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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60화 (60/294)

# 60

60화. 신이 찾아오다 (4)

간수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실레노스 형! 누가 왔나 봐.”

“아버지 아니냐? 드디어 우릴 구하러 온 거지.”

번쩍!

동굴 안에 눈부신 섬광이 일었고 형제는 앞에 벌어진 광경을 의심했다.

감옥의 천장에서 빛나는 검격들이 수없이 쏟아져 간수들을 한 번에 몰살시켰다. 심지어 검격에선 불꽃까지 타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감격에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아버지가 왔다, 아버지가!”

하지만 그들의 눈에 들어온 건 작은 인간 한 명이었다.

인간을 본 실레노스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새끼, 넌 누구냐?”

하지만 인간은 대답하는 대신 차가운 목소리로 감옥의 문을 열며 말했다.

“빨리 나와라.”

“야, 대답 안 해? 너 누구냐니까!”

언성을 높이는 실레노스를 보며 대규는 얼굴을 찌푸렸다. 구해 주면 고맙다는 말은 못 할지언정 저렇게 짜증을 내? 안하무인인 녀석들이었다.

하긴, 방금 녀석들을 보자 떠오른 공략집에도 이렇게 나와 있었다.

-차원의 틈 공략집-

정령 이름: 판, 실레노스

특징: 헤르메스의 두 아들로 반인반수. 성격이 난폭하고 제멋대로이며 여자를 밝힌다. 숲에서 아버지의 권위를 들먹이며 정령들을 괴롭히고 추행하길 즐기며 자기보다 아랫사람이라고 판단되면 거만하고 싸가지 없게 행동한다.

대규는 인피니투스를 열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너희들 아버지에게 부탁받고 왔다.”

그러자 형제가 난리를 치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너같이 하찮은 인간에게 부탁했다고? 참 나, 자존심 상하네!”

“잠깐, 저 새끼가 신고 있는 저 날개 달린 신발… 아버지 신발 아니야? 이 새끼 이거 도둑놈인 거 같은데.”

‘아주 가관이구만.’

대규는 가방을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

“들어가라.”

그러자 그들은 콧방귀를 끼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왜 너의 명령을 들어야 하냐?”

“맞아! 하찮은 인간 주제에…….”

퍽! 퍽!

건방 떨면서 말 안 듣는 놈들은 패는 게 장땡이다.

대규는 주먹으로 판과 실레노스의 얼굴을 가격했다. 헤르메스는 녀석들을 안전하게 구출해 오라고만 했지, 때리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판과 실레노스가 쌍코피를 흘리며 씩씩거렸다.

“이, 이 자식… 우리가 누군지 알… 끄아악!”

퍽!!

녀석들이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대규는 체인 블레이드의 두꺼운 검등으로 녀석들의 뒷다리를 가볍게 가격했다. 녀석들은 감옥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끄아악! 나 죽는다!”

“다리가 부러졌나 봐! 힘이 안 들어가.”

대규는 녀석들을 가만히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엄살 그만 부리고 입 다물어라. 더 맞고 싶냐?”

“이익…….”

실레노스와 판은 입을 다물었다.

대규는 양손으로 각각 녀석들의 뒷덜미를 잡아 하늘 높이 번쩍 쳐들었다. 그리고 그들을 인피니투스 안으로 거세게 패대기쳤다.

쿵!

녀석들이 가방 속으로 쑥 들어가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크흐흑… 내 엉덩이뼈가 산산조각 났어. 씨발…….”

“개자식, 아버지 만나기만 해 봐라. 야, 인간 자식아! 네가 이렇게 하고도 무사할 줄…….”

퍽!

가방 틈으로 머리를 내밀며 떠들어 대는 주둥이에 주먹을 내질렀다.

찰칵.

가방을 닫아 버리자 더 이상 잡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임무가 끝났다.’

대규는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주둔지로 순간 이동했다.

주둔지의 지휘 사령부 천막 안에 도착해 있었다.

이곳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자마자 신발의 날개가 파닥거리기 시작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이곳으로 데려왔다.

왕좌에 앉아 있던 헤르메스는 대규를 보고 반색하며 일어났다.

“내 부하들을 구해 왔느냐?”

대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인피니투스를 열었다.

