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
9화. 히든 미션 (2)
대규는 놀라서 입이 떡 벌어졌다.
근력 스탯이 10 상승한다는 건 레벨을 10을 올린 수준과 같다는 것이다. 지금 레벨이 5인데 스킬을 사용하면 30분간 근력이 레벨 15의 수준이 된다는 것.
레벨 15라면 지금 레벨보다 10단계나 높은 상태다.
하지만 이건 수학적인 수치일 뿐 실제론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흐억, 엄청나다. 광전사 수준 아니야?’
하지만 30분 동안만 상태가 유지되고 한 번 쓰는데 마나가 50이나 소모되니까 마구 남발하는 건 불가능하다.
지금 대규의 마나는 100포인트다. 거기에 현재 갖고 있는 마나 회복 포션은 총 3개, 즉 60포인트 회복이 가능하다. 그럼 이론상으론 최대 연속 세 번 한 시간 반 동안 이 스킬을 사용할 수 있다.
빨리 써 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했다.
시험 삼아 한 번은 사용해도 연속으로 두 번은 더 사용할 수 있다.
‘한번 써 보자.’
[스킬 ‘힘이여, 솟아라!’가 발동되었습니다.]
[마나가 50 소모됩니다.]
[30분 동안 근력이 10 상승합니다.]
[29:59]
온몸의 근육이 용솟음치는 느낌이었다. 폭발적인 에너지가 근육을 따라 스며드는 것 같다.
건물 벽을 맨손으로도 부숴 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번 쳐 봐?
무심코 잽을 날려 건물 외벽을 가볍게 쳐 봤다. 뼈가 부러질까 봐 조금 살살 치긴 했다.
팍.
벽에 금이 갔다.
주먹은? 안 아프다.
조금 더 세게 쳐 봤다.
퍽!
주먹이 벽을 뚫어 버렸다. 힘이 더 불끈 불끈 솟아오른다.
근근이 모은 마나를 50이나 소모한 것이 아깝지 않았다.
숏 소드를 검집에서 폼 나게 뽑았다.
건물 외벽을 숏 소드로 베어 보려다가 멈췄다.
칼로 건물을 베면 날이 상하잖아.
그때 키클롭스 사체 옆에 있는 도끼가 눈에 들어왔다.
저 도끼로 벽을 내리쳐 본다면? 괜찮을 것 같다.
대규는 도끼를 집어 들었다. 묵직해 보여서 양손으로 집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 손으로도 충분히 들 수 있었다.
[키클롭스의 도끼(일반)]
[일반 철로 만들어진 도끼입니다.]
도끼를 허공에 휘둘러보았다. 날이 두껍고 위협적인 게 파괴력은 확실히 상당할 것 같다.
대규는 건물 외벽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쿠구구궁!
엄청난 굉음이 들렸고 건물 외벽이 부서지며 콘크리트 파편이 사방에 튀고 먼지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이 층 건물이 우습게 보였다.
“이야아아아 내가 다 부숴 버리겠다.”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도끼로 건물을 사정없이 휘둘렀다.
우웅!
쿠르릉
그저 도끼질 몇 번 했는데 건물이 뿌연 먼지를 흩날리며 주저앉았다.
“콜록콜록. 아, 씨… 먼지… 캑캑.”
뿌옇게 뒤집어쓴 먼지를 털어 내며 투덜거리던 대규는 눈앞에 아른거리는 창을 쳐다봤다.
[24:59]
‘헉, 5분이나 지났잖아?’
스킬 지속 시간이 다 지나가기 전에 빨리 키클롭스들을 최대한 해치워야 한다.
대규는 자신의 숏 소드를 다시 집어 들었다.
키클롭스의 도끼는 무게감이 있어서 파괴력은 상당할 것 같았지만 지금 지니고 있는 민첩성을 올려주는 숏 소드가 훨씬 전투에 유리해 보였다.
요리하면서 칼을 많이 다룬 탓인지 도끼보단 칼이 손에 잘 익기도 했고.
초반에 얻은 숏 소드 역시 공략집 만큼은 아니지만 생각보단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아무래도 아카나의 구슬로 상승한 운 수치 때문에 스킬과 아이템들을 많이 얻은 것 같았다.
‘그러니까 열심히 사냥하자!’
의기를 다지며 히든 미션 장소인 연세 대학교 쪽으로 빠르게 향했다.
정문에 도착한 뒤 지도창을 펼치고는 나머지 후보생들의 동태를 살폈다.
