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1
61화. 박람회 (1)
바로 신들에 대한 추가 정보 제공.
다음 소환 때는 본격적으로 신들을 대면하게 된다.
어쩌면 헤르메스처럼 소환 전에 깜짝 방문하는 다른 신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이 업데이트된 공략집으로 신들의 추가 정보를 보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대규는 남은 레드 젬스톤 10개는 보관함에 잘 넣어 뒀다.
그리고 신고 있는 헤르메스의 신발을 바라보았다.
어디든 날아다니고 한번 간 장소는 기억해서 순간 이동시켜 주는 장화.
현실에서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건이었다. 지금 갖고 있는 도약의 장화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좋다. 하긴, 애초에 신이 소유했던 물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동안 잘 버텨 줬다.’
대규는 자신의 도약의 장화를 보관함 한쪽에 잘 넣어 뒀다.
무한한 내부 공간을 지닌 인피니투스 역시 현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아이템이다.
어떤 물건이라도 내부에 집어넣을 수 있다는 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보관함과 비슷한 것 같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실레노스와 판, 이데를 여기에 넣어 이동시킨 것처럼 살아 있는 생물을 여기 넣어서 안전하게 대피시키거나 이동시킬 수 있다. 보관함은 살아 있는 생물이나 사람은 그 안에 넣을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아말테이아의 젖!’
대규는 보관함에서 두 개의 우유병 중 한 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일단 한 병만 꺼내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마셔 보기로 했다.
외관은 그냥 유리병에 가득 담긴 흰 우유였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아도 우유의 고소하고 비릿한 향만 났다.
‘아무리 봐도 그냥 우유인데…….’
대규는 유리병을 잡고 아말테이아의 젖을 단번에 들이켰다.
꿀꺽꿀꺽…….
다 마시자마자 온몸에서 강력한 하얀빛이 일어났다.
레벨 업을 할 때보다 훨씬 강렬하고 밝았다.
“어어……?”
힘이여, 솟아라 스킬을 쓴 것처럼 몸의 근육에 전율이 일며 정신이 맑아지며, 전신이 허공에 붕 뜨는 느낌이 들었다. 몸에서 빛이 사그라지며 메시지가 떴다.
[레벨이 5단계 상승했습니다.]
[권위가 5 상승했습니다.]
여태까지의 레벨 업과는 차원이 달랐다. 온몸이 가벼운 것은 물론 신체 자체가 새롭게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다.
‘장난 아니다. 그런데 신들은 이걸 영양제로 마신다고…….’
신들의 육체는 정말로 인간의 육체와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하긴, 헤르메스만 해도 젊은 청년의 외관인데 가끔 보면 경외감이 절로 일었다. 게다가 왕좌에 앉아 있던 모습은 위엄에 찬 신의 모습 그 자체였으니.
그것보다 이제 권위 스탯이 15다.
전에 권위 스탯이 모자라서 확인할 수 없었던 마신들의 상급 스킬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대규는 라의 목걸이를 꺼내 펜던트 부분의 검붉은 눈동자를 바라봤다.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오늘 하루 마신의 능력을 빌려 올 기회는 이미 소진했습니다.]
[스킬들의 설명 열람만 가능합니다.]
신들의 이름과 스킬들이 좌르륵 떴다.
대규는 그중에서 붉은빛으로 빛나는 상급 스킬들을 주시했다.
호루스의 ‘호루스의 눈’,
아누비스의 ‘죽음의 군대 호령’,
오시리스의 ‘정원출입’과 ‘죽음의 지배’,
마지막으로 태초 신이라 불린 라의 ‘아포피스 소환’, ‘파라오의 저주’, ‘아포칼립스’.
빨리 스킬들의 설명을 보고 싶어 공략집을 띄웠다.
그리고 호루스의 눈부터 살펴봤다.
<호루스의 눈-허공에 호루스의 눈동자가 생성돼 동공에서 황금빛 직사광선을 뿜어내서 일직선에 있는 적들을 단번에 물리침. 마나 소모 50.>
스킬 체험판을 해 보니 일전에 제2 타르타로스의 거대 피라미드 꼭대기에서 마신의 눈동자가 뿜어냈던 파괴 광선과 비슷했다.
물론 광선의 폭은 약 1m 정도로 마신의 눈동자의 파괴 광선보단 그 크기가 작았다.
하지만 파괴력은 동일했다.
광선이 뿜어져 나가자마자 그것에 닿은 몬스터들은 모래처럼 사르르 소멸해 버렸다.
꼭 SF영화에 등장하는 광자포 같았다.
다음에 살펴볼 스킬은 아누비스의 죽음의 군대 호령.
이 스킬의 효과는 대충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세한 설명을 읽어 봤다.
<죽음의 군대 호령–죽은 자를 소환해서 죽은 자들의 군대를 호령한다. 권위 스탯 1당 10구를 부릴 수 있다. 마나 소모 권위당 10.>
정확히는 미라가 아니라 죽은 자들을 소환하는 거였다.
