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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76화 (76/294)

# 76

76화. 아테나의 보상 (1)

주둔지로 돌아가면 각자 이룩한 전공에 따라 여신이 보상을 내린다고 한다.

그때 아군의 기지 쪽에서 나팔수들의 뿔피리 소리가 들렸다.

뿌우우-

전쟁이 아군의 승리로 끝났다는 신호.

‘후우…….’

대규 역시 긴장이 쫙 풀렸다. 방금 3단계로 레벨 업을 해서 몸은 가볍고 상쾌했지만 정신은 몹시 피로했다.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아군 기지로 순식간에 돌아갔다.

“뭐, 뭐야!”

순식간에 나타난 대규의 모습을 보고 케이론과 코르네우스는 깜짝 놀랐다. 대규 역시 케이론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상체는 인간이고 하체는 말인 장군이었다.

그때 차원의 틈 공략집이 떴다.

-차원의 틈 공략집-

정령 이름: 케이론(Chiron)

특징: 반인반수인 켄타로우스 족의 장군. 궁술 실력이 뛰어나고 현명하다. 지혜롭고 온화한 성격으로 아테나 여신의 군대에서 2군단장을 맡고 있으며, 유명한 인간 영웅들을 많이 가르치고 배출함.

<케이론이 맡고 있는 2군단은 뛰어난 인간 영웅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합니다.>

뒤의 병사를 본다.

그중에서도 번듯한 갑옷을 입고 서 있는 늠름한 인간 영웅들의 모습이 보였다.

공략집으로 확인하니 레벨이 거의 7, 80 정도 수준이었다.

‘대단하군.’

자신도 저 정도 수준으로 강해지고 싶었다. 그렇다면 케이론 밑으로 들어가야 할까?

그건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한편 케이론 역시 대규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번에 새로 들어온 인간 영웅인가 보군. 그런데 저건……?’

그는 대규가 신고 있는 헤르메스의 신발을 바라보았다.

‘이제 막 전투에 참여한 한낱 신입 인간 영웅이 어떻게 저 신발을?’

이윽고 지영을 포함한 다른 신입 영웅들과 살아남은 아군 산양 병사들도 기지로 돌아왔다.

부상을 입은 코르네우스 장군이 말 위에서 큰 목소리로 외쳤다.

“제군들이여, 우리가 승리하였도다!”

와아아아!

아군의 힘찬 함성이 파도처럼 쏟아졌다.

“아테나 여신께 이 영광을!”

“아테나 여신께 이 영광을!”

승리로 인해 분위기가 한껏 격양됐다.

저 멀리서는 살아남은 티타네스 족 병사들이 포로로 붙잡혀 끌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얼빠진 표정, 혹은 공포에 단단히 질린 표정이었다. 전장에 홀연히 나타나 자신들의 동료를 사정없이 학살했던 괴물 뱀, 아포피스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공중에서 허스키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테나 여신이었다.

‘수고했다. 동부 전선의 3군단 카페르 족 장병들이여.’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자 산양 병사들은 바로 무릎을 꿇어 예를 갖췄다.

코르네우스 장군과 케이론 역시 투구를 벗어 들고 예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대규 역시 저절로 고개가 숙어졌다.

‘전투에서 승리한 그대들의 용맹함에 가호를 내린다.’

산양 병사들과 대규를 포함한 인간 영웅들, 그리고 코르네우스 장군의 머리 위에 하얀빛이 떠돌기 시작했다.

하늘하늘하게 공중 위를 떠돌던 빛은 각자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아테나 여신의 가호로 전투 감각이 1% 상승했습니다.]

전원은 아테나 여신에게 절을 올렸다.

오감이 전투에 초집중되는 능력인 전투 감각.

대규는 이번 전쟁의 전투에서 그 감각의 능력을 톡톡히 봤다. 아테나 여신을 처음 선택했을 때, 전투 감각이 10% 상승한 것만으로도 전장의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고 적군의 공격이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만약 전투 감각이 없었다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몰랐다.

그 전투 감각을 여신이 이렇게 또 올려 줬다.

1%라지만 그게 어딘가?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 전투 감각이 계속해서 쌓인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

심지어 여신의 가호로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아군들의 전투 감각이 상승한 것 같았다.

역시 승리를 좋아하는 전쟁의 여신 아테나!

속으로 좋아하고 있는데, 여신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그럼 주둔지로 돌아오거라. 공적에 따른 보상을 내릴 터이니.’

파아앗!

