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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45화 (45/294)

# 45

45화. 진리의 저울(2)

쩌저억-

동상의 표면이 갈라지면서 모습을 드러내는 형상. 키는 2미터를 훌쩍 넘어 3미터에 가까웠고, 한 손엔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휘감겨 있는 장창을 들고 있었다.

인간의 몸에 까만 자칼의 머리를 한 수인. 이집트 벽화에서 튀어나온 것같이 생겼다.

쿵쿵쿵.

아누비스가 걸을 때마다 석실이 진동하며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으으으…….”

대호가 칼을 쥔 채 신음 소리를 냈다. 그의 몸은 마구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대규는 떨지 않았다.

상대의 능력이나 위력은 모르지만 자신에게는 공략집이 정보도 알려줄 것이고, 아이템들도 젬스톤으로 한 단계 성장을 시켜 놓은 상태다.

긴장도 되고 입안이 버석하게 마르고 있었지만 자신의 아이템과 공략집을 잘 활용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누비스가 그들을 쳐다봤다.

“…….”

까만 자칼의 머리 아래 붉은 눈동자가 빛났다.

공략집이 눈앞에 떴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아누비스(Anubis)

보상: 높은 경험치와 마나, 낮은 확률로 희귀 아이템이나 그레이 등급 젬스톤 드롭

특징: 이집트의 죽음의 신. 제2 타르타로스 마신의 피라미드 중 하나를 소유하고 있으며 저울을 통과하지 못한 자들을 처단한다. 뛰어난 창술을 지니고 있다. 죽음의 기운으로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죽음의 기운에 생명력을 빼앗기면 미라가 된다.

스킬: 죽음의 기운(패시브)-공격 시 권(拳)이나 무기에 죽음의 기운으로 상대의 생명력을 흡수한다. 죽음의 기운에 생명력을 다 빼앗기면 미라가 되어 아누비스의 군인이 된다.

순간 이동-순간적으로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한다. 마나 20.

죽음의 군대 호령-미라로 이뤄진 죽은 자들의 군대를 지휘한다. 마나 50.

<아누비스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아누비스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아누비스로부터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아누비스의 약점을 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Yes!

아누비스의 공격양상과 약점 등이 영상으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공략집의 영상을 보며 제대로 공략을 짜기 위해 흑린갑의 투명화를 발동시켰다.

스스슥-

대규의 몸이 석실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어어, 형님?”

당황한 대호가 주변을 둘러보며 외쳤다.

“형님, 어디 계십니까!”

하지만 대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 대체 어디 간 거야! 씨발!

아누비스가 대호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대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석실을 마구 둘러보며 소리쳤다.

“혀, 형님! 김대규! 씨발! 어디 갔어!”

대규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바로 본색을 드러내는 녀석.

형님은 얼어 죽을.

“비겁한 새끼야! 혼자 도망쳤냐? 개씨발 새끼…….”

대호는 대규를 향해 온갖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대규는 입가에 조소를 흘리며 석실 구석에서 그런 대호를 바라봤다.

공략집을 안전하게 잘 숙지하기 위해 발동시킨 흑린갑의 투명화 옵션 때문에 이대로 가면 대호와 아누비스가 일대일 전투를 벌이게 될 것이다.

이거 일석이조일 수도 있겠는데.

방금 본 아누비스의 공격 영상은 레벨 11짜리 최대호가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연히 대호는 아누비스를 상대하다 죽을 확률이 높았다.

‘내가 처단하는 게 솔직히 좀 꺼림칙했는데… 그냥 저 자식이 아누비스랑 전투를 벌이다 죽게 놔둘까?’

굳이 자신의 손을 저 자식의 피로 더럽힐 필요도 없고.

아누비스는 대호를 바라보며 창대를 들이밀었다.

“으으…….”

대호는 겁에 질려 뒷걸음질 치며 미친 듯이 오른손의 파워 소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아누비스는 전혀 주춤하는 기색 없이 계속해서 다가왔다.

창끝에는 어두운 기운이 안개처럼 서려 있었다.

휙-

날카로운 창두가 머리를 향해 날아왔고, 대호는 가까스로 피했다.

창 주변의 어두운 기운이 살짝 몸에 닿았지만 그래도 찔리지는 않았다.

‘씨, 씨발… 갑자기 왜 이렇게 힘이 쭉 빠지지?’

아누비스가 다시 창을 휘둘렀고, 대호는 몸을 굴려 몇 번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 분명 공격은 무사히 피했는데 몸은 아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호흡도 가빠졌고.

“씨발… 이거 왜 이래… 헉!”

