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13화. 후보생 파티와의 만남 (1)
젬스톤?
이건 또 뭐냐.
대규는 혹시나 해서 메시지창에 젬스톤이라고 적힌 글자를 손끝으로 눌렀다. 그러자 젬스톤에 대한 설명이 좌르륵 눈앞에 떴다.
<젬스톤은 타르타로스에서 몬스터를 해치우면 낮은 확률로 얻을 수 있는 광물입니다.>
<타르타로스의 종류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젬스톤의 등급이 달라집니다.>
그러고 보니 지금 대규가 수행하고 있는 미션의 내용은 ‘제1 타르타로스와 이어진 포탈을 찾는 것’이었다.
그 말은 제2, 제3의 타르타로스도 존재한다는 말이다.
대규는 빨리 젬스톤이란 광물을 구해 닥튈로이의 반지를 성장시키고 싶었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 상승도 그렇지만 저 추가 옵션이란 게 상당히 궁금하단 말이지.
“그럼 이제 나가 볼까? 그런데 출구가 어디야?”
이렇게 중얼거리자마자 공터의 중앙 바닥에서 거대한 마법진이 생겨났다. 대규는 마법진의 중앙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마법진에서 빛이 촤르륵 뿜어져 올랐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도서관 2층 열람실로 되돌아와 있었다.
“휴… 이제 두 번째 히든 미션을 하러 갈 차례인가?”
아니, 그 전에 지도를 봐야 한다. 경쟁자들의 위치를 체크해야 하니까.
대규는 지도창을 띄웠다.
잠실에 있던 파란 점은 잠실대교를 건너고 있었고 창동에 있던 점은 쌍문역에, 노원구에 있던 점은 상계 백병원을 지나 중계역 근처에 있었다.
문제는 대방역 부근에 있던 나머지 세 명이었다.
그들은 어느새 양화대교로 진입하고 있었다. 곧바로 오면 두 번째 히든 미션이 있는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만날 수도 있다.
나머지 히든 미션은 포기하고 빨리 포탈이 있는 시청으로 가야 하는 건가.
하지만 이번 히든 미션에서 닥튈로이의 반지뿐만 아니라 귀한 스킬까지 얻었다. 나머지 미션에서도 이만큼 더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 미션의 보상은 방패였다. 그것도 받은 데미지를 5% 돌려주는 반사 방패. 녹슨 방패는 이미 깨져서 버렸다. 지금 닥튈로이의 반지가 올려 주는 방어력에 방패의 데미지 반사력까지 더해지면 지금 잡은 폴리페모스의 본체라도 한번 싸워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기하긴 너무 아까운 미션이었다.
다시 한 번 지도창을 보고 세 명의 후보생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우선 홍대입구 쪽으로 가서 녀석들을 지켜보자.
몰래 그들의 동태를 살펴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그들이 시청에 포탈이 있는 것을 알고 이쪽으로 오는 건지, 아니면 우연히 온 건지.
두 번째 히든 미션을 할 것인지에 대한 여부는 그때 가서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규는 황급히 도서관을 벗어났다.
* * *
대규는 연세 대학교 캠퍼스 정문을 빠져나와 동교동 로터리 쪽으로 향했다. 그 길이 홍대입구역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로터리 쪽엔 미니 키클롭스와 키클롭스들이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것들은 다 식은 죽 먹기지.
서걱-!
칼을 휘두를 때마다 괴물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힘이여, 솟아라! 스킬을 쓸 필요도 없었다.
눈곱만큼의 경험치밖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티끌모아 태산이라니까.
대규는 홍대입구를 향해 달려가면서 칼날을 열심히 휘둘렀다.
동교동 삼거리에 이르자 저 멀리 홍대입구역이 보였다.
대규의 뒤에는 몬스터들의 시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검집에 칼을 집어넣었다. 다리엔 청바지 대신 가죽으로 된 하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동교동 로터리의 몬스터를 쓸어버리면서 아이템으로 얻은 것이었다. 이걸로 또 물리 방어력이 10% 상승했다.
이 정도면 두 번째 히든 미션도 거뜬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든든했다.
두 번째 히든 미션의 장소인 홍대입구 전철역에 가기 전에 지도를 띄웠다. 특히 양화대교에 있던 세 명의 후보생을 주시했다.
세 명은 양화대교를 건너 이제 합정 근처에 있었다. 그들의 이동 속도는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이게 뭐야?’
그들의 뒤에는 엄청나게 거대한 붉은 점이 따라붙고 있었다. 키클롭스를 나타낸 점보다 몇 배는 크기가 큰!
새로운 보스 몬스터? 설마 이젠 히든 미션 보스였던 폴리페모스 같은 녀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건가?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지도를 자세히 보니 수십 개의 붉은 점들이 뭉쳐져서 몹시 거대한 하나의 점처럼 보인 것뿐이었다.
‘이 사람들… 몬스터들에게 쫓기고 있었군.’
아무래도 홍대입구역에서 저들과 맞부딪힐 것 같았다.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 도착한 대규는 주변의 몬스터들을 손쉽게 해치우고 출구 앞 KFC 안으로 들어갔다. 히든 미션은 9번 출구로 들어가자마자 시작되는 것 같았다.
