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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집을 습득하셨습니다-12화 (12/294)

# 12

12화. 히든 미션 (5)

소리가 너무 커서 공터가 흔들렸다. 발을 딛고 있는 바닥이 지진이 난 것처럼 진동이 왔다.

녀석의 포효에 압도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레벨이 낮았다면 아마 저 포효만으로도 공포에 질려 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두려움에 떨기만 할 수는 없지.

“힘이여, 솟아라!”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근육이 팽창하기 시작하고 두려움도 조금은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때 녀석이 철퇴를 휘둘렀다.

빌어먹을. 녀석의 키가 큰 탓에 저 멀리서 철퇴를 휘둘렀을 뿐인데도 대규의 정수리를 정확히 가격하고 있었다.

온몸의 힘을 다해 방패로 철퇴를 막았다.

까앙!

방패를 들어 막았지만 녀석의 어마어마한 위력에 사정없이 나가 떨어졌다. 몸이 공중에 붕 떴다가 대리석 위로 추락했다.

“크윽…….”

대규는 쓰러진 몸을 일으켰다.

이럴 수가! 방패가 깨져 버렸다. 게다가 제대로 맞은 것도 아닌데 생명력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생명력 154/270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녀석이 다시 철퇴를 휘둘렀다.

부웅-

저 무식해 보이는 철퇴에 한 방이라도 제대로 맞으면 끝장이다.

몸을 굴려 철퇴를 피한 뒤 급하게 중급 생명력 회복 포션을 들이켰다. 생명력이 254로 올라갔다.

콰쾅-!

철퇴에 맞아 부서진 대리석 바닥의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전에 골목에서 마주쳤던 키클롭스가 도끼로 시멘트 바닥을 내리쳤던 건 애들 장난 수준이었다.

보레아스의 검 덕분에 민첩이 올라가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즉사였다.

녀석을 어떻게 쓰러뜨려야 할지 막막했다.

녀석의 키는 대략 7미터. 키가 180인 대규는 녀석의 무릎 정도밖에 안 됐다. 그런데 대체 녀석의 약점이라는 목뼈와 척추 사이를 어떻게 찔러야 한다는 거지.

‘도무지 공격할 틈이 없잖아!’

철퇴를 피하기에만 급급해 반격은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대신 민첩을 이용해 녀석의 공격을 피할 수는 있었다. 그럼 녀석의 다리 쪽으로 붙어 보레아스의 검으로 종아리와 오금에 칼질을 해 보는 건 어떨까. 검이 지닌 냉기 공격으로 녀석의 움직임을 둔화시킬 수 있을 테니까.

“좋아, 가자!”

대규는 날아오는 철퇴 사이사이로 빠져나간 뒤 녀석의 다리를 칼로 사정없이 베었다.

서걱-

서걱-

서걱-!

녀석의 피부와 근육이 강철처럼 단단해서 칼날이 잘 들어가진 않았지만 잔 상처는 낼 수 있었다. 칼을 휘두를 때마다 날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수십 번이나 칼을 휘둘렀지만 녀석은 아직도 건재했다. 동작이 느려지긴 한 것 같은데 이걸 대체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지?

느려졌다고 해도 녀석의 공격은 키클롭스 녀석들에 비해 훨씬 예리하고 정확했다.

장님이라고 솔직히 방심하고 있었는데.

더욱 놀라운 건 저 어마어마한 녀석이 본체가 아니라 ‘분신’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본체는 얼마나 강하다는 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아무래도 녀석의 본체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상주한다는 타르타로스에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는 말은 타르타로스에는 저 녀석보다 훨씬 강력한 것들이 득실대고 있다는 거다.

‘그곳에선 죽어도 부활할 수 없다고 했지. 젠장, 산 넘어 산이로군.’

모든 게 일사천리로 해결될 줄 알았는데.

[05:12]

벌써 25분이나 흘렀단 말이야?

상태창을 보니 마나가 56 남아서 한 번 더 사용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공격과 방어는 시간만 소모할 뿐 녀석을 이길 수는 없다.

어떻게든 놈의 약점을 공격을 해야 한다.

철퇴가 날아왔다.

부웅-

빌어먹을.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했지만 대리석 파편들이 사정없이 날아왔다.

잠깐, 공략집에 의하면, 녀석은 눈이 안 보이는 대신에 청각이 예민하다고 했지. 그렇다면 소리가 들리는 곳을 자신이 있는 곳으로 착각하고 공격할지도 모른다.

‘저걸 던지면 큰 소리가 나지 않을까?’

여기저기서 소리가 나면 녀석에게 혼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시험 삼아 자신의 발밑에 놓인, 사람의 머리통만 한 대리석 파편을 멀리 던져 보았다. 스킬로 근력이 늘어난 덕분인지 파편은 공터의 반대쪽 벽까지 닿았다.

퍽!

파편이 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나자 녀석은 그쪽으로 몸을 돌려 철퇴를 가격했다.

됐다.

대규는 땅에 떨어진 파편들을 열심히 집어 공터 여기저기로 던졌다.

퍽퍽퍽!

폴리페모스는 사방에서 들리는 소리를 들으며 마구잡이로 철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 부웅-

철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파편 조각들이 매섭게 날아왔다. 피한다고 피했지만 대규는 잔 상처를 입었다.

“크르르르…….”

대규는 파편을 열심히 집어던지면서 녀석의 등 쪽으로 가까이 접근했다.

