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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38화 (38/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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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화. 나도 건물주 (4)

일주일 동안 장사는 호황이었다.

진희가 주방에서 일을 잘해서 음식도 빨리빨리 완성됐고, 그 덕에 매출도 1,500만 원대를 달성했다.

일주일 후 부동산의 중개인에게 연락이 왔다.

“건물주가 10억에 오케이했습니다.”

역시!

대규는 브레이크 타임에 부동산에 가서 계약금 1억 원을 준 뒤 계약을 완료했다.

잔금은 한 달 뒤에 준다고 하자 건물주가 알았다고 했다. 그동안 가게 인터리어를 공사하고 장사를 하는 것도 허락해 줬다. 속마음을 들어 보니 들어오는 상인마다 망해 나간다는 소문에 무슨 악재가 꼈다며 질려 있었다. 물론 겉으로는 이민을 가려고 한다는 둥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았지만 뭐 자신은 원하는 가격에 샀으니 그가 거짓말하든 안 하든 상관없었다.

기존의 탕꼬에선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만 장사하기로 했다.

계약금을 마련하는 기간 동안 지켜본 결과 진희는 일을 참 열심히 했다. 상민과 진섭, 친구들도 이젠 일을 척척 능숙하게 했고.

‘진희와 상민이한테 기존 가게를 맡길까?’

기존 탕꼬를 그들에게 맡기고 자신은 진섭과 다른 직원들과 새 가게에서 장사를 한다. 물론 새 가게 오픈 전까지 주방 보조들과 서빙 직원들을 추가로 뽑아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고.

공사니 인력이니 이것저것 준비하면 일주일은 더 지나야 오픈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건물에서 장사를 하게 되다니! 꿈만 같다.’

하지만 오픈 전까지는 기존 가게에서 열심히 장사를 해야지.

계약을 마치고 가게로 돌아온 대규는 진희와 상민, 진섭, 다른 친구들에게 새 가게 오픈 계획에 대해 말했다.

건물을 매입했단 말에 친구들이 놀라서 소리쳤다.

“우와! 대박, 너 이제 건물주 된 거야?”

“축하한다! 짜식! 진짜 성공했네.”

“근데 너 무슨 돈이 있어서?”

대규는 차분하게 중개인에게 들었던 설명을 친구들에게 간략하게 해 줬다.

“요즘 제 돈 주고 건물 사는 사람 없어. 건물 값 10억 중 7억은 대출받은 융자야. 그리고 나머지 3억 중에서 1억을 일단 계약금으로 걸었고, 나머지 2억은 한 달 뒤에 주기로 한 거지. 건물주가 다행히 좋은 사람이라 잔금 치르기 전에 사용해도 된다고 허가해 줬어.”

그러자 친구들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방법이 있다니! 난 처음 듣는다. 그니까 1억 원에 10억짜리 건물을 산 거지? 대박이네!”

“김대규 이 자식, 아니 사장님, 요리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머리도 좋다!”

“아니, 근데 10억짜리 건물에 7억이나 대출을 해 줘?”

“시세는 15억인데, 전 건물주가 돈이 급했는지 10억에 넘기는 거야.”

애들한테 공략집이나 명당의 눈에 대해 얘기할 수는 없어서 이래저래 둘러댔다.

“이야, 너, 아니 사장님, 수완도 엄청 좋아요. 이러다가 요식업계 재벌 되는 거 아냐?”

“자자, 빚 갚아야 하니까 그만 얘기하고 부지런히 장사 준비합시다.”

빚이 7억이지만, 괜찮다. 더 커진 가게에서 장사하면 빨리 갚아 나갈 수 있을 테니까.

상민은 진희와 같이 기존 가게에 남을 수 있게 됐다는 얘기를 듣자 표정이 아주 밝아져서 이렇게 말했다.

“대규야, 나 진짜 탕꼬에서 평생 일할게. 내 뼈를 묻을게.”

그날 저녁 장사를 일찍 마치고 직원들과 축하 회식을 했다.

탕수육 치킨을 배 터지게 먹고 있는데 진희가 폰을 내밀며 말했다.

“사장님, 이것 좀 보세요.”

SNS 페이지 검색창에 탕꼬가 검색어 자동 완성이 된다!

“SNS에선 이미 사장님 유명인사예요. 탕꼬도 유명 맛집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검색어 자동 완성 말고도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갔으면 좋겠다. 박 주부는 한창 잘나갈 때 검색 순위에 항상 떴던 것 같았는데.

아직 그건 너무 머나먼 일인가.

아니지. 건물을 옮겨서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일단 가게 오픈 전까지 열심히 장사를 하자!

이튿날도 대규는 주방에서 진희와 함께 열심히 탕수육을 튀기고 있었다.

가게는 물론 항상 만석이었다.

진희랑 같이 요리를 하니까 확실히 속도가 붙었다. 입소문 양념은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 뒀다.

“휴, 점심 타임 마감입니다!”

