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
11화. 히든 미션 (4)
그는 심호흡을 한 뒤 유리문을 열고 열람실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시커먼 안개가 뭉클 피어올랐다.
스스스.
도서관의 풍경은 간데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이 나타났다.
[첫 번째 히든 미션 장소에 진입했습니다.]
[미션: 키클롭스들을 모두 해치워라. 0/50]
도서관 안에 동굴이 있다니. 차원의 틈 세계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50마리의 키클롭스를 해치우란 미션의 내용은 공략집을 통해 미리 알고 있었다. 몬스터들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지도창을 펼쳤다.
‘빨리 9마리를 잡아서 상급 공략을 습득한다.’
지도는 평소 보여 주던 서울의 모습은 없고 동굴의 위치만 표시하고 있었다.
동굴은 일직선으로 파여 있었다. 일직선의 길이는 대략 300미터. 통로의 끝에는 공터로 보이는 넓은 원형의 공간이 있었다.
꼭 막대 사탕과 비슷한 형상이었다. 공터의 구석에는 노란 마크가 반짝였다.
아마 저곳이 히든 미션의 보상 ‘닥튈로이의 반지’가 있는 곳일 터.
통로에는 키클롭스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다면 30분 안에도 해치울 수 있다. 게다가 9마리만 추가로 잡으면 상급 공략을 습득하니까 더 빨리 해치울 수도 있다.
대규는 자신의 마나 상태를 확인했다. 106. 충분히 스킬을 발휘할 수 있다.
“힘이여, 솟아라!”
[스킬 ‘힘이여, 솟아라!’가 발동되었습니다.]
[마나가 50 소모됩니다.]
[30분 동안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29:59]
근육 사이로 에너지가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그의 앞으로 붉은 점 3개가 다가오고 있었다.
“쿠어어억!”
“키에엑!”
키클롭스 세 마리가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왔다.
하지만 이젠 별거 아닌 녀석들이다.
대규는 보레아스의 검을 뽑으며 선두로 달려드는 녀석을 상대했다. 휘두르는 도끼를 가볍게 피한 뒤 녀석의 무릎을 박차고 올라 칼날로 머리통을 베어 버렸다.
서걱-!
냉기가 서리며 녀석의 머리통이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나머지 놈들도 간단히 해치웠다.
상급 공략을 얻지 않았는데도 이 정도로 쉽게 해치우다니. 역시 스킬의 위력은 대단했다.
순식간에 세 마리를 해치우자 경험치, 마나를 흡수했다는 메시지는 물론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가 뜨며 빛이 몸을 휘감았다.
김대규(후보생)
Lv.8(경험치 9.00%)
생명력 250/250
마나 59/115
근력 14(+10)
민첩 13(+5)
지능 13
운 3(+5)
권위 5
이젠 키클롭스 한 마리를 죽여도 3%의 경험치밖에 얻지 못했다. 마나도 1만 흡수했고.
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강해졌단 증거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쁘기는커녕 오히려 뿌듯했다.
‘빨리 상급 공략을 얻어 닥튈로이의 반지를 손에 넣고 다음 히든 미션 장소로 가자.’
대규는 아이템을 챙긴 뒤 지도창을 띄웠다. 놈들의 위치를 확인한 후 동굴 깊숙한 곳으로 달려갔다.
* * *
<키클롭스를 50마리 이상 해치웠습니다.>
<키클롭스에 대한 공략(상급)을 습득했습니다.>
<키클롭스에 대한 공격력이 총 50% 상승했습니다.>
<키클롭스로부터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집니다.>
“됐다!”
키클롭스의 사체 더미 위에서 대규는 큰 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상급 공략을 습득했다. 스킬의 발동 시간은 아직 반도 넘게 남았다. 히든 미션 완수는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후후, 아이템을 확인해야겠지.”
키클롭스의 시체 위에 새로운 아이템이 보였다.