제일 먼저 정령 이데가 나왔다.

이데는 대규에게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아말테이아의 젖을 하나 더 건넸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간 영웅님. 여기 약속대로 한 병 더 드릴게요.”

유리병을 본 헤르메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 녀석이 아말테이아의 젖을?’

사실 신들에게 저 젖은 영양제 수준의 음료라 헤르메스로선 딱히 탐나는 물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 음료가 인간들에게 미치는 효과는 꽤 좋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저 인간 영웅 김대규가 자신의 미션을 완수하면서 동시에 저 젖을 두 병이나 얻어 오다니.

‘단순히 운이 좋은 게 아니야. 확실히 저 녀석에겐 뭔가 특별한 게 있다.’

헤르메스는 이데를 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지?”

헤르메스를 알아본 이데가 고개를 깍듯이 숙이며 예의 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헤르메스 님이시여, 저 인간 영웅님이 절 지하 감옥에서 구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제 판테온의 세계로 돌아가겠습니다.”

팟.

말을 마친 이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런데 내 부하들은 어디 있지?”

대규는 인피니투스를 거꾸로 들고 탈탈 털었다.

“끄아악!”

쿠당탕!

대규에게 얻어맞아 다리가 풀린 실레노스와 판이 가방에서 튀어나와 막사 바닥에 떨어졌다.

그들의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고 코에는 코피가 줄줄 나고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냐?”

헤르메스가 노기 띤 음성으로 묻자 대규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당신의 부하들이 도통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안전하게 구출하려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실레노스와 판은 헤르메스에게 말했다.

“아버지, 저 자식 좀 어떻게 해 봐!”

“저 녀석이 나랑 실레노스 형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구!”

아버지란 말에 헤르메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눈치 없는 녀석들. 대규에겐 일부러 부하라고 말했는데.

대규는 놀라지 않았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이거, 두 분이 헤르메스 님의 아드님인 줄 알았다면 때리지 않았을 텐데 말입니다. 제가 실례를 범했군요.”

하지만 눈치 없는 형제들은 계속해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야, 인간! 들고 있는 그 우유는 뭐냐? 맛있어 보이는데 이리 내놔.”

“아빠, 나도 저거 한 병 마시고 싶어.”

그때 헤르메스가 들고 있던 지팡이로 형제들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이 못난 놈들!”

퍽! 퍽!

진노한 신의 목소리와 둘의 비명 소리가 지휘 사령부 막사 전체에 울려 퍼졌다.

“으악! 아들을 죽인다. 아들 살려!”

“아파요, 아프다고요. 으아악!”

실레노스와 판은 헤르메스에게 얻어맞은 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듯 막사를 벗어났다.

그들의 발굽 소리가 사라지자 헤르메스는 한숨을 쉰 뒤 대규에게 말했다.

“어쨌든 나의 아들들을 구해 줬으니 약속한 대로 레드 젬스톤 10개를 주겠다.”

그가 공중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레드 젬스톤 10개가 들어 있는 유리 상자가 생겨났다.

상자를 받은 대규는 헤르메스를 보며 물었다.

“왜 10개 입니까? 20개 아니었습니까?”

“무슨 소리냐. 그건 내가 신발 대신 추가로 10개를 더 준다고 한 거였다. 그런데 결국 네 녀석이 신발을 가져갔잖아.”

생각해 보니 그렇다. 보상을 흥정할 때 그 부분을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

당연히 저 계산 빠른 신 헤르메스는 추가로 레드 젬스톤 10개를 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오만방자한 실레노스와 판에게 불쾌한 일을 겪은 걸 생각하면 추가로 다른 것을 받고 싶었다.

예를 들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이 가방, 인피니투스.

대규는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젬스톤은 안 주셔도 됩니다. 대신 이 가방을 주십시오.”

“무슨 소리야? 약속한 대로 레드 젬스톤 10개만 주겠어.”

그 말에 헤르메스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신께서는 저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셨습니까? 본인 입으로 신의 약속은 절대적이라고 하셨으면서 말입니다.”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다는 거냐?”

심기가 불편한 표정을 짓는 헤르메스에게 대규는 똑 부러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두 아들을 부하라고 속이지 않으셨습니까? 분명 당신의 약속은 부하를 구해오면 보상을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부하가 아니라 아들이었습니다. 이는 약속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요.”

