불처럼 길고 넓었다. 게다가 몹시 두꺼웠다.

대규는 아이템의 설명을 봤다.

[기가스 팔라스의 가죽]

[희귀 등급 이하의 무기로는 생채기도 못 내는 단단한 가죽. 이 가죽을 갑옷이나 방어구에 덧대면 추가로 방어 효과가 상승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아이템에 덧대면 좋겠다. 뭐 괜찮은 아이템 없을까?’

대규는 투명한 보관함에 들어 있는 아이템들을 주르륵 훑어봤다.

아이템을 훑어보던 대규의 눈동자가 한곳에 가서 멈췄다.

네메시스의 방패.

차원의 틈에서 히든 미션을 해치우고 얻은 성장형 아이템 중 하나였다.

현재 중급으로 성장시켜 공격한 적에게 반사 데미지를 10% 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큰 결점이 있었으니…….

바로 방패인데도 불구하고 물리 방어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

어쨌든 방패인지라 적의 공격을 막아 쳐 내긴 하지만, 그로 인해 데미지를 덜 입거나 하진 않는다.

대신 같은 손에 끼고 있는 닥튈로이의 반지에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효과가 있어 방어력 효과를 대신해 왔다.

‘기가스 팔라스의 두꺼운 가죽을 이 네메시스 방패에 덧대면 어떨까? 그럼 방어 효과가 상승하잖아.’

게다가 이 가죽은 희귀 등급 이하의 무기로는 생채기도 못 내는 단단한 가죽이었다.

방패에 가죽을 덧댄다면 철옹성 같은 방어력에 반사 데미지까지 상대에게 입힐 수 있는, 지금보다 훨씬 위력적인 방패가 될 것이다.

‘좋았어. 그런데 이걸 어떻게 덧대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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