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무제 광해 새로운 이름을 달다-296화 (296/325)

제296화. 작전명 ‘개타작’

파견했던 왕무급 호위함이 귀환하면서 콘스탄티니예에서 벌어진 사태를 파악한 대서양군 사령부는 곧바로 대규모 응징작전을 입안했다.

분기충천한 이억기의 명령에 모든 기존 임무를 뒤로 밀어놓은 대서양 함대가 집결을 시작하고, 북미 점령 작전에 투입되어있던 지상군 병력이 퀘벡으로 소집되기 시작했다.

이억기는 동일본 출신 병력 1만을 제외한 11만의 대한제국 병력 중 5만을 퀘벡으로 집결하도록 명령했다.

아울러 대서양군 사령부에 소속된 모든 수송선들을 퀘벡으로 불러 모았다.

이것은 대서양군이 오스만 제국과 해상 전투만이 아니라 지상군을 투입한 본격적인 전쟁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있음이었다.

그러한 준비를 갖춰가는 동시에 해당 사안을 최고사령부로 보고했다.

최고사령부는 곧바로 광해에게 보고하고, 원수부로도 해상 사실을 통보했다. 광해는 대서양군의 즉각적인 보복공격 계획을 중단시켰다.

아울러 포르투갈 총독부에 명령을 내려 공식적 외교사절을 보내 이번 사태에 대한 공정한 조사를 위한 조사단 파견을 제안하도록 했다.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군부의 강력한 반대가 있었지만 광해는 황명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켰다.

광해의 황명을 받은 포르투갈 총독 대리 겸 대서양군 사령관이었던 이억기가 총독부 관리를 정식 사절로 삼아 오스만 제국으로 보냈다.

이억기는 사절을 태워 보내는 함선으로 대서양 함대에 배치된 태조급 전함을 선택했다. 대서양 함대에 단 한척만 배치되어 함대의 기함으로 운용되는 태조급 전함이 그 어마어마한 거체를 이끌고 콘스탄티니예로 향했다.

이억기는 전함의 함장에게 유사시 전함이 가진 모든 화력을 동원하여 오스만 함대를 박살내라는 명령을 내려두었다.

작렬탄을 사용하는 데다 홀로 유리급 순양함의 2배가 넘는 화력을 자랑하는 태조급 전함이라면 갤리어스로 이루어진 오스만 제국의 함대는 수십 척이 아니라 백여 척이 달려들어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이억기로써는 지금 상태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패를 사용한 셈이었다.

리스본에서 태조급 전함이 출발하던 시기 광해가 거제 건선단지에 한 가지 문의를 넣었다. 그 문의에 대한 답이 도착한 직후, 태왕의 특명이 원수부로 떨어졌다.

각 대양군에 흩어져 있던 비행선들을 모조리 부산포로 집결시키라는 명령이었다.

비행선을 활용한 작전에 큰 재미를 붙이고 있던 각 대양군 사령부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태왕 폐하의 특명이라는 말 한마디에 불만은 쏙 들어갔다.

며칠 후, 모조리 몰려온 비행선들은 부산 앞바다에서 이순신 함대에 소속된 고왕급 비행선 모함을 대상으로 착함 훈련을 받기 시작했다.

그 훈련이 벌어지던 첫날, 리스본을 출발했던 태조급 전함이 콘스탄티니예에 도착했다.

전장만 7백척(약212m)에 달하는 거함의 등장에 오스만 해군은 바짝 긴장했다. 더구나 돛이 아닌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움직이는 조선의 그 유명한 악마배였다.

콘스탄티니예 앞바다에 정박한 한척의 태조급 전함을 상대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이 동원한 갤리어스들은 50척에 달했다.

하지만 50척을 동원한 오스만 제국의 함대가 오히려 단 한척인 전함의 위용에 눌리는 모양새였다.

조선의 조사단 파견 요청은 일언지하에 거부되었다. 오스만은 조선군 함선이 먼저 발포하여 전투가 발생하였으니 조선이 사과를 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절은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오스만의 자세는 흔들리지 않았다.

전함으로 귀환한 사절은 해당 상황을 포르투갈 총독부와 조선 외교부에 동시에 보고했다. 해당 사안을 전달받은 외교부는 곧바로 태왕에게 오스만의 태도를 아뢰었다.

외교부의 보고를 받은 광해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지는 와중에 남포르투갈에서 읍장회의가 소집되었다. 읍장회의의 소집권한은 각 시장에게 주어져 있었지만 이번 읍장회의는 시장들이 발동한 것이 아니었다.

읍장들 스스로가 논의한 끝에 열린 회의였다.

2년 전인 지난 광무11년, 그러니까 1613년에 열린 조선 전체선거에서 남포르투갈도의 경우 이장과 읍장을 포르투갈 백성들이 직접 선출했다.