상태창을 보니 생명력이 100이나 깎여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대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며 아누비스를 바라보았다. 아누비스의 창끝에 서린 어두운 기운이 이젠 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규는 석실 구석에서 아누비스의 어두운 창두를 가만히 바라봤다.

‘죽음의 기운!’

공략집 영상에 따르면 아누비스의 창끝에서 피어오르는 어두운 기운은 ‘죽음의 기운’이란 일종의 흑마법이었다.

아누비스와 전투를 벌이는 상대방은 저 기운에 닿기만 해도 정기를 빼앗기고 생명력이 서서히 깎이게 된다. 생명력이 마침내 빈사 상태에 이르면 미라처럼 바싹 말라죽는다.

공략집이 알려 준 정보에 따르면, 이 석실의 벽에 일렬로 진열된 이집트 관 속에는 죽음의 기운에 먹혀 미라가 되어 버린 희생자들이 들어 있다고 했다.

대호는 도망치며 보관함에서 회복 포션을 꺼내 급하게 들이켰다.

‘씨발, 그래도 내가 저 까만 개새끼의 공격을 계속 피하고 있긴 하잖아. 이거 이런 식으로 생명력을 회복하면서 기회를 노리면 승산이 있을지도……?’

들려오는 대호의 속마음을 들은 대규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건 아누비스의 진짜 실력이 아니다.

공략집으로 본 아누비스의 공격 영상은 지금 대호를 상대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몸동작과 창술이 훨씬 날래고 위협적이었다. 창두 끝에도 지금보다 몇 배는 힘이 실려 있었다.

지금 아누비스는 대호를 갖고 놀고 있는 것이다.

맹수가 사냥감을 갖고 놀 듯이.

멍청한 대호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누비스를 도발하기 시작했다.

“야! 이 까만 개새끼야! 왈왈 짖으며 덤벼 봐라!”

“…….”

아누비스는 가만히 대호를 바라보았다.

그때 아누비스의 몸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으엉?”

어느새 대호의 등 뒤에 서 있는 아누비스.

푹-!

날카로운 창두가 대호의 오른쪽 대흉근을 뚫고 나왔다.

“끄아아아악!”

대호의 손에 있던 파워 소드가 바닥에 떨어졌다.

창두에서 흘러나온 죽음의 기운이 대호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미라처럼 바싹 말라가기 시작했다.

“사, 살려 줘…….”

순식간에 피골이 상접해진 대호의 얼굴이 대규의 눈에 들어왔다.

“살려 줘, 제발…….”

제길.

대규는 고개를 돌려 녀석의 얼굴을 외면했다.

녀석이 꼭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녀석의 속마음이 들렸다.

‘크으으… 씨발… 내, 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그때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다. 대호의 목소리가 아니라 알 수 없는 굉음이 귀에서 웅웅거리기 시작했다.

대호가 어렸을 때부터 살아온 인생이 비디오처럼 눈앞에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가 느끼는 감정이 통째로 자신에게 전해져 왔다.

고아원에서 자라며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주변 사람들에게 학대받고 자랐던 어린 시절의 최대호.

결국 주변인들의 학대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시작했다가 깡패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깡패로 살아오길 15년.

그간 많은 사람들에게 온갖 나쁜 짓을 하고 다녔다.

가출한 어린 여자들을 꾀어 매매업소에 팔아넘긴 일, 사채에 몰린 사람들을 찾아서 협박하고 폭행해서 장기를 팔아넘긴 일, 상대 조직의 행동 대장을 청부 살해한 일 등등,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깨달았을 땐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어 버렸다.

밀려드는 자책감과 후회감을 이기기 위해 더욱 맹렬하게 발악하듯 나쁜 짓을 해댔다.

‘크윽… 빌어먹을… 이제야 조직의 정점에 서서 활동하려고 했는데. 괜히 김대규 그 자식에게 복수하겠다고 쫓아와서 이렇게 개죽음을 당하다니. 김대규 빌어먹을 개새끼! 내가 죽어서라도 그 새끼는 잊지 않겠다. 으으으…….’

대호는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김대규! 이 씨발 새끼야! 크헉… 숨어 있으면 잘 들어라. 내가 죽어서라도… 크헉……!”

쿵.

말도 마치지 못한 채 그가 쓰러졌다.

눈을 부릅뜬 채 죽어 있는 대호의 얼굴은 미라처럼 바싹 말라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거칠고 힘든 인생의 모습을 보면서 조금은 그에게 동정심이 잠시 들기는 했다. 하지만 녀석의 인생이 불쌍하다고 해서 놈이 저지른 악행이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타인의 고통과 목숨 따위는 벌레 취급하는 녀석을 도와주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호시탐탐 나의 뒤를 노리는 놈을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최후도 오히려 분에 넘치는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남은 건 자신과 아누비스.

