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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48화 (48/294)

# 48

48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1)

훅-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하토르의 황금 도끼.

대규는 오른쪽 뒷발로 땅을 힘차게 디디며 네메시스 방패로 도끼를 왼쪽으로 흘렸다.

깡!

타격의 무게감으로 바닥이 긁히며 대규의 몸이 두어 발 밀려났다. 손목과 어깨가 저릿하기는 했지만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급소는 인간과 거의 동일했다. 머리가 날아가거나 심장이 꿰뚫리면 죽는다.

하토르의 열린 가슴으로 검을 찔러 넣었다.

까가강!

놈의 갑옷에 불꽃이 일며 일부가 찢겨 나갔다. 놈은 체인 블레이드의 충격에 뒤뚱거리며 밀려나다가 뒤로 자빠졌다.

쿵.

사방으로 뿌옇게 모래 먼지가 흩날렸다.

타탓.

대규는 허공을 박차고 오른 뒤 체인 블레이드를 늘려 채찍처럼 휘둘렀다.

휘리릭-

체인 칼날이 암소의 머리를 향해 뱀처럼 휘돌아 덮쳤다. 사슬 검신이 놈의 머리 대신 들어 올린 도끼를 감았다. 대규는 착지한 뒤 체인 블레이드를 힘껏 잡아당겼다.

칼날이 불꽃을 내면서 녀석의 도끼와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우어어어……!”

암소로 변한 하토르가 괴성을 내질렀다. 분노의 함성이 피라미드의 내부를 울리며 천장과 벽에서 모래 먼지가 부스스 떨어지고 있었다.

힘 스킬을 발동시키며 칼을 쥔 손에 힘을 모아 순식간에 당겼다.

검신에 불꽃이 일어나자 후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놈의 손에서 도끼가 불길에 휩싸이며 허공을 맴돌며 떨어져 나갔다.

도끼를 빼앗긴 하토르는 투우장의 황소처럼 황금 뿔을 들이대며 거칠게 달려들었다.

투우사처럼 방패로 놈의 시야를 가리고 옆으로 피했다. 도움 발을 축으로 몸을 빠르게 회전하며 체인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촤르륵-

사슬이 늘어나며 대규를 지나쳐 돌진해 가는 놈의 머리를 휘감았다. 칼날이 불꽃을 일으키며 놈의 목으로 파고들었다.

붉은 피가 부글부글 끓으며 칼날이 파고든 목에서 터져 나왔다.

끄르륵-

몸에서 떨어져 나온 암소의 머리가 바닥에 뚫린 거대한 구멍으로 떨어졌다. 돌진하던 몸이 달리던 관성에 바닥을 구르며 벽에 처박혔다.

쿠구궁-

피라미드의 내부가 충격으로 흔들렸다.

[제1 피라미드의 시련을 무사히 끝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습득했습니다.]

[마나를 20 흡수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휴, 태양 원반을 일찍 빼앗았으니 망정이지.’

분명 하토르가 태양 원반을 머리에 지니고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해치우지는 못했을 것이었다.

보관함을 확인하자 그레이 젬스톤 5개가 들어 있었다. 아누비스를 물리쳤을 때와 똑같은 개수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스킬북!

대규는 빛나는 스킬북을 보관함에서 꺼내 들었다.

드디어 이곳 제2 타르타로스에서 새로운 스킬을 얻었다.

명당의 눈처럼 현실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책장의 앞표지를 봤다.

[근성]

표지엔 이렇게 딱 두 글자만 적혀 있었다.

표지를 넘겼다.

[근성을 습득하였습니다.]

[근성(무 등급): 패시브 스킬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능력이 강화됩니다. 신체능력 강화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능력에도 유효합니다.]

무 등급이란 등급은 처음 본다. 상, 중, 하급으로 되어 있거나, 일반, 희귀, 전설 등급은 봤어도 무 등급이라니.

‘등급이 없다는 건가? 그리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거기에 해당하는 능력이 강화된다고?’

자신이 본래 패시브 스킬로 지니고 있었던 요리 스킬과 비슷한 원리 같았다. 단지 요리 스킬은 요리에만 한정되어 있는데 이건 다른 분야의 능력에도 유용하단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보기 위해 공략집을 띄웠다.

<근성 스킬을 사용하면 좀 더 디테일하게 능력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달리기를 반복하면 주력(走力)이 강화되고 상대의 공격을 민첩하게 피하는 걸 반복하면 반사 신경이 강화됩니다.>

설명을 읽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경험치를 모아 레벨을 올리면 근력이나 민첩, 지능 같은 스탯이 오르고 그것만으로도 신체 능력은 어느 정도 강화된다.