그렇게 선출된 읍장들이 회의를 소집했던 것이다.

남포르투갈도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읍장들의 회의 결과, 남포르투갈도 읍장들은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을 결의했다.

필요하다면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 남포르투갈도 백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었다.

해당 사안은 지급으로 태왕에게 보고되었다.

그것이 신호였을까?

콘스탄티니예 앞바다에 대기 중이던 사절에게 오스만 제국의 황제에게 전하는 태왕의 전언이 전달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파디샤에게 전하라는 태왕의 전갈을 받아본 사절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그런 사절의 표정에 궁금증을 가진 함장이 전문을 읽고는 마찬가지로 표정을 굳혔다.

“살아서 돌아오길 빌겠소.”

함장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사절은 전함에서 내린 연락선을 타고 항구로 들어갔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연락선에서 시선을 거둔 전함 함장의 명령이 떨어졌다.

“총원 전투배치! 함교 장갑판 내려!”

함장의 명령에 비상종이 울리고 태조급 전함의 장병들이 전투배치로 전환되면서 분주해졌다.

*****

오스만 제국의 황궁에 입궁한 조선의 사절은 아흐메트 1세의 앞에서 태왕의 전갈을 읽었다.

<조선의 백성을 공격하여 죽음에 이르게 한 천인 공로할 만행을 저지른 오스만의 왕은 들으라. 짐의 은혜를 스스로 저버리고 칼날을 잡았으니 그 죄를 엄히 물어 너희 족속이 사는 땅을 불바다로 채울 것이다. 치솟는 불기둥을 경계로 삼고, 화염에 죽어가는 백성의 모습을 교훈으로 삼을지어다.>

사납고 거친 표현으로 가득한 전언을 읽은 사절은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욕설이 터져 나오고, 살기가 훅 밀려들었다. 무장하고 있던 귀족들 중 일부가 흥분해서 칼을 빼어든 것이다.

하지만 그뿐, 사절에 대한 직접적인 위해는 가해지지 않았다. 사절은 죽이지 않는다는 고래로부터의 관례를 지키라는 파디샤의 고함 소리 덕이었다.

생각 외로 담담한 표정의 아흐메트 1세가 사절에게 말했다.

“전장에서.”

그 간단한 답에 고개를 숙여 보인 조선의 사절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둘러 황궁에서 철수했다.

태조급 전함은 돌아온 사절을 태우고 무사히 리스본으로 귀환했다.

조선의 사절이 돌아간 직후, 오스만 황궁의 대전에 신성로마제국의 사절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흐메트 1세가 말했다.

“화살은 쏘아졌다. 그대들의 약속이 기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폴란드의 군대 20만이 내일부터 오스만의 영토로 진군해 올 것입니다. 그들은 파디샤의 군대와 함께 조선군에 맞서 용감하게 싸울 것입니다.”

사절의 답에 아흐메트 1세의 입가로 미소가 걸렸다.

“오스만의 정병 20만도 준비하고 기다릴 것이다.”

아흐메트 1세의 답을 들은 신성로마제국의 사절은 아흐메트 1세의 직인이 찍힌 조약서를 품에 안고 서둘러 신성로마제국의 수도인 빈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유럽과 조선의 전쟁이 다시금 유럽대륙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오랜만에 조선군 최고사령부로 나온 광해가 사전에 이순신과 상의하여 마련한 작전을 지시하기 시작했다. 태왕이 직접 군을 지휘하는 것이니 전장에 스스로 나가지 않았다 하나 태왕의 친정(親征)인 셈이었다.

퀘벡에 대기하고 있던 5만의 대한제국군에 비상대기가 발령되었다.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라도 배에 올라 출동할 준비를 갖추도록 명령된 것이다.

아울러 포르투갈 총독부 휘하의 주둔군 전체에 전투대기태세가 발령되었다.

동시에 동맹관계인 잉글랜드와 에스파냐에 전쟁발발을 알렸다. 오스만과의 전쟁이 발생했음을 알렸으나 그 전문 어디에도 동맹군의 참전을 요청하는 말은 들어있지 않았다.

잉글랜드와 에스파냐가 어찌할지를 두고 심각한 논의에 들어갔다.

그런 상황에서 같은 합스부르크 황가인 신성로마제국 황실의 사절이 에스파냐 왕실을 찾아왔다. 그리고 긴 이야기를 나누고 사절이 돌아갔다.

직후 에스파냐에서 진행되던 동맹군 파견 논의가 중단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에스파냐와 프랑스의 국경을 넘는 대규모 무장병력이 관측되었다. 10만에 달하는 프랑스 육군이 에스파냐로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에스파냐로 들어온 프랑스 육군은 에스파냐군의 인도를 받으며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접경지대로 이동했다.

