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71화 (71/294)

# 71

71화. 기간토 마키아 소환 (1)

소환일이 다가왔다.

대규는 장사를 마치고 준 빌딩의 옥상에서 열심히 신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동안 못 한 만큼 몇 배로 했다.

팡팡팡-

피칭 머신이 쉴 새 없이 가동됐고, 사방에서 테니스공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하지만 하나도 맞지 않고 다 피했다. 열심히 훈련한 탓에 워낙 반사 신경도 좋아졌고 공의 궤도와 스피드도 익숙해졌다.

피칭 머신의 최대 속도인 시속 210km로 출력했지만, 이젠 식은 죽 먹기보다 쉬웠다.

탓탓!

대규는 몸을 돌려 공들을 날렵하게 피하며 체인 블레이드로 모조리 쳐냈다.

30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피칭 머신을 가동시켜 훈련했지만 땀은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

얼마 후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검술 +20]

드디어 20을 달성했다.

기분이 좋았다.

이번 소환 전에 검술을 20까지 올리는 게 목표였는데, 딱 맞춰서 그걸 달성하다니.

대규는 차가운 밤바람을 맞으며 상쾌한 기분으로 숨을 골랐다. 벌써 밤 12시가 넘었다.

‘조금 있으면 소환이 된다.’

슬슬 저쪽 세계로 넘어갈 준비를 해야 했다.

팟.

헤르메스의 신발이 지닌 순간 이동 기능으로 순식간에 오피스텔 현관 앞에 도착했다.

‘이 신발은 순간 이동 능력만으로도 아주 유용하군.’

욕실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온 몸의 물기를 닦던 대규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을 보고 감탄했다.

“호오…….”

근성 스킬을 이용해 신체 단련을 하면 이 점이 좋다.

단순히 수치창이 나타나 특정 능력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려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만큼 열심히 단련할수록 몸의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나게 된다.

단순히 레벨 업을 할 때의 경우 스탯이 오르면서 몸도 가벼워지고 힘도 세지지만 눈에 보이는 몸매의 비주얼은 원래 그대로, 즉 비리비리한 멸치 상태였다.

하지만 근성 스킬을 사용해 단련을 시작하자, 자신의 몸은 탄탄한 근육질로 변했다.

보디빌더들처럼 우악스러운 근육맨이 된 게 아니라 딱 보기 좋게 이상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노력한 만큼 수치뿐만 아니라 비주얼로도 결과를 확실히 주는군.’

참으로 만족스러웠다.

대규는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서 본격적으로 소환되기 전에 자신의 신체 능력을 한번 점검해 보기로 했다.

근성 스킬로 올린 능력들을 다음과 같았다.

[검술 +20] [체력 +15] [반사 신경 +13] [맷집 +10] [경영 +8] [세무 +5] [신화 +2]

앞의 4개는 신체와 관련된 능력이고, 그 뒤의 3개는 지식, 지능과 관련된 능력이다.

우선 검술의 경우 20을 돌파하니 이제 거의 수준급이었다.

처음엔 칼자루를 쥐는 그립조차 어색했지만 이젠 서 있는 자세나 휘두르는 모습 모두 능숙한 프로 수준이었다. 특히 체인화된 검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미세한 움직임까지 자유롭게 부릴 수 있게 됐다.

반사 신경이 늘면서 피칭 머신의 날아오는 공들은 가뿐하게 피하게 됐다. 이 정도면 적의 공격도 예전보다 훨씬 잘 피할 것이다. 흑린갑의 회피율까지 합쳐지면 앞으로 웬만해선 적에게 치명상을 입을 일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앞으로 전쟁터에서 어떤 적들이 나타날지는 모르겠지만…….’

맷집 역시 많이 올랐다.

맷집이란, 그 어떤 물리적인 공격으로 몸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고통을 덜 느끼고 충격도 덜 받는다.

그중에서도 고통을 덜 느낀다는 건 전투 상황에서 매우 유리하다.

고통을 느낀다는 건 바로 두려움을 느끼는 것과 직결된다.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아 극심한 고통을 느끼면 인간은 자연스레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전의를 상실하거나 온몸이 공포로 얼어붙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

실제로 조금만 더 싸워 보면 분명 이길 수 있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공포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가 끽소리도 내지 못하고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맷집을 키워 고통에 둔감해지면 그 두려움 역시 상대적으로 적어지고 따라서 공포나 망설임 없이 적에게 달려들 수 있다.

대규는 훈련 초반엔 피칭 머신에서 날아오는 테니스공에 두들겨 맞으면서 맷집을 단련시켰다. 테니스공이지만 시속 210km로 날아오는 공에 맞으면 거의 무거운 바위에 맞는 듯한 충격을 받게 된다. 그냥 일반인이 그 공을 팔에 맞았다면 아마 부러졌을 것이다.