그것만으로도 분명 충분하지만 레벨 업에 따른 스탯 상승으로 올릴 수 있는 능력의 수준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스킬을 사용하면 다르다.

달리기의 능력인 주력을 예로 생각해 보자.

대규의 현재 레벨은 30. 도약의 장화 같은 아이템의 도움 없이 순수하게 100m를 주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7초 정도다.

대규뿐만 아니라 레벨이 30인 모든 사람들은 그와 비슷한 기록을 낼 수 있다.

물론 이 정도 수준도 사기적이긴 하지만 근성 스킬을 이용해 달리기를 열심히 연마하면 똑같은 30레벨이라 할지라도 남들보다 더욱 빠르게 100m를 달릴 수 있게 된다.

그 말은 이 근성 스킬을 사용하면 자신이 올리고 싶은 능력을 세부적으로 디테일하게 나눠서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과 똑같은 레벨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월등한 능력을 지니게 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론 지금도 공략집이란 사기적인 아이템을 지니고 있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앞서가고 있긴 하지만 이 스킬마저 사용한다면 지금보다도 훨씬 강해진다.

‘게다가 더 탐나는 점은 신체 말고 다른 분야의 능력 강화에도 유효하단 거지.’

솔직히 현실로 돌아가면 주력이니 반사 신경이니 하는 월등한 신체 능력 같은 건 몬스터와 전투를 벌이는 이곳 타르타로스만큼 유용하게 쓰이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신체 능력을 키우는 것보다 사업을 더 확장하고 늘어난 지점들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특히 경영의 기술 같은 걸 습득하는 게 절실하다.

‘이 상태에서 근성 스킬을 사업이나 경영에 적용한다면 어떨까?’

식당 경영을 꾸준히만 하면 그 능력이 점점 좋아져 이름난 기업가들 수준의 경영 능력을 지니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또 능력이 강화되면 요리 스킬처럼 추가 효과가 생길지도 모르지.’

요리 스킬의 경우 상급으로 강화되자 실력 상승은 물론 입소문 양념을 제조할 수 있다는 특이한 능력이 생겼다.

다른 능력들 역시 근성 스킬로 단련시키면 나중엔 입소문 양념 같은 특이한 능력이 옵션으로 붙을지도 모른다.

물론 자신이 그만큼 열심히 반복해 단련시킨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결국 이 스킬의 이름 ‘근성’의 참된 의미는 강력해지기 위해선 그만한 근성을 보이라는 뜻이다.

대규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근성 하나는 자신 있었다.

자신이 가게를 차리기 위해 칠전팔기로 공부하며 아르바이트 했던 때를 떠올렸다. 힘들고 고됐지만 끈기와 근성으로만 버텼던 나날들이었다.

‘이건 나를 위한 스킬이다!’

무엇보다도 끈덕지게 노력한 만큼 능력 강화라는 보상이 돌아온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눈앞에 메시지창이 떴다.

[다음 층으로 이동할 피라미드를 선택하십시오.]

그래, 다음 층으로 올라가야지.

조금 있으면 꼭대기 피라미드의 마신의 눈이 또 파괴 광선을 발사할 것이다. 그 전에 얼른 이동해야 한다.

대규가 눈동자를 깜빡이자 눈앞에 다음 층의 피라미드들이 촤르륵 떴다.

다음 층의 피라미드들은 마신의 눈이 있는 꼭대기 피라미드 바로 아래에 있었다.

그 말은 앞으로 피라미드를 하나만 더 통과하면 마신의 눈과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일렬로 나열된 흑백의 피라미드들 중 한가운데 피라미드만이 황금빛으로 빛났다.

‘그나저나 마신의 눈을 파괴하기 위한 도구는 비어 있는 펜던트와 태양 원반이 전부인가, 아니면 다음 피라미드에도 뭔가가 있는 건가?’

지금으로선 알 수 없었다.

어쨌든 빨리 이동하는 게 좋겠다.

피라미드를 선택하자 눈앞에 동그란 포탈이 생겼다.

대규는 그 안으로 발을 넣었다.

* * *

곧 도착한 세 번째 피라미드는 단조로운 석실이었다.

관이나 벽화도 없는 석실로 벽에는 횃불 몇 개만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석실 바닥엔 사막처럼 모래들이 수북이 쌓여 있었는데 걸을 때마다 장화를 신은 발이 푹푹 빠질 정도였다.

휘이잉-

피라미드 안에 들어와 있는데도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모래가 휘날려 눈앞을 가렸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더니 이제 작은 폭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으앗!”

