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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5화 (15/294)

# 15

15화. 죽어 마땅한 놈 (1)

‘응?’

대호의 벌겋게 변한 눈동자를 보자 온몸에 서늘한 한기가 돌았다.

왜 이러는 거지? 설마 저 녀석의 눈동자와 연관이 있는 건가.

그때 공략집의 글이 생각났다.

‘공포의 안광‘이란 스킬 같았다.

대규는 눈에 힘을 주고 자신 역시 대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그러자 몸에 돌고 있던 한기가 사라졌다.

자신의 레벨은 저 건달 녀석보다 훨씬 높았다. 저 따위 눈싸움 스킬이 먹힐 리가 없지.

건달 최대호는 대규가 멀쩡하게 자신을 노려보자 당황했다.

‘뭐야, 스킬이 제대로 발동 안 됐나?’

그는 옆에 있는 원영에게 스킬을 발휘했다. 대호의 벌건 눈과 마주친 원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떨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게 꼭 고양이 앞에 선 생쥐 같았다.

그 모습을 본 대호는 생각했다.

‘스킬에 문제는 없다. 그럼 저 녀석이 나보다 레벨이 높다고?’

말도 안 된다. 저 비리비한 녀석이.

좀 전에 대규의 전투 광경을 떠올렸다. 자신이 일 대 일로 싸워야 겨우 잡을 수 있는 키클롭스를 녀석은 단번에 해치웠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서너 마리를.

파티를 구성하지도 않고 혼자 싸운 녀석이 저렇게 단기간에 강해질 수 있다니. 믿기 힘들었다. 현실 세계에서 깡패 짓 하며 주먹깨나 휘두른다는 자신도 파티를 구성해 좋은 아이템을 독식하며 싸워 겨우 레벨 6까지 만든 것인데.

공포의 안광 스킬이 통하지 않는 걸로 보아 녀석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건 명약관화한 사실.

무턱대고 정면 승부를 벌였다간 질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저 녀석과 파티를 맺으면 어떨까?’

이 차원의 틈이란 기괴한 곳에서 홀로 저만큼 강해졌다면 그것만으로도 꽤 이용가치가 있는 녀석이다.

‘일단 파티에 들어오라고 회유를 해 보자.’

거부한다면 그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제거해 버린다.

대호는 입가에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뽑아 든 파워 소드를 검집에 넣은 뒤 미소를 지어 보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봐, 동생. 무례하게 군 것 사과하지. 정식으로 인사하지. 나는 영등포의 불곰 최대호다.”

그가 문신으로 가득한 팔을 내밀자 대규는 무시하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대규입니다.”

“왜 그렇게 목소리가 사나워. 하하! 같은 후보생끼리.”

대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동생한테 제의 하나 하고 싶은데.”

“뭡니까?”

“아까 동생의 전투 잘 봤어. 정말 훌륭하던데.”

"그래서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동생이 우리 파티에 합류하는 게 어떻겠나 싶어서.”

“괜찮습니다.”

대규는 딱 잘라 거절했다. 저 건달 녀석은 자신의 파티원을 몬스터들에게 던지고 도망치면서 아이템은 독식하는 못된 놈이다.

공략집도 녀석의 성향을 ‘비열함’이라고 표시했다. 분명 저 자식이 뭔가 검은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게다가 누군가와 파티를 구성하는 건 귀찮은 일이었다.

자신은 홀로 히든 미션을 수행해 보상을 받아야 했다. 남들과 파티를 맺게 되면 곤란하다.

하지만 대호는 그에게 다시 한 번 권했다.

“동생도 알다시피 이곳은 혼자 다니기보단 여럿이 힘을 합쳐 다니는 게 유리하다구. 그렇게 하면 몬스터에게 습격을 받아 죽게 될 위험도 줄어들고. 동생이 우리 파티에 들어온다면 경험치와 아이템도 공평하게 배분할게. 약속하지. 이 정도면 해 볼 만하지 않아?”

“됐습니다.”

단호박 같은 거절에 대호의 얼굴이 구겨졌다. 하지만 그는 표정을 싹 바꾼 뒤 이렇게 말했다.

“…동생의 생각이 정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아쉽게 됐네. 그럼 다음에 보자구.”

말을 마친 그는 원영과 지영에게 소리쳤다.

“자, 움직이자구! 포탈을 찾아가려면 서둘러야지!”

그들은 동교동 삼거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대규는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본 뒤 히든 미션 장소인 전철역 9번 출구로 가는 대신 KFC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눈앞에 지도창을 띄웠다. 저들의 움직임을 주시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저들이 시청 쪽으로 간다면 히든 미션을 포기하고 먼저 시청으로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히든 미션을 할 수 있다.

그런데 동교동 삼거리 조금 못 미친 곳에서 세 개의 파란 점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왜 가만히 있는 걸까? 불안하다.

저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대규는 골목 안쪽으로 돌아 들어가 그들이 있는 곳으로 몰래 다가갔다. 근처에 도착하자 지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요!”

곧이어 들리는 최대호의 욕설 섞인 목소리.

“씨발! 저 새끼가 얼마나 위험한 새끼인지 너도 봤잖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 게다가 우릴 도와준 사람을!”

지영은 대호를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둘의 대화를 들은 대규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역시, 비열한 자식!’

대호는 그의 뒤를 급습하려 했던 것이다. 강자 앞에선 비굴한 척 하면서 뒤통수를 노린다는 공략집의 말이 진짜였군.