오호, 상급 공략을 습득해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높아진 효과인가.
살펴보니 갑옷의 상의였다. 잘 됐다. 안 그래도 방패 말곤 방어구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질긴 가죽 갑옷(일반)]
[키클롭스의 두꺼운 가죽을 말려 백 번 이상 무두질해 만든 상의 갑옷입니다. 착용 시 물리 방어력이 10% 상승합니다.]
녀석들의 단단한 가죽으로 만든 갑옷이라고? 꽤 쓸 만하겠는걸.
가죽 갑옷이라 그런지 무게는 가벼웠다. 그럼 한번 입어 볼까? 그런데 어떻게 입어야 하는 거지.
대규는 가죽 갑옷을 집어 들었다.
촤아악-
저절로 갑옷이 입혀졌다.
마법진이 있던 곳에서 대딩 녀석이 선물 상자에서 받은 갑옷을 입었을 때처럼.
생각보다도 가벼웠다. 꼭 외투 하나 걸친 정도의 무게감이랄까.
이제 방패에 갑옷까지 갖추니 물리 방어력은 총 20% 상승한 상태다. 게다가 스킬로 근력은 10 상승했고. 보레아스의 검으로 인해 민첩이 5 상승해 있었다. 자신의 상태를 돌이켜 보니 가슴이 벅차올랐다.
[14:32]
시간이 절반 넘게 지났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대규는 정신을 차린 뒤 동굴 깊숙한 곳을 향해 달려갔다.
놈들은 머릿수를 셀 수도 없을 만큼 우글우글 몰려 있었다.
“쿠어억!”
“키에엑!”
하지만 상급 공략에 스킬까지 발동된 대규에겐 이 모든 것이 식은 죽 먹기였다.
녀석들의 공격 궤도와 빈틈이 훤히 보였다.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날들을 여유롭게 방패로 쳐 냈다. 녀석들은 그의 힘에 밀려 뒤로 나자빠졌다.
“흐라앗!”
서걱-
서걱-
서걱-!
“쿠어어억!”
“꾸에엑!”
실로 일방적이고 압도적인 싸움!
전투를 벌이는 게 아니라 도축을 하는 것 같았다.
냉기 공격까지 추가된 탓에 동굴 전체엔 한기가 휘몰아쳤고 나머지 녀석들 역시 동작이 상당히 느려진 상태였다.
대규는 열심히 녀석들을 베었다. 경험치와 마나가 쉴 새 없이 들어왔다.
“죽어라!”
검무를 추듯 칼날이 현란하게 휘날렸고 동굴 속엔 키클롭스들의 비명이 차올랐다.
얼마 후 대규의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키클롭스들을 모두 해치웠습니다.]
[스킬 ‘힘이여, 솟아라!’의 지속 시간이 끝났습니다.]
해냈다.
대규는 산처럼 쌓인 키클롭스의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가죽 갑옷 때문인지 몸엔 잔 상처도 거의 없었다.
대규는 사체들 틈에서 아이템을 뒤졌다. 대부분 생명력 회복 포션과 마나 회복 포션이었다. 스킬북이 떨어져 있나 싶어 꼼꼼히 살폈지만 스킬북은 나오지 않았다. 확실히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혹시나 하의 방어구라도 있나 봤지만 없었다. 가죽 방어구 상의에 청바지라니 좀 안 어울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드디어 미션은 완수했고 레벨은 9를 찍었다.
김대규(후보생)
Lv.9(경험치 14.00%)
생명력270/270
마나 106/120
근력 15
민첩 14(+5)
지능 14
운 3(+5)
권위 5
레벨 9가 되자 키클롭스 녀석들을 죽여도 경험치는 1%밖에 얻지 못했다.
동굴의 끝까지 들어왔지만 공터는 보이지 않았다.
지도상에선 이쯤에 널찍한 공터가 있어야 한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동굴 끝에 장치가 있는지 살피는데 공략창이 눈앞에 떴다.