여신이 말을 마치자마자 아군의 기지 앞에 커다란 포탈이 생겨났다.

케이론 장군과 코르네우스 장군이 말을 타고 먼저 들어갔다.

“열 맞춰 나란히!”

부지휘관이 외치자 병사들은 일렬 종대로 열을 맞춰 척척 포탈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 * *

포탈을 통과하자 도착한 곳은 아테나 여신의 주둔지였다.

황금 갑주를 입은 여신은 다른 장군들과 함께 지휘 사령부의 천막을 나와 그 앞에 서 있었다.

천막 옆에는 전장에서 사라졌었던 기가스 팔라스의 목 없는 거대한 시체가 놓여 있었다.

시체에선 여전히 은은한 황금빛이 퍼져 나오고 있었다.

3군단이 무사히 돌아오자 여신은 코르네우스에게 친히 다가갔다.

장군은 말에서 내린 뒤, 무릎을 꿇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3군단 군단장 코르네우스, 동부 전선의 방어전을 무사히 마치고 이렇게 여신님을 알현합니다.”

여신이 온화한 눈빛으로 그에게 말했다.

“수고했다, 코르네우스여. 예기치 못한 적장 기가스 팔라스가 나타났는데도 잘 싸워 줬구나.”

여신은 아직도 부상을 입은 코르네우스 장군의 몸에 자신의 오른손을 갖다 댔다. 그녀의 오른손에서 황금빛이 은은하게 새어 나왔고, 장군의 몸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적같이 장군의 부상이 아물기 시작했다.

“황공하옵니다, 여신님이시여.”

장군이 고개를 숙이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여신은 장군에게 일어나라고 눈짓한 뒤, 3군단 병사들을 쭉 둘러봤다.

병사들은 감히 여신과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여신의 눈길이 한 명의 남자에게 가서 멈췄다.

“너, 이리로 오거라.”

대규는 자신을 향해 눈짓하는 여신을 보고 경의를 표한 뒤,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주변의 모든 카페르 족 병사들과 코르네우스 장군, 그리고 다른 장군들의 시선이 뜨겁게 꽂혔다.

‘신입 인간 영웅 녀석 아닌가?’

‘저 녀석이 대체 왜?’

대규는 의혹의 시선들을 느끼며 천천히 여신 앞으로 다가갔다.

가까이서 보니 여신은 훨씬 아름다웠다.

표정은 차가운 무표정에 가까웠지만, 그 속내를 알 수 없어서 더욱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항상 냉철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속엔 뜨거운 열정이 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움직이며 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인간 영웅이여, 전쟁터에서 너의 활약을 아주 잘 보았다. 특히 네가 괴물 뱀을 소환해 기가스 팔라스를 해치운 것도.”

여신의 그 말에 주변의 병사들과 장군이 모두 놀라 대규를 바라봤다.

감히 여신의 앞이라 웅성거리진 못했지만, 다들 멍한 표정이었다. 특히 3군단의 군단장 코르네우스 장군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 무시무시한 뱀을 저 신입 영웅이 불러냈다고?’

사실 아테나 여신은 지휘 사령부의 막사 안 왕좌에 앉아 동부 전선의 전쟁 상황을 다 지켜보고 있었다.

동부 전선의 오늘 전투는 솔직히 여신조차도 안정적으로 빨리 끝날 줄 알았다. 그럴 줄 알고 그녀는 신입 영웅들을 그곳에 배치하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여신답게 그녀는 자신의 부대가 수행하는 모든 전투를 지휘 사령부 막사에서 모니터링했다. 그런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거라 믿었던 동부 전선에 갑자기 붉은 대형 거인, 기가스 팔라스가 나타났다.

그녀 역시 놀랐다.

기가스는 보통 거인보다 상위 종인 거인 대장급이다. 여신인 자신은 쉽게 물리칠 수 있지만 군단장 코르네우스에겐 무리였다.

‘대체 왜 상위 종 기가스가 동부 전선 방어전에?’

궁금했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는 없었다. 때마침 전서구가 날아왔고, 그녀는 켄타로우스 족 장군 케이론과 그 병사들을 지원군으로 투입했다.

코르네우스 혼자라면 무리지만, 그가 케이론과 힘을 합친다면 기가스를 쓰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후 그녀가 본 것은 더더욱 놀라운 광경이었다.

기가스 팔라스와 홀로 전투를 벌이고 있는 한 인간 영웅!

분명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 영웅 중 한 명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리 크게 놀라진 않았다.

