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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55화 (55/294)

# 55

55화. 장사에서 기업으로 (4)

대규는 집에 가자마자 바로 인터넷으로 피칭 머신을 구매했다.

가장 성능이 좋은 피칭 머신은 미국에서 만든 것으로 쓰리 휠(Three wheel) 피칭 머신이었다.

보통 국내 야구 게임장에서 쓰는 건 투 휠(Two wheel)머신이 많았는데, 쓰리 휠의 경우 투 휠에 비해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었다. 7개의 변화구를 던질 수도 있었으며 커브도 가능했다.

게다가 대규는 일부러 테니스용 머신으로 총 네 대를 구입했다. 테니스용 머신의 경우 시속 210km까지 공을 내뱉는 게 가능해서 더욱 반사 신경이나 맷집을 기르는 데 유리할 것 같았다.

얼마 후 기계가 도착했고, 대규는 탕꼬 빌딩 옥상에 기계를 동서남북 사방에 설치했다. 다 같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옥상에 무단으로 자신의 물건을 설치할 수는 없었다.

공이 다른 곳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그물을 치고, 기계가 비에 맞지 않게 옥상엔 차양을 설치했고, 근력과 체력을 단련하기 위해 역기와 벤치 프레스 등 헬스 기구도 가져다 놨다. 높아진 근력으로 벤치 프레스 200kg은 가뿐했다.

어느덧 건물 옥상은 대규의 신체 능력 개조 공간이 됐다.

아침 6시.

대규는 늘 그러하듯 추리닝을 입고 올라와 피칭 머신들을 가동했다.

드르륵.

팡! 팡! 팡!

테니스공이 사방에서 커브를 그리며 거세게 날아왔다.

확실히 야구 게임장의 공보다 속도가 빨랐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제 익숙했다.

휙휙휙.

몸을 재빨리 돌려 날아오는 공들을 척척 피했다.

[반사 신경 +5]

[체력 +8]

[맷집 +3]

처음엔 사방에서 날아오는 테니스공에 몇 번 얻어맞았지만, 나중엔 반사 신경이 늘어 얻어맞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그 대신 그만큼 맷집은 천천히 올랐다.

그보다 맷집이 오르니까 공에 맞았을 때 충격이나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검술 연습도 해 볼까.’

대규는 보관함에서 체인 블레이드를 꺼내 들었다.

타탓.

휘릭-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공들을 칼끝으로 놓치지 않고 찔렀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규의 몸동작은 검무를 추는 것처럼 신속하고 화려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체인 블레이드의 칼날이 빛났다.

* * *

준섭이 브레이크 타임에 가게를 찾아왔다.

대규가 전문 경영인을 부탁한 지 딱 일주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준섭 형, 오셨어요?”

“그래, 대규야. 그때 부탁한 거 대답하러 왔다.”

준섭은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우리 열심히 해 보자. 나 어제부로 회사 관뒀다.”

“형! 정말 감사합니다!”

대규는 저녁 장사 준비를 점원들에게 맡기고 준섭과 함께 근처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서 앉아 앞으로 자신이 대강 작성한 사업 계획서를 내밀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영등포 건물의 사업 계획이었다.

“세를 주고 있는 1층 빼고 2, 3, 4층은 1인 식당과 테이크아웃 전문 컵’s 탕꼬로 만들려고 해요. 그리고 꼭대기인 5층은 프랜차이즈 사무실로 쓰려고요.”

계획서를 검토한 준섭이 물었다.

“혹시 이거 공사 진행이 어느 정도 된 거니?”

“내부 공사는 거의 다 됐을 거예요. 2, 3층의 경우는 거의 다 됐고… 4층은 절반 정도 된 걸로 아는데… 왜 그러세요?”

“대규야, 일단 뭐 하나 물어보자.”

“네?”

준섭은 대규를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게 뭐냐? 단순히 여러 개의 지점을 오픈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프랜차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거냐?”

“당연히 프랜차이즈 사업이죠.”

그러자 준섭이 말했다.

“그럼 그 두 개가 어떻게 다른 건지도 잘 알고 있겠구나.”

대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프랜차이즈는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지점을 오픈하는 게 아니다. 상호나 특허 상표, 기술 등을 보유한 제조업자 혹은 판매업자가 소매점과 계약을 통해 상표의 사용권이나 제품의 판매권, 혹은 기술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이다.

이때 기술을 보유한 프랜차이저는 본사가 되는 거고, 기술을 전수받는 자는 가맹점주가 된다.

