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
14화. 후보생 파티와의 만남 (2)
그럴 리가 없다. 히든 미션 장소는 차원의 틈 공략집을 습득한 나만 알고 있는 것일 텐데.
혹시 모르지. 녀석들 역시 히든 미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는 걸지도. 그래서 갑자기 한강을 건너 강북 쪽으로 급하게 진입한 걸 수도 있다.
그런데 왜 혼자 저렇게 들어가는 거야? 설마 자신의 파티원들을 버리고 자기 혼자 미션을 해치우려고?
그러고도 남을 놈이긴 하다. 대규는 좀 전에 그가 자신의 파티원인 대딩을 일부러 몬스터들에게 던져 버리는 걸 똑똑히 봤다. 더러운 인상만큼이나 인격도 더러운 놈이다.
딴 녀석도 아니고, 저런 녀석에게 히든 미션의 보상을 내줄 수 없었다.
대규는 급하게 KFC에서 뛰쳐나왔다.
다행히 대호는 바로 출구 밖으로 뛰쳐나왔다. 녀석의 뒤에는 키클롭스 서너 마리가 쫓아 나오고 있었다. 그때 대규와 그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대호의 눈동자가 커졌지만 그는 대규를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도망쳤다.
“크으으으…….”
대호를 쫓았던 키클롭스들이 이제 대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식-
“상대를 봐 가면서 덤비라구.”
대규는 보레아스의 검을 꺼낸 뒤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서걱-!
몬스터들이 단칼에 쓰러져 버렸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 살려! 크헉!”
원영의 목소리였다. 고개를 돌리자 지영이 홀로 미니 키클롭스들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쌍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제법 날렵하고 예리했다. 하지만 워낙 적의 숫자가 많아 밀리고 있었다.
그때 지영과 대규의 눈이 마주쳤다.
이렇게 눈이 마주치면 안 도와줄 수가 없잖아.
절대로 예뻐서 그런 건 아니다.
대규는 그들 쪽으로 달려가며 칼을 크게 휘둘렀다.
서걱, 서걱-!
몬스터들이 순식간에 나가떨어졌다.
몬스터들 틈으로 쓰러진 원영의 모습이 서서히 드러났다.
“으으…….”
치명적인 중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목숨은 붙어 있었다. 대규는 지영에게 물었다.
“생명력 회복 포션 없습니까?”
지영은 자신의 창고를 불러냈다. 창고에는 하급 생명력 회복 포션 1개밖에 없었다.
“아이템이 이게 전부입니까?”
끄덕.
말도 안 된다. 여태까지 몬스터들을 해치웠다면 훨씬 많이 모았을 텐데. 딴 건 몰라도 저 미니 키클롭스 녀석들은 회복 포션 하나는 무더기로 떨궈 주니까 말이다.
게다가 하급 회복 포션 하나론 이 정도 중상 치료는 어림도 없었다. 대규는 결국 자신의 창고에서 중급 회복 포션을 꺼내 반 정도를 원영의 몸 위로 들이부었다.
콸콸콸.
나머지 반을 그의 입에 흘려 넣자 순식간에 상처가 치유됐다. 지영은 고개를 숙인 채 대규에게 인사를 했다.
“고마워요.”
대규는 지영, 원영과 통성명을 한 뒤 지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들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겁니까?”
“그건 몰라요.”
모른다고?
그녀가 말을 이었다.
“타르타로스로 이어진 포탈을 찾다가 몬스터들이 갑자기 떼를 지어 튀어나와 습격했어요. 그래서 몬스터들에게 쫓기다가 이쪽으로 오게 된 거예요.”
그럼 이들은 포탈이 시청에 있다는 사실과 이곳이 히든 미션 장소라는 건 모르고 있다는 거군. 이들이 이곳을 떠나면 히든 미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떨어진 아이템이나 챙겨요.”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은 채 대규에게 이렇게 대꾸했다.
“당신이 해치웠잖아요.”
그래봤자 아이템이라곤 생명력 회복 포션들과 마나 회복 포션 몇 개뿐이었다. 대규는 그녀와 원영에게 아이템을 양보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영은 대규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한 뒤 열심히 사체 주변에 떨어진 포션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영은 의아스럽다는 눈빛으로 대규를 바라보다가 원영과 함께 포션을 챙겼다. 그중에서 중급 생명력 회복 포션이 나오자 대규에게 건넸다.
