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
28화. 새로운 모험 (2)
그녀는 원영을 돌려보내고는 남은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을 했다.
“그럼 총 네 명이 타르타로스에 진입하게 됐군요. 그곳에서도 수고해 주세요. 타르타로스들을 무사히 통과하면 당신들은 인간 영웅으로 거듭나 제2차 기간토마키아에 참전하게 될 테니까요.”
제2차 기간토마키아.
처음 시청의 포탈에 들어갔을 때도 그 얘기를 했었다.
대체 뭘까? 참전이란 단어를 쓰는 거 보니까 전쟁인 것 같은데.
“그리고 제1 타르타로스부턴 여러분뿐만 아니라 다른 전사들도 함께합니다. 여러분들처럼 후보생 기간을 수료하고 온 사람들이죠. 그리고 영웅들도 함께하게 됩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미션이 주어집니다.”
여자가 말을 마치자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미션 2: 제1 타르타로스에서 영웅들을 도와 거점을 총 세 번 지켜라.]
[보상: 레벨 1단계 추가 상승, 그레이 등급 젬스톤 5개]
[미션 3: 영웅들과 함께 ‘기간테스의 성’ 전투에 참여해 알키오네오스를 무찔러라.]
[보상: 레벨 2단계 추가 상승, 그레이 등급 젬스톤 10개]
“영웅들이 전투를 하러 간 동안 여러분은 거점을 총 세 번 방어해 내면 됩니다. 그럼 영웅 등급이 되고, 미션 3을 하거나 또는 제2 타르타로스로 갈 수 있습니다. 아니면 바로 미션 3을 선택하여 영웅들과 함께 기간테스의 성으로 전투를 하러 가서 알키오네오스를 무찔러도 영웅이 되어 제2 타로타로스로 갈 수 있습니다. 두 미션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딱 봐도 보상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물론 그만큼 미션이 힘들다는 거겠지. 그니까 선택 사항인거고.
‘하지만 나는 무조건 미션 3을 택한다.’
대규는 업데이트된 공략집을 믿었다. 기왕이면 혼자하고 싶었다. 우르르 몰려다니면 오히려 적들의 눈에 잘 띄고 타깃이 된다. 게다가 공략집을 지니고 있다는 게 알려지면 피곤할 것이다.
안내인 여자에게 물었다.
“혼자 무찌르면 어떻게 됩니까?”
안내인 여자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일은 거의 없겠지만 만약 홀로 알키오네오스를 무찌른다면 추가 보상으로 젬스톤 10개와 전설 등급의 아이템이 있는 황금 선물 상자 하나가 지급됩니다. 보관함도 20칸 늘려 드리구요.”
전설 등급 아이템! 그때 미션 4가 추가로 떴다.
[미션 4: 홀로 ‘기간테스의 성’에 침입해 알키오네오스를 무찔러라.]
[보상: 레벨 3단계 추가 상승, 그레이 등급 젬스톤 20개, 보관함 20칸 추가, 황금 선물 상자(전설)]
“그리고 타르타로스에 있는 몬스터로부턴 적은 확률로 젬스톤이 나옵니다. 제1 타르타로스에선 그레이 등급의 젬스톤이 나오는데 현실로 돌아가기 직전 저에게 개당 1,000만 원에 팔 수 있습니다.”
개당 1000만 원!
그 말에 다들 눈동자가 커졌다. 거점을 지키는 방어전만 무사히 해내도 젬스톤 5개를 받으면 최소 5,000만 원의 돈이 생긴다는 뜻.
안내인 여자의 설명은 거기까지였다.
‘왜 젬스톤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는 설명은 안 해 주는 거지?’
대규는 의아해했다.
물론 그는 그녀에게 젬스톤을 팔 생각이 없었다. 30개를 모으면 공략집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빨리 모아 업데이트를 할 생각이었다. 게다가 성장형 아이템도 성장시켜야 했고.
“그럼 행운을 빕니다.”
여자는 연기처럼 사라졌고 푸른빛이 마법진에서 촤악 솟아올랐다.
* * *
정신을 차리니 이미 주변 풍경은 바뀌어 있었다.
이번엔 차원의 틈에서 혼자 시작했던 것과 달리 다른 후보생, 아니 전사들과 같이 있었다.
그들 네 명은 요새에 서 있었다. 비교적 높게 솟아 있는 요새였고 주변은 단단한 돌 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돌 벽 너머로는 울창한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숲 가운데쯤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강 너머엔 또 숲이 이어져 있었고.
그리고 저 멀리 우뚝 솟은 검은 성 한 채.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돌 벽으로 쌓아올린 성이었다. 꼭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속으로 들어온 것 같았다. 하늘은 어둑어둑하고 흐렸다. 금방이라도 폭풍과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이곳이 제1 타르타로스……?’
그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대규를 포함한 다섯 명은 뒤를 돌아봤다.
그곳엔 그들 말고 다른 사람들이 수십 명 서 있었다. 모두들 무기와 갑옷으로 똘똘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은 동양인이 아니었다.
금발에 눈이 푸른 백인도 있고, 건장한 흑인들도 있었다. 대규는 안내인 여자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제1 타르타로스부턴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전사들도 함께한다고 했다. 아마 저들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후보생 기간을 수료하고 온 사람들일 것이다.
‘그놈의 후보생 평가는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건가?’