브레이크 타임이 오자 숨을 돌리며 땀을 닦았다. 그러자 상민이 주방에 와 앞치마를 척 걸쳤다.

상민은 그때 라면으로 칭찬받은 이후 계속 자기가 점심때마다 요리하겠다고 떼를 썼다. 물론 만들어진 음식은 거지 같았지만 대규는 말리는 대신 그가 완성한 요리에 몰래 입소문 양념장을 한 스푼씩 넣어 줬다.

완성된 요리를 들고 홀로 나가는 상민.

친구들은 열심히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진희 역시 맛있게 먹다가 자신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는 상민을 보고는 이렇게 물었다.

“오빠는 안 드세요?”

“으응, 먹어야지. 너 먼저 먹어.”

그때 들리는 느끼한 속마음.

‘진희야~ 난 네가 먹는 거만 봐도 배가 빠방하게 불러.’

웩.

그런데 저 두 사람, 요즘 장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신경을 못 썼는데 예전보다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았다.

그때 가게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문을 여니 20대의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

“여기 혹시 사장님 계신가요?”

“전데요.”

그러자 여자가 꾸벅 인사를 하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맛집 특공대’의 작가 한시현이라고 합니다.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신가요?”

“예. 그런데요?”

“사장님 가게를 촬영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진희가 라면을 먹다 말고 큰 소리로 외쳤다.

“맛집 특공대라구요? 대애애박!”

대규 역시 놀라서 눈동자가 커졌다.

맛집 특공대란 저녁 시간 골든타임에 방영되는 TV 프로그램으로 전국의 맛집을 소개하는 아주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요즘엔 돈을 받고 홍보용으로 방송해 주는 맛집 프로그램이 대다수라서 시청자들은 보통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잘 신뢰하지 않지만, 이건 달랐다.

일단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난 맛집을 뽑은 뒤 촬영 결정 전에 엄중한 평가단을 손님으로 가장해 가게에 보낸다. 그리고 평가단은 음식을 먹으며 자체적으로 1차 평가를 한다.

그 평가는 엄격하고 신중하기로 소문이 나 있었다. 게다가 평가 이후 선정된 맛집들만 골라 촬영하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아주 신뢰도가 높았다.

여기에 나온 맛집은 ‘믿고 먹는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우리 탕꼬가 뽑혔다니!

게다가 이렇게 촬영이 확정됐다는 건 그 엄격하기로 유명한 평가단이 만족했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 탕꼬가 출연하게 되면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유명해질 것이다. 지금은 SNS와 신촌 일대에서 유명하지만 이 방송은 전국구 수준이니까.

“예, 하겠습니다!”

그러자 한시현 작가는 이것저것 설명하면서 큐시트를 보여 주고 대규에게 물었다.

“촬영은 언제가 괜찮으신가요?”

“아, 혹시 일주일 뒤에 가능한가요? 저희가 가게를 옮기거든요.”

“가게를 옮긴다구요?”

“예. 이곳이 너무 좁고 낡아서 새로 가게를 오픈하려구요. 멀리 가는 건 아니고, 저쪽 골목에 있는 건물을 통째로 식당으로 오픈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러자 한시현 작가는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데요! 안 그래도 여기 너무 좁아서 카메라 촬영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그런 거면 저희 쪽에서도 땡큐죠. 확실히 이 가게 좁은 것도 좁은 거지만 너무 낡았고 위험해 보이기도 하네요.”

나이스.

속으로 좋아하고 있는데 한시현 작가가 이렇게 덧붙였다.

“사장님, 차라리 새 가게 오픈 날에 맞춰서 촬영하는 게 어때요? 그럼 더욱 소문도 빨리 돌고 이슈도 크게 될 것 같아요.”

오호, 그게 훨씬 좋겠는걸?

* * *

대망의 새 가게 오픈일이 다가왔다.

인테리어와 내부 공사는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주일 동안 대규는 장사하랴, 오픈 준비를 하랴 정신이 없었다. 장사를 끝낸 뒤 새벽에는 준 빌딩에 와서 오픈 준비를 하고 몇 시간 새우잠을 자다가 다시 장사를 하러 탕꼬로 갔다.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놈의 공략집은 그런 분신술 능력은 안 주나.

주방 보조도 다섯 명 추가로 더 뽑았다. 진희가 학교 교수님께 부탁해서 조리학과의 괜찮은 인재들을 보내 달라고 하니 바로 보내 줬다. 여러 명의 사람이 찾아왔지만 공략집의 속마음을 듣는 스킬을 이용해 최대한 성실하고 근면한 사람들 위주로 뽑았다.

오픈 날은 일찍부터 정신이 없었다.

방송국 카메라 촬영 팀에다가 손님들도 북적거렸다.

심지어 거리의 사람들까지 주목했다.

“저게 뭐야?”

“촬영하나 본데?”

“맛집 특공대래! 대박!”

“우리도 가 보자!”

대규가 촬영용 메이크업을 받은 뒤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데 진희가 다가와 말했다.