<첫 번째 히든 미션의 보상을 얻기 위해선 폴리페모스의 분신과 싸워서 이겨야 합니다.>
<조건: 첫 번째 히든 미션을 완료한 자>
<수락하시면 문이 열립니다.>
미션 내용에 그런 건 없었잖아!
하지만 이제 와서 포기할 순 없다. 보상이 코앞에 있는데.
게다가 대규에겐 차원의 틈 공략집과 힘이여, 솟아라! 스킬이 있다. 설마 그걸 활용해도 못 이길 정도로 강력한 녀석을 배치해 두진 않았겠지. 그리고 분신이라면 좀 약하지 않을까?
들어가서 막상 녀석을 보면 공략집이 녀석의 약점을 알려 줄 거다. 그러면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공략집대로 해서 실패한 적은 없었으니까.
대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싸움을 수락했다.
쿠구구구구.
동굴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막다른 동굴 통로의 벽인 줄 알았던 곳이 갈라지며 넓은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엔 대리석이 평평하게 깔려 있었고 끝 쪽에는 작은 제단이 있었다. 제단 위에는 작은 황금 상자가 둥둥 떠 있었다.
‘저 상자 속에 반지가 있나 보군.’
대규는 공터 안으로 발을 들였다. 들어가자마자 갈라졌던 동굴 벽이 쿵, 하고 닫혀 버렸다.
그 순간 공터의 중앙에 그려진 마법진에서 푸른빛이 촤악 뻗어 올랐다.
뭐지?
빛이 아래쪽부터 서서히 사라지면서 거대한 한 쌍의 발이 보였다.
대규의 시선이 점점 위로 향했다. 발, 장딴지, 몸통, 그리고 얼굴!
“허억…….”
키가 7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인이 그 앞에 서 있었다. 거인의 얼굴엔 미니 키클롭스나 키클롭스처럼 커다란 외눈이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녀석들처럼 대머리가 아니라 곱슬머리에 수염까지 나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 박힌 외눈은 좀 이상했다.
상처가 크게 나 있었으며 눈동자는 보이지 않았다. 온통 회백색의 안구뿐.
소름 끼치는 몰골이었다.
그 괴물은 갑옷도 걸치고 있었고, 거대한 손에는 스파이크들이 잔뜩 박힌 철퇴를 쥐고 있었다. 철퇴의 둥그런 부분이 거의 사람의 상반신 정도의 크기였다.
“크워워웍!”
그가 입을 벌리고 포효를 내질렀다. 널찍한 공터가 진동할 정도로.
‘이, 이게 보스 몬스터인 건가.’
그 순간 공략창이 눈앞에 떴다.
-차원의 틈 공략집-
몬스터 이름: 폴리페모스(Polyphemus)의 분신, 보스 몬스터
보상: 다량의 경험치와 마나, 낮은 확률로 희귀 아이템 드롭
특징: 해신 포세이돈의 아들 폴리페모스의 분신. 인간 영웅 오디세우스로 인해 눈을 잃어 장님이 됐지만, 그로 인해 청각이 몹시 뛰어남. 인간을 산채로 잡아먹는 것을 즐김. 분신이지만 힘과 파괴력은 본신의 능력만큼 강하다.
<폴리페모스에 대한 공략(하급)을 습득했습니다.>
<폴리페모스에 대한 공격력이 10% 상승합니다.>
<폴리페모스로부터 희귀 아이템을 습득할 확률이 조금 높아집니다.>
<폴리페모스는 척추로 이어지는 마지막 목뼈 사이의 신경절을 깊게 찌르면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마지막 목뼈 사이의 신경절을 깊게 찌르라고?
저 7미터가 넘어 보이는 거구를?
말이 쉽지.
그때 녀석이 거대한 철퇴를 치켜든 채 땅을 구르며 포효했다.
“쿠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