일단 저들의 상황을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갑옷을 입은 원영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대호에게 말했다.

“지, 지영 씨 말이 맞아요. 그를 죽이는 건 좀…….”

“씨발, 넌 안 닥쳐?”

대호의 눈동자가 벌겋게 빛나자 원영은 입을 다물고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지영은 그런 대호에게 이렇게 쏘아붙였다.

“가려면 혼자 가요. 대신 당신과는 더 이상 파티를 유지하지 않겠어요. 지금부로 끝이야.”

“씨발년. 그동안 같은 파티라고 봐줬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겠군.”

대호는 기분 나쁘게 웃으면서 파워 소드를 검집에서 꺼낸 뒤 벌벌 떨고 있는 원영에게 명령을 내렸다.

“야, 좆만이. 니가 왼쪽을 맡아라. 이년을 산 채로 잡으면 너도 즐기게 해 줄게.”

“크으윽…….”

그는 공포의 안광을 원영에게 시전하며 파워 소드를 들이밀었다. 원영은 죽음의 공포에 질려 사시나무 떨듯 떨며 부르짖었다.

“살려 주세요. 뭐든 시키는 대로 할게요. 제발…….”

“크크크, 그래, 이렇게 말을 잘 들으니까 얼마나 좋아.”

대호는 지영을 향해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크크크, 네년도 말을 잘 들으면 죽이진 않겠다.”

“미친 새끼!”

지영은 대호를 향해 쌍검을 휘둘렀다.

챙!

파워 소드와 쌍검의 검날이 맞부딪혔다. 그녀는 대호의 힘에 밀려 뒤로 두어 걸음 밀려났다. 하지만 다시 자세를 잡고 민첩하게 칼을 피하며 놈의 빈틈을 노리고 빠르게 달려들었다.

“죽어랏!”

대호는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향해 공포의 안광을 발사했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 버린 지영. 아차 싶었지만 이미 놈의 주먹이 그녀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아악!”

내장이 울리는 고통에 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려는 몸을 간신히 버티고 섰다.

“질긴 년!”

놈은 비틀거리는 그녀의 반대편 옆구리 발차기로 가격했다.

“악!”

지영은 비명을 지르며 붕 떴다 떨어졌다.

그 광경을 본 대규는 울컥해서 하마터면 검을 쥐고 뛰어나갈 뻔했다.

하지만 저건 저들의 싸움, 파티 내부의 분쟁이다. 어차피 저들은 경쟁자들일 뿐이었다. 자신이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아직 죽으면 안 되지…….”

원영이 쓰러진 지영의 시선을 피하며 울먹였다.

“흑흑… 미안해요. 누나, 미안해요…….”

지영은 내장이 상한 듯했다. 원영을 쳐다보며 숨도 쉬기 힘든지 새된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우선 이 형님이 먼저 맛을 볼 테니… 흐흐흐.”

대호는 그녀의 바지를 강제로 벗기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차라리 날 죽여, 이 미친 새끼야.”

“일이 끝나면 죽여 줄 테니 걱정 말라구.”

“이 깡패 새꺄! 그만해, 씨발 놈아!”

원영이 소리를 외치며 자신의 숏 소드를 대호를 향해 마구 휘둘렀다.

“이 새끼가 꼴에 남자라고 지랄을 하네.”

대호는 파워 소드를 들어 허공을 휘젓는 원영의 검을 쳐 버렸다.

깡.

숏 소드가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병신 새끼가 주제도 모르고 지랄한 대가다. 죽여 주마.”

대호가 파워 소드를 높게 쳐든 뒤 원영의 목을 향해 내리쳤다.

서걱!

바로 목이 날아가 버렸고, 빛이 나면서 원영의 몸은 사라져 버렸다.

대규는 더 이상 녀석의 행동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

아무리 저들끼리의 분쟁이라지만 저건 너무했다. 아무리 부활한다지만 사람의 목숨을 벌레 죽이듯 하다니. 짐승만도 못한 새끼.

머리론 관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이 새끼가!”

퍽!

“커헉!”

대규의 발길질이 최대호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쿵!

“우웨엑!”

허공에 떴다 땅바닥에 몇 바퀴나 나동그라진 녀석이 그대로 배 속의 것들을 게워 냈다.

대규는 대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크흐… 누구…….”

“누구긴 아까 그 동생이지.”

“으허헉!”

대규는 놈의 머리를 한 손으로 쥐어 들었다.

“좋더냐?”

“크흑… 씨발.”

“아무리 그래도 사람 새끼가 할 짓이 있고 안 할 짓이 있지!”

뻐어억!

투툭!

최대호의 입에서 이가 우수수 터져 나왔다.

단 한 방에 안면이 함몰될 정도의 데미지였다.

“사, 살려…….”

“끝난 거 아니다.”

빠악!

쿵!

대호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대규가 손을 털어 내자 뽑힌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녀석의 한쪽 뺨이 풍선처럼 퉁퉁 부어올랐다.

“으아아… 샤려 주… 셔어… 여…….”

“걱정 마.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한쪽 발목을 발로 지그시 밟았다.

두두둑!

정강이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끄아아아!”

축 늘어져 있던 대호의 몸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비명을 질러 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쪽 발목과 정강이까지 확실하게 밟아 주었다.

부릅뜬 대호의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꼴 보기 싫은 얼굴이다.

‘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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