“아깐 고마웠어요.”
“괜찮습니다.”
대규는 그녀가 건넨 포션을 사양했다. 어차피 회복 포션은 썩어날 정도로 넉넉했고 자신은 히든 미션에서 더 좋은 보상을 얻을 테니까 여기 아이템엔 아무런 미련도 없었다.
그때 골목 쪽에서 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여어, 도와줘서 고맙다. 난 최대호다.”
문신 건달 최대호가 파워 소드를 들고 거들먹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대규는 눈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도망쳤다가 이제야 나타나다니.
대호는 원영이 팔 한가득 챙긴 포션들을 빼앗고는 사체들 주변 아이템을 혼자 모조리 챙기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 모습을 보며 못마땅하다는 듯 물었다.
“왜 당신이 다 챙깁니까?”
“리더는 팀원들을 통솔하고 전략을 짜야 하니까 이 정도는 받아야 공평하다고 생각하는데.”
“몬스터를 잡은 건 난데 왜 당신이 가져갑니까? 당신은 내 리더도 아니잖아요.”
그러자 대호는 입가에 기분 나쁜 웃음을 띠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몬스터들을 잡을 수 있었던 건 내가 훌륭한 전략을 짰기 때문이야. 한 명이 어그로를 끌어 몬스터들의 주위를 돌리면 나머지 팀원들이 공격을 하는 거지. 내 전략이 아니었다면 너도 몬스터들을 못 잡았을 거고.”
훌륭한 전략? 웃기고 있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그런데 도망은 왜 간 겁니까? 나머지 팀원들은 열심히 전투하고 있는 도중에.”
꽁지 빠지게 달아났던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자 대호는 이를 바득 갈면서 말했다.
“전략상 후퇴 몰라? 그리고 리더가 직접 싸우는 거 봤어? 리더는 지시를 내리는 자라구.”
녀석은 아이템을 혼자 거의 대부분 챙긴 뒤 지영과 원영에게 말했다.
“이번엔 순 쓰레기 아이템밖에 없네. 야, 이건 너희들이 먹어라.”
그는 원영과 지영에게 하급 생명력 회복 포션을 하나씩 던져 줬다. 몹시 선심 쓰는 듯한 태도로. 이래서 지영의 창고에 꼴랑 생명력 회복 포션 하나밖에 없었구나.
기가 찼다.
자세히 보니 지영과 원영은 선물 상자에서 지급받은 쌍검과 갑옷뿐이었다. 하지만 저 건달 최대호는 선물 상자에서 받은 파워 소드뿐만 아니라 멀쩡한 가죽 갑옷 상의와 방패까지 들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 이 파티가 돌아가고 있는지 안 봐도 눈에 선했다.
녀석은 대규에게도 선심 쓰듯 생명력 회복 포션 하나를 건네며 말했다.
“이봐, 너도 우리 파티에 들어온 기념으로 이거 하나 줄 테니 받으라구.”
어이가 없군. 누가 파티에 들어간다는 거야?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이다.
대규는 화가 치밀어 올라 포션을 건네받는 대신 대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인상을 쓰며 시비조의 목소리로 외쳤다.
“뭘 꼴아 봐, 씨발. 꼽냐? 눈 안 깔아!”
순간 녀석의 눈빛이 벌겋게 변했다.
저게 뭐야?
그때 눈앞에 차원의 틈 공략집이 떴다.
-차원의 틈 공략집-
이름: 최대호(후보생)
상태: Lv.6(17%)
특징: 근력이 강한 반면 지능은 좀 떨어짐. 호신술과 싸움 경험이 많아서 싸움에 능함.
성향: 비열함. 강한 자 앞에선 비굴한 척 하지만 뒤통수를 노림.
장비: 파워 소드(근력 +5), 가죽 갑옷 상의(물리 방어력 +10%), 녹슨 방패(물리 방어력 +10%)
보유 스킬: 공포의 안광(하급)-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상대나 몬스터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킴. 마나 5 감소.
<최대호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최대호에 대한 당신의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최대호는 심장을 찌르거나 목을 제거할 경우 즉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