저 죽음의 신을 죽이고 다음 피라미드로 신속히 이동해야 한다. 마신의 눈이 다시 파괴 광선을 발사하기까지는 1시간도 채 남지 않았다.

대규는 투명화를 풀고 아누비스에게 달려들었다.

갑자기 등장한 대규의 모습에 놀란 아누비스는 대호의 몸에서 급하게 창을 빼낸 뒤 순간 이동으로 대규 앞에 다가왔다.

휘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창두.

확실히 대호를 상대할 때보다 빨랐다.

텅!

대규는 네메시스의 방패를 들어 창을 막았다.

그 순간 창두에 서려 있던 죽음의 기운이 사라졌다. 아누비스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손가락에 낀 닥튈로이의 반지가 빛나고 있었다.

반지의 저주 해제 효과!

아무래도 죽음의 기운은 저주 계열의 흑마법인 것 같았다. 젬스톤을 먹여 성장시켜 놓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아누비스가 뒤로 물러났다.

순간 곧게 뻗어 있던 창대가 파도처럼 일렁이더니 가로로 움직였다.

예상치 못한 움직임.

팟!

대규 역시 도약의 장화로 멀찌감치 떨어졌다.

하지만 어느새 대규의 코앞으로 순간 이동해 온 아누비스.

휘릭-

휘리릭-

창의 움직임이 유연하게 계속 이어졌다.

공략집의 영상대로였다. 물이 흐르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유연히 움직이는 창의 공격. 녀석의 순간 이동까지 더해지니 정말로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열심히 창의 공격을 체인 블레이드로 막아냈지만 결국 창날이 팔뚝 안쪽을 스치고 들어왔다.

촤악-

‘젠장, 이건 못 피한다.’

촤르륵-

꼼짝없이 당한 줄 알았는데 흑린갑의 비늘들이 꼿꼿하게 곤두서서 창날이 살 안으로 파고들어 오지 못하게 막았다.

물론 고통은 느껴졌다.

대규는 뒤로 물러났다.

쉴 새 없이 파고드는 저놈의 창날 움직임을 봉쇄해야 한다.

체인 블레이드를 체인화시켜 창을 향해 휘둘렀다.

휘리리릭-

길게 늘어난 체인 칼날이 창대를 뱀처럼 휘감았다.

“……!”

아누비스는 힘을 줘 창대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힘이라면 이쪽도 지지 않는다.

대규 역시 체인 블레이드의 손잡이를 있는 힘껏 당기며 외쳤다.

“힘이여, 솟아라!”

스킬이 발동되면서 근육이 팽창되었다. 있는 힘을 다해 검의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얼마 후 서서히 녀석의 몸 전체가 이쪽으로 천천히 끌려왔다.

팟!

아누비스가 창을 놓아 버린다.

그 바람에 대규의 몸이 뒤로 기우뚱 움직였다. 하마터면 뒤로 자빠질 뻔했다.

대규는 아누비스의 창대가 감긴 체인 블레이드를 자기 쪽으로 가져왔다.

이제 녀석의 창을 빼앗았으니 이쪽이 훨씬 유리해졌다. 대규는 왼손에 녀석에게 뺏은 창을 쥐고 오른손엔 검신화시킨 체인 블레이드를 쥐었다.

그때 아누비스가 고개를 쳐들고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꼭 보름달이 떴을 때 늑대들이 우는 울음소리 같았다.

벌어진 자칼의 주둥이 사이로 어두운 안개가 흘러나왔다. 안개는 석실 벽에 세워진 관들 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탁탁탁!

일렬로 세워져 있던 관들의 뚜껑이 동시에 열렸고 그 안에 누워 있던 바싹 마른 미라들이 대규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미라들의 손엔 각자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으으으…….”

바로 옆에서 기이한 신음 소리가 들렸다.

미라 상태로 죽었던 대호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으으… 그으으…….”

미라로 변한 대호가 파워 소드를 들고 대규에게 달려들었다.

대규는 도약의 장화로 훌쩍 점프해 제단 위의 저울 꼭대기로 올라갔다.

미라 군단이 개떼같이 석실을 메우고 있어 흑린갑의 투명화는 별 소용이 없었다. 저울 위에 올라가서 녀석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벌고 공략집을 보는 편이 나았다.

미라들 중에서도 가장 선두에 선 대호가 저울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대규는 녀석을 보며 공략집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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