처음 맞았을 땐 꽤 아팠지만 점점 맷집이 단련될수록 솜방망이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반사 신경이 늘어날수록 테니스공을 더 잘 피하게 되자 더 이상 맷집을 키우는 것이 어려워졌다.

결국 대규는 맷집 훈련을 위해 복싱 사이트에서 무겁고 커다란 샌드백을 주문했다.

빌딩 옥상에 샌드백을 설치한 뒤 주먹으로 그것을 세게 쳤다.

당연히 모든 근력을 다해 치면 샌드백이 터질 테니 적당히 쳤다.

팡!

그 무거운 샌드백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뒤로 밀려났다가 무서운 속도로 대규에게 달려들었다.

그걸 온몸으로 맞았다.

퍽!

자신이 샌드백으로 보낸 파워만큼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오니 테니스공보다 더 위협적이었다. 게다가 샌드백은 테니스공과 달리 자신의 몸통만한 사이즈였기 때문에 온몸으로 그 충격이 전해졌다.

처음 샌드백에 맞았을 땐 그 충격에 속이 울렁거렸다.

하지만 대규는 이를 악물고 샌드백을 치고, 맞고, 치고, 맞았다.

팡! 퍽! 팡! 퍽!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자 테니스공으로 훈련을 할 때보다 훨씬 효율적이었다. 이 방법을 통해 맷집을 10까지 올리자 이젠 웬만한 물리적 충격을 받아도 견뎌 낼 수 있는 내성을 지니게 됐다.

경영과 세무 관련 지식은 틈틈이 책을 읽으면서 쌓았다.

게다가 라의 목걸이에 담긴 마신의 능력을 알아보기 위해 이집스 신화 책을 읽고 그리스 신들이 찾아올 걸 대비해 그리스 신화 책을 읽으니 신화에 대한 관련 지식들도 올랐다.

‘이 정도로 능력들을 단련하면 충분하려나? 알 수가 없군. 당장 소환될 전쟁터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겠으니…….’

하지만 자신은 잘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대규는 보관함을 불러 장비들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보관함 한편에 넣어 둔 풀뿌리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소환을 대비해 오시리스 정원에 들어갔다 나왔지.’

며칠 전 라의 목걸이를 이용해 정원 출입 스킬을 사용해 유용한 풀뿌리들을 채집해 온 것이었다. 소환 전까지 최대한 많이 가고 싶었지만 마나 소모량이 꽤 높아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현재 권위 스탯은 20, 총 20개의 약초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

정원에는 수십 개의 다양한 약초들이 있었지만 대규는 그나마 전투에서 유용할 것 같은 것만 추려 각 1개씩 가져왔다.

‘그중에서도 이건 특별히 3개를 챙겨 왔지.’

보관함에 있는 작은 산삼 뿌리들을 바라봤다.

<정력의 뿌리>

<하루 동안 근력3과 지구력, 그리고 정력이 추가로 강해진다.>

근력과 지구력은 전투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특히 전쟁 같은 장기 전투일 경우 지구력은 필수였다.

절대 추가 효과를 노리고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소환될 때구나.’

대규는 평소처럼 침대 위에 누웠다.

본격적인 전쟁은 첫 참여라 그런지 긴장이 되고 정신은 다른 때보다 더 말똥말똥했다.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자신의 몸이 침대 아래쪽으로 한없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

* * *

캄캄한 암흑 속에서 마법진이 생겨났다.

팟.

항상 푸른빛이 도는 마법진이었는데 이번엔 황금빛의 마법진이었다. 전에 헤르메스가 만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평소와 달리 무표정한 안내인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한 남자가 마법진 가운데에 서 있었다.

남자는 30대 중후반의 외모에 전신엔 갑옷을 두르고 옆구리엔 기다란 롱 소드를 차고 있었다.

대규가 남자 근처로 다가가려고 하자,

슥-

남자가 칼을 빼들며 대규를 위협적으로 저지했다.

‘뭐야.’

남자는 대규를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가만히 있어라. 인간 영웅이여.”

초면부터 반말이라니.

기분이 상했지만 대규는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남자의 몸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는 은백색의 빛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저 남자는 반신반인의 존재?’

“당신은 정체가 뭡니까?”

대규가 묻자 남자는 인상만큼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차원의 문지기다. 전쟁터에 인간 영웅들을 배속하지. 너는 인간 영웅 김대규인가?”

“맞습니다.”

아까부터 저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신 앞에서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는 것처럼 반신반인 앞에서도 예의를 갖추게 되는 것 같았다. 저 차원의 문지기란 남자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말이다.

남자는 대규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의 거취를 정해야 한다.”

남자의 입에선 세 명의 신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아폴론, 헤르메스, 아테나.”

“……?”