6만에 달하는 에스파냐군도 그런 프랑스군과 함께 움직였다.

훗날 빈 동맹이라 불리게 되는 이당시 반조선 진영에 가담한 유럽 각국이 맺은 약속은 상당히 노골적이었다.

그들은 이 동맹을 통해 조선을 유럽에서 축출한 후, 포르투갈을 에스파냐가, 에스파냐가 확보한 남부네덜란드는 프랑스가 차지한다는 영토분할 및 교환까지 합의한 상태였다.

폴란드에는 신성로마제국이 보헤미아를 분할해 주기로 했고, 러시아엔 서유럽국가들과의 교역을 확대해주기로 했다.

이 모든 것을 주재하는 신성로마제국은 이번 전쟁을 막후 지원하는 대가로 황실의 유지에 대한 각국의 보장을 약조 받았다.

그렇게 각국의 이익을 걸고 벌어진 이 전쟁은 조금 특이했다.

일단 조선군의 막강한 함대가 오스만 바다에 나타난 것 까지는 예상대로였다. 오스만 해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아흐메트 1세는 오스만 해군을 모두 지상으로 불러올렸다.

바다에서 조선 해군을 상대한다는 것이 죽음과 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그렇게 덧없이 죽느니 육군을 지원하여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것이 낫다고 결정했던 것이다.

오스만 해군으로써는 치욕스러운 일이었지만 파디샤의 명령은 지엄했다. 결국 모든 갤리어스는 항구에 정박했고, 해군 병사들은 육지로 들어가 육군과 함께 방어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까지는 대충 예상한 대로였다. 하지만 이후의 상황이 조금 이상했다.

해상을 장악한 조선 해군이 해안가 포격을 진행하지 않고 기다리기만 한 것이다.

조선 해군의 막강한 해안포격을 두려워해 해안가 도시의 백성들을 철수시켜두고 기다리던 오스만으로써는 의아한 일이었다.

그러는 동안 오스만의 바다에 들어와 있는 조선군 함선의 수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대서양 함대만 배치되어 있었는데 어느새 포르투갈 총독부 소속의 수송선들이 대규모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이상한 것은 그 수송선들이 모두 병사들을 싣고 있는 것이 아니라 포탄을 실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탈해급 초대형 수송선 30척으로 이루어진 13수송함대의 지원을 받으며 이순신 함대가 콘스탄티니예가 코앞인 오스만의 바다로 들어왔다.

조선과 콘스탄티니예의 거리를 생각하면 최대속도로 달려왔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함께 온 13수송함대의 탈해급 초대형 수송선은 화물창이 거의 빈 상태였다.

탑재하고 있던 석탄을 모두 보급한 것이다.

그렇게 최대속도로 달려온 이순신 함대의 구성이 그런데 조금 특이했다. 태조급 전함보다 더 큰 거함들이 11척이나 보였던 것이다.

모조리 고왕급 비행선 모함이었다.

거제 건선단지에서 긴급 건조되고 있던 10척의 비행선 모함들을 항해 필수항목만 완성시켜 조기 진수시킨 것이다.

거기에 기존에 이순신 함대에 배치되어있던 고왕급 비행선 모함 1척이 합류하여 11척의 비행선 모함들을 이끌고 도착한 것이다.

그런 이순신 함대의 기함인 한산함 주돛에는 깃발이 하나 게양되어 있었다.

동해 용왕을 상징하는 푸른 용이 그려진 깃발로 과거 태왕이 이순신에게 충무공이란 휘호와 함께 하사한 깃발이었다.

다시 말해 한산함에 이순신 함대의 제독인 이순신 원수가 탑승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태조급 전함 1번함인 한산함 함교에서 쌍안경으로 멀리 보이는 콘스탄티니예를 바라보던 이순신이 곁에 서있던 부장, 손일원에게 짧게 명령했다.

“작전 개시.”

이순신의 명령에 손일원이 크게 외쳤다.

“명령 떨어졌다. 개타작 시작하랍신다!”

손일원의 명을 받은 통신군관의 복창과 동시에 각 전신수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함은 함대의 유연한 지휘를 위해 12개의 무선전신기를 보유했다. 동시에 12곳에 무선전신을 보낼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게 많은 무선전기를 통해 휘하 함선들에 동시에 명령이 하달했다.

명령을 받은 고왕급 비행선 모함들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행선들이 이륙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1차 공격대 1백대의 날틀 03이 하늘을 가득 메운 채 진형을 짜더니 이내 콘스탄티니예를 향해 몰려갔다. 그런 그들의 뒤에서 2차 공격대를 구성하는 1백대의 날틀 03들이 연신 비행선 모함에서 날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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