하지만 그들의 표정 역시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중 몇몇은 대규를 포함한 다섯 명을 흘끗 보더니 저희들끼리 솰라솰라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때 학자 타입의 남자가 그들에게 다가가 영어로 뭐라 묻기 시작했다. 토종 한국인의 입에서 원어민처럼 유창한 영어가 나왔다. 공부 잘하게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물론 그들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대규는 알아주는 영알못이었다. 학창 시절 영어 성적은 안습이었고, 가끔 외국인과 신촌 거리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머리가 새하얘져 어버버할 뿐이었다.
그때 공략집창이 떠올랐다.
<공략집이 언어를 번역하기 시작합니다. 앞으로 모든 언어는 사용자의 모국 언어로 들립니다.>
<사용자가 대화할 시 사용하는 언어는 상대방의 모국어로 들립니다.>
뭣이라.
그때부터였다. 외국인들의 입에서 나오는 언어들이 자연스레 한국어로 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때 한 건장한 흑인 남자가 대규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봐, 너희는 새로운 전사들인가? 어디서 왔지?”
서양인의 입에서 유창한 한국어가 흘러나오다니. 꼭 씽크로 잘 맞는 외국 영화 더빙 같았다.
“한국에서 온 김대규라고 한다.”
“대규? 그렇군. 난 서런트라고 한다. 만나서 반가워.”
한국어로 말했는데도 흑인은 그의 말을 잘 알아듣고 인사했다. 이놈의 공략집 정말 대단하다.
흑인 남자가 대규를 보며 씨익 웃자 하얀 이가 드러났다.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커다란 키에 온몸에 붙어 있는 건장한 근육. 범상치 않아 보이는 흑형이다.
혹시 몰라 그의 상태창을 확인해 보니 레벨 15였다. 의외로 대규보다 레벨이 2단계 밑이었다.
“대규, 너는 여기가 처음인가? 확실히 초짜 전사의 느낌이 나는군.”
이 자식이. 너보다 내가 레벨이 높다고.
하지만 모른 척하고 그에게 묻는다.
“그래. 넌 아니야?”
“난 오늘이 드디어 세 번째 소환이다.”
그는 자랑스러운 듯 말한다. 대규는 주변을 둘러보며 묻는다.
“서런트. 이곳이 제1 타르타로스 맞지?”
“그렇다. 대규, 당신은 막 전사가 된 후보생이라 잘 모르겠군. 게다가 이번 소환엔 후보생을 수료한 초짜 전사들이 꽤 많이 소환됐는걸. 이번 기수는 아무래도 꽤 뛰어난 녀석들이 많은가 보군. 게다가…….”
서런트는 대규가 손에 끼고 있는 닥튈로이의 반지와 팔찌 형태로 변해 있는 네메시스의 방패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꽤 신기한 아이템을 갖고 있고.”
“우린 여기서 뭘 해야 하는 거야?”
“여기서 해야 할 일은 안내인이 설명해 주지 않았나?”
대규는 안내인 여자가 말했던 걸 얘기해 줬다.
“영웅들을 도와 거점을 총 세 번 지키면 된다고 했는데.”
“맞다. 오늘부터 앞으로 총 세 번 소환돼서 거점을 지킬 방어전을 치르면 된다. 그럼 자동으로 영웅 등급으로 승급되고 제2 타르타로스로 갈 수 있게 되니까.”
그래서 이 녀석이 오늘 드디어 세 번째 소환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던 거였군.
“하지만 세 번 방어전을 치르고 영웅이 된 자들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바로 제2 타르타로스로 가든지, 아니면 저기 보이는 ‘기간테스의 성’에 가서 알키오네오스를 잡든지 말이야.”
서런트는 저 멀리 보이는 검은 성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번 소환 때 영웅이 된 자들 중 일부는 이번에 알키오네오스를 잡으러 가기로 했다. 잡으면 엄청난 보상이 있다고 하니까. 미션창에 제시된 보상 말고도 말이야. 홀로 잡으면 더더욱 엄청난 보상이 나온다고 하지만… 그런 미친 짓을 하는 녀석이 어디 있겠어? 차라리 자살을 하고 말지.”
“그래? 그럼 너도 영웅들과 함께 저 성으로 갈 거야?”
대규가 묻자 서런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아직 무리다. 저기로 갈 영웅들은 저번 소환에서 영웅이 된 자들 중에서도 엄청난 실력자들이다. 나는 감히 낄 수 없지. 난 이번 방어전을 치른 뒤 영웅이 돼 제2 타르타로스로 갈 거다.”
엄청난 실력자들이라고. 궁금했다.
“이제 그들이 올 때가 됐다.”
서런트가 말을 마치자 요새 한가운데의 허공이 기다랗게 좍 갈라졌다. 갈라진 틈은 커다란 원형의 형태로 벌어져 하나의 포탈을 형성했다. 꼭 시청에서 타르타로스로 진입했던 포탈 같았다.
그 안에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온 사람들은 열댓 명.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었다. 남녀가 뒤섞여 있었으며 젊은 청년부터 중년까지 나이대도 다양했다.
그들이 착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딱 봐도 성능이 좋아 보였다. 자신의 무기인 보레아스의 검이나 방어구 가죽 갑옷은 비교도 되지 않았다.
영웅들……!
하지만 겉으로 봤을 땐 무기나 장비 말고는 자신과 별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안내인 여자는 이곳에서 열심히 하면 인간 영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걸로 보아 전사인 자신보단 훨씬 수준이 높은 사람들일 것이다. 게다가 저들은 그중에서도 실력자들이라고 했으니.
하지만 엄청난 위압감이 그들로부터 풍겨 나왔다.
보스 몬스터를 맞닥뜨렸을 때보다도 훨씬 위압적이었다. 그런데 그중 낯익은 남자가 한 명 있었다.
‘…저 사람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박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