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화. 히든 미션 (3)
<키클롭스를 20마리 이상 해치웠습니다.>
<키클롭스에 대한 공략(중급)을 습득했습니다.>
<키클롭스에 대한 공격력이 총 20% 상승했습니다.>
<키클롭스로부터 아이템을 획득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집니다.>
“헉, 헉…….”
드디어 중급 공략을 습득했다.
그 순간 스킬의 시간도 다 소진됐다. 왠지 온몸에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아 아쉬웠다.
학생회관 앞에는 미니 키클롭스와 키클롭스의 시체들이 쌓여 있었다. 대규는 생명력 회복 포션을 마시며 상태창을 불렀다.
김대규(후보생)
Lv.6(경험치 87.00%)
생명력 210/210
마나 72/105
근력 12
민첩 11(+1)
지능 11
운 3(+5)
권위 5
어느새 레벨은 6이 됐고 경험치도 꽤 쌓였다. 대신 키클롭스 한 마리를 죽여도 경험치는 8%밖에 얻지 못했다. 미니 키클롭스를 100마리 이상 잡은 것 같은데 눈곱만큼의 경험치만 간신히 얻었다. 마나는 이제 아예 들어오지도 않았고.
사체들 위에 빛나는 물건들이 보였다. 주로 생명력 회복 포션과 드물게 마나 회복 포션이 있었다.
그런데 한 사체 위에서 눈에 띄게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칼이다.
심지어 지금 사용하고 있는 숏 소드보다 칼날이 더 길고 예리했다. 재빨리 그것을 쥐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보레아스의 검(희귀)]
[북풍의 신 보레아스의 숨결이 깃든 검입니다. 민첩이 5 상승합니다.]
[보레아스의 숨결 영향을 받아 냉기 공격력이 10% 추가됩니다.]
오호! 희귀 등급 아이템이다!
그런데 냉기 공격력이 10% 추가된다는 건 무슨 뜻이지?
대규는 허공에 칼을 한번 휘둘러 봤다.
칼날이 푸르스름하게 빛났고 주변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
“앗, 차가워.”
휘두른 궤도에서 차가운 냉풍이 불었다. 게다가 민첩이 5 추가된 탓인지 몸이 날아갈 듯 가벼웠다. 냉기 특수 공격에 이 정도로 민첩을 올려 준다니.
현재 사용하고 있는 숏 소드보다 훨씬 좋은 무기다.
‘그동안 잘 싸워 줬다. 고마워.’
대규는 숏 소드를 보며 속으로 이렇게 말한 뒤 보관함에 넣었다. 새로운 검을 들고 연습 삼아 휘둘러 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쿵쿵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키클롭스 네 마리!
중급 공략과 이 새로운 검의 능력을 시험해 볼 좋은 기회였다.
대규는 망설이지 않고 그들을 향해 달려갔다.
민첩이 상승한 탓인지 다리의 움직임이 몹시 경쾌했다.
서걱-!
“키이익!”
네 마리의 키클롭스들 가슴에 상처가 깊게 파였다. 역시 대단한 검이다. 여태까진 거죽을 뚫는 것도 힘들었는데.
‘어, 저게 뭐지?’
대규의 눈동자가 커졌다.
상처를 입은 녀석들의 가슴부터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동작이 느려졌다.
설마 이 검의 위력인가?
이거 정말 엄청난 물건이잖아!
아니지, 지금은 감탄할 때가 아니다. 대규는 때를 놓치지 않고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냉기 공격과 중급 공략, 그리고 상승한 민첩을 이용한다면 힘 스킬을 발동하지 않아도 수월하게 해치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녀석의 목을 베어 버렸다.
서걱-!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냉풍이 휘몰아쳤고 두 녀석의 뒷목이 두 동강 났다. 얼어 있어서 그런지 피도 나지 않았다. 깨끗하고 좋았다.
나머지 녀석들이 대규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하지만 느려진 녀석들의 공격은 슬로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피식.
