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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32화 (32/294)

# 32

32화. 헤파이스토스의 모루 (2)

재료가 드디어 공개됐다.

치명적인 독. 저건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다. 전에 차원의 틈 두 번째 히든 미션을 하면서 추출해 놨던 케르베로스의 독이 있다. 혹시 몰라 넉넉하게 추출해 보관함에 넣어 뒀는데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보관함에서 케르베로스의 독을 꺼내 모루 위에 올려놓았다.

뜨거운 용암은 어떻게 할까.

그러고 보니 이곳은 화산의 용암석으로 만들어진 동굴이었다. 용암이 어딘가에 있을 법도 했다.

부글부글.

액체가 걸쭉하게 끓는 소리가 들렸다. 저쪽의 대장간 장비들 아래 거대한 화로가 보였다. 그리고 그 밑에는 시뻘건 용암이 부글부글 소리를 내며 끓고 있었다.

용암의 열기로 작동되는 화로인 것 같았다.

대규는 화로 쪽으로 다가갔다. 용암의 열기에 얼굴이 후끈했다. 옆에는 마침 강철로 만들어진 커다란 국자 같은 기구가 있었다.

그 국자로 용암을 가득 펐다.

치이익-

뜨거웠지만 닥튈로이의 반지 마력 저항 덕분에 견딜 만했다. 국자를 모루에 올려놓았다.

이젠 뼈와 힘줄, 그리고 송곳 이빨 차례다.

‘흐음, 저것들을 대체 어디서 구한다?’

그때 쓰러져 있는 클리티오스의 사체가 보였다.

입술 사이로 드러난 녀석의 송곳니는 엄청나게 날카롭고 뾰족했다. 저 정도면 충분히 위협적인 화살촉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녀석의 거대한 몸을 움직이는 힘줄 역시 질기고 튼튼할 것이다. 뼈가 단단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테고.

최상의 재료잖아.

대규는 사체 쪽으로 다가가 일단 송곳니부터 뽑았다.

“흐아압!”

양손으로 누런 송곳니를 쥐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이빨은 뿌리가 깊은지 잘 빠지지 않았다.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쑤우욱-

얼마 후 천천히 빠져나오는 송곳니. 뿌리 부분이 엄청나게 길었다. 이 이빨 하나만으로 칼 하나는 거뜬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송곳니를 모루에 올려놓고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힘줄과 뼈 차례다.

인체 해부를 배운 적은 없지만 식당을 운영하면서 닭고기 발골은 질릴 만큼 해 봤다. 그는 곧 힘줄과 뼈를 성공적으로 발라냈다.

“됐다!”

마지막으로 모루에 그레이 등급 젬스톤 1개를 올려놓았다. 이거 최소 1,000만 원의 가치를 하는 무기란 거잖아.

곧 메시지창이 떴다.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을 만들 재료들이 모두 구비됐습니다. 무기를 제작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모루가 무기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우선 활을 만들 재료들이 허공에 두둥실 떠올랐다. 곧 그레이 젬스톤에서 빛이 나며 주변에 투명한 막 같은 게 형성됐다. 꼭 비산의 결계를 썼을 때처럼.

막 안에서 재료들이 마구 뒤섞이기 시작했고, 황금빛이 발산됐다.

얼마 후 막과 빛은 사라졌고, 단단한 활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클리티오스의 활이 성공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활을 손에 쥐자 메시지가 떴다.

[클리티오스의 활(희귀)]

[클리티오스의 뼈와 힘줄로 만들어져 내구력이 좋습니다. 첫 발의 적중률은 100%입니다. 10발의 화살마다 적용됩니다.]

첫 발은 무조건 맞고, 나머지 9발은 사용자의 실력에 좌우되는 모양이었다. 일단 활을 쏴 본 적이 없는 대규도 첫 발은 무조건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다음엔 화살 차례였다. 역시 재료들이 허공에 떠올랐고, 막과 빛이 형성됐다 사라졌다. 그 자리엔 날카로운 화살 다섯 개가 생겨났다.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이 성공적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화살을 손에 쥐자 메시지가 떴다.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전설)]

[아폴론이 헤라클레스에게 선물한 화살로 강력한 독을 품고 있습니다.]

“이야~”

대규는 모루 위에 놓인 활과 화살을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활은 자신이 발라낸 뼈와 힘줄로 만들었다는 걸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몹시 잘 제련된 상태였다.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누런 송곳니는 은빛의 날카로운 화살촉으로 변했다. 용암을 먹여서 그런지 촉에서 발산되는 열기가 그의 얼굴까지 전해졌다.