세 개의 파란 점들은 다행히도 아직 보라매 공원 근처를 헤매고 있었다.
나머지 점들도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이 상태라면 히든 미션도 다 해치우고 타르타로스 포탈에도 제일 일찍 도착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좋아, 계속 열심히 헤매라. 내가 히든 미션을 다 해치울 때까지.’
일단은 첫 번째 히든 미션을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키클롭스에 대한 공략 등급을 상급으로 올려야 했다.
대규는 지도를 보며 키클롭스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을 찾아보았다. 지도상에서 미니 키클롭스들은 우글우글 잔뜩 모여 있었지만 키클롭스들은 두세 마리 정도만 무리지어 다닐 뿐이었다.
‘일단 저 녀석들부터 쓸어버려야겠다.’
대규는 키클롭스들이 모여 있는 가까운 건물로 향했다. 정문 바로 옆에 위치한 공학원 건물이었다.
건물에 들어서자마나 미니 키클롭스 20여 마리와 키클롭스 두 마리가 보였다.
미니 키클롭스들이 대규를 발견하고는 먼저 달려들었다.
‘이 녀석들 정도야 식은 죽 먹기지!’
서걱-!
칼을 가볍게 휘두르자 오른쪽에서 달려오던 미니 키클롭스들의 몸뚱이가 단번에 두 동강이 나 버렸다.
“키에엑!”
근육과 뼈를 베고 지나는 데도 어떠한 저항감도 느껴지지가 않았다. 허공을 베는 기분이었다.
스킬 사용으로 근력이 상승한 효과가 생각보다 강했다.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키클롭스 두 마리를 보며 외쳤다.
“와라!”
녀석들이 도끼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한 녀석이 대규의 머리를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훗, 이쯤은 이제 여유롭지.
깡!
방패를 들어 간단하게 녀석의 공격을 막았다.
“키이익!”
아주 살짝만 밀쳤을 뿐인데도 녀석이 뒤로 밀려나면서 땅바닥이 질질 파였다.
“죽엇!”
녀석의 무릎을 박차고 눈알에 칼날을 집어넣었다.
푸욱.
“쿠어억!”
나머지 녀석이 등 뒤를 노리고 달려와 도끼를 휘둘렸다.
검을 들어 녀석의 도끼를 사뿐히 막아 냈다.
캉!
막아 냈을 뿐인데 녀석의 도끼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키륵?”
녀석이 당황하고 있는 틈을 타 높게 점프한 뒤 녀석의 머리통을 향해 칼날을 내리쳤다.
서거억-!
칼날이 녀석의 두개골부터 몸통을 두 동강 내 버렸다.
“…….”
놈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반으로 갈라졌다.
“으허어…….”
대규는 자신이 죽인 키클롭스의 사체를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어마어마한 힘이다!
단단한 거죽을 뚫는 것도 모자라 아예 온몸을 수직으로 절단하다니.
대규는 다시 한 번 스킬의 위력을 느끼며 칼에 묻은 찐득한 피를 털어 냈다.
몸에 난 자잘한 상처는 생명력 회복 포션으로 회복했다. 포션을 다 먹고 사체들을 둘러보니 그 위로 빛나는 아이템들이 보였다.
생명력 회복 포션 3개와 마나 회복 포션 2개.
그리고…
“이건!”
유리병에 담긴 익숙한 보랏빛 액체!
대규는 유리병을 집어 들었다.
[요리 실력 상승 포션(하급)]
[이 포션을 복용하면 12시간 동안 다음의 효과가 지속됩니다.]
1) 복용자가 만든 음식의 맛이 조금 향상됩니다.
2) 복용자가 만든 음식을 먹은 대상은 최소 3인의 지인에게 입소문을 내게 됩니다.
그러고 보니 안내인 여자가 그런 말을 했었다. 차원의 틈에는 그의 꿈을 이뤄 줄 수 있는 보상들이 많이 있다고.
그럼 이곳의 보상들과 스킬은 현실에서도 쓸 수 있는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보유 스킬에 ‘요리’가 있는 거고?
대박인데?
열심히 몬스터 사냥을 해야 할 동기가 또 하나 생겼다.
어쩌면 이 포션 말고 현실에서 쓸 수 있는 귀한 아이템들이 나올지도 몰랐다.
대규는 요리 실력 상승 포션을 보관함에 챙겨 넣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십 분이 조금 넘게 지났다.
그는 서둘러 지도창을 확인한 뒤 키클롭스들이 많이 있는 곳을 향해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