그래서 미라가 아닌 최대호도 이 스킬이 통했던 거겠지.
그런데 권위 스탯당 부릴 수 있는 죽은 자들의 머릿수가 달라진다. 권위 스탯 1당 10구면 지금 권위가 15인 자신은 총 150구를 부릴 수 있다.
물론 아누비스의 피라미드에서 겪어본 결과 이 죽은 자들 개개인은 공격력이 딱히 뛰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엄청난 머릿수로 상대방을 공격하면 전투 능력이 그리 강하지 않은 상대방은 그 숫자에 압도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대신 부릴 수 있는 죽은 자의 머릿수가 많아질수록 마나 소모도 많아진다.
굳이 스킬의 체험판은 써 보지 않았다. 예전에 아누비스가 썼던 걸 봤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라의 아포피스 소환이다.
<아포피스 소환-태양신 라에 권속된 지옥의 괴물 뱀 아포피스를 전투 중 소환합니다. 권위 스탯이 높을수록 소환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납니다. 권위 1당 1초. 마나 소모 300.>
마나 소모 300!
심지어 권위 스탯 1당 1초라니. 자신이 소환해 봤자 고작 15초가 끝이다.
대체 얼마나 엄청난 스킬이기에?
‘이건 꼭 체험판으로 시험해 봐야겠다.’
체험판을 실행시키자 주변 환경이 변했다.
스스슥.
어두운 공터였고 저 멀리 몬스터가 보였다.
키가 10미터짜리 거인형 몬스터였는데 꽤 위협적이었다.
제1 타르타로스의 기간테스 성을 지키고 있었던 알키오네오스 수준의 몬스터인 것 같았다.
‘여태까지 체험판에서 이렇게 강력한 몬스터가 나온 적은 없었는데…….’
그때 공략집의 메시지창이 떴다.
<체험판 스킬이 발동됩니다.>
우우웅.
진동 소리가 공터를 가득 메웠다. 그 소리를 들은 거대한 거인 몬스터가 움찔거렸다.
좌악-
허공의 공간이 칼로 베인 듯 길게 갈라지면서 그 틈에서 검은 오로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곧 괴물 뱀 아포피스가 꾸물거리며 기어 나왔다.
‘이런, 미친…….’
몸통의 굵기만 대략 5미터. 거인의 키의 절반이다.
길이는 100미터쯤 되는 것 같다.
그것도 여태까지 저 틈에서 빠져나온 부분만 잰 것이다. 뱀의 거대한 몸뚱이는 아직도 허공의 틈을 빠져나오는 중이었다.
치지직.
뱀의 온몸을 감싸고 있는 까만색 비늘에선 뜨거운 연기가 피어올랐다.
두 눈은 라의 목걸이처럼 검붉었고, 가운데 까만 동공은 세로로 끔찍하게 쫙 찢어져 있었다.
“키에엑!”
아포피스가 괴성을 지르며 주둥이를 쩍 벌렸다.
거기엔 무시무시한 송곳니들이 잔뜩 돋아나 있었다.
아포피스의 괴성을 들은 거인 몬스터는 공포에 압도돼 얼어붙은 듯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때를 놓치지 않고 아포피스는 몬스터를 자신의 몸으로 몇 바퀴 감아 옥죈 뒤 다시 한 번 주둥이를 쩍 벌렸다.
콰득.
우적, 우적, 우적.
거인 몬스터의 몸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게걸스럽게 잡아먹기 시작했다.
피가 사방으로 튀고 몬스터의 절단된 사지가 공터 바닥에 던져졌다.
5초도 안 돼서 알키오네오스 수준의 몬스터를 해치웠다.
얼이 빠져 있는 사이 체험판이 종료되고 대규는 오피스텔로 돌아왔다.
“하, 하하…….”
입에서 미친 사람처럼 헛웃음이 나왔다.
체험판이지만 아포피스를 실제로 보고 나니 기가 빨렸다.
시계를 보니 벌써 새벽 2시였다.
대규는 나머지 스킬들은 다음에 확인하기로 했다.
‘이제 그만 자자.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하지만 자기 전에 남은 아말테이아의 젖을 모조리 마시기로 했다.
3개의 상급 스킬들을 보니 이것들은 다른 스킬들에 비해 마나 소모량도 엄청났고 보유한 권위 스탯에 따라 스킬의 지속 시간이나 위력이 늘어났다.
앞으로 이 스킬들을 마신들에게 빌려 오려면 권위를 최대한 높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규는 보관함에서 나머지 아말테이아의 젖 한 병을 꺼내 마셨다.
꿀꺽꿀꺽.
병을 비우자마자 다시 한 번 강렬한 하얀 빛이 온몸을 감쌌고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레벨이 5단계 상승했습니다.]
[권위 스탯이 5 상승했습니다.]
상태창을 한번 불러 봤다.