“키에에엑!”
“으아악!”
밖에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와 인간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 대로변에서 미니 키클롭스 수십 마리와 키클롭스 몇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세 후보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선물 상자에서 풀 갑옷 세트를 받았던 대딩 녀석과 쌍검을 받았던 미모의 여자가 다급하게 쫓기고 있었다.
그리고 곧 투박한 욕설이 귀에 들렸다.
“씨발, 빌어먹을 몬스터 새끼들!”
문신투성이의 건달 녀석.
저 세 명이서 파티를 구성해 다녔던 거로군.
그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몬스터들을 상대로 전투는커녕 도망치기 바빴다. 몬스터들은 붉은 외눈동자를 번뜩이며 앞에 있는 세 명을 향해 마구잡이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다.
도와줘야 하나?
아니다. 내가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어쨌든 저들은 자신과 같은 후보생이자 경쟁자였다.
내가 저들을 방해하거나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도와줄 마음도 없다.
일단 저들의 상황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최악의 경우 저들이 몬스터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해도 다시 부활할 수 있다.
그들은 이제 대로 한가운데에서 몬스터들에게 서서히 둘러싸이고 있었다. 미니 키클롭스와 키클롭스들은 침을 질질 흘리며 포위망을 좁혀 가고 있었다.
솔직히 대규에게 저 정도 몬스터들과 싸우는 건 애들 장난이었다. 미니 키클롭스와 키클롭스에 대한 공략 등급은 이미 상급으로 만들었고, 레벨도 꽤 올랐다. 굳이 스킬을 발동하지 않아도 보레아스의 검만 휘두르면 단번에 녀석들을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러나 저 세 명에겐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저들보다 강하다! 심지어 세 명을 합쳐 놓은 것보다도!’
확실히 남들보다 빠르게 강해졌구나.
하지만 저들의 실력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만약 정말로 위급한 상황에 놓이게 되면 그때 도와줘도 괜찮겠지.
대규는 KFC의 테이블에 앉아 유리창 너머로 그들의 전투 광경을 지켜보았다.
* * *
“빌어먹을!”
문신을 한 건달 최대호는 자신을 둘러싼 몬스터들을 보며 이를 바득 갈았다.
“어, 어떡하죠……?”
갑옷을 입은 대딩, 김원영이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원영은 겁에 질려서 자신의 무기인 숏 소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미모의 여자 이지영은 원영보다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눈빛 역시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씨, 씨발! 일단 무기를 들어!”
대호는 그들의 뒤에서 우악스럽게 소리쳤다. 속으론 다리가 풀릴 만큼 무서웠지만 원영과 지영 앞에서 그런 티를 낼 순 없었다.
지영은 쌍검을 들고 전투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대딩 녀석 원영은 넋이 나간 채로 무기를 들기는커녕 사시나무처럼 떨 뿐이었다.
“이 멍청한 새끼! 무기 안 들어?”
최대호가 소리쳤지만 원영은 우는 소리만 냈다.
“으, 으허엉… 엄마…….”
몬스터들은 그들에게 피라냐 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대호는 미친 듯이 자신의 파워 소드를 휘둘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
그때 대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원영의 어깨를 꾹 잡았다. 원영은 놀라서 몸을 움찔한 뒤 고개를 돌렸다.
키클롭스에게 잡힌 줄 알았는데 그게 대호의 손이란 걸 확인하고 안도했다.
그 순간이었다.
“새끼들아, 먹어라!”
대호는 있는 힘을 다해 원영을 키클롭스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밀쳐 버렸다.
“으아아! 지금 대체 무슨…….”
“그러니까 씨발, 빨리 무기 들라고 했잖아!”
“으아아악!”
미니 키클롭스들은 원영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미니 키클롭스들은 순식간에 원영을 둘러싼 뒤 무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원영의 모습은 몬스터들에게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고통스러운 비명소리만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사람 살려!”
“키에에에!”
다행히 풀 세트 갑옷을 입고 있었던 덕분에 바로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곧 죽을 것이다.
그 광경을 본 지영이 대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 미쳤어?”
“시발, 어차피 뒈져도 부활한다잖아! 지금 저것들이 정신 팔려서 등 보이고 있을 때 빨리 조져야 해. 다 뒈지고 싶어?”
“악마 같은 새끼…….”
대호는 원영을 둘러싼 미니 키클롭스들의 등을 파워 소드로 사정없이 베어 버렸다.
“키이익!”
지영은 그런 대호를 질린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자신도 칼을 들고 미니 키클롭스들을 베기 시작했다. 빨리 해치워야 원영을 구할 수 있을 테니까.
“쿠와아아앙!”
엄청난 포효가 들렸고, 2미터의 거구 키클롭스가 등장했다. 키클롭스가 대호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부웅-
“으아악!”
대호는 비명을 지르면서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규는 그 광경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저 자식이 왜 저기로 들어가?’
저곳이 히든 미션 장소라는 걸 알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