“좋았어.”

대규는 활과 화살을 보관함에 넣었다. 모루도 보관함에 넣으려고 하는데,

잠깐만.

혹시 이 모루로 새로운 무기나 장비를 직접 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공략집의 설명으로는 제작도 가능하다고 한 것 같았다.

그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보레아스의 검을 봤다. 냉기 공격에 민첩까지 높여 줘서 지금까지 아주 유용하게 쓴 검이었다.

이 검이 아니었다면 몇 번쯤 목숨이 위험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열심히 휘두른 탓에 여기저기 날이 상해 있고, 흠집도 나 있었다.

다른 무기와 조합하면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뭐랑 합쳐야 하지?’

그때 눈에 들어온 클리티오스의 거대한 철퇴.

거대한 손잡이엔 긴 쇠사슬이 연결돼 있었고, 그 끝에는 둥그런 원형 모양의 철구가 달려 있었다. 철구엔 별사탕 모양의 위협적인 스파이크들이 툭툭 튀어나와 있었고.

물론 사이즈는 어마어마했다. 손잡이 길이만 거의 2미터에 육박했다. 둥그런 철구는 대규의 몸통만 했다.

대규는 그 철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클리티오스의 플레일(희귀: 근력+5)]

[단단한 용암석으로 만든 클리티오스의 철퇴. 내구도가 좋으며 타격력이 무시무시해 제대로 적중하면 웬만한 갑옷들과 방패를 부숴 버린다. 전투 시 공격력 10% 추가 상승. 화염 공격력 10% 상승.]

공격력과 화염 공격력을 10%나 추가 상승시켜 준다니. 무시무시하군.

하긴, 눈앞에 날아왔을 때 그 위협적인 광경이 아직도 머리에 생생했다. 회피의 갑옷이 없었다면 정말 그 자리에서 바로 머리가 으스러져 죽었을지도 몰랐다.

‘이거랑 보레아스의 검이랑 합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대규는 호기심에 보레아스의 검과 거대한 클리티오스의 플레일을 모루에 올려놓았다.

그때 공략집이 떴다.

<2개 이상의 같은 등급의 아이템을 올려놓을 경우 재조합할 수 있습니다. 성공 시 상위 등급의 아이템으로 생성됩니다. 성공률은 랜덤이고 젬스톤 1개당 성공률이 10% 상승합니다. 조합 실패 시 낮은 확률로 아이템이 부서질 수도 있습니다.>

두 무기 모두 희귀 등급이라 재조합이 가능하다. 게다가 성공하면 상위 등급의 아이템, 즉 전설 등급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률이 랜덤이란 부분이 좀 걸렸다. 잘못하면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지도 몰랐다.

‘안전하게 젬스톤을 사용해 봐?’

하지만 현재 갖고 있는 젬스톤은 총 4개. 공략집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성장형 아이템도 성장시키려면 상당히 빠듯하다.

실패 시 부서질 수도 있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 운 수치를 믿고 그냥 해 보자. 낮은 확률이란 말을 믿고 가 보자.

모루 위에 메시지창이 떴다.

[보레아스의 검(희귀)과 클리티오스의 플레일(희귀)을 재조합합니다. 성공할 경우 한 단계 높은 등급의 아이템으로 생성됩니다. 성공률은 5%입니다. 재조합을 하시겠습니까? Yes/No]

5%라니.

운에 맡기기엔 낮은 수치다. 하지만 자신의 운 수치는 높으니까.

만약 실패하면? 활과 화살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싸울 수는 있다.

못 먹어도 고다!

‘Yes!’

[모루가 무기를 제작하기 시작합니다.]

역시 두 개의 무기가 허공에 떠오르고 주변에 투명한 막이 생겼다.

웅웅거리며 두개의 검이 막 안에서 휘돌고 있었다.

번쩍.

펑!

격렬하게 회전하며 투명막을 감싸던 빛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빛이 사라지자 모루 위에는 하나의 검이 놓여 있었다. 검날은 동굴의 내벽처럼 시커먼 색이었다.

묵직하면서도 열기가 느껴진다. 열기로 일렁이는 흑색의 검날이 인상적인 검이다.