외마디 비명이 대규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발을 딛고 서 있던 모랫바닥이 서서히 언덕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깜짝 놀라 도약의 장화로 점프한 뒤 석실의 벽을 딛고 구석으로 물러났다.

우수수수수-

모래들이 사정없이 떨어지며 거대한 무언가가 바닥에서 솟아올랐다. 그것은 인간의 얼굴에 사자의 몸통을 한 거대한 괴물이었다.

괴물을 바라보자 공략집이 떠올랐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스핑크스(Sphinx)

보상: 마신의 눈의 시련에 도전할 수 있다, 파라오의 헤카

특징: 이집트의 고대 괴물로 마신의 눈이 있는 거대 피라미드를 지키고 있으며 수수께끼를 내고 맞힌 인간만 피라미드로 통과시킨다.

스킬: 수수께끼-난해한 수수께끼를 내고 인간들에게 혼란을 유발한다.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내면 공략집이 해답을 제시합니다.>

그와 동시에 시련의 시작을 알리는 메시지창도 떠올랐다.

[제3 피라미드의 시련이 시작됐습니다.]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히십시오.]

[시련의 보상: 파라오의 헤카를 받고 마신의 눈에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스핑크스가 주는 보상은 시련의 보상에 적힌 보상과 똑같다.

파라오의 헤카는 뭘까.

공략집을 본다.

<파라오의 헤카>

<이집트의 파라오가 들고 있는 마력이 깃든 갈고리 모양의 지팡이. 마신의 눈을 파괴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다.>

저걸 얻기 위해 공략집이 이 피라미드로 안내한 것 같았다.

여태까지의 피라미드에서도 마신의 눈을 파괴하는 도구인 비어 있는 펜던트와 태양 원반을 얻었다.

하지만 특이한 건 평소 몬스터의 전투 능력을 세세하게 알려 줬던 공략집이 이 스핑크스에 대해서만큼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단지 수수께끼를 맞힌 인간만 피라미드를 통과시켜 준다는 설명만 있다.

심지어 아래쪽에 항상 떠올랐던 몬스터에 대한 공략 등급이나 공격력 상승도 없고 약점 영상을 보겠느냐고 물어보는 창도 없었다.

그 대신 수수께끼를 내면 해답을 제시한다는 창이 있었다.

대규는 천천히 스핑크스에게 다가갔다. 대규를 발견한 스핑크스가 얼굴을 코앞에 들이밀며 입을 열었다.

“필멸자인 인간 주제에 불멸자인 이 몸이 있는 곳까지 오다니… 제법이로군.”

입을 움직일 때마다 모래가 한 바가지씩 우수수 떨어지는 바람에 대규는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것보다 저 스핑크스의 말투가 상당히 비호감이다.

필멸자인 인간 주제에, 란 표현에서 인간을 하찮게 보는 것 같은 거만한 기운이 팍팍 느껴졌다.

대규는 스핑크스를 똑바로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빨리 수수께끼나 내라.”

“필멸자 주제에 참으로 건방진 태도군.”

휙!

스핑크스의 거대한 앞발이 대규를 향해 빠르게 날아왔다. 피할 틈도 없이 급하게 방패를 들어 막았다.

하지만 앞발은 방패를 때리는 대신 바로 대규 코앞의 바닥을 거세게 때렸다.

쿠구궁-!

그 바람에 바닥에 쌓여 있던 모래들이 온몸을 덮쳤다.

“콜록, 콜록!”

모래를 뒤집어쓴 대규가 기침을 했다.

스핑크스는 더 이상 공격해 오지 않고 재미있다는 듯 대규를 바라보기만 했다.

저 태도를 보아하니 녀석은 다른 마신들과 달리 전투를 벌일 생각은 없어 보였다. 게다가 설사 녀석과 싸움을 한다 해도 이쪽이 이기리란 보장이 없다.

조금 전 앞발 일격으로 느껴진 파워의 차이는 너무 압도적이었다.

공략집이 평소처럼 몬스터의 공격 영상이나 전투 약점이라도 알려 준다면 모를까. 하지만 공략집도 잠잠한 걸로 봐서 녀석은 확실히 전투형 몬스터가 아닌 것 같았다.

빨리 녀석이 내는 수수께끼를 푸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간 녀석아, 수수께끼를 풀고 싶으면 이 몸께 한껏 예의를 갖춰라.”

녀석이 더럽게 건방지고 오만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

그때 스핑크스가 귀찮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이거 또 인간 녀석들이 잔뜩 몰려오는군.”

스스슥-

대규가 서 있는 곳 옆쪽에 동그란 포탈이 열렸다.

그곳에선 아홉 명의 사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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