따라서 개인이 새로운 지점을 여러 곳 오픈해 누군가에게 가게를 맡기는 것과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사업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자라면 단지 기술이나 상호만 제공하고 가맹점과 협력하는 형태를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건 최근 경영 서적을 보며 근성 스킬을 통해 올린 경영 능력 덕분에 다 알게 됐다.

준섭은 계획서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프랜차이즈를 하려면 당연히 네가 지닌 기술을 전수해야겠지. 맛의 비법이나 레시피 말이다. 다른 사람이 너의 그 뛰어난 맛을 따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맞아요, 형. 다른 건 몰라도 양념이나 소스는 꼭 이쪽에서 공급해야 해요!”

프랜차이즈 사업에선 입소문 양념이 가장 중요했다.

물론 대규는 입소문 양념의 신비로운 능력에 대해선 굳이 준섭에게 말하지 않았다.

준섭은 계획서에 표시된 건물 4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다면 2, 3층은 매장으로 만들되 4층엔 양념을 대량생산하는 공장을 두는 게 좋겠다.”

“공장이요? 건물 안에?”

“말이 공장이지, 생산 설비를 설치하는 거야. 다른 재료들이야 지점별로 각자 구매해도 되지만 양념이나 소스 같은 건 본사에서 공급해야 확실히 맛의 변화가 적으니까. 게다가 위생적으로 진공으로 포장해서 지점들에 제공도 해야 하고.”

“그렇군요.”

“그럼 일단 공장을 차리기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해. 내가 그 작업부터 해야겠구나.”

자신이 할 일을 척척 진행하는 준섭의 모습을 보며 대규는 감탄했다.

확실히 경력이 있는 전문가라 달랐다.

준섭은 대규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공장 허가는 내가 알아서 진행할게. 너는 일단 그 4층 공사에 신경 써 주렴.”

“알겠어요. 형이 있으니까 정말 든든하네요.”

하지만 준섭은 엄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외식 사업의 성공 열쇠는 맛있는 음식이야. 아무리 마케팅이나 투자가 잘된다고 해도 메뉴 개발이 잘되고 맛이 있어야 성공하는 거니까.”

역시 냉정한 전문가다운 태도였다.

“참, 대규야, 그리고 투자자들도 끌어모을 계획도 생각해 봤는데…….”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계획?’

물론 자신도 그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유치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안 잡혀서 시작도 못 하고 있었다. 자신이 타르타로스에서 봤던 박 주부처럼 설득 스킬을 지니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준섭은 대규에게 자신의 계획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다.

“조만간 킨텍스에서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 간편식) 박람회’가 열리거든. 거기에 참가해 보는 건 어떠니?”

“박람회요?”

“그래. 이런 박람회에 참여하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좋거든. 그리고 네가 개발한 제품들을 홍보하기도 좋고. 마침 네가 계획하고 있는 도시락 사업과도 연관이 있거든.”

“그래요?”

“응. 도시락 역시 가정 간편식품의 일종이라 박람회에 참가하기 좋은 요건이야. 비록 탕꼬가 맛집 프로그램에 한 번 방영돼서 홍보는 성공적으로 했지만 이제 슬슬 사업도 넓혀 가야 할 테니까.”

“그거 좋은데요!”

대규가 감탄하자 준섭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박람회에서 홍보가 잘되면 도시락 제품의 경우 편의점뿐만 아니라 인터넷 쇼핑이나 홈쇼핑 쪽도 뚫고 들어갈 수 있어.”

인터넷 쇼핑과 홈쇼핑이라니!

엄청나다. 자신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확실히 명문대 경영학과를 나오고 굴지의 대기업 외식사업부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준섭답다.

“대신 메뉴 개발과 사업 확장 아이디어는 네가 공들여야 한다. 음식의 맛도! 아까도 말했듯이 박람회나 뭐 이런 것들은 다 부가적인 것들이니까.”

“넵!”

“그럼 박람회 참가 신청은 나에게 맡겨 둬.”

“네, 형!”

대규가 준섭의 손을 붙잡으며 말하자 준섭은 씩 웃으며 말했다.

“잘해 보자. 때려치우고 나온 회사 연봉만큼 뽑아먹을 거니까 각오하구. 그리고 이젠 네가 사장님이니까 사석에서라면 몰라도 공석에선 깍듯이 사장님이라고 부를게. 김 사장님. 하하하!”

넉살좋게 웃는 준섭의 모습을 보자 대규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래요. 공석에선 저도 부사장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 같이 일을 해 주니까 확실히 혼자 고민했을 때와 달랐다.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솔직히 자신은 요리만 할 줄 알았지, 다른 건 잘 몰랐으니까.