성공이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시도는 해 봤지만, 성공할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기대했다가 실패할 경우의 실망감은 몇 배로 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대하지 않은 성공은 몇 배의 기쁨과 설렘을 느끼게 된다. 지금의 경우가 그렇다. 대규는 두근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억누르며 모루 위에 놓인 검을 쥐었다.

무겁다.

철퇴의 묵직함과 검의 날카로움이 잘 조합된 것 같다.

가볍게 휘둘렀다.

웅!

휘리릭-!

“……!”

휘두르자 검날이 5미터가량 쭉 늘어났다. 그것도 화염으로 휩싸인 검신이 물결치듯이 곡선의 형태로 늘어났다. 게다가 늘어난 부분만큼 검날들은 분리가 돼서 마디마디 날카롭게 박혀 있었다.

꼭 검날이 박힌 사슬 채찍 같았다.

[플레임 체인 블레이드(전설: 민첩 +5, 근력 +5, 지능 +5)]

[사슬에 용암석으로 만든 단단한 검날이 붙은 사슬검.]

[사슬검의 형태로 공격 가능. 민첩과 근력, 지능이 5 추가로 상승하고 화염 공격력이 20% 상승함.]

이럴 수가!

두 개의 무기가 합쳐져서 새로운 무기가 탄생했다.

정확히는 사슬이 달린 철퇴와 검이 합쳐져 검의 날카로움과 철퇴의 묵직함, 그리고 채찍의 변화무쌍함이 어우러진 무기였다. 덤으로 화염 공격까지 가능하다.

대규는 플레임 체인 블레이드를 몇 번 휘두르면서 감을 익혔다.

처음엔 제멋대로 검에서 사슬검으로 변화되는 바람에 힘들었지만 연습을 몇 번 하자 손에 착착 감겼다. 게다가 이 사슬검은 몬스터를 잡으면 나오는 아이템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제작한 무기라는 점에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헤파이스토스의 모루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보관함에 잘 넣어 두었다.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그럼 이제 기간테스의 성으로 가 볼까.’

그 전에 다른 영웅들이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도창을 띄웠다.

영웅들은 어느새 강을 건너 기간테스 성 근처로 전진하고 있었다.

* * *

데이비드를 선봉으로 하는 영웅 부대는 드디어 기간테스 성 앞에 도착했다.

데이비드는 검집에 칼을 넣은 뒤 주변을 둘러봤다. 자이언트 맨티스와 스파이더들의 시체가 잔뜩 쌓여 있었다.

숲의 중간에서 떼거지로 곤충들이 달려 나와 힘들었지만 다행히 나머지 영웅들과 전사들이 잘 싸워 줬다.

‘그나저나 그 남자는 살아남았을까?’

그는 대규를 생각하고 있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대규는 눈에 띄지 않았다. 어쩌면 자이언트 곤충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당해 잡아먹힌 걸지도 몰랐다. 곤충 몬스터들에게 먹히면 시체도 찾기 힘들었다.

그는 속으로 대규의 명복을 빌었다. 그리고 전사들 중 한 명을 바라봤다.

‘그런데 저 사람은 정말 실력이 뛰어나. 이번에 새로 후보생을 벗어난 전사라고 했지. 그리고 그 대규란 남자와 같이 후보생 기간을 겪었다고도 했고.’

그가 바라본 사람은 지영이었다.

그녀는 실력도 전사들 중 수준급이었다. 초보 전사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공격력과 냉철함.

그리고 위험에 처한 동료를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뛰어드는 모습까지. 자신의 등을 기꺼이 맞대고 적들과 싸울 수 있는 전사였다.

‘저 여자라면 얼마 안 가서 이 세계에서 뛰어난 영웅 중 한 명이 될 거야.’

한편, 지영은 데이비드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모른 채 작게 한숨을 내쉬며 쌍검날에 묻은 곤충 체액을 닦고 있었다.

그녀는 영웅들을 따라와 레톤의 숲에서 미친 듯이 곤충을 베었다. 확실히 차원의 틈에서 대규와 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객관적으로 봐도 그녀의 실력은 초보 전사가 아니라 방어전을 두 번은 치른 노련한 전사 수준이었다.

숲을 지나 이곳까지 오면서 레벨도 올라 15가 됐다.

‘하지만 아직 모자라… 더 강해져야 그를 떳떳하게 만날 수 있어.’

그녀는 자만심이 들 때마다 항상 대규를 생각했다. 그의 막강한 실력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겸손해졌다.

그것보다 그는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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