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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24화 (24/294)

# 24

24화. 돌아온 현실 (3)

오후 4시.

오늘은 서빙을 도와줄 친구 녀석들을 미리 부르기로 했다.

“어제랑 똑같이 일당 줄 테니까 와라.”

“지금부터? 어제랑 근무시간이 다르잖아, 인마.”

“그럼 15만 원. 콜?”

“콜!”

피시방에서 열심히 게임만 하던 녀석들은 그의 전화를 받자마자 가게로 달려왔다.

녀석들에게 가게 청소를 맡긴 후 대규는 주방으로 가 요리 실력 상승 포션을 먹었다.

눈앞에 익숙한 메시지창이 떴다.

[요리 실력 상승 포션(하급)을 복용해 당신의 요리 능력이 조금 향상됐습니다. 포션의 효과 지속 시간이 표시됩니다.]

[11:59:59]

그럼 오늘 매상을 위해 12시간 동안 불태워 보자!

아, 맞다. 숙련의 장갑을 껴야지.

대규는 주방 한구석에서 인벤토리를 연 뒤 장갑을 꺼냈다. 겉보기엔 그냥 가죽 장갑인데 끼기만 해도 경험치를 두 배 얻게 해 준다니.

그것보다 요리를 하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지.

일단 요리부터 하자.

대규는 가스 불을 켠 뒤 요리를 시작했다. 우선 시식용으로 쓸 음식 2인분을 먼저 조리했다. 따끈따끈한 닭고기 탕수육을 완성해 시식용 그릇에 담자 상태창이 떴다.

[2인분의 요리가 완성됐습니다.]

[숙련의 장갑 버프를 받아 두 배로 요리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4/300).]

아무래도 요리 경험치란 건 1인분에 1씩 오르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숙련의 장갑 덕분에 2인분을 요리했지만 경험치는 그의 두 배인 4만큼 오른 것 같았다. 그러면 150인분을 조리하면 요리 스킬이 중급으로 업그레이드되겠군.

어제처럼 손님만 몰린다면 이르면 오늘 안에는 올릴 수 있겠다.

“이야, 냄새 좋은데~”

“나 하나만.”

냄새를 맡은 친구 녀석들이 청소하다 말고 주방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야, 니들 먹으라고 튀긴 거 아니거든? 빨리 이거 밖에 시식대에 놓고 와.”

하지만 녀석들은 탕수육 조각을 집어 먹고 있었다.

“우오! 핵꿀맛!”

“나도 하나만 더 먹자!”

이 녀석들 배 속엔 거지라도 들었나. 순식간에 시식용으로 튀겨 낸 2인분의 탕꼬가 사라져 버렸다.

음식을 해치운 녀석들은 예능에서나 보일 법한 리액션을 섞어 가며 핸드폰을 꺼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역시 포션의 효과는 대단했다.

하지만 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건 자신의 요리 실력이 아니라 순전히 포션의 위력 덕분이었으니까.

포션을 이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의 실력만으로 저런 광경이 펼쳐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 요리 스킬의 등급이 올라가면 가능한 거 아냐?’

다음 등급이 되면 어떤 효과가 일어나는지 궁금해졌다.

친구들이 다시 청소하러 돌아간 틈을 타 대규는 상태창을 띄운 뒤 아래쪽 보유 스킬란에 적힌 요리 스킬 글자를 손끝으로 눌렀다.

역시 공략집이 떴다.

<다음 스킬 등급은 요리(중급)입니다.>

<요리(중급): 제법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됩니다. 당신이 만든 음식을 먹은 사람은 최소 3인의 지인에게 입소문을 내게 됩니다.>

그럭저럭 맛있는 음식에서 제법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된다고.

그뿐만이 아니다. 3인의 지인에게 입소문을 낸다니.

이건 지금 복용한 포션의 효과와 동일했다.

그러니까 스킬이 중급으로 오르면 포션이 없어도 항상 어제와 같은 기적적인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거잖아. 넋을 놓고 공략창을 보고 있는데 친구 상민이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대규야! 벌써 주문 들어왔어. 매운맛 탕꼬 2인분 포장이요? 예, 예, 알겠습니다. 대규야, 여기 3인분 추가!”

오픈도 전인데 벌써부터 손님이라니.

어제 장사로 인해 입소문이 난 탓인지 영업 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출발이 좋다.

튀김용 팬을 흔들면서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다.

* * *

상민은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정신없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쪽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여기 음식 상태가 왜 이래?”

“이거 너무한 거 아냐?”