마지막 파편을 던지고 녀석이 그쪽을 향해 철퇴를 가격하는 순간,

“지금이닷!”

몸을 날려 녀석의 허리를 딛고 점프를 했다. 스킬로 근력이 올라서 그런지 한 번의 도약으로 7미터가 넘는 놈의 어깨에 올라탔다.

보인다.

목뼈와 척추가 연결된 부위.

“죽어랏!”

대규는 있는 힘을 다해 깊숙이 보레아스의 검을 찔러 넣었다. 차가운 냉기가 뿜어져 나오며 검날 끝이 녀석의 목젖을 통과해 튀어나왔다.

“크르르, 크륵…….”

녀석의 입에서 가래 끓는 것 같은 끔찍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몸뚱이가 서서히 앞으로 고꾸라졌다.

쿵!

“허억…….”

대규는 칼날을 뽑아낸 뒤 녀석의 몸에서 내려왔다. 가죽 갑옷은 상당히 많이 긁혀 있었고 얼굴과 하반신엔 상처투성이였다. 아마 갑옷 상의가 없었다면 꽤 심각한 부상을 당했을지도 몰랐다.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폴리페모스(분신)을 해치운 대가로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마나를 20 흡수하였습니다.]

[첫 번째 히든 미션을 완수하였습니다.]

[보상으로 당신의 레벨이 추가로 1단계 상승합니다.]

몸은 만신창이였지만 대규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내가 보스 몬스터를 해치우다니!

순간 온몸에서 빛이 일었다. 폴리페모스의 분신을 해치우고 얻은 경험치와 미션 완수 보상으로 2단계 레벨 업을 한 것이다.

김대규(후보생)

Lv.11(경험치 54.00%)

생명력 310/310

마나 76/130

근력 17

민첩 16(+5)

지능 16

운 3(+5)

권위 5

레벨 업을 하며 몸에 난 상처들이 회복됐다. 녀석의 사체를 돌아보았다. 손에 쥐고 있는 커다란 철퇴가 보였다. 그래도 명색이 보스 몬스터인데 상당히 좋은 무기일지도 몰랐다.

‘한번 써 볼까.’

놈의 사체 쪽으로 다가가는데 갑자기 빛이 촤악 뿜어져 나왔다.

눈 깜짝할 사이 사체와 철퇴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본체가 아닌 분신이라 죽고 난 후 소멸되는 것 같았다.

은은한 빛에 둘러싸인 아이템이 허공에 떠 있었다.

스킬북!

안 그래도 새로운 스킬을 얻고 싶었는데.

기왕이면 힘 스킬처럼 일정 시간 동안 스탯을 비약적으로 올려주는 것이었음 좋겠다. 이번에는 민첩을 10 올려 주거나 하는 거면 좋을 텐데.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책을 주웠다.

[비산(飛散)의 결계]

비산의 결계?

이건 대체 뭐지. 결계를 치는 방어술 같은 건가.

대규는 책장을 넘겼다.

[비산의 결계(하급)을 습득하였습니다.]

[비산의 결계: 스킬을 발동하면 사용자를 중심으로 반경 5미터의 결계가 형성되고, 결계 안의 적들에게 수백 개의 칼날이 동시에 쏟아져 내립니다. 마나 30이 소모됩니다. 쿨 타임 30분.]

아무래도 광역 공격 기술인 것 같았다. 적들에게 옴짝달싹할 수 없이 포위된 상황에서 쓴다면 아주 유리할 것 같았다. 아니면 적들의 주위를 끌어 내 곁으로 몰려들게 한 다음 쓴다면? 힘 스킬과 함께 사용한다면 대단히 위협적일 것이다. 하지만 수백 개의 칼날이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니, 소름이 돋는 광경일 것이다.

위협적인 만큼 한 번 쓰는 데 마나가 30이나 소모되고 심지어 쿨 타임이 걸려 있어서 연속으론 쓸 수도 없다. 이건 정말 꼭 어쩔 수 없을 때만 사용해야겠다.

‘그럼 이제 반지를 얻어 볼까.’

대규는 제단 위에 둥둥 떠 있는 황금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상자의 뚜껑을 열자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굵은 금반지가 보였다.

반지를 집어 들자 아이템 설명창이 떠올랐다.

[닥튈로이의 반지(하급)(성장형 아티팩트)]

[크레타 섬의 정령으로 마술사이며 대장장이였던 닥튈로이가 만든 반지로 이것을 지니면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30% 상승합니다.]

대규는 반지를 집어 오른쪽 중지에 껴 보았다. 좀 커 보이는데.

그때 반지가 순식간에 손가락 크기에 맞게 조여들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빼 보려고 했지만 들어간 반지는 손가락에 붙어 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닥튈로이의 반지가 당신에게 영구 귀속됐습니다.]

[닥튈로이의 반지 영향으로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30% 상승했습니다.]

전에 공략집에서 봤던 설명 그대로였다.

그런데 성장형 아티팩트란 건 대체 무슨 소리일까?

아이템도 레벨 업 하듯 성장한다는 건가?

대규의 마음을 읽은 듯 공략집의 메시치장이 떠올랐다.

<닥튈로이의 반지는 성장할수록 물리 방어력과 마법 저항력이 상승하고 추가 옵션도 생겨납니다.>

<성장시키려면 젬스톤(gemstone)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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