“사장님, 메이크업 받으니까 훨씬 잘생겨 보여요!”

“진희야, 나는?”

메이크업을 떡칠한 상민이 그녀에게 물었다. 상민의 얼굴은 귀신처럼 하얗고 입술은 쥐 잡아먹은 듯 뻘겠다.

그때 가게 앞에 벤이 멈췄고, 유명 여성 리포터가 내렸다. 상민이 리포터를 알아보고 외쳤다.

“정아름이잖아! 대박이다!”

입을 떡 벌리고 좋아하는 상민을 보며 진희가 툴툴거렸다.

“흥. 실물로 보니까 별로인걸. 난 왜 사람들이 정아름 예쁘다고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더라~”

진희의 새침한 목소리를 듣자 상민이 그제야 이렇게 말했다.

“에이, 그래도 우리 진희가 훨씬 예쁘다!”

“됐거든요?”

꽁냥꽁냥 투탁거리는 그들을 보며 대규가 물었다.

“뭐야, 너네?”

그때 촬영 팀의 목소리가 들렸다.

“촬영 들어갑니다!”

큐 사인이 들어가자마자 리포터 정아름이 마이크를 들고 입을 열었다.

“네~ 여기는 요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촌의 탕수육 치킨집 탕꼬인데요…….”

그녀의 낭랑한 목소리가 가게에 울려 퍼졌다.

“뭐야? 씨발, 왜 이렇게 길이 막혀.”

도형은 대로의 스포츠카에서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사고라도 난 건가. 젠장.

중간 골목에 사람들이 구름 떼처럼 바글바글 몰려 있는 게 보였다.

차에 내려서 골목으로 향했다.

김대규 새끼 가게는 아닌 것 같았다. 저곳은 자신의 건물이 있는 골목이 아니다.

카메라에 리포터의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맛집 프로그램 촬영인 것 같았다.

‘정아름 아니야? 존나 예쁜데……. 근데 여기 대체 무슨 가게야?’

간판을 본 도형의 눈동자가 커졌다.

“탕… 꼬?! 씨발, 말도 안 돼…….”

자신의 건물에 있던 탕꼬가 왜 이곳에 있단 말인가!

도형은 몰려 있는 사람들을 마구 헤치고 들어가며 소리쳤다.

“야, 김대규! 이게 대체 어떻게…….”

그러자 촬영 팀 사람들이 도형을 막으며 소리쳤다.

“이 자식, 뭐야?”

“못 들어오게 막아!”

“카메라! 잠깐 멈춰 주세요!”

촬영은 잠깐 중단됐고, 도형은 스태프들에게 밀려났다. 밀려나면서도 그는 바락바락 소리쳤다.

“이 개새끼들, 내가 누군지 알고!”

소란을 듣고 나온 대규가 도형을 보고 말했다.

“사, 사장님?”

“김대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러자 한시현 작가가 대규에게 물었다.

“대규 사장님, 이 사람은 대체 누구죠?”

“아, 제 옛날 가게 건물의 주인입니다.”

도형은 스태프에게 팔을 잡힌 채 침을 튀겨 가며 소리쳤다.

“대체 어떻게 된 거냐니까! 이 건물은 또 뭐고?”

대규는 도형 쪽으로 걸어가 눈을 마주보며 똑바로 말했다.

“제 건물입니다.”

“뭐? 어디서 뻥을 치고 자빠졌…….”

“저 앞 부동산 가서 물어보세요.”

대규의 눈빛에 눌린 도형은 잠깐 주춤했다.

말도 안 된다. 이 새끼가 건물을 사?

심지어 이 건물은 자신이 소유한 기존 탕꼬의 건물보다 훨씬 좋아 보였다.

‘빌어먹을! 얼마 전만 해도 장사도 졸라 안 돼서 빌빌대던 새끼가…….’

“걱정하지 마세요. 계약 기간 동안 그곳에서도 계속 장사는 할 거니까요. 그럼 전 바빠서 이만.”

대규는 짧게 말을 마치고 가게로 들어가 버렸다.

“씨, 씨발… 야! 김대규!”

“저기요. 촬영 방해되니까 좀 비켜 주시죠? 예?”

덩치가 산만한 남자 스태프 한 명이 도형에게 위협적으로 걸어오며 말했다.

“이, 씨발, 내, 내가 누군지 알고……!”

어느새 도형의 몸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대로까지 뒷걸음질 쳐 온 도형은 자신의 차에 들어가 인상을 있는 대로 구겼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저 자식이 진짜로 건물주가 됐다고?

얼마 전부터 알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갑자기 저 자식의 가게가 대박이 나질 않나, 밀린 월세도 며칠 만에 갚아 버리질 않나.

도형은 질투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벌레만도 못하다고 생각했던 자식이 저렇게 승승장구하는 꼴을 보니 오장육부가 뒤틀릴 것 같았다.

그는 차의 핸들을 있는 힘껏 쾅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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