문가에 앉아 있는 여자 손님 두 명이었다. 그녀들은 평범하게 생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호감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상민은 이 여자 손님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왜냐면 여자 두 명뿐인데 말도 안 될 정도로 음식들을 많이 주문했기 때문이었다. 보통 여자 둘이 오면 탕꼬 한 접시를 시키는 게 기본이었는데 이들은 이것저것 종류 별로 모든 메뉴들을 다 주문했다. 게다가 단무지 리필도 엄청나게 많이 했다.

처음엔 생긴 거와 달리 많이 먹는 사람들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는 그녀들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녀들 중 한 명이 상민의 물음엔 답하지 않고 다짜고짜 건방지게 말했다.

“됐고, 빨리 여기 사장이나 나오라고 해요.”

“무슨 일이신데요?”

“이거 안 보여요? 참 나, 어이가 없어서.”

그녀가 크림 탕꼬가 담긴 접시를 손끝으로 가리켰다. 크림소스엔 바퀴벌레 사체 한 마리가 풍덩 빠져 있었다.

“아… 정말 죄송합니다.”

상민이 사과를 하자 그녀들은 더더욱 기세가 등등해져서 언성을 높였다.

“죄송하면 다예요?”

“어떻게 이런 걸 먹으라고 내와요? 빨리 사장 부르라니까!”

그녀들의 목소리가 주방까지 들렸고, 대규는 닭을 튀기다 말고 홀로 나왔다.

“제가 사장인데, 무슨 일이시죠?”

“눈이 있으시면 이것 좀 보시죠!”

상민에게 한껏 성을 내던 여자가 건방진 표정으로 바퀴벌레의 사체를 가리켰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시 바꿔 드리겠습니다.”

그녀들은 거절했다.

“바꿔 주는 건 됐어요. 그것보다 당신, 우리가 누군지 알아요?”

“누구십니까?”

그러자 그중 한 여자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터넷에 ‘하늘나그네’라고 쳐 봐요.”

대규는 핸드폰을 꺼내 쳐 봤다. 맛집 블로그가 하나 떴다.

파워 블로거인가, 그건가.

그녀들은 재수 없는 눈빛으로 미친 듯이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정말 기분이 나쁘네요. 식당에서 이런 불쾌한 일을 당하다니. 정당한 보상을 받고 싶어요.”

“음식에 바퀴벌레라니… 정신적 충격이 엄청나다구요. 위자료를 받아야겠어요. 게다가 이거 먹고 우리가 탈이 났으면 어쩔 뻔했어요?”

주방에선 바퀴벌레가 들어갈 리 없었다. 온갖 약을 꼼꼼하게 쳐 놨기 때문에 벌레들이 얼씬도 하지 못했고, 음식을 만들고 플레이팅을 할 때도 대규 자신이 매의 눈으로 항상 쳐다보고 있었다. 위생은 요리사로서의 기본 소양이니까.

철저하게 조리하고 관리했기 때문에 장사를 시작한 이래 한 번도 음식에 이물질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

아무래도 바퀴벌레는 저들이 넣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물증이 없었다. 이 가게엔 CCTV가 없다.

아무래도 매장에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이런 짓을 벌인 것 같았다.

“이봐, 당신! 우리가 글 하나만 올리면 이 가게 망할 수도 있어. 바퀴벌레 나오는 식당이라고 블로그에 올려 줘?”

대규는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인터넷에서 진상 블로거 사례만 봤지, 당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장사가 잘되면 한 번은 치러야 되는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라는 글도 많이 봤다. 그래, 액땜하는 셈치고 넘어가자고 생각했다.

“그럼 위자료는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대규가 묻자 그녀들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머, 이제야 말이 통하시네.”

“우리도 양심 있는 사람이에요. 한 300만 원이면 될까?”

그때 공략집이 떴다.

-차원의틈 공략집-

이름: 김수진, 장소정

직업: 파워 블로거 ‘하늘나그네’

특징: 홍보를 빌미로 식당을 찾아가 음식을 잔뜩 주문한 뒤 무전취식하는 걸 즐김. 가끔은 자신이 일부러 음식에 이물질을 넣어 트집을 잡은 후 파워 블로거라는 이름을 내세워 위자료를 요구함.

<김수진, 장소정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김수진, 장소정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김수진, 장소정의 약점을 영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영상을 재생하시겠습니까? Yes/No>

차원의 틈에서 봤던 공략집과 비슷한 창이다.

대규는 성내는 여자들을 무시한 채 공략집을 빠르게 읽어 내렸다.

역시 바퀴벌레는 그들이 넣은 것임에 분명했다.

그런데 젬스톤으로 업데이트한 탓일까. 공략집이 차원의 틈에 있을 때랑 좀 달라졌다.

보통 맨 하단에는 대상에 대한 약점이 텍스트로 줄줄이 적혀 있었는데 이젠 영상으로 볼 수 있게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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