대규가 기가스 팔라스와 공중전을 벌였지만, 솔직히 기가스 팔라스의 실력에 비하면 게임이 안 되는 상대였으니까.

뭐, 저 정도 실력이면 앞으로 꽤 쓸 만한 인간 영웅이 되겠다는 생각 정도는 했다.

하지만 놀라운 광경은 그때 일어났다.

대규의 목 근처가 잠깐 빛나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붉은 하늘이 갈라지고 그 틈에서 거대 괴물 뱀이 튀어나왔다.

괴물 뱀은 기가스 팔라스의 목을 순식간에 잡아 뜯어먹고, 적군의 병사들도 거의 대부분 해치운 뒤 사라졌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여신은 곧 대규가 괴물 뱀을 소환했다는 걸 알아차렸다.

게다가 저 괴물 뱀의 모습은 낯이 익었다.

옛날에 자신을 포함한 판테온의 신들이 힘을 합쳐 제2 타르타로스에 가둬 놓은 이집트의 마신들 중 가장 강력한 신이었던 태양신 라가 부렸던 괴물이었다.

‘그런데 그 괴물 뱀을 어떻게 저 인간 영웅이?’

여신으로서도 거기까지는 알 수 없었다.

아테나 여신은 자신 앞에 서 있는 대규에게 물었다.

“네가 불러낸 그 괴물 뱀은 인간의 능력으론 부릴 수 없는 지옥의 생명체다. 대체 어떻게 불러낸 거냐?”

대규는 당황한 표정으로 여신을 바라봤다.

여신은 라의 목걸이를 알지 못하나?

자신은 공략집에 나온 설명대로 제2 타르타로스에서 목걸이를 만들었고 그걸로 마신의 능력을 빌려온 것이다.

‘하긴, 헤르메스와 아폴론 역시 공략집의 존재를 몰랐지.’

아무래도 공략집이 알려 주는 아이템이나 정보 중엔 신들조차 모르는 게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이 공략집은 누가 만든 걸까?’

그전까진 단 한 번도 들지 않았던 의문이 대규의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고민할 때가 아니다. 아테나 여신이 대답을 재촉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규는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저 기연을 얻었을 뿐입니다.”

“흐음, 기연이라.”

아테나 여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인간 영웅이 특별하다는 건, 신들 사이에서도 이미 회자가 됐었다. 더 궁금한 게 많았지만, 여신은 대규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래, 알았다. 그럼 보상을 내려야겠지. 기가스 팔라스를 해치운 그대에게 가장 먼저 보상을 내리도록 하마.”

팟.

눈앞에 작은 황금 상자가 생겨났고, 대규는 그 상자를 공손히 두 손으로 받았다.

상자를 열자 그 안에는 레드 등급 젬스톤 10개가 들어 있었다.

“그대가 해치운 기가스 팔라스에게서 나온 아이템이다. 그대가 가져야겠지.”

“감사합니다.”

“전쟁터에서 적군을 쓰러뜨리고 나온 아이템들은 일단 내가 이곳으로 가져와 모아 둔다. 그리고 전투가 끝난 후, 지금처럼 각자에게 분배한다. 그래야 전쟁터에서 딴생각 안 하고 전투에 전념할 수 있을 터이니.”

대규는 고개를 끄덕인 뒤, 반짝이는 루비 같은 레드 젬스톤 10개를 챙겼다.

“그리고 이것 역시 그대의 것이다.”

여신은 천막 옆에 쓰러져 있는 거인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목 없는 흉측한 붉은 거인의 시체가 보상이라니.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그때 아테나 여신이 공중에 손을 몇 번 휘두르자 빛이 나면서 시체가 사라졌고, 그곳엔 완벽하게 무두질까지 마친 거대한 가죽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대규는 가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기가스 팔라스의 가죽]

[희귀 등급 이하의 무기로는 생채기도 못 내는 단단한 가죽. 이 가죽을 갑옷이나 방어구에 덧대면 추가로 방어 효과가 상승합니다.]

무기에 덧댈 수 있고, 심지어 희귀 등급 이하 무기로는 상처도 안 난다니.

웬만한 공격들은 모두 버텨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역시 단순한 시체가 아니었다.

“감사히 받겠습니다.”

대규는 보관함에 젬스톤과 기가스 팔라스의 가죽을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 아테나 여신이 특별히 너의 전공에 감복해 보상을 내린다.”

여신은 주변의 병사 한 명에게 명령했다.

“그걸 가져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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