대규는 여유 있게 웃으며 도끼들을 느긋하게 피한 뒤 그들의 하체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다리가 얼어붙기 시작했고 그들의 동작은 더욱 느려졌다.
그들이 도끼를 미처 휘두르기도 전에 대규는 높게 점프해 그들의 눈알을 차례로 찔렀다.
푹!
푹!
“크르르르…….”
“키르륵…….”
녀석들이 신음 소리를 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녀석들의 사체 위로 포션 2개가 떠 있었다. 요리 실력 상승 포션인가 싶어 그것을 쥐었다.
[생명력 회복(중급) 포션]
[생명력을 100 회복시켜 줍니다.]
중급 회복 포션이었다. 생명력 100 회복이라니, 하급 포션의 세 배 이상이다. 앞으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대규는 보레아스의 검을 쥔 뒤 학생회관 로비 쪽을 바라보았다.
로비 안에는 키클롭스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다 죽었쓰.’
대규는 학관 로비 안으로 바람처럼 달려갔다.
* * *
마지막 놈의 목을 따버리고 보레아스의 검을 허공에 한 번 휘두르고는 검집에 넣었다.
학관 로비는 키클롭스들의 분해된 몸통들이 얼어서 뒹굴고 있었다.
레벨은 어느새 7이 됐다. 전투 도중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창이 떴다. 사체를 세어 보니까 키클롭스 총 17마리. 경험치는 98%.
아깝다. 한 마리만 더 있었으면 레벨 업인데.
어쨌든 총 41마리의 키클롭스를 죽였다.
좋아. 이제 9마리만 더 죽이면 레벨 업에 상급 공략 획득이다.
대규는 지도창을 띄웠다. 나머지 9마리를 찾기 위해서. 그 전에 다른 후보생들의 위치도 파악해야 했다.
“어?”
다른 후보생들을 표시한 점은 아까와 비슷했는데 보라매 공원 근처에 있던 세 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그들은 강북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보라매 공원에서 서울 병무청이 있는 대방역 근처로 이동한 상태였다. 이 방향으로 그들이 쭉 이동한다면 여의도를 지나 한강을 건널 것이고, 그렇게 되면 포탈이 있는 시청에 가까워질 것이다.
어떡하지.
지금 당장 타르타로스 포탈로 갈까?
대규는 그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그들은 병무청에서 멈춰 있었다.
저들이 길을 헤매지 않고 쭉 시청으로 오고 있다고 가정한 뒤 시청까지의 도달 시간을 계산해 봤다. 어쨌든 몬스터를 해치우며 시청까지 오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아직 급박하게 시청을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키클롭스 공략을 상급으로 만들고 느긋하게 히든 미션을 하기엔 조금 불안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히든 미션을 하러 가자.
어차피 9마리 정도는 미션 장소에서 때려잡으면서 수행 도중 상급 공략을 얻으면 된다.
보레아스의 검과 지금 그의 실력이라면 미션 달성 목표인 키클롭스 50마리쯤 잡는 건 수월할 테니까.
물론 50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는 한은 말이다.
설마 한 번에 달려들진 않겠지? 만약 달려든다고 하면 아까 얻은 ‘힘이여, 솟아라!’ 스킬을 쓰면 된다.
계속 고민만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지금도 경쟁자들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을 테니까.
대규는 중앙 도서관으로 뛰어들어 갔다. 도서관 내부는 컴컴하고 음산했다.
몬스터들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계단을 올라가 히든 미션 장소인 도서관 2층으로 올라간 뒤 몬스터들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보려고 지도창을 띄웠다.
하지만 지도에는 붉은 점은 보이지 않았고 오직 노란 히든 미션 마크만 반짝였다.
정확히 히든 미션 마크가 찍힌 곳은 도서관 2층의 인문 서적 열람실 내부였다.
대규는 열람실로 들어가는 유리문 앞으로 걸어갔다.
유리문 너머엔 키클롭스는커녕 그 어떤 몬스터도 보이지 않았다.
테이블과 책상,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장뿐.
그는 심호흡을 한 뒤 유리문을 열고 열람실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