“그건…….”

“한마디로 당신께서는 약속의 징표를 거짓으로 새긴 게 됩니다. 그 증거로 보상을 받았지만 제 손등의 징표는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대규는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손등을 보란 듯이 보여 줬다.

“끄응…….”

할 말이 없어진 헤르메스.

그는 잠깐 동안 고민하더니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좋아, 알겠어. 인피니투스를 줄게. 대신 조건이 있다.”

“뭡니까?”

대규의 물음에 헤르메스는 이렇게 말했다.

“전에 내가 널 찾아갔을 때 제의한 거 말이야. 다음에 이곳 세계에 소환이 되면 넌 나의 권속이 돼서 함께 싸우는 거야. 그럼 인피니투스를 줄게.”

스카우트 제의 말이군.

“생각은 해 보겠지만, 확답을 드릴 순 없습니다.”

대규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하자 헤르메스가 언성을 높였다.

“뭐라고? 그럼 인피니투스는 못 준다!”

“신이시여, 이 인피니투스는 약속의 징표를 거짓으로 새긴 것에 대한 대가이므로 이 보상에 대해 조건을 달 수 없는 겁니다. 당신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증거로 징표는 아직도 빛나고 있군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

헤르메스는 심통을 부리며 인피니투스를 건넸다.

대규가 가방을 건네받자마자 손등에서 빛나던 징표가 사라졌다.

약속이 올바르게 이행됐다는 뜻이었다.

“감사합니다. 당신께서 저에게 해 주신 제의는 신중하게 생각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이건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의 정보로 비춰 볼 때 헤르메스 말고 다른 신들도 자신을 눈독 들이고 있다.

하지만 자신은 헤르메스 말고 어떤 신들이 있는지 파악도 못 하고 있다.

심지어 공략집으로 헤르메스에 대한 추가 정보도 알아내지 못했다. 대규는 헤르메스를 만났을 때 떠올랐던 공략집 창의 메시지를 떠올렸다.

<신에 대한 추가 정보를 알고 싶으면 공략집을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당장 현실로 돌아가면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앞으로 신들을 만나게 되면 그들의 정보를 공략집으로 꼼꼼하게 파악해 자신이 가장 유리하게 전투를 할 수 있는 신을 고를 것이다.

“…그래, 알았다. 대신, 이건 명심하라구. 나를 선택하면 어느 세계든 자유롭게 다니면서 진기한 보상을 얻을 수 있을 거야.”

헤르메스는 마지막으로 자기 어필을 한 뒤 더 이상 대규에게 제의를 하지 않았다.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전 이제 현실로 돌아가 봐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대규는 헤르메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한 뒤 차원의 열쇠를 사용해 현실로 돌아왔다.

* * *

정신을 차리니 자신의 오피스텔 소파였다. 소파 위에는 그전까지 읽고 있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이 펼쳐져 있었다.

시간은 새벽 1시.

헤르메스가 찾아왔을 때부터 1분도 흐르지 않았다.

대규는 소파에 앉아 헤르메스의 임무를 완수하고 받아 온 보상들을 정리해 봤다.

‘레드 젬스톤 10개에 헤르메스의 신발, 인피니투스, 그리고 아말테이아의 젖 2병…….’

우선 공략집부터 업데이트하자.

현재 소유한 레드 젬스톤은 15개. 이번 업데이트를 해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공략집을 업데이트할 수 있습니다.>

<업데이트시키려면 레드 등급 젬스톤 5개가 필요합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Yes/No>

Yes.

<공략집이 성공적으로 업데이트됐습니다.>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하려면 레드 등급 젬스톤 20개가 필요합니다.>

레드 젬스톤 20개면 현금으로 100억 원의 가치다.

후덜덜한 금액이지만 대규는 수긍했다.

여태까지 겪어 본 바로는 공략집의 업데이트는 그 값어치를 충실하게 해 왔다.

속마음 듣기, 마신의 스킬들 체험판, 게다가 몬스터가 아닌 존재들(정령이나 신들)에 대한 정보 제공 등.

이번 업데이트로 공략집에 어떤 놀라운 능력들이 생겨났는지는 아직 확실히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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