“이상 이 세 명의 신들이 너를 원하는 신들이다. 만약 네가 이 중 충성을 바치고 싶은 신이 있다면 그 신을 떠올리면 된다. 그럼 그 신의 주둔지로 가게 된다.”

너무 갑작스럽잖아.

대규는 차원의 문지기에게 물었다.

“만약 그중에 원하는 신이 없다면 어떻게 됩니까?”

“없거나,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면 네가 지니고 있는 차원의 열쇠가 무작위로 신을 택할 것이다.”

열쇠가 랜덤하게 선택하게 놔두느니 차라리 직접 선택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생각할 시간은 얼마나 있는 겁니까?”

“마음껏, 얼마든지 생각해도 좋다. 이곳에선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아폴론, 헤르메스, 아테나라…….

헤르메스와 아폴론은 소환 전에 겪어 봐서 대충 그 성격을 알고 있지만, 아테나 여신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솔직히 자신이 겪었던 헤르메스와 아폴론도 둘 다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헤르메스의 경우엔 신발과 인피니투스, 젬스톤까지 얻어 냈지만 그의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짜고짜 찾아와 자신의 아들들을 구해 오란 미션을 맡겼고, 심지어 아들들을 부하라고 속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그 아들들의 성격도 진상이었다.

거짓말과 잔꾀를 부린다는 공략집의 설명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대규의 머릿속에 헤르메스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거짓말도 쉽게 할 수 있는 신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렸다.

아폴론 역시 의뭉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겉으론 인간을 평등하게 대한다고 하지만 그의 전반적인 태도는 인간은 은근히 무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미루스 비덴스 양 갈비.

현실로 돌아와서도 계속 양 갈비가 생각난 걸로 봐서 그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영웅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강력한 미끼 같았다.

가상 판테온을 보여 주며 자신의 권속으로 들어오면 판테온에 갈 수 있게 해 준다는 건 확실히 파격적인 제안이긴 했지만 그래도 꺼림칙했다.

두 명의 신 모두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현실에서 믿을 만한 사람인 준섭을 부사장에 앉힌 것처럼, 대규는 이곳에서도 믿을 만한 사람을 골라 그와 함께 싸우고 싶었다.

‘이곳에서 대가로 주어지는 보상은 결국 현실 세계의 성공과도 밀접하게 연관되니까.’

그 두 신을 제외하면 남는 건 아테나 여신이었다.

하지만 대규는 그녀를 본 적도 없었기에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알 수도 없었다.

‘그나마 의지할 수 있는 건…….’

신화 지식을 높이기 위해 읽은 그리스 신화 책 내용이었다.

여태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신화 책에 적힌 신들의 기본적인 정보는 공략집의 정보와 일정 부분 일치했다.

헤르메스가 상업, 거짓말의 신인 것과 아폴론이 태양, 음악, 궁술을 관장하는 신인 것도 공략집과 책이 일치했다.

게다가 판과 실레노스가 헤르메스의 아들들인 것도 일치했다.

그렇다면 아테나 여신 역시 신화책에 나온 대로 전쟁과 지혜의 여신일 확률이 높았다.

또한 대규는 사실 책에서 읽은 신들 중 아테나 여신에게 가장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일단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강인하고 냉철했다. 그리고 전쟁의 신이지만 무조건 막무가내로 싸우는 전쟁광이 아니라 지혜와 지략을 펼치는 전술가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이 부분이었다.

아테나 여신이 수많은 인간 영웅들을 잘 보살폈다는 것.

인간 자체를 썩 좋아하진 않았지만 신화 속의 그녀는 강력한 힘을 지닌 인간 영웅들을 좋아하고 총애했다. 그녀는 무조건 실력으로 사람을 대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괴수를 쓰러뜨리는 방법을 알려 주거나 신묘한 아이템을 주는 등 여러 도움도 줬다.

그런 부분이 말로만 인간을 평등하게 대하네, 어쩌네 하는 아폴론보다 훨씬 호감이었다.

그녀의 실제 성격을 알 수는 없지만 헤르메스와 아폴론보다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선택하기엔 좀…….’

그때 공략집이 눈앞에 떠올랐다.

<각 신을 선택하면 다음 효과가 추가로 주어집니다.>

<헤르메스: 이동 능력 20% 증가, 민첩성 +10 상승>

<아폴론: 궁술 35% 증가, 공격 명중률 10% 상승>

<아테나: 전투 감각 10% 증가, 공격력 30% 상승>

헤르메스를 선택하면 이동 능력과 민첩성이 증가한다. 하지만 이동 능력은 그에게 받은 신발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아폴론의 경우 공격 명중률 10%는 몹시 탐났지만 궁술의 경우가 걸렸다.

자신의 주 무기는 체인 블레이드고, 그래서 여태껏 검술만 수련해 왔다. 따라서 궁술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게 아니다.

‘그것보다 아테나 여신 옆에 적힌 전투 감각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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