김대규(영웅)
Lv. 45(경험치 19.00%)
생명력 990/990
마나 300/300
근력 51(+5)
민첩 50(+7)
지능 50(+5)
운 5(+5)
권위 17(+3)
레벨은 45가 됐다. 원래 헤르메스를 따라서 주둔지에 가기 전엔 34였는데 지하 감옥의 거인 간수들을 해치우면서 레벨이 1 올랐다.
거기에 아말테이아의 젖을 두 병 마시니 총 레벨이 10이 올라 45가 됐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젖을 마시고 레벨 업을 하면 평소 일반적인 레벨 업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마나의 양도 가득 채워진다는 것이다.
이로써 권위는 총 20이 됐다.
죽음의 군대를 호령하면 200명의 죽은 자를 부릴 수 있고 또한 거대 괴물 뱀 아포피스도 20초 동안 소환할 수 있었다.
물론 둘 다 한 번에 200이라는 많은 마나 양이 소모되지만 말이다.
상태창을 확인한 대규는 정말로 침대에 누웠다.
장사도 장사지만 내일부턴 본격적으로 곧 닥쳐올 가정 간편식 박람회 준비를 해야 했다.
* * *
박람회 날이 사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동안 대규는 자체 시식회 때 선보였던 개발 메뉴들의 단점을 체크해 보완했다. 시식회 때 얻었던 평가를 기반으로 보완하자 메뉴의 질은 더욱 높아졌다.
준섭이 제안했던 레토르트 식품 탕꼬도 완성했다. 발열 도시락의 경우 발열 용기를 만드는 하청 업체 회사와 계약을 맺어서 시제품을 받아 미리 여러 개의 도시락을 제작했다.
시제품으로 만든 발열 도시락 탕꼬는 그럴듯했다.
솔직히 준섭에게 발열 도시락이란 말을 들었을 때 제일 처음 떠올렸던 건 군대에서 먹었던 전투식량이었다. 비닐 팩 안에 건조된 식량이 들어 있고 뜨거운 물을 부어 먹는 도시락 말이다.
하지만 이 발열 도시락은 뜨거운 물조차도 필요 없었다.
하청 업체에서 만든 용기는 종이 상자 내부에서 자체 가열이 되는 시스템이었다.
한마디로 장소와 상관없이, 조리 도구 없이도 탕꼬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도시락의 내용물은 발열 팩과 밥, 그리고 작게 조각난 탕꼬 치킨들이었다. 음식들은 모두 종이 상자에 들어 있는 발열 팩 안쪽에 넣어져 있었다.
대규는 그날 장사를 끝내고 발열 도시락 시제품을 시험해 봤다.
우선 종이 상자 윗부분을 뜯자 기다란 줄이 상자 밖으로 나와 있었다. 이 줄을 잡아당기면 저절로 발열 팩이 가열돼 도시락이 데워진다.
대규는 조심스럽게 줄을 잡아당겼다.
푸슉-
칙칙칙-
종이 상자 속 발열 팩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더니 열이 나기 시작했다.
상자를 세워서 10분, 다시 눕혀서 10분 기다리니 발열 팩의 소리가 수그러들었다.
상자를 열어 보니 완성된 탕꼬 도시락에서 따끈따끈한 김이 피어올랐다.
대규는 젓가락으로 탕수육 치킨을 집어 먹었다.
‘이 정도면 퀄리티가 괜찮은데.’
야외로 캠핑을 가거나 할 때 갖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심지어 준섭은 군대의 전투식량으로 탕꼬 도시락을 만드는 건 어떠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하, 내가 전투식량을 만들게 될 줄이야. 가만… 입소문 양념으로 맛다시 같은 조미 양념을 만들면 대박 나겠는데?’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준섭이었다.
“사장님, 보낸 발열 도시락 시제품은 어떻습니까?”
대규는 만족스런 목소리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오케이. 만족스러워요. 박람회를 대비해 넉넉하게 준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박람회 전날.
대규는 직원들과 킨텍스 행사장에 가서 부스를 설치했다.
가만히 둘러보니 여러 쟁쟁한 업체들이 많이 참가했다. 최근 간편식 비빔밥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업체와 포장마차 술안주 메뉴를 1인 포장해서 팔고 있는 업체도 보였다.
대규의 부스가 위치한 곳은 박람회장 입구 근처였는데 오가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꽤 좋은 위치였다.
‘준섭이 형이 애써 줬구나.’
다음 날, 박람회가 시작됐다.
여성 손님들은 부스의 다이어트 도시락과 컵밥을 보고 관심을 보였다.
“어머, 이게 뭐야? 다이어트 도시락이랑 컵밥이래.”
“다이어트 음식이면 맛이 없지 않을까?”
하지만 음식을 먹자마자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사장님! 이거 언제 출시돼요?”
“대박! 칼로리도 엄청 착해! 이거 찍어서 인스타에 올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