‘아니지. 그래도 최근 근성 스킬로 여러 능력들을 개발하고 있으니…….’

이럴 때가 아니다.

준섭이 저렇게 열심히 일할 동안 자신은 도시락과 다른 메뉴 개발에 힘써야 했다.

* * *

할 일이 많아지자 시간은 미친 듯이 빨리 흘러갔다.

영등포의 건물은 준섭의 조언대로 4층엔 공장이 들어서는 걸 염두에 두고 공사를 다시 맡겼다.

장사하랴, 새로운 매장 오픈 준비하랴, 도시락 사업 계획하랴…….

준섭들과 다른 직원들이 도와줬지만,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바쁜 와중에도 꾸준히 옥상의 공간에서 수련한 덕에 검술과 기본적인 신체 능력들은 서서히 올랐다.

어느새 현실로 돌아온 지 3주가 흘렀다.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대규는 오피스텔에 돌아와 가만히 소파에 누웠다.

정신없이 생활하고 있지만 하루 정도는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쉴 시간이 필요했다. 엄밀히 말하면 쉬는 것도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읽으며 틈틈이 지식 능력을 올려야 했으니까.

소파 앞에 높인 유리 테이블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이 쌓여 있었다. 주로 경영이나 창업 관련 책들이었다.

하지만 그중 한 권의 책은 그 성격이 완전 달랐다.

대규는 그 책을 꺼내 들었다. 책장 앞에 적힌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이집트 신화]

표지에는 타르타로스의 피라미드에서 봤던 벽화들이 그려져 있었다.

제2 타르타로스에서 라의 목걸이를 얻고 돌아온 후 마신들의 종류와 능력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빌린 책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단 한 장도 읽지 못했다.

지금 읽어 보자.

대규는 주방에서 커피를 내린 뒤, 테이블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책에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파라오의 관들과 미라, 벽화들의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그것들을 보니 제2 타르타로스의 피라미드 풍경들이 떠올랐다.

책을 읽어 보니 대규가 만났던 죽음의 신 아누비스와 사랑과 미의 여신 하토르 말고도 이집트엔 꽤 많은 남신들과 여신들이 존재했다.

우선 라의 목걸이의 이름에도 등장하는 태양신이자 창조주이기도 한 라(Ra).

남신의 경우 죽은 자의 세계를 총괄하는 신 오시리스(Osiris)와 그의 아들 호루스(Horus), 그리고 데이비드 파티가 두 번째 피라미드에서 만나 죽도록 고생했던 사막의 신 세트(Seth)가 있었다.

여신은 이시스(Isis), 네프티스(Nepthys) 등이 있었고.

‘신들이 엄청 많잖아. 이들이 각자 갖고 있는 능력들도 여러 개일 텐데…….’

이대로라면 빌려올 수 있는 능력이 거의 수십 개는 될지도 몰랐다.

혹시 어떤 능력들이 있는지 라의 목걸이로 살펴볼 수 없을까?

대규는 보관함에서 라의 목걸이를 꺼냈다.

펜던트 부분의 검붉은 눈동자가 대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기분이 으스스했다.

그때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능력을 빌려올 마신과 그의 스킬을 선택하십시오.]

책에서 봤던 이집트의 신들 중 8개의 이름이 쫘르륵 눈앞에 떴다.

라, 아누비스, 오시리스, 호루스, 세트, 이시스, 네프티스, 하토르.

각 신 이름 밑에는 그들이 각자 지닌 스킬의 이름이 떴다.

일일이 세어 보니 스킬의 개수는 총 14개.

혹시나 해서 스킬들을 눌러 봤지만 아무런 설명도 뜨지 않았다.

스킬 중에서 대규가 알고 있는 스킬은 딱 6개였다.

아누비스의 죽음의 기운과 순간 이동, 그리고 죽음의 군대 호령.

하토르의 색안과 복종안.

‘나머지 스킬들이 뭔지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세트 밑에 적힌 ‘모래폭풍’ 같은 스킬은 그래도 그 내용이 대충 무엇일지 짐작은 갔다.

하지만 호루스 밑에 적힌 ‘호루스의 눈’이나 네프티스의 ‘카노포스’ 같은 것들은 도무지 무슨 스킬일지 감도 안 잡혔다.

고민하고 있는데 공략집이 떠올랐다.

<각 스킬들을